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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관시대의 사람들
  • 지은이 | 류전윈
  • 옮긴이 | 김태성
  • 발행일 | 2019년 10월 01일
  • 쪽   수 | 480p
  • 책   값 | 15,000 원
  • 판   형 | 133*200
  • ISBN  | 9788967356743
책소개 목차 미리보기 지은이/옮긴이
책소개

강 건너 불구경하는 삶……
류전윈, 중국사회의 부조리를 풍자하다
서로 다른 계급과 성별의 주인공 4명의 삶이
서로 착종되어 만들어내는 류전윈 식의 부조리 유머!

 
글항아리가 소개하는 중화권 소설 ‘묘보설림’ 시리즈 제10권으로 류전윈의 『방관시대의 사람들』이 출간되었다. 1958년 5월 중국 허난성 옌진延津에서 태어나 베이징대 중문과를 졸업하고 현재 중국 런민대 문학원 교수로 재직하며 소설가·영화제작자·연극인 등으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류전윈은 국내에 『닭털 같은 나날들』 『나는 유약진이다』 등으로 잘 알려진 중견 작가다. 이번의 『방관시대의 사람들』은 원제가 “수박 먹는 시대의 아이들吃瓜時代的兒女們”인데 이는 인터넷 용어로 과즈를 먹으면서 구경한다는 뜻, 즉 ‘방관傍觀’의 의미다. 산업화와 도시화로 요약될 수 있는 지난 40년 중국사회의 변화가 가져온 가장 대표적인 현상이 바로 방관이다. 타인의 일을 자신의 일로 체감하지 못하고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선을 긋는 극단적 타자화, 유대감의 극단적 상실이 이 소설의 제목이 갖고 있는 함의인지 모른다.

 
4명의 주인공, 그 얽히고설킨 이야기

이 소설은 주인공 네 사람의 이야기가 따로따로 전개되면서 궁극적으로는 하나로 묶이는 액자소설이다. 첫 에피소드에서 여자 주인공 뉴샤오리는 늙은 이혼남인 자신의 오빠를 재혼시키기 위해서 동분서주한다. 이윽고 큰돈을 들여 먼 타지에서 신붓감을 들여왔는데 이 여자가 사흘 만에 도망을 가버린다. 빚을 내서 결혼을 치뤘기 때문에 뉴샤오리는 혼백이 빠져서 그녀를 소개해준 같은 마을의 여자를 찾아가서 따지고, 소개해준 여자와 그녀의 어린 아들까지 동행해서 총 3명이 도망간 여자의 집으로 기차와 버스를 타고 허위허위 찾아간다. 그런데 기차역에 내리자마자 동행했던 여자와 그녀의 아들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여행경비마저 그 여자에게 있었던 터라 뉴샤오리는 빈털터리가 되어 먼 타향에 홀로 던져진다. 분노가 끝까지 치밀은 그녀는 집에 전화를 해서 3000위안을 송금 받고 그 돈으로 오토바이를 대절해서 꼬박 보름 동안 현 내의 모든 마을을 뒤지며 찾아다닌다. 밥도 아껴서 먹고, 기차역 담벼락에서 숙식하며 개고생을 하던 중, 마음은 점점 암담해졌다. 그때 어떤 깔끔한 차림의 여자가 의류상이라며 그녀에게 접근해왔다. 의류상은 뉴샤오리에게 처녀인지를 물어봤는데, 뉴샤오리는 고향에 남자친구가 있고 처녀는 아니라고 대답하자, 의류상은 괜찮다며 처녀인 척 하면 된다고 큰돈을 벌게 해주겠다고 한다. 매춘업을 하는 포주임을 알아챈 뉴샤오리는 펄쩍 뛰며 화를 내다가 포주 여성의 현실적인 충고에 점점 주눅이 든다. 그녀의 말인즉, 돈을 떼먹고 달아난 여자는 집이 가난할 것이며, 그 집을 찾아낸들 보상할 돈이 어디 있을 것이며 등등. 결국 고민을 하던 뉴샤오리는 몸을 팔기로 결심하는데 딱 10회만 하기로 한다. 첫 상대는 중년의 남성이었다. 일을 마친 후 남성은 뉴샤오리에게 이름이 뭐냐고 물어봤지만 그녀는 절반은 신분을 감추기 위해 절반은 복수하는 심정으로 그녀의 돈을 떼먹고 도망간 여자의 이름을 댔다. 그러나 그 이름이 애초에 위조된 이름인 바에야.
여기까지가 첫 번째 에피소드, 뉴샤오리의 이야기다. 두 번째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그녀의 성을 산 남자리안방의 이야기다. 그는 탄탄대로를 걸어온 시장市長이자 고위관료인데 개인적 고충이 있었다. 돌파구를 찾다가 사이비 점술가 같은 사람을 만나서 “처녀를 사면” 늪에서 헤어나올 수 있다는 조언을 듣고 찾아가서 만난 것이 바로 뉴샤오리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어떻게 전개될까.
한편, 세 번째 에피소드는 시골 마을에 다리를 놓는 건설국장이며, 현의 중간간부쯤 되는 남자다. 그는 청렴하게 살려고 무진 애를 쓰는 사람인데 그만 자신이 건설한 다리가 무너져내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언론에 대서특필 되며 책임자로서 현장에 불려나온 그는 열심히 사죄했지만 무심코 배시시 웃는 장면이 인터넷에 일파만파 퍼지면서 전국적으로 죽일 놈이 되어버린다.
네 번째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참 운이 따라주지 않는 남자였는데, 어느 날 승진을 했다. 이를 축하하기 위해서 가족과 함께 여행을 떠났다가 갑자기 회사에 일이 생겨 그만 홀로 올라오게 됐다. 기차 시간이 맞지 않아 역에서 몇 시간을 기다리던 중 삐끼가 와서 마사지를 받으라고 그를 유혹한다. 그는 마사지만 받을 요량으로 따라 갔는데 늙수그레한 여자가 접근해 와서 오럴 서비스를 제안한다. 어, 어 하는 사이에 끌려서 간 그가 서비스를 받던 중 공안이 들이닥친다. 끌려간 그는 지금까지 쌓아온 사회적 지위를 몽땅 날릴 처지에 몰린다. 그런데 절망에 빠져 있던 그에게 어떤 이가 귀뜸해준 사실이 있었다. 자신이 돈 주고 산 여자가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 매춘을 했다가 걸려서 온 집안이 풍비박산 나버린 리안방의 부인이라는 사실이다. 그 부인은 시장인 남편보다 더 호가호위하던 여자였는데 집안이 쫄딱 망한 이후엔 먼 성의 감옥에 갇혀 있는 아들의 뒷바라지를 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가, 몸을 팔아서 아들의 뒷바라지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즉, 너는 고귀한 여자랑 했으니 그걸로 위로로 삼으라는 말이었다. 실제로 그는 그 사실에서 위안을 얻는다.
그렇다면 리안방은 어떻게 하다가 매춘을 한 사실이 적발됐을까. 이는 뉴샤오리의 후반부 이야기와 연관된다. 매춘으로 꽤 많은 돈을 번 뉴샤오리는 고향으로 돌아와 결혼도 하고 식당을 차린다. 공장 앞이었는데 식당이 잘 되자 한 여성이 자신을 고용해달라고 찾아온다. 그 여성은 과거 뉴샤오리가 돈을 떼먹고 달아난 이를 쫓던 중 알게 된 길거리 간식장수였는데 솜씨가 싹싹해서 둘은 잘 지내는 사이가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이 여성은 식당을 그만두고 공장 후문에 뉴샤오리와 똑같은 식당을 개업하고, 그 과정에서 그 여성이 뉴샤오리의 남편과 오래 전부터 잘 지내던 사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그런데 비극은 끝나지 않았다. 뉴샤오리에게 매춘업을 알선해준 포주가 공안에 검거되면서 뉴샤오리과 과거 여관의 숙박부에 썼던 실명이 드러났고, 이 과정에서 시장 리안방의 일이 발각됐고 뉴샤오리 또한 체포되었다.
 
중국 소시민들이 체감하고 있는 삶과 죽음의 고단함

극도로 치밀하고 복잡한 구도와 대조적으로 대단히 간단하고 소박한 언어가 특징인 류전윈의 소설에는 항상 반복되는 몇 개의 문장이 있다. 소설 전체가 무수한 문장의 도미노라면 그 몇 마디 반복되는 문장들은 그 도미노의 연쇄사슬 속에서 특별한 색깔을 지니면서 서사의 진행을 이끄는 역할을 한다.
이 작품에서는 “쾅하고 폭발음이 울렸다”와 “무슨 뜻이야?”가 바로 그 도미노다. ‘쾅하고 울리는 폭발음’은 사건의 발생 혹은 반전을 암시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암시暗示가 아니라 명시明示다. 우리 소시민들의 삶은 무수한 사건의 발생과 진행, 반전으로 이루어진다. 사건의 발생과 해결 과정이 곧 삶이다. 이 소설에서는 뉴샤오리와 리안방, 양카이퉈, 마충청이라는 각기 다른 신분을 가진 네 사람의 이야기가 무수한 사건을 발생시키고 그 진행과 반전의 과정에서 서로 얽히고 착종되어 하나의 커다란 삶의 풍경을 만들어낸다. 서로 알지도 못하고 만난 적도 없는 네 사람이 삶의 도미노 사슬에 올라타 수많은 사건의 원인을 만들어내고 사건의 발생과 반전을 통해 중국 소시민들이 체감하고 있는 삶과 죽음의 고단함을 서글픈 풍경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지금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의 사회 변화를 경험하고 있는 중국인들의 초상이다. 다양한 계층의 중국인들이 극도로 이질적 공간인 도시와 농촌이 하나로 공존하는 다분히 부조리적인 상황 속에서 삶의 현실과 배경, 목적과 지향을 달리하여 어디론가 바쁜 걸음을 옮기면서 고단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런 중국인들의 삶에 언어의 논리성으로 무장한 류전윈의 유머 서사는 사람들을 절망 속에서도 웃게 만드는 치명적인 마력을 지니고 있다. 소설이 끝날 때쯤에는 인물 모두가 더없이 사랑스럽고 친근한 이웃이자 친구로 느껴지는 기이한 마술이 류전윈의 소설이다.
 
언어의 효용과 한계에 주목

한편, 『닭털 같은 나날들』에서 시작하여 『핸드폰』 『말 한 마디가 만 마디를 대신한다』를 거쳐 이 작품에 이르기까지 류전윈의 소설은 시종 언어의 효용과 한계에 주목한다. 한 언어학자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이 하루에 할 수 있는 말은 수천 마디에 이르지만 그 가운데 꼭 필요한 말은 열 마디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 소설의 서사를 진행하는 도미노 “무슨 뜻이야?” 역시 이런 언어의 효용에 대한 작가의 문제제기라고 할 수 있다. 누군가 말을 했지만 상대방이 그 말의 정확한 함의를 인지하지 못하여 “무슨 뜻이야?” 하고 되물어야 하는 현실은 구약성서에 나오는 바벨탑의 상황을 연상케 한다. 소통의 기제들이 점차 무용지물이 되어 가고 있는 극단적 타자화의 시대, 언어가 언어로서의 효용성을 상실하여 언어 외적 해석이 필요한 사회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바벨탑이 무너진 것처럼 오늘날의 사회도 언제든지 붕괴될 수 있다. 이와 대척점에 가정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서로 말을 하지 않아도 정확한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는 ‘이심전심’의 상황일 것이다. 그리고 우리에겐 분명히 과거에 이런 세상에서 살았던 기억이 있다. 작가가 언어의 효용과 한계에 천착하는 이유도 어쩌면 이러한 ‘이심전심’ 상황으로의 회귀를 기대하는 것인지 모른다. 말이 없이 눈빛만으로도 모두가 서로에게 충실한 사람이 될 수 있었던 타자화 되기 이전의 따스한 세상이 바로 작가가 그리는 유토피아인지도 모른다.

목차

제1부 서로 잘 알지 못하는 몇몇 사람들

제1장 뉴샤오리牛小麗
제2장 리안방李安邦
제3장 우리는 모두 서로를 알고 있다
제4장 양카이퉈楊開拓
제5장 뉴샤오리
부록 1
부록 2
 
제2부 우리는 모두 서로를 알고 있다
 
제3부 발마사지 업소

 
옮긴이의 말

미리보기
지은이/옮긴이

지은이
 
류전윈劉震雲

1958년 5월 중국 허난성 옌진延津에서 태어나 베이징대 중문과를 졸업했다. 현재 중국 런민대 문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며 소설가이자 영화제작자, 연극인 등으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 장편소설 『핸드폰手機』 『나는 유약진이다我叫劉躍進』 『나는 남편을 죽이지 않았어요我不是潘金蓮』 『말 한 마디가 만 마디를 대신한다一句頂一萬句』 등이 있고, 소설집 『타푸塔鋪』 『닭털 같은 나날들一地雞毛』 등이 있다. 여러 작품이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체코어, 스웨덴어, 네덜란드어, 헝가리어, 세르비아어, 아랍어, 한국어, 일본어, 베트남어, 타이어 등으로 번역, 출판되었다. 중국 내에
서 루쉰문학상을 비롯하여 여러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주중 프랑스 정부로부터 문학 기사 작위를 수여받았다. 대부분의 장편소설이 영화로 제작되어 국내외에서 선풍적인 반응을 일으켰으며 이 작품도 곧 영화로 제작될 예정이다.

 
옮긴이
 
김태성

서울 출생.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타이완 문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국학 연구공동체인 한성문화연구소漢聲文化硏究所를 운영하면서 중국 문학 및 인문 저작 번역과 문학 교류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중국에서 문화 번역 관련 사이트인 CCTSS의 고문, 『인민문학』 한국어판 총감 등의 직책을 맡고 있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 『풍아송』 『미성숙한 국가』 『마르케스의 서재에서』 등 100여 권의 중국 저작물을 우리말로 옮겼다. 2016년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에서 수여하는 ‘중화도서특별공헌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