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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의 마음을 읽다 시인이 읽어주는 40여 편의 시
  • 지은이 | 이바라기 노리코
  • 옮긴이 | 조영렬
  • 발행일 | 2019년 10월 25일
  • 쪽   수 | 288p
  • 책   값 | 15,000 원
  • 판   형 | 128*170
  • ISBN  | 9788967356705
책소개 목차 미리보기 지은이/옮긴이
책소개

한글과 윤동주를 사랑한 일본의 여성 시인, 이바라기 노리코
그가 좋아한 40여 편의 시와 시에 덧붙인 그의 언어들

“시를 읽는다는 것,
사람 마음을 들여다볼 줄 아는 힘을 갖는다는 것”
 
* * * * * *
 
한글과 한국의 시, 그리고 시인 윤동주를 누구보다 사랑한 일본의 시인 이바라기 노리코(1926~2006). 「내가 가장 예뻤을 때」의 시인으로 알려져 있는 그는 일본에 윤동주의 시를 전파하는 데 큰 역할을 했고, 일본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 윤동주의 시가 실릴 수 있도록 힘쓴 인물이다. 또한 한국어를 배워 직접 한국시를 번역한 훌륭한 한국어 번역자다. 이 책은 『詩のこころを讀む』(1979)를 번역한 것으로, 그가 가장 좋아하는 40여 편의 시로 채워져 있다. 시인은 시를 하나하나 소개하면서 시에 대한 자신의 감상을 써내려간다. 특유의 따뜻하면서도 냉철한 시선으로 시를 읽고, 조곤조곤 말을 덧붙인다. 그 시선은 그의 시의 특징과도 닮아 있다. 밝고 발랄하게 노래하는 가운데 생활에 뿌리를 내린 현재적 주제를 솔직하게 드러내는 동시에 사회적인 비평성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또한 한국어판에는 원서에는 없는 일러스트를 본문 곳곳에 실었다. 그녀의 글들은 일러스트와 함께 어우러져 우리에게 위로가 되기도 하고, 마음을 도닥여주고 따뜻하게 덮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윤동주를 사랑한 일본의 시인,
나를 풍요롭게 해준 시들

1926년생인 이바라기 노리코는 전후 군국주의에서 민주주의로 이행하던 시기에 청춘을 보냈다. 1976년이던 쉰 살 무렵부터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해 한국 현대시를 일본에 소개했으며, 1991년 『한국현대시선』으로 연구·번역 부문에서 요미우리 문학상을 수상했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로 일본을 대표하는 시인의 반열에 올랐다. 국내에는 『이바라기 노리코 시집』 『처음 가는 마을』 『여자의 말』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이바라기 노리코의 한글로의 여행』 등 그의 시집과 시선집이 여럿 번역돼 있다. 2006년 뇌동맥류파열로 세상을 떠났다.
평생을 시인으로 살았고 다른 이의 시도 수없이 읽어왔을 이바라기 노리코가 이 책에 꼽은 시들은 “나를 몇 겹이나 풍요롭게 해준 시들이여 나와라!” 하고 주문을 외자 나온 것들이다. 이 시들을 이모저모 뜯어보고 왜 좋은가를 검증하고, 소중한 것들이 왜 소중한지 정열을 담아 말해보고, 그것이 젊은이들에게 시의 매력을 접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 대체로 전후戰後의 시로 한정했고, 전쟁 전 시 3편, 외국 시도 2편 실려 있다. 어쩌다보니 시의 나열이 ‘탄생에서 죽음까지’가 되었다. 태어나서(1장), 사랑하고(2장), 사느라 아등바등하다 보니(3장) 고개를 넘어(4장) 이별(5장)에까지 이르게 되는 과정이다.
이바라기 노리코는 이 책에 언급한 시 가운데 당시 함께 활동한 다니카와 슌타로, 요시노 히로시 등의 시를 포함시켰다. 뿐만 아니라 열두 살에 자살해버린 오카 마사후미의 시도 싣는 등 다양한 연령대의 다양한 장르의 시들을 선별해 넣었다. 시인은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이입하고, 자신이 마치 그 상황에 처해 있는 듯이 한 구절씩 읽어내려간다. 그녀가 꼽은 이 시들은 모두 그녀에게 있어 ‘각각의 방식으로 정화장치를 숨기고 있으면서, 슬퍼질 만큼 쾌감을 주는’ 작품들이다.

 
“어떤 연애시보다도 아름다운 사랑의 시”

다소 재미있는 시가 보인다. 어린 딸과 아버지의 대화다.

(……)
조그마한 유리는 한꺼번에 이런저런 말을 한다
“책 읽어 아빠”
“이 끈 풀어 아빠”
“여기 가위로 잘라 아빠”
계란부침을 뒤집으려
온 신경을 쏟고 있는 참에
허둥대며 유리가 달려온다
“쉬 나와 아빠”
점점 나는 기분이 나빠진다
화학조미료 한 스푼
프라이팬 한 번 흔들고
위스키 한 모금 꿀꺽
점점 조그마한 유리도 기분이 나빠진다
“빨리 여기 자르라고 아빠”
“빨리”
다혈질 아버지가 소리를 지른다
“너가 해 너가”
다혈질 딸이 받아친다
“주정뱅이 느림보 할배”
아버지가 화나 딸의 엉덩이를 때린다
조그마한 유리가 운다
큰 큰 소리로 운다

핵심은 그 뒤 이야기다. 시의 제목이기도 한 이후 ‘해질녘 30분’이다.

그러고 나서
이윽고
고요하고 아름다운 시간이
찾아온다
아버지는 순하고 상냥해진다
조그마한 유리도 순하고 상냥해진다
둘이서 식탁에 마주앉는다 (구로다 사부로, 「해질녘 30분」)

압권은 “주정뱅이 느림보 할배”라는 발랄한 딸의 험담이다. 주정뱅이, 할배 정도는 그렇다 쳐도 부모에게 ‘느림보’라니. 아빠와 딸 사이에 심한 말이 오가고, 서로 기분이 상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 그 분위기는 험악한 것이 아니다. 이바라기 노리코 역시 이후에 찾아오는 시간에 대해 “담백하고 고요하고 후련한 시간”이라 보고, “하고 싶은 말을 서로 한껏 해대고, 아무런 응어리도 남기지 않는 것은 육친이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이 따뜻한 시를 평가한다. 완전히 똑같지는 않겠지만, 누구에게나 이러한 ‘저물녘 30분’이 있을 거라고.

 
사느라 아등바등,
식민지 시대에 대한 일본인의 부끄러움

언덕 아래에서 비스듬히
이군이 올라왔다
(……)
나는 이군이 좋았다
이군 내가 좋았을까
(……)
냄새 나 냄새 나 조선 냄새 나
나 금방 이군에게서 떨어져서
입 빠끔빠끔거리며 소리치는 척했다
냄새 나 냄새 나 조선 냄새 나
지금 그것을 떠올릴 때마다
나는 한 접시 500원짜리
한밤중의 만두가게에 달려가서
되도록 꽉꽉 마늘을 채워달라 부탁하여
먹어버리는 것이다
두 접시고 세 접시고
두 접시고 세 접시고! (이와타 히로시, 「주소와 만두」)

이바라기 노리코는 일제강점기 일본이 한 일에 대한 ‘부끄러움’을 이야기한다.
‘나’는 사실 이군을 좋아했지만 ‘조선 냄새가 난다’고 놀리는 아이들 무리에 섞여 입을 빠끔거리며 소리치는 척을 한다. 이러한 기억은 어른이 되고 나서까지 부끄러움으로 남아 만두가게에 달려가 만두를 먹어버리는 행위를 통해 표출된다. 우리나라와 한글에 관심이 있었던 만큼, 이바라기는 당시 일본의 만행을 기록하며, 일본의 만행에 대한 일본인으로서의 부끄러움을 솔직하게 표현한다.

다만 일본인 입장에서는, 예전에 저지른 비인도적인 일에 대한 수많은 자료·통계·논문을 읽는 것보다 이 한 편의 시가 훨씬 마음을 쿡 찌르고, 일본과 한국의 과거에 있었던 불행을 비추어준다고 느낍니다. 아마도 그것은 시인이 제 부끄러움에 대한 통렬한 감각을 숨기지 않았기 때문이겠습니다.

 
이별, 그리고 죽음에 대한 유쾌한 시선

이별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나카하라 주야의 「양의 노래」를 통해 드러난다. 그의 글 곳곳에서 죽음에 대한 그의 생각을 만날 수 있다. ‘그래, 나는 내가 느낄 수 없었던 까닭에, 벌을 받고, 죽음이 왔다고 생각한다’는 시 구절을 언급하며 “제 사인死因을 미리 이러한 것이라고 파악하고 있다는 사실에, 일종의 두려움마저 느낍니다. 그 날카로운 직관의 힘에”라고 이야기하며 더불어 다음과 같은 아름다운 문장도 남겼다.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발랄하고 충분하게 이 세계를 맛보기 위함이 아닐까요. 천국과 지옥이 함께 있고, 괴기와 환상으로 가득한 이 땅에서.”
사인을 미리 파악하고 있다는 사실에 두려움을 느낀다던 그였지만, 역시 이바라기답게 미리 유서를 남겨두고 세상을 떠났다. 이바라기에게 죽음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었던 듯싶다.

장례식이나 고별식은 일체 하지 않았으면 하는 게 제 뜻입니다. 이 집도 당분간 사람이 없을 터이니, 조위품은 꽃을 포함하여 일체 보내지 말아주시기를. 반송의 무례를 거듭할 뿐이라 생각하므로. “그 사람도 갔구나” 하고 잠깐, 그저 잠깐 생각해주시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향년 80세.

또한 「알람브라 궁전 벽의」라는 기시다 에리코의 짧은 시(알람브라 궁전 벽의/ 엉킨 덩굴풀처럼/ 나는 헤매는 것을 좋아한다/ 출구에서 들어가 입구를 찾는 일도)에서는 죽음에 대한 시인의 독특한 발상이 돋보인다.

또한 ‘입구를 탄생, 출구를 죽음’이라 생각한다면, 시인은 죽음으로부터 거꾸로 삶 쪽으로 나아가는—그러한 제 ‘심술꾸러기’ 짓을 재미있어하는 듯한 구석도 있습니다. 우리는 죽음을 출구라고만 생각하지만 어쩌면 분명 어딘가로 들어가는 입구가 될지도 모르는 것입니다.

목차

들어가며
 
1장 태어나서
슬픔 …다니카와 슌타로
잔디 …다니카와 슌타로
I was born …요시노 히로시
축제 …자크 프레베르
전설 …아이다 쓰나오
봄의 문제 …쓰지 유키오

2장 사랑 노래
길에서 우연히 …오카 마사후미
11월 …안자이 히토시
그것은 …구로다 사부로
너는 귀엽다고 …야스미즈 도시카즈
비둘기 …다카하시 무쓰오
음력 8월 …사카타 히로오
연습문제 …사카타 히로오
얼굴 …마쓰시타 이쿠오
해명海鳴 …고라 루미코
나무 …고라 루미코
남자에 대하여 …다키구치 마사코
가을의 입맞춤 …다키구치 마사코
겨울 벚꽃 …신카와 가즈에
조언 …랭스턴 휴스

3장 사느라 아등바등
오는 아침마다 …기시다 에리코
보이지 않는 계절 …무레 게이코
해질녘 30분 …구로다 사부로
심히 …가와사키 히로시
말 …가와사키 히로시
바다에서 …가와사키 히로시
지명론 …오오카 마코토
꼬마뱀 …구도 나오코
철학하는 사자 …구도 나오코
변소 청소 …하마구치 구니오
주소와 만두 …이와타 히로시
바람 …이시카와 이쓰코
쓸쓸함의 노래 …가네코 미쓰하루
사랑 …다니카와 슌타로

4장 고개
소학교 의자 …기시다 에리코
평생 같은 노래를 계속해서 부르는 것은 …기시다 에리코
새 날刃 …안자이 히토시
생명은 …요시노 히로시
그날 밤 …이시가키 린
산다는 것 …이시가키 린
제국의 천녀 …나가세 기요코
옛 친구가 새로 대신이 되었다는 소식을 읽으면서 …가와카미 하지메
노후무사老後無事 …가와카미 하지메
된장 …가와카미 하지메

5장 이별
환상의 꽃 …이시가키 린
슬퍼하는 벗이여 …나가세 기요코
양의 노래 …나카하라 주야
알람브라 궁전 벽의 …기시다 에리코
 
옮긴이의 말 | 주

미리보기

‘청춘은 아름답다’는 말은 그 시기를 통과해서 되돌아보았을 때 할 수 있는 말이고, 한창 청춘을 지날 때는 매우 괴롭고 어두운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가능성이 어수선하게 들끓어 어느 것이 진짜 자기인지 알지 못하고, 바다에서 난 것인지 산에서 난 것인지도 알지 못한 채, 몸은 맹목적으로 발달하고 마음은 그것을 따라잡지 못해 제가 보기에도 유치한 거 같고. 흘러넘치는 활력과 의기소침이 갈마드는, 생애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계절입니다. (112쪽)
 
인생의 짓궂음, 누군가의 심술 같은 어긋남. 옛것과 새것의 교체는 이렇게 아무 일 없는 듯이 이루어져가는 것이겠지요. 어디가 이음매인지 알 수 없는 날실처럼. (209쪽)
 
인생 체험이라 부를 만한 것을 갖고 있지 않은 젊은이라도, 조금 민감한 사람이라면 제 기쁨이 종종 타인의 슬픔 위에 서 있다는 사실을 눈치챌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합격의 기쁨이 불합격자의 슬픔 위에, 연애의 기쁨이 누군가의 실연의 아픔 위에 서 있거나 한다는 사실을. (225쪽)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발랄하고 충분하게 이 세계를 맛보기 위함이 아닐까요. 천국과 지옥이 함께 있고, 괴기와 환상으로 가득한 이 땅에서. (264쪽)

지은이/옮긴이

지은이
 
이바라기 노리코茨木のり子

1926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났다. 1946년 도호대학 약학부를 졸업했다. 1950년 무렵부터 시작詩作을 시작하여, 잡지 『시학詩學』 독자투고란에 시를 투고하기 시작해 같은 잡지 신인특집호에 게재되었다. 1953년 가와사키 히로시와 둘이서 동인시지同人詩誌 『노櫂』를 발간했다. 전후戰後, 군국주의에서 민주주의로 이행하던 시기에 청춘을 보낸 시인은 현실적이고 사회적인 시선으로 일상의 언어를 사용하면서도, 그 안에 격렬함과 반골 기질이 내포된 날카로운 시풍을 견지했다. 1976년부터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하여 한국 현대시를 일본에 소개했고, 1991년 『한국현대시선韓國現代詩選』으로 요미우리 문학상(연구·번역 부문)을 수상했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로 일본을 대표하는 시인의 반열에 올랐고, 에세이집 『한글로의 여행』, 시집 『대화』 『보이지 않는 배달부』 『진혼가』 『제 감수성 정도는』 『기대지 않고』 등이 있다.

 
옮긴이
 
조영렬

1969년 경기도 여주에서 태어났다. 고려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한림대 부설 태동고전연구소(지곡서당)를 수료했으며, 고려대학교대학원 중일어문학과 일본문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19년 현재 선문대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시를 쓴다는 것』 『지금 당장 읽고 싶은 철학의 명저』 『독서의 학』 『장자, 닭이 되어 때를 알려라』 『시절을 슬퍼하여 꽃도 눈물 흘리고: 요시카와 고지로의 두보 강의』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