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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류는 어떻게 역사가 되었나 사냥, 도살, 도축 이후 문자 발명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역사
  • 지은이 | 헤르만 파르칭거
  • 옮긴이 | 나유신
  • 발행일 | 2020년 03월 20일
  • 쪽   수 | 1128p
  • 책   값 | 54,000 원
  • 판   형 | 150*220
  • ISBN  | 9788967357597
책소개 목차 미리보기 지은이/옮긴이 추천의 글 편집자 노트
책소개

전 세계의 선사시대를 하나로 이은 거시사!
선사시대 고고학 연구, 이 한 권에서 위대한 종합을 이루다
독일 최고 권위의 라이프니츠 상, 로이힐린 상에 빛나는
국보급 고고학자 헤르만 파르칭거의 역작

이 책은 세계적 권위의 고고학자 헤르만 파르칭거가 쓴 전 세계 선사시대 통사다. 국내엔 낯선 이름이지만 고고학자로는 최초로 독일 라이프니츠 상을 수상한 헤르만 파르칭거는 고고학의 초국가적 협력 연구를 주도하고 있으며, 학술적 성과를 대중에게 소개해온 것을 인정받아 로이힐린 상을 받기도 했다. 그의 평생의 공력을 한 권에 집약한 것이 『인류는 어떻게 역사가 되었나』(원제 『프로메테우스의 아이들』)다. 출간되자마자 언론과 평단은 “고고학적 세부 지식을 펼쳐 보이며 획기적인 해석을 선보였다”(쥐트도이체 차이퉁), “학계의 최신 연구를 포괄했다”(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존탁스차이퉁), “말할 수 없이 흥미진진한 내용이다”(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라디오), “이 명작은 학문의 언어로 쓰인 인류에 대한 소설이다”(타게스슈피겔) 등 찬사를 내놓았다.
10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에 고고학, 고고유전학, DNA를 통한 고대 인구사 연구 등 전방위적 학문의 성과를 포괄하고 있다. 특히 가설과 논쟁을 검증, 비판, 재해석하는 이 책은 독자가 정형화된 해석에 빠져들지 않도록 경계하며, 일반에게 널리 퍼진 고정관념을 바로잡아주는 게 큰 특징이다. 유형 유물을 하나씩 자세히 살펴보면서 증거에 근거하여 논하는데 과감한 해석을 하지 않으면서도 인간 진보의 힘을 읽으려는 긍정적 서사가 돋보인다. 저자는 말한다. “원시시대 조상들 삶의 역사성을 부정하고 ‘역사 이전先史’라고 폄하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이 책에 등장하는 문명들은 우리에겐 분명 낯설다. 한때 출현했다가 사라진 문명들이 살아갔던 혹독한 조건은 우리에겐 미지의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선사시대 사람들의 삶을 섣불리 재구성하기보다는 어떤 유물이 발견되었는지를 확인하는 데 주목한다. 퍼즐을 모으는 일이다. 그러면서 기회 닿는 대로 개별적 정체성, 사유재산, 사후세계에 관한 의식의 등장, 나아가 영토와 지배 같은 추상적 범주를 이야기한다.
현생 인류의 발전에서 단연코 결정적인 것은 불의 사용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프로메테우스의 아이들’이라 불린다. 하지만 결정적인 어떤 변화도 ‘혁명’이라 부르긴 어렵다. 즉, 단시간에 이뤄진 것은 없다. 발전, 중단, 후퇴의 국면을 되풀이하며 인류의 역사는 매우 천천히 진행되어왔다.
인간은 주변 환경에서 생존할 만한 식량과 거처만 확보되면 더 나은 것을 향한 시도를 거의 하지 않았다. 인구 증가의 압박으로 인해 생존법을 도모할 필요가 없는 한 수렵 채집의 현실에 머물렀다. 풍족한 자연환경을 가진 지역에서 농업 생산이 매우 늦게 나타난 이유다.
문명은 문제를 해결하고 목표를 이루기 위한 행동에서 최초로 나타났다. 석기시대부터 인류는 ‘효율성’과 ‘최적화’를 추구하기 시작했다. 문자 발명 이전이었지만 다른 의사소통 방식을 통해 인류는 기존에 꿈꾸지 못했던 것을 꿈꾸기 시작했고, 자연이 만들어놓은 한계를 넘어서려고 노력했다. 이것은 곧 인간의 지칠 줄 모르는 욕구가 되었다. 이 책은 문자 발명 이전 인류의 700만 년 역사를 비행하면서 인류가 어떻게 역사적 존재가 되었는가를 탐험한다.
 

채식주의자 → 동물 사체 취식 → 육식주의자가 되기까지

인류사의 가장 결정적인 순간은 채식에서 이탈해 썩은 짐승 고기를 먹게 된 일이다. 270만 년 전 인간은 중대한 도전에 직면한다. 동물의 몸에서 고깃살을 한입 크기로 떼어내야 하는 과제에 맞닥뜨렸고, 이를 가능케 한 최초의 석기 제작은 인간 발달에 있어 가장 큰 진일보였다. 돌멩이로 만든 이 단순한 도구는 문제 해결과 목표 지향적 사고의 증거다. 그때부터 인간의 역사는 인공 제작물이 지속적으로 최적화되는 과정이었다. 더 날카로운 모서리를 다듬고 돌에서 뼈, 뿔, 나무처럼 더 질 좋은 원자재로 도약했다.
지금으로부터 200만 년 전에서 30만 년 전 사이 출현한 호모 에렉투스와 호모 에르가스테르가 그런 변화의 물꼬를 텄다. 두 인류 종은 동물 사체를 먹던 데서 수렵생활로의 도약을 이룬다. 신선한 고기를 많이 먹게 된 인간은 두뇌에 지방·단백질·인을 공급하게 됐다. 향상된 두뇌의 능력은 더 효과적인 무기를 개발하고 사냥 전략을 더 잘 수립해 동물 포획을 성공적으로 이루게 만들었다. 식량에서 고기 비중의 증가는 호모 에렉투스와 호모 에르가스테르에게 선대보다 더 튼튼한 근육 조직을 만들어줬고, 이로써 인간은 아프리카를 떠나 힘닿는 한 멀리 아시아와 유럽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저자는 울퉁불퉁 고르지 못한 전 세계 고고학계의 연구를 하나로 이어 현생 인류의 모든 근본적 변화는 대부분 이 장구한 시간의 마지막 시기(200만 년 전~30만 년 전)에 일어났다고 주장한다. 아직은 심연 속에 잠긴 이런 혁신적 변화과정은 향후의 연구자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저승을 ‘발견’한 네안데르탈인, 성적으로 조숙한 호모 사피엔스

지금으로부터 30만 년 전에서 4만 년 전에 네안데르탈인이 있었다.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에서 전환된 인간 종인데, 그 전환과정과 시기에 대해 입증된 바는 아직 거의 없다. 네안데르탈인 시기에 일어난 변화는 중요했다. 하지만 ‘혁명적’일 정도였냐고 묻는다면 그렇진 않다. 호모 에렉투스나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의 변화에는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네안데르탈인은 훨씬 좋은 원자재로 석기를 제작했고, 규석으로 만든 도구가 점차 표준적이며 미적인 모양을 갖게 되었다. 게다가 접착제를 써 부분들을 조합한 도구를 인류 최초로 사용했으며, 의사소통에도 능했다. 이들의 언어능력은 선조를 능가했는데, 호모 사피엔스의 뼈만큼이나 발달한 설골 형태가 이를 입증한다.
네안데르탈인이 이룬 핵심적이면서도 정신사적인 큰 기여는 ‘저승세계의 발견과 죽음에 대한 대응 방식’이다. 인류의 가장 오래된 장례 의식이 이들에게서 나타났다. 부장품 없이 시신을 매장했지만, 동물의 이빨과 조개껍질로 만든 장신구는 착용하고 있었다. 또한 화석처럼 특이한 것을 모으는 네안데르탈인의 행동은 그들이 좁은 의미에서 개별성을 가진 존재였음을 말해준다.
호모 사피엔스가 아프리카로부터 근동과 유럽으로 진출할 때도 네안데르탈인은 멸종되지 않은 공존 상태였다. 최신의 고古유전자 연구도 이를 입증한다. 호모 사피엔스가 우세한 점은 추운 지역에서 잘 생존한다는 것, 성적으로 더 조숙해 생식율이 훨씬 뛰어났다는 것이다. 기원전 4만 년에서 기원전 1만3000년 사이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마침내 전 세계로 퍼져나갔던 이유다.
호모 사피엔스의 생활 방식이 그 전/전전 세대와 근본적으로 달랐던 것은 아니다. 전문 수렵 채집 생활자이지만 이들은 주변 환경을 어느 정도 관리 경영할 수 있었다. 가령 숲에 일부러 불을 놓아 나무의 밀도를 낮춘 것이 그 증거다. 즉 전략적 사고를 할 줄 아는 존재로서 장소를 바꿔가며 단기적 정주생활을 했다.
호모 에렉투스,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 네안데르탈인이 어류를 식량으로 삼았는지에 대해선 확실히 밝혀진 게 없다. 반면 호모 사피엔스의 식단엔 거의 확실히 어류가 있었다. 뼈로 만든 작살이 이를 말해준다. 투창가속기 또한 주목할 만하다. 이는 근대까지 사용된 대단한 무기로, 호모 사피엔스가 사냥 전략의 최적화를 위해 개발했다. 이에 견줄 만한 또 다른 업적은 개를 길들인 짐승의 가축화다. 아울러 바늘의 발명 역시 과소평가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걸로 인간은 옷을 지어 입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발명 정신, 상상력, 계획능력, 전략적 사고라는 점에서 볼 때 호모 사피엔스는 조상들을 훨씬 능가하며 오늘날의 인간에 더 가까웠던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니 우리가 이들을 해부학적인 관점에서뿐만 아니라 문화적인 관점에서도 현생 인류라고 부르는 것은 정당하다. 게다가 호모 사피엔스는 시신을 안치하면서 처음으로 부장품을 함께 묻었다. 플라이스토세 말엽에는 두개골 숭배 의식이 많이 행해졌는데, 이는 앞선 고인류가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
 
신석기 문화는 이주민들이 탄생시켰다

기원전 6000년대에서 5000년대로의 전환기에는 눌러 찍어 무늬를 낸 토기로 특징지어지는 지중해 지역의 신석기화가 시작된다. 신석기 문화의 전파는 동쪽에서 해안지역을 따라 확산돼 지중해 서쪽에까지 다다르는 경로를 따랐다. 기원전 5000년대 중반 이후 서쪽의 파리 분지와 동쪽의 비스와강 사이에서 신석기시대 초기의 띠무늬 토기 문화가 성립되었다. 이와 함께 중부 유럽의 다른 지역에서도 획기적인 변화들이 일어났다. 오랫동안 띠무늬 토기 문화인이 중석기인이고 이들이 발전을 거듭해 신석기 문화를 탄생시킨 것이라고 여겨왔다. 하지만 최근 DNA를 통한 고대 인구사 연구에 의하면 이런 가정은 잘못일 가능성이 높고, 오히려 유럽 동남부에서 지속적으로 이주민이 건너가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이따금씩 알프스 북부에서 제시되는, 중석기에 곡물을 경작했다는 단서가 현재까지 신빙성을 얻지 못하는 사실과도 일치한다. 즉, 지중해 지역과 중부 유럽에서 정착생활, 농업, 토기 생산의 승승장구는 토착적 발달이 아니라 외부에서 받은 동력으로 이뤄졌다.
 
아시아의 신석기 문화, 전체적 맥락을 어떻게 가늠할 것인가

아시아 남부 지역의 상황은 여전히 전체적인 맥락을 가늠하기가 어렵다. 가끔 제기되는, 기원전 8000년대에서 7000년대 중석기시대에 쌀농사가 있었다는 주장은 현재로선 회의적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기원전 6000년대 이후부터는 이런 추정이 입증된다. 이 시기 사람들은 벼 재배와 최초의 토기 생산 기술을 갖고 있었기 때문인데, 그렇다 해도 갠지스강 평야에서 수렵 채집 생활로부터 생산 경제와 정착생활로의 전환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됐는지에 대해선 후속 연구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특히 더 연구돼야 할 것은 최초의 벼 재배와 관련해 양쯔강 계곡과의 관계가 어떠했는가 하는 점이다. 세계에서 가장 빨리 농사를 시작한 두 지역은 서로 무관했던가, 아니면 한 곳이 앞서고 나머지가 뒤따른 것인가?
구석기시대 후기의 수렵 채집 생활자들이 전 세계적으로 가장 오래된 토기를 제작했던 곳이 양쯔강 유역이다. 기원전 8000년대 이전에 이곳에서는 이미 쌀이 재배종으로 개량되었다. 현재 연구 상황으로 볼 때 이렇게 되면 중국의 쌀 경작이 갠지스강보다 시기상 앞선다. 쌀 경작과 더불어 양쯔강 주변에는 영구적인 촌락들이 생겨났다. 이곳에서는 가축도 사육되었고, 여기서 시작된 신석기화는 이후 수천 년 동안 남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지로 확산되었다. 하지만 이 지역의 수렵 채집 공동체들은 오랜 기간 이전 생활을 지속했다. 이들 지역에서의 정착생활과 생산 경제는 답보 상태에 머물다가 기원전 3000년대 말엽에야 받아들여지기 시작한다.
 
무엇이 새로운 문화를 일으키지 못하게 했나

유럽 동남부와 판노니아 평원의 경우 신석기 이후에 커다란 단절기가 반복해서 나타난다. 그래서 이 지역에서는 에게해와 아나톨리아 서부에서 이루어졌던 발달과정이 나타나지 않는다. 이 지역에서 새로운 생활 형태가 전반적으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몇 세대 후 포기됐던 반면, 도나우강 하류와 트라키아에서는 구릉 주거지에서 구리 가공 문화가 전성기를 누린다. 발굴을 통해 드러난 이 주거지들의 건축 구조는 당시 기획력, 상부 조직, 노동 분업, 토지 소유의 보호가 존재했다는 것을 증명해준다. 그 밖에 다수의 작은 점토 조각상이 눈에 띈다. 이 조각상들은 일부러 깨뜨려 집 안에 보관해두는 일이 흔했는데 이런 행위가 갖는 종교적 의미는 아직까지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세계 어느 지역에서도 금속 가공술의 만개와 사회적·종교적·정치적 권력 사이의 연관성이 이곳에서만큼 분명하게 드러나는 곳도 없다.
기원전 4000년대 말엽 이 문화를 멸망시키고 기원전 2000년대까지 이 지역 전체에서 다시 새로운 문화가 일어나지 못하도록 만든 것이 무엇인지는 아직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폰토스 북부의 스텝 지대에서 내려온 전투적인 가축 사육 집단의 습격이나 기후상의 변화가 원인일 것으로 생각되지만 이 가설 중 어느 것도 증명력을 지니진 않는다. 어쩌면 내부 세력들이 파멸을 부추겼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모든 기술적·사회적 발전이 이미 성취한 것들을 방어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사회 속에서 공고하게 만드는 데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인구가 증폭하지 않은 곳은 발전도 정체되었다

고고학 연구자들이 늘 확신할 수 있었던 것은 한 인구 집단이 한번 수용한 생활 및 경제 형태를 꽤 오랫동안 고수했을 때 여기엔 자연환경 조건이 결정적 요소로 작용했다는 사실이다. 인간은 그가 처한 환경에서 생활 및 생존을 위해 필요한 것을 발견할 수 있으면 결코 농경이나 가축 사육을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다.
외떨어진 오지에서는 어떤 큰 변화도 없이 오직 사냥, 어획, 채집 경제만으로 생활을 영위했다. 북아메리카 서북부 지역, 칠레의 태평양 해안 지역과 남아프리카, 오스트레일리아가 그런 곳이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산 이들 수렵 채집족은 출산율이 낮아 공동체의 균형을 이룰 수 있었고 놀라울 만큼 평등하며 안정적인 사회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들 중에도 더 많은 경험 지식, 특정한 인공물 제작이나 더 뛰어난 사냥 기술, 또는 카리스마를 지닌 지도자가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고고학적 자료들로 추정해 해석해보면 수렵 채집 공동체들은 계속 평등한 사회를 유지했다. 하지만 이런 확증이 얼마나 견고한 것이냐는 점에서는 자료의 파편적 성격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오스트레일리아의 경우는 재배·가축화할 수 있는 자원의 존재 여부가 생산 경제로의 전환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가를 잘 보여준다. 세계 최변두리라 할 수 있는 이 지역은 유럽 이주민이 식물 종자와 가축을 들고 들어온 근세가 되어서야 농경과 사육을 시작할 수 있었다.
세계의 여러 곳에서 식물을 재배하고 동물을 가축화할 수 있는 자연 조건은 크게 달랐다. 세계에 분포돼 있는 유기 생물의 대부분은 목재와 식물의 잎이며, 대개 식용이 불가능하다. 전체 유기 생물의 약 0.1퍼센트만 식용되며 거기서 다시 매우 적은 양만이 재배 식물과 가축이 되어 이용된다. 호미니드에 속하는 종들은 이미 그들이 처한 환경 속에서 그 환경과 더불어 생존하는 법을 익혔고 자연이 제공하는 가능성과 기회를 가장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법을 배웠다. 인간이 자신의 삶의 조건을 최적화하려는 부단한 충동은 이때부터 이미 혁신적 변화를 위한 결정적인 추동력이었다.
 
발전은 성큼성큼 이뤄지지 않았다

이 책은 전 세계 인류가 다양한 조건 속에서 최초의 시작부터 문자의 발명까지 이루었던 발달과정들을 살펴본다. 여기서 어떤 법칙성과 기본 메커니즘이 확인된다. 경제적·기술적·정치적·사회적 진보의 중심적 추동력은 자연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인간의 지칠 줄 모르는 욕구라는 점이다. 신석기시대의 기술적 발달과 변화로는 한계의 작은 부분만 극복할 수 있었다.
기억해야 할 점은 인간이 보여준 창의적인 능력이다. 이는 인간이 생각해냈던 다양한 문제 해결 방식에서 확인된다. 인간은 창의적 능력을 통해 각각의 환경에 최적의 적응력을 발휘했고, 근본적인 대변화를 받아들일 줄 알았으며, 또 공동체의 막대한 성과를 조직하기도 하고, 인구 밀집 중심지에 수반되는 문제들처럼 커다란 사회 문제에 훌륭히 대응했다. 인간은 상상력이 가득한 혁신적 발전을 통해 아주 일찍부터 자신에게 주어진 선택의 가능성을 어떻게 이용해야 할지 깨달았다. 선택의 가능성이 극히 희박한 상황에서도 말이다.
원시 인류의 역사는 기나긴 여러 발전 과정으로 이뤄져 있고, 저자가 이 책에서 보여주려 노력하듯이 이 과정들은 수천 년 넘게 걸리기도 했다. 인간은 그 여정에서 경험을 쌓고 실험을 했으며 실패를 거듭하고 나서야 성공했다. 하룻밤 사이에 성취한 것은 거의 없었다. 이는 사냥활동의 시작, 불의 사용, 정착생활에 이르는 과정, 식물의 재배와 동물의 사육, 복합사회에서의 지배층의 형성, 도시의 건설과 같은 발전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주 먼 훗날에 이뤄질 발전의 초석이 이미 수백만 년 전에 놓인 경우도 있었다. 따라서 인간의 원시 역사에서 어떤 시기가 가장 결정적이었는지 고민하는 일은 큰 의미가 없다. 역사 발전의 관점에서 볼 때 최초의 사냥꾼인 아프리카의 호모 에렉투스, 저승을 발견했던 네안데르탈인, 완전히 발달한 언어능력을 지녔고 동굴에서 세계적 예술을 창조해낸 초기 호모 사피엔스는 최초의 가축 사육자 및 농경 생활자, 거대한 건축물과 관개 시설을 축조한 건축가, 사회적으로 계층이 분화된 주거 집단의 카리스마적 지도자 또는 통치자, 사제, 문자를 알았던 행정관리와 똑같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인류는 수백만 년 동안 생존의 보장 및 유지, 계속적인 발전에 정신을 쏟아부었다. 많은 부작용이 뒤따랐지만 인류는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다. 한편 저자는 농경과 가축 사육으로 인한 집단 전염병, 환경 파괴 등을 거론하며 발전의 이면엔 언제나 어두움이 있었음을 상기시킨다. 바라건대 미래의 인류는 한량없는 긴 시간 부단한 노력으로 일군 이 삶의 기반을 지키는 데 창의적 능력을 쏟아야 할 것이다.

목차

한국어판 서문
서문
 
1장 인간 두뇌의 진화와 그것이 문화에 끼친 영향
1. 움켜쥘 수 있는 손과 자갈 석기: 아프리카의 원시 호미니드
2. 시체 청소부에서 전문 사냥꾼으로: 호모 에렉투스의 긴 여정
3. 자연으로부터의 해방과 사후세계의 발견: 네안데르탈인

2장 문화적 현대성을 향한 대도약
1. 호모 사피엔스, 세계를 정복하다
2. 현생 인류, 유럽을 변화시키다
3. 그림과 상징, 의사소통과 제의: 빙하기의 예술
4. 아프리카에서 태평양까지
5. 베링 육교를 지나 신세계로
6. 또 한 번의 대도약

3장 야영지에서 서남아시아의 원시 도시로
1. 빙하기 이후 레반트 지역에서의 수렵 채집 생활
2. 비옥한 초승달 지역과 농경생활로 가는 첫걸음
3. 새로운 시대의 추동력이 되었던 숭배 의식 축제와 제의 장소
4. 중앙 아나톨리아의 대규모 초기 주거지
5.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도시화

4장 유럽으로 확대된 정착생활
1. 아나톨리아 서부에서 그리스까지: 농경과 가축 사육
2. 보스포루스 해협 횡단
3. 초기 농경 생활: 흑해에서 판노니아 평원까지
4. 고정된 장소에서의 정착생활, 개혁, 사회 분화: 유럽 동남부
5. 키프로스섬에서 대서양까: 지중해 해안을 따라서

5장 알프스산맥에서 발트해까지의 문화 변화
1. 빙하기 종식 이후 사냥과 채집 활동의 전문화
2. 중부 유럽에서 농경생활의 시작
3. 소규모 집단 중심의 경영과 혁신, 지도층 형성과 조상 숭배
4. 개인의 재발견: 유럽의 비커 문화

6장 고대 이집트 문명 이전의 나일강 계곡
1. 플라이스토세 말엽의 수렵 채집 생활자
2. 수렵 채집 생활에서 가축 사육과 농경생활로의 전환
3. 이집트 통일 이전의 농경, 원거리 교류, 지배 권력의 형성

7장 사하라와 사헬 지대의 기후와 문화 발달
1. 빙하기 종식 이후의 기후 변화와 이주의 역사
2. 사하라 동부: 호의적 환경에서의 초기 소 유목
3. 마그레브에서의 수렵 채집 생활과 농경의 시작
4. 사하라-수단 신석기시대의 사냥, 채집, 소 유목
5. 장소 결속성과 사헬 지대 중심지들

8장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지역에서의 더딘 발달
1. 서아프리카에서의 수렵 채집 생활과 가축 사육 그리고 삼림 농업
2. 중앙아프리카 열대 우림 지역에서의 획득 경제 생활
3. 동아프리카와 남아프리카에서의 철기시대 이전 문화

9장 유라시아 스텝과 삼림지역에서의 원시생활
1. 흑해 북부의 농경과 목축 공동체
2. 볼가강에서 발트해 지역까지, 숲 신석기시대의 수렵 채집 생활자들
3. 시베리아 스텝과 숲 지대에서의 사냥, 어로, 채집
4. 우랄산맥과 예니세이강 사이 지역에서 금속 가공과 사회적 분화

10장 캅카스산맥에서 인도양까지의 문화 발달 과정
1. 트랜스캅카스에서의 원시 농경문화와 야금술의 시작
2. 정착생활에서 원시 도심지로의 발달 과정: 이란과 중앙아시아
3. 원시 농경에서 고등 문명으로의 발달 과정: 인도 아대륙

11장 원시 농경문화에서 고등 문명으로: 동아시아편
1. 기장 농사에서 원시 도시 중심지로: 황허강 유역
2. 북중국과 극동 지방에서의 수렵 채집 생활과 돼지 사육
3. 농업으로 가는 긴 도정: 한국과 일본
4. 양쯔강에서의 쌀 경작
5. 중국 남부, 그리고 동남아시아에서의 생산 경제의 시작

12장 오세아니아 군도와 오스트레일리아 대륙
1. 파푸아뉴기니에서의 원시 농업과 환경의 변화
2. 태평양 제도에서의 주거 및 문화 발달의 역사
3. 오스트레일리아와 애버리지니의 고립된 세계

13장 북극에서 사막까지, 북아메리카의 생활상
1. 북극과 아북극에서의 생존
2. 태평양 서북 해안지역의 전문 사냥꾼과 어부
3. 그레이트플레인스의 들소 사냥꾼
4. 이스턴 우드랜즈에서의 복합사회의 발달
5. 사막과 숲 사이: 서남부 지방에서의 옥수수 경작

14장 중앙아메리카에서의 원시 고등 문명의 형성
1. 메소아메리카에서의 촌락생활과 경제
2. 메소아메리카 최초의 고등 문명의 발흥
3. 중앙아메리카 육교와 카리브 제도에서의 문화 발달

15장 촌락에서 제의 중심지로: 남아메리카 초기 문명
1. 안데스산맥 북부에서의 농업과 최초의 권력층 형성
2. 중앙 안데스산맥 지역에서 초기 고등 문명의 형성
3. 안데스 남부 지역에서의 늦은 발달
4. 오리노코와 기아나 사이 지역의 수렵 채집 생활과 초기 농경생활
5 아마존 분지에서의 사냥, 채집, 최초의 농경생활
6. 산간 지대, 해안, 팜파스 사이 지역에서의 원시 문화 발달

16장 결론: 비교적 고찰
1. 생각하는 존재로 가는 길과 인류 최초의 혁신적 사건들
2. 수렵 채집 생활자에서 농경 생활자로: 자연과의 관계에서 근본적인 변화
3. 규율의 필요성에서 복잡한 사회가 성립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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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무엇인가를 생산해낸다는 것은 이미 자신의 운명의 주인이 되어 역사를 만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원시시대 조상들의 삶과 시간에서 역사성의 지위를 부정하고 ‘선사先史’라고 폄하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이와 함께 올바른 역사 인식을 위해서는 수천 년, 수만 년 전의 시대에 접근 가능하게 해주는 유일한 자료인 유형 유산을 올바르게 읽어내는 특별한 방법이 필요하다. 여기에 큰 기여를 한 것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과학적 탐구 방법들이다. 이 방법들이 없었다면 초기 역사의 안정적 재구성을 위한 시도는 성과를 거두기 거의 힘들었을 것이다._10쪽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수고를 기울인 독자는 저절로 다음의 사실과 마주칠 것이다. 모든 문명은 붕괴를 특징으로 삼는다. 문명은 일어나고 지속되다가 (그중에는 수천 년까지도 지속되는 것도 있지만) 모두 예외 없이 사라진다. 극적인 기후 변화나 자원의 과도한 사용이 붕괴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이유가 완전히 베일에 싸여 있는 경우가 더 많다. 어떤 경우에든 모든 인간 문화는 세계 어느 곳에서나 결국 소멸된다는 것, 그것이 우리 인간의 조건이다._16쪽
 
이런 조각상들은 호모 사피엔스가 이미 매우 차별화된 정신적·종교적 관념세계를 갖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런 작품들을 해석할 때 너무 성급하게 그럴듯한 원시 샤머니즘 가설을 갖다 붙이고 상업화하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우리는 이 조각상에 대해 아직 모르는 것이 많다는 사실을 먼저 인정해야 한다._109쪽
 
여하튼 이 현상들은 인간이 자신의 미적인 감각과 잠재력을 발현하고 싶은 충동에 눈을 떴음을 증명한다. 이러한 욕구는 완벽하게 대칭적이고 그래서 더 아름다운, 저 세심하게 다듬은 규석 석기가 제작된 데에서만 확인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인간이 자기 자신을 대하는 방식에서, 즉 자기 자신의 모습을 다르게 만들어나갔다는 사실에서 더 직접적으로 발현된다. 이렇게 자신을 다른 방식으로 대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야 했을 터이다._153쪽

지은이/옮긴이

지은이
 
헤르만 파르칭거Hermann Parzinger

1959년 독일 뮌헨에서 태어났다. 뮌헨대학에서 고고학을 공부했고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제적으로 권위 있는 선사시대 연구자로서, 스키타이 유적 발굴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전 세계를 오가며 다수의 발굴 작업과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독일 고고학 연구소에서 20여 년간 일했으며, 2007년부터 베를린의 15개 박물관과 국립 도서관 등이 속해 있는 독일 최대 문화 기관 ‘프로이센 문화유산 재단’의 회장직을 역임해왔다. 또 한국관을 포함해 전 세계 문화와 학문이 소개되고 연구되는 베를린 훔볼트 포럼의 공동 초대 책임자를 맡고 있다. 그 밖에도 미국 과학 진흥 협회AAAS, 미국 철학 협회APS 등의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지은 책으로 『스키타이인Die Skythen』 『유라시아의 초기 민족들: 신석기시대에서 중세까지Die frühen Völker Eurasiens: Vom Neolithikum zum Mittelalter』 『고고학 모험: 미스터리한 역사의 여정Abenteuer Archäologie: Eine Reise durch die Menschheitsgeschichte』 등이 있다. 1998년 독일 최고 권위의 학술연구 상인 라이프니츠 상을 수상했는데 라이프니츠 상 역대 최고의 점수를 받았으며, 고고학자에게 이 상이 수여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2011년 고고학의 초국가적 연구를 주도하고 대중적 지반을 넓힌 것을 인정받아 하이델베르크 아카데미가 수여하는 포르츠하임 시의 로이힐린 상을 받았다. 그 외에 이탈리아 공화국 공로 훈장, 프랑스 푸르 르 메리테 훈장 등을 받았다.
 

옮긴이
 
나유신

이화여대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미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베를린 자유대학교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현재 베를린 성인 직업학교에서 한국어 강사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 『키치의 비진지함Der Unernst des Kitsches』 『처음 시작하는 한국어Koreanisch für absolute Anfänger』(근간)가 있고, 옮긴 책으로 『놀이하는 인간』(공역)이 있다.

추천의 글

고고학적 세부 지식을 펼쳐 보이며 그것의 해석에 있어 획기적인 작품이다._하랄트 엑거브레히트, 『쥐트도이체 차이퉁』
 
외적으로나 내용상으로나 모두 탁월한 작품이다._베른하르트 도츨러, 『노이에 취르허 차이퉁』
 
긴말 필요 없이 한마디로 빨려드는 책이다._다그마 뢰얼리히, 독일 공영 라디오
 
학교에서 배운 것을 수정해주는 책. (…)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해주며 나아가 시대의 흐름에도 잘 어울리는 연구다._울프 폰 라우흐하웁트,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
 
파르칭거는 자신의 연구 분야를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학계의 최신 연구 결과의 자세한 사항도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_코드 리헬만,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존탁스차이퉁』
 
모든 연구의 요약서, 말할 수 없이 흥미진진한 내용, 뛰어난 문체._마리아 오소우스키,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라디오
 
필독서!_『뮌히너 메르쿠어』
 
놀라운 신간, 품위 있는 어조로 친절하고 생생하게 전해주는 이야기. 파르칭거의 이 명작은 학문적으로 쓰인 인류에 대한 소설이다._페터 폰 베커, 『타게스슈피겔』
 
700만 년의 인류 역사를 비행하다._알렉스 베닝거, 『저널 21』
 
시간과 공간으로 떠나는 여행!_볼프강 W. 메르켈, 『베를리너 모르겐포스트』
 
물 흐르듯 써내려간 인류 초기 역사 과정에 대한 입문서다. 가독성이 뛰어나다._토마스 자일레, 『다말스』
 
파르칭거의 책이 대단한 이유는 지금까지 우리에게 침묵한 채로 있었던 돌들이 처음으로 말을 하도록 했기 때문이다._아돌프 홀, 『디 프레세』
 
이 책을 한번 읽기 시작한 사람이 이 책의 매력에서 벗어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저자의 설명은 전문 지식에 기반해 있으면서도 쉽게 읽힌다._이사벨 트르체치오크, 『괴팅어 타게블라트』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책._『벨트쿤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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