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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 베이징
  • 지은이 | 쉬쩌천
  • 옮긴이 | 양성희
  • 발행일 | 2019년 06월 17일
  • 쪽   수 | 404p
  • 책   값 | 13,999 원
  • 판   형 | 133*200
  • ISBN  | 9788967356439
책소개 목차 미리보기 지은이/옮긴이
책소개

치링허우 대표 작가 쉬쩌천 소설 국내 초역
‘길 위의 삶’을 그려내는 강렬한 비극성
도시와 농촌, 과거와 현재 다양한 층위의 문제의식

글항아리가 소개하는 중화권 소설 ‘묘보설림’ 시리즈 제7권으로 쉬쩌천의 『아, 베이징』이 출간되었다. 1978년생으로 중국 장쑤성 둥하이東海에서 태어나 베이징대 중문과와 대학원을 졸업해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루쉰 문학상, 라오서 문학상 등 각종 문학상을 수상한 대표적인 치링허우(1970년대 이후 생) 소설가다.

국내에 단독저서로는 처음 소개되는 그의 소설은 2000년대에 쓰인 소설 중 대표적인 작품을 수록한 작품집이다. 베이징 대학 앞에서 졸업장을 위조해 살아가는 볜훙치를 등장시킨 표제작 「아, 베이징」을 포함해, 몰락한 린가林家의 연쇄 독살사건을 음산하게 그린 「고대의 황혼」, 변성기를 앞둔 소년이 인민재판을 받고 조리돌림을 당하는 교장 선생님을 관찰하면서 성장하는 내용을 담은 「굵은 목소리」, 개발 붐이 인 농촌으로 귀향한 현직 군인이 친척들 사이에서 셋째 할머니의 장례를 치르면서 겪는 시골 마을의 복잡한 속내를 그린 「귀향 이야기」, 작가인 화자가 사귀게 된 유부녀의 해변 도시에 초대받아 그녀의 남편과 함께 어울리며 겪는 심리극을 그린 「우리의 바다, 라오하이」, 개잡이 백정 펑반야가 화제花街의 윤락녀 단펑을 차지하기 위해 개고기를 갖다 바치고 청부살인까지 하게 된다는 「우뢰비」, 마지막으로 기차에서 만난 두 남녀의 얽힘과 찢어짐을 드라이하게 묘사한 「지난 몇 년 나는 늘 길 위에 있었다」 등 총 7편의 중·단편이 실려 있다.
 
쉬쩌천의 작품이 보여주는 세계는 작가 자신이 살아가는 과거와 현재의 실제 모습을 여실히 반영하고 있다. 『아, 베이징』에 등장하는 대학가 앞 자취생활이나 고향 마을의 사창가에서 살아가는 밑바닥 인생에 대한 묘사는 자연스럽고 핍진한 묘사로 풍성하다. 「굵은 목소리」 속에서 죄 없는 외지인이 교장으로 오자 그를 질투하여 몰락시키는 마을 토호의 잔인한 보복과 이에 동조하는 마을 전체의 모습은 작가가 직접 경험했던 일의 반영으로 보인다.

반면 「우리의 바다, 라오하이」는 마치 홍상수 감독의 영화 한편을 감상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 관찰자인 주인공과 그가 상대하는 두 인물은 모두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았거나 오랜만에 만난 상황이며 이들은 일상에서 서로 잘 지내보고자 하지만 갈등이 생겨나고, 이것이 풀리지 않으면서 불안의 요소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결국 파국의 결말을 맞이한다.

「고대의 황혼」 「우뢰비」 「굵은 목소리」는 모두 향촌사회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통해 기층민중이 삶을 인식하고 그 안에서 행동하는 모습을 묘사함으로써 ‘인간극장’이 내재적으로 잉태할 수밖에 없는 비극성을 절묘하게 보여준다. 특히 「굵은 목소리」가 성취한 문학성은, 비교하자면 이청준의 소설이 보여주는 어떤 묵직함을 연상시킬 만큼 아주 긴 여운을 남긴다. 중국 현대사의 상처를 건너서 알고 있는 우리로서는 그 안의 상처가 어떤 무늬를 가지고 어떻게 얽혀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곱씹어볼 기회이기도 하다.

『아, 베이징』 속 주인공 볜훙치는 매우 전형적인 인물로 다가온다. 이른바 시골에서 대도시로 올라와 농민공이 되지 않고 지하 유통망의 일원이 되어 불법적인 일들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대표한다. 이 작품은 베이징 대학 앞에서 벌어지는 가짜 졸업증 영업방식, 승진을 위해 이것을 필요로 하는 수요층의 모습 등을 자세히 그려나가면서 다른 한쪽으로는 볜훙치가 고향에 두고온 아내와 베이징에서 새로 사귄 애인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자본주의화 된 중국 도시 속 상경 인물들이 맞닥뜨리는 삶의 문제를 그 인물 특유의 개성적인 좌충우돌을 통해서 너무나 잘 그려내고 있다.

전반적으로 ‘불안의 정조’에 감싸인 쉬저천의 작품은 인간이 젊은 시절에 도달할 수 있는 정신적 경계와 깊이를 잘 보여준다. 베이징의 옛날과 지금, 그리고 고향에 대해 복합적인 감정을 품고 있는 그는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냉정히 관찰해 노련한 언어로 재현한다. 무엇보다 그의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것은 강렬한 비극적 의식으로, 거대 서사나 영웅적 인물 없이 평범한 삶 속에서 드러나기에 더 간절하게 다가온다.
비교적 다양한 소재와 층위에서 쉬쩌천의 작품세계를 만나볼 수 있는 이번 『아, 베이징』은 독자들에게 쉬쩌천이 “치링허우 작가의 영광”이라는 칭호를 얻을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은 이유를 여러모로 짐작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줄 것으로 생각된다.

목차

아, 베이징
고대의 황혼
굵은 목소리
귀향 이야기
우리의 바다, 라오하이
우뢰비
지난 몇 년 나는 늘 길 위에 있었다

미리보기

“매형이 조금 더 애쓴 덕분에 처음 결정된 금액보다 많이 낮춰 2만 위안 처분이 내렸으니 빠른 시일 내에 가족이 직접 가서 벌금을 내고 사람을 데려가면 된다고 했다. 이외에 당사자가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새사람이 되어 두번 다시 베이징에서 이런 범법 행위를 해선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다. 사장은 열띤 목소리로 중요한 내용을 모두 전달한 후,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하나 말해줬다. 경찰차에서 발견된 위조 증명서에 붙은 사진의 주인공이 다른 지역 공안국 과장이라고 했다. 사장은 저 혼자 말하고 저 혼자 웃으며 정말 재미있는 일이라고 몇 번이나 반복했다.” — p.114
 
“저 멀리 하이링전 남쪽에 위치한 칭장푸는 대운하가 지나는 곳이다. 운하를 따라 부둣가가 늘어서는 법인데, ‘선창가’라 불리는 부둣가로 올라가 돌길을 따라 걸으며 모퉁이를 두 번 돌면 칭장푸에서 가장 유명한 홍등가인 화제花街가 나온다. 화제는 꽃길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길 양편에 각지에서 모인 수많은 기녀가 상주했다. 화제는 아주 좁은 골목이지만 수많은 발길이 이어지면서 돌길이 반질반질하게 닳았다.” — p.185
 
“똑바로 서! 내가 안 죽이면, 그럼 가만히 앉아 다른 놈이 죽이길 기다리란 말이냐? 머리는 멋으로 달고 다녀? 누군가 우리 강아지들을 죽였어! 누군가 널 벼르고 있단 말이다. 슈치우가 앞으로 며칠이나 더 살았을 거 같아?” — p.239
 
“곧이어 다른 사람이 같이 소란을 피우며 샤오터우 옆에 앉아 거울을 보고 있던 여자에게 노래를 하라고 떠들었다. 이 여자는 이름이 샤오윈인데 짙은 화장, 섬뜩할 만큼 새빨간 입술에 가늘고 길게 그린 눈썹이 이마 위로 치켜올라갔다. 얼굴은 평범한데 몸은 굴러갈 것처럼 뚱뚱했다. 자리에서 일어날 때 윗옷 아래로 새하얀 뱃살이 출렁거렸다.” — p.275
 
“그녀는 하이성이 없어졌다고 했다. 하이성이 어떻게 없어질 수 있어? 그는 평생 라오하이에서 살았는데, 바다를 육지처럼 여유롭게 떠다녔는데, 라오하이는 그의 집이나 다름없는데, 그의 집에서 그가 사라졌다는 게 말이 돼? 뱃속에서 바닷물이 솟구쳤다. 나는 몸을 돌려 또 한 번 바닷물을 게웠다. 뱃속에 든 바닷물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토해도, 토해도 끝이 없었다. 온 얼굴이 눈물범벅이 되도록 토가 멈추지 않았다.” — p.343
 
“그날 펑반야는 하루 종일 잠을 청하며 힘을 비축했다. 단펑은 살인이 가축 도살과 달리 큰 힘을 필요로 하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래봤자 두어 번 칼로 찌르는 거잖아. 그가 잠을 청해 힘을 비축하는 이유는 다시 분발해 단펑의 침대에 올라가기 위해서였다. 온 침대에 돈을 깔고 누우리라.” — p.361
 
“그녀는 늙지 않았다. 하지만 화장을 지우면 공허한 표정이 드러날 것이다. 그녀는 이미 넋이 나간 것 같았다. 그는 부주임의 인생관 변화가 어느 정도 이해됐다. 사실 이 일은 지극히 통속적이다. 더 심한 경우도 적지 않다. 깊은 환멸은 어쩔 수 없이 사람을 흉악하게 만드는 법이다.” — p.399

지은이/옮긴이

지은이
 
쉬쩌천 徐則臣

1978년 장쑤성 둥하이東海에서 태어났다. 베이징대 중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문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젊은 시절엔 영화작업에 뜻을 두고 「우리는 베이징에서 우연히 만났다我們在北京相遇」를 각색한 「베이징 안녕北京?好」으로 제14회 베이징 대학생 영화제 최고상을 받았고, 「단단한 나의 작은 배我堅?的小船」로 할리우드 AOF에서 외국어 부문 최고상을 받았다. 이 작품은 독일, 한국, 영어권 국가, 네덜란드, 일본, 몽골 등에 번역되었다.
대학 졸업 후에는 소설 창작에 주력했으며 ‘중국 치링허우(1970년대 이후 생) 작가의 영광’이라는 평을 얻으며 주목을 받았다. 2008년 장편 『한밤중의 문午夜之門』으로 제6회 중국어 문학 미디어 대상을 받은 후, 「폭설에 봉인된다면如果大雪封門」으로 제6회 루쉰 문학상 단편상을 받았으며 2014년 『예루살렘耶路撒冷』으로 라오서 문학상을 받았다. 2015년에는 제9회 마오둔 문학상에 노미네이트되었고 2016년 『예루살렘』으로 제1회 하이샤海峽 양안 신예작가 양서상을 받았다. 그 외에 장편소설로 『밤기차夜火車』 『북상北上』, 단편집으로 『최후의 사냥꾼最後一個獵人』 『낙하산병과 매유랑傘兵與賣油郞』 등이 있다.

 
옮긴이
 
양성희

이화여자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베이징사범대학에서 수학했다. 『참새 이야기』(쑤퉁 지음, 더봄)를 비롯해 2005년부터 『위장자』, 『란란의 아름다운 날』, 『도시를 읽다』, 『다그치지 않는 마음』, 『마윈』, 『샤오미처럼』, 『사랑을 배우다』, 『대국굴기』, 『채근담』, 『와신상담』 등 50여 권의 책을 번역했다. 중국어 번역 온라인 카페 ‘저울’을 운영하며 출판기획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