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슬
2019.05.21
더 나은 인터넷 문화를 꿈꾸는 『지금 당장 당신의 SNS 계정을 삭제해야 할 10가지 이유』

 

 

처음 『지금 당장 당신의 SNS 계정을 삭제해야 할 10가지 이유』라는 제목의 원고를 받았을 때 난감했던 기억이 납니다. 전 헤비 트위터 유저였거든요… SNS를 통하면 현실의 친구들과 공유하지 못하는 관심사도 나눌 수 있었고 오프라인에서였다면 여러 가지 제약 때문에 평생 알지도 못했을 사람들을 만나볼 수도 있었습니다.

SNS 사용이 너무나 확산된 현재 이런 제목을 단 책을 낸다는 것에 대해 편집부에서도 고민이 많았습니다. 우리는 SNS를 너무 오래 사용해왔고, SNS 통해 즐거운 일도 많이 겪어보았고, 새로운 소식들이 모두 SNS를 통해 발빠르게 전파되는데, 이런 상황에 새삼스럽게 SNS를 삭제하라는 강력한 주장을 펼치는 이 책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지만 이 책에서 SNS 계정 삭제를 권하는 이유는 꽤나 독특했습니다. 이 책의 저자 재런 러니어는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 근무하는 컴퓨터과학자로, 가상 현실virtual reality 기술을 고안하고 상용화한 유망한 기술자입니다. 러니어는 SNS를 그만두어야 할 이유로 소셜미디어 컨텐츠가 활용하는 ‘알고리즘’의 작동 방식을 듭니다.

어떤 쇼핑몰에 들어가서 무슨 제품을 보고 나왔는데, 구글이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바로 그 상품이 광고로 뜨는 경험을 하신 적이 있으시죠? 이 책이 주요하게 비판하는 것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사용하는 ‘바로 그 알고리즘’입니다. 사용자가 어떤 사이트에 들어가서 어떤 물품을 주의 깊게 살펴보는지, SNS 컨텐츠 중 어떤 것에 유독 크게 반응하거나 흥분하는지를 구글과 페이스북은 모두 수집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알고리즘의 주요 목적은 단 한가지인데, 사용자들을 더 많이 참여시키는 것입니다. 광고에 대한 클릭수를 높인다거나, 댓글을 달도록 유도하거나 하는 것이죠. 그 이유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진짜 고객인 광고주들을 위한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소셜미디어의 고객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소셜미디어 기업의 입장에서 사용자는 상품입니다.(헉…) 진짜 고객은 돈을 지불하고 따라서 그들에게 경제적 기반을 마련해주는 광고주인 거죠.

재런 러니어는 여기서 소셜미디어를 비롯한 인터넷 기업 전반의 수익 창출 구조를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인터넷상의 모든 정보를 무료로 제공하게 된 것은 1960~1970년대 사이버히피들이 인터넷의 투명성을 지키고자 했던 노력의 결과였습니다. 그들은 불투명한 정보로 가득찬 비-인터넷 세상과는 다른 세상을 꿈꿨습니다. 그러나 그 노력이 무색하게 인터넷은 광고주에게 잠식되어 사용자들은 상품으로만 취급됩니다.

이 문제에 대한 해답으로 재런 러니어는 넷플릭스나 HBO 같은 구독 모델을 제시하기도 하고, 유용하거나 재미있는 콘텐츠를 올린 사용자들이 소셜미디어 기업으로부터 직접 수익을 얻어가는 대안적 모델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물론 소셜미디어 기업의 수익 모델이 그렇게 변할 때까지 잠시 SNS를 그만두라는 충고와 함께요.

이 책에서 SNS를 그만두라는 것은 사용자 개개인의 불안과 우울함에 대한 처방으로 제시되기도 하지만, 그것뿐이었다면 러니어는 모두에게 지금 당장 SNS를 삭제하라는 다소 무리한 요구를 드러내놓고 하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이 요구에는 더 나은 인터넷 문화가 형성되었으면 하는 저자의 바람이 강하게 녹아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재미와 유용성은 정말 큽니다. 인간은 행동 반경과 생각 모두 시공간과 신체의 강한 제약을 받는데, SNS를 통하면 우리는 그 벽을 한껏 낮출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책은 너무나 익숙해진 인터넷 문화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더 나은 인터넷 문화를 만드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해주기를 요구합니다.

SNS 유저로서 이 책이 SNS를 끊거나 줄이는 데 도움이 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도움이 안 되진 않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이 책은 SNS를 하는 행위를 스스로 몹시 의식하게 만드는 엄청난 힘이 있습니다. SNS가 어떤 구성물이 아니라 인간이 활동하는 ‘환경’처럼 인식되기 시작한 후로 SNS라는 매체에 대해 너무 적게 고민하게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책의 도움을 받아 SNS라는 환경을 첨예하게 인식하기 시작하니까 괴로워지는 면이 있더라고요… SNS 때문에 고통받으시는 분이라면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추천사 몇 개를 마지막으로 소개해드립니다.

스마트폰이 한국에 도입된 직후 나는 트위터를 시작했고 아주 열심이었다. 그때 ‘트친’이었던 사람들과 함께, 트위터가 우리의 도덕불감증을 높이면서 상대적으로 부끄러움이나 죄책감을 덜어준다고 우려했었다. 어떤 이슈에 대해 단지 남의 트윗을 리트윗하는 것만으로 내가 할 일을 다 했다고 자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또한 의미 있는 일이지만 우리 모두가 잘 알듯이 결정적으로 세상을 바꾼 것은 오프라인의 광장에서였다. 이제는 페이스북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요즘,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야 지난 트위터 시절의 우려를 한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내 주변에는 스스로 SNS 중독을 호소하며 계정을 삭제하는 이들도 드물지 않게 있다. 그런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려면 오히려 이 책을 꼭 읽어봐야 한다.―이종필(물리학자, 『이종필의 아주 특별한 상대성이론 강의』 저자)

SNS는 긍정적인 역동성이 있지만 나는 경계하는 편이다. 사용자들은 때로 타인에게 상처 주는 말을 문자로 또렷하게 전달한다. 이 말들은 보이지 않는 관객에게 휩싸여 있다. 또한 조리돌림을 자극하는 분위기가 쉽게 형성된다. 이러한 분위기를 경계하는 이유는 내가 고결한 인격을 갖춰서가 아니다. 반대로 나 역시 무서운 말을 뱉거나 말의 속도전에 참여하고픈 충동을 충분히 느끼기 때문이다. 재런 러니어의 말대로 중독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공개된 뒷담화’에 익숙해지면 자신의 말이 타인에게 끼치는 영향력에 대해 덜 숙고한다. 이 책은 결국 ‘사람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향한다. 화면 너머에는 영혼이 있는 타인이 있다. 나는 ‘사람’과 대화하는가. 이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이라영(예술사회학자, 『진짜 페미니스트는 없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