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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할매의 탄생 우록리 할매들의 분투하는 생애구술사
  • 지은이 | 최현숙
  • 옮긴이 |
  • 발행일 | 2019년 06월 17일
  • 쪽   수 | 472p
  • 책   값 | 19,800 원
  • 판   형 | 145*210
  • ISBN  | 9788967356392
책소개 목차 미리보기 지은이/옮긴이 편집자 노트
책소개
나 살아온 거야
아주 좋지도 안 하고 나쁘지도 안 하고 그렇지예
학교예? 시간이 흘러가뿌이께네
글자 몬 익히고 몸무데기만 다 커뿌랬어예
 

우록리 산골짜기 할머니들의 생애 경험
그들의 삶과 언어, 기억과 해석, 보람과 상처

박근혜 탄핵을 위한 촛불 정국이 이어지던 2017년 1월, 구술생애사 작가 최현숙은 경상북도 대구시 우록리 산골짜기로 내려가 구술사 작업을 시작한다. 전작으로 <할배의 탄생>을 냈고 태극기 부대 노인들 속으로 들어가 이야기 나누며, 노인 돌봄이로 생계를 이어왔던 그의 가장 큰 관심사는 할매, 할배들이다. 이번에 만난 이들은 농촌‧젠더‧노년‧비문자 생활자라는 이슈가 겹겹으로 둘러싸인 분들이지만, 작가는 여기서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힘을 발견한다. 한국전쟁도 비껴간 그 깊은 산골에서 할머니들은 가난과 고생으로 일군 ‘깡치’로 삶을 꾸리고 있었다. 어린 나이에 우록리로 시집와 시어머니와 남편의 눈치를 보며 농사를 짓고, 식구들 밥해 먹이고, 아이를 키우면서 이제 지난 삶을 되짚어보는 그들의 말은 짙디짙다.
저자는 ‘나이듦’에 대한 이야기를 할머니들의 구부러진 손가락으로 대신하려 한다. 그들의 사투리와 정제되지 않은 말을 책에 고스란히 녹였다. 이 책은 힘겨웠던 고생의 경험과 가난의 상처를 헤집자는 것이 아니다. 할머니들의 삶을 긍휼의 시선으로 보자는 것도 아니다. 그 가난과 고생이 어떻게 그들을 더 강하고 전략적으로 만들었으며 그렇게 축적된 힘이 어떻게 할머니들에게 주체성을 가져다주었는지 들여다보려는 것이다.
누군가는 가난한 사람들의 생애 이야기를 구술하여 세상에 내놓는 것이 ‘고통의 전시’가 아니냐고 묻는다. 그러나 저자는 구술사 작업이 세상의 온갖 정상 이데올로기로 인한 자괴와 낙인을 거둬내고, 사람 안에 있는 힘과 흥을 끄집어내 한바탕 즐기기 위한 일이라고 말한다. 가난한 사람의 힘과 흥으로 희망을 이야기하려는 것이다. 우록리 할머니들의 사투리는 희망이 되어 독자들에게 전해질 것이다. 우록의 삶은 그렇게 우리 모두의 삶으로 치환된다.
목차

머리말
첫 번째 삶: “내 살은 거를 우예 다 말로 합니꺼”_조순이(대촌댁), 1937년생
두 번째 삶: “나 살아온 거야 좋지도 안 하고 나쁘지도 안 하지 뭐”_유옥란(안동댁), 1942년생
세 번째 삶: “글씨는 머리로 안 드가고, 베 짜는 거만 머리로 드가고”_이태경(각골댁), 1935년생
네 번째 삶: “나는 담배 따는 기계였지만 이젠 편케 생각한다”_김효실, 1954년생
다섯 번째 삶: “죽은 사람은 죽어도 산 사람은 모를 숨궈야 하는 거라”_곽판이(창녕댁), 1928년생
여섯 번째 삶: “허리 주저앉으면 맘도 주저앉는 기라”_임혜순(수점댁), 1942년생
부록1: 이름은 붙이지 않기로 한 그녀들의 말
부록 2: “여자 일생이라는 게 사람 사는 게 아니지”_김성진의 우록리 이야기
에필로그: 기억과 말을 들여다보기  

미리보기
이제는 가차운 요 밭 그거나 부쳐 묵고 하지, 딴 데 멀리는 몬 가. 거기에 상추 숨구고 뜰깨 가와 숨구고 꼬치 쪼매 숨구고, 멀리 밖에는 안 해. 내가 혼차 또 을매나 먹나? 올개는 콩도 쪼매 먹을라 캤드만 그것도 몬 숨갔다. 올개 농사는 뭐 별라 안 할 꺼라예. 작년에는 콩 심은 거가 다 날라갔어여. 올개는 뜰깨나 쪼매 숨구고, 감자 심을라꼬. 고추는 내 따 먹을 것만 숨구지 안 해._174쪽
나 살아온 거야 아주 좋지도 안 하고 나쁘지도 안 하고 뭐 그렇지. 핵교예? 슨상님, 내 살아온 첫번 뜻은 여덟 살에 오매 죽고 넘의 오매헌티 자라다보이 때가 늦고 시간이 흘러가뿌이께네, 그렇다보이 이 몸무데기만 다 커뿌랬어예. 그러다가 또 작은집으로 보낸 거라. 그래 떠댕기다보이 다 지나도록 핵교를 드가지를 몬해 때를 놓쳐뿌랬지. 때 늦어가지고 무데기는 남맨추로 마이 컸뿌랬어._176쪽 
엎어지미 자빠지미 세월 보내마 정신없이 살다보이, 세월이 언제 가버린 건지 기가 맥힐 노릇이지. 그래 이자는 기막힐 노릇이라고 생각 안 하고, 이기 내 길이다 그래 편하게 생각하고 살아야지. 할 얘기가 진짜 많은데 지금은 머리가 늙어가 마 십분지 일도 몬했다 카이. 내 머릿속에 꽉 들어가 있었는데 인제 보낼라꼬. 잊아뿔라꼬. 잊아뿔어야 산다 카이……._340쪽
억울치. 억울코말고. 다 늙어가 허리가 곯아뿌렀어도, 봄 되마 또 일을 하거든. 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모종을 숨구거든. 눈에 흙 들어가야 끝내지 안 그라마 몬 끝낸다 카이. 그기 미련해서도 그렇지만 평생 몸에 밴 그거 따문에 그런 기라. 땅 한 뙈기 노는 거를 아까버가 놔두지를 몬하는 거라. 눈만 뜨마 땅에다가 뭐라도 해야, 자슥들 안 굶기고 쪼매 핵교 가르치고 져우 살아온 사람들이라. 그라니 자그도 몬 놀고, 땅 노는 꼴도 몬 보는 기라. 넘 말할 거 없이 내가 그렇거든. 여 할마시들 싹 다 그래. 자슥들이 아무리 하지 마라, 하지 마라 캐쌓아도, 봄 되마 땅을 놀려두지를 몬하는 기라. 내년에는 안 해야지, 하믄서도, 봄 되마 또 밭부터 가지런히 갈고 앉았는 기라. 병원비도 안 나온다꼬 그만하라고들 하지만, 평생을 그래 살았으니 별수 없는 기라. 잘하는 건 아니지. 내도 알고 할매들 다 안다. 미련퉁이라는 거 알고, 멍충이라서 그란다는 거 다 안다._359쪽 
지은이/옮긴이

지은이

최현숙

구술생애사 작가. 저서로 『할배의 탄생』 『막다른 골목이다 싶으면 다시 가느다란 길이 나왔어』 『천당허고 지옥이 그만큼 칭하가 날라나』 『삶을 똑바로 마주하고』가 있고, 공저로 『이번 생은 망원시장』이 있다. 천주교로 인해 사회운동을 시작했고, 민주노동당 여성위원장과 성소수자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이후 요양보호사와 독거노인 생활관리사로서 노인 돌봄노동에 몸담아왔다. 노인들을 만나면서 구술생애사 작업을 본격적으로 하게 되었다. 근간으로 어머니의 노년을 지켜보며 그 생애사와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기록한 책이 나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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