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예은
2019.06.20
할매의 탄생
학생 시절, 관심의 대상이 되는 건 그리 반가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 여럿에 둘러싸여 불가피하게 정체성을 드러내야 하는 일은 더 그랬다. 말은 안 했지만 자신의 어떤 면 때문에 또래 집단에서 소외당하게 된다면, 하는 끔찍한 상상을 다들 하고 있었다. 예민한 시기였다.
누군가에게 흠이 되었던 그 정체성을 원고에서 다시 마주했다. 산골 할매들의 굴곡진 인생 이야기가 지독한 ‘사투리’로 빽빽이 박혀 있던 원고였다. 처음엔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싶어 몇 번이나 앞 장으로 돌아갔지만, 나중엔 할매들의 이야기에 눈시울을 붉히다가 오탈자를 놓치기 일쑤였다.
“이래 내내 아프다 소리만 하는 거럴 책에 쓰마 누가 읽을라나 모리겠네.”
사투리로 점철된 이 절절한 삶이 독자들에게 가 닿으면 할매들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 책임감에 원고를 다시 뒤적거리다 펜을 꼭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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