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혜
2019.06.17
우록리 할머니들의 구술생애사를 편집하며

“아프다꼬 몬 나간다꼬 누워 있으면 될 긴데 와 나갔노 내가? 등신맹키로 등신짓 했어예.”

“내가 살아오면서 참 등신겉이 이때꺼정 일만 했어예.”

“내 닮았는가, 등신이라.”

“뭘 사묵을 줄도 모르고. 하이고, 등신이다 참.”

“같이 살면서는 안 보입디다. 내가 멍충인가 등신인가.”

“애끼고 몬 쓰는 내가 참 등신 같기도 하고.”

“내가 참 등신이라. 시어머니 기저귀 채우러 안방 드갈 때 영감헌테 겉이 드가자 그럴 거를.”

 

대구 우록히 할머니들 구술생애사 원고를 편집 중인데, 할머니들이 과거의 자기를 자꾸만 ‘등신’이라고 부른다. 우리도 ‘바보같이’라는 말을 쓰긴 하나…… 그래도 자기비하는 금물이라고 배운 게 요즘 세대인데, 이 할머니들은 자기비하를 하는 데다 주변 사람들의 비하까지 더해진다. 특히 일만 하고, 돈 쓸 줄 모르고, 남편 믿고 이런 게 할머니들 세대에서는 ‘등진 짓’이었던 것 같다.

 

시골 사람들은 이렇게 살았을 거야,라고 짐작되는 바를 이 책은 모든 면에서 뛰어넘는다. 우리도 각자 자기 삶의 이야기가 있다지만 서울 사람들, 글을 아는 이들의 생은 얼마쯤 표준화돼 있다. 반면 <할매의 탄생>에 실린 여섯 여성의 생은 통일된 것도, 짐작대로 흘러가는 것도 없다. 지금 우리 삶이 국가, 사회, 가족에 많이 기대고 있다면 이 할머니들은 세 군데로부터 전혀 지지를 받지 못했다. 그래서 시간이 흘러가는 와중에 “글자 몬 익히고 몸무데기만 다 커버”렸던 것이다. 이 책은 사투리 하나하나 익혀가며 정말 많은 공을 들여 편집한 책이다. 할머니들 육성을 몇 마디 적어본다.

“내 살은 거는 마 고생한 거 말고 없어예. 모내기해가 이삭 올라오마, 어떤 해는 그 이쁜 걸 물이 확 쓸어가뿟고 시꺼멓게 썩어들어가는 거라. 어떤 해는 잘 자라가 대가리를 숙일마 해가(숙일만 하면) 통통하이 그래 이쁜데, 또 홍수가 나가 꼬꾸라지고. 그래 쓸어가뿌마 냉중에 벼가 말라도 아무것도 건질 기 없는 거라.”
“나 살아온 거야 아주 좋지도 안 하고 나쁘지도 안 하고 뭐 글치. 핵교예? 내 여덟 살에 오매 죽고 넘의 오매헌티 자라다보이 시가 늦고 때가 늦고 날짜가 넘어 시가이 흘러가뿌이께네, 글타보이 이 몸 무데기만 다 커뿌랬어예. 그카다가 또 작은집으로 보낸 거라. 그래 떠댕기다보니 다 지나되도록 학교를 드가지를 몬해 때를 놓쳐뿌랬지. 때 늦어가지고 무데기는 남맨추로 마이 커뿌랬어.”
“억울치. 억울코말고. 다 늙어가 허리가 곯아뿌렀어도, 봄 되마 또 일을 하거든. 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모종을 숨구거든. 눈에 흙 들어가야 끝내지 안 그라마 몬 끝낸다 카이. 그기 미련해서도 그렇지만 평생 몸에 밴 거 따문에 그런 기라. 땅 한 뙈기 노는 거를 아까버가 놔두지를 몬하는 거라. 눈만 뜨마 땅에다가 뭐라도 해야, 자슥들 안 굶기고 핵교 쪼매 가르치고 져우 살아온 사람들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