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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명전쟁[절판] 생명 연구의 최전선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 지은이 | 윌리엄 F. 루미스
  • 옮긴이 | 조은경
  • 발행일 | 2010년 08월 04일
  • 쪽   수 | 368p
  • 책   값 | 18,000 원
  • 판   형 | 143*215
  • ISBN  | 9788993905328
책소개 목차 미리보기 지은이/옮긴이 추천의 글
책소개

“상당히 도발적이다. 생물학의 역사적·사회적·정치적 국면을 꼼꼼하면서도 대담하게 보여주는 신중하고 명석한 안내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 퍼블리셔스 위클리

“광범위하면서도 쉽게 접근할 수 있고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책! 깊이 있고 아름답게 생명의 제전을 설명한다.” – 뉴 사이언티스트

 

정치적 논쟁에 휘말리면 생명의 진실을 놓친다
미디어와 권력을 쥐고 대중을 기만하는 지배층의 이기적 행보에 경각심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더 이상 과학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지에 대하여 공부하는 일을 늦추면 안 될 것 같다. 최첨단 생명과학이 앞으로 우리 사회에 가져올 변화를 과학 안에서부터 신중하고 냉철하게, 무엇보다 경험적이면서도 종합적으로 예측하는 책이 나왔다. 바로 [생명전쟁-생명 연구의 최전선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라는 책이다. 저자 윌리엄 F. 루미스는 저명한 분자생물학자로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40여년간 “토양 아메바의 발생과 진화를 분자 수준에서 연구”해온 과학자다. 과학과 정치를 겸하지 않은 정말 ‘순수한’ 실험실 과학자인 저자는 과학자의 입장에서 생명의 전반적인 특징에 대한 책을 써야겠다는 마음을 담아 이 책을 내놨다.
이 책은 생명의 발생, 진화, 분화, 조작, 소멸 등의 문제를 낙태, 안락사, 진화 유도, 협동성 그리고 지구상의 지속가능한 생명의 미래 등 인류사회가 직면한 가장 논쟁적인 문제들과 엮어가며 다룬다. 저자는 인류의 진화, 형질을 결정하는 DNA 서열의 역할, 의식의 생물학적 기초에 대한 최근의 쟁점과 식견을 조명함으로써 상당히 앞선 세련된 담론을 마련해서 독자들을 초대한다.
아주 오래전부터 인간은 생명의 특징에 대해 논해왔다. 생명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다음 세대로 생명을 전달하는 방법은 무엇이며 생명이 끝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최근 들어 생명의 세포 단위의 토대, 유전형질을 결정하는 DNA 서열의 역할 그리고 의식에 대한 생물학적인 토대 등을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 엄청나게 증가했다. 그리고 게놈을 조작하는 방법도 이전보다 훨씬 발전했다. 저자는 유산, 안락사, 배아줄기세포(일명 ES 세포) 확립 기술에 관한 정치적인 논쟁이 이미 생물학적 사실과는 동떨어져 있고, 이런 정치적인 논쟁은 인간 진화의 사회적인 문제와 인구 증가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우선 “생명은 그다지 값어치가 없다. 적절한 영양분만 주어지면 급속도로 성장한다”는 식의, 생명을 증식기계, 사육대상으로 보는 일부 냉정한 과학주의자들과 선을 긋는다. 그는 “인간에 대한 연민을 한낱 세포를 바라보는 시선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며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은채 자신과 동료들의 최신 연구를 우리에게 리뷰해준다. 즉 이 책은 인본주의적 과학자가 본 생명의 특징이며, 최근의 생명 이슈들에 대한 정치적 논쟁에 대한 비판적 개입, 그리고 대중들이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생명의 과학적 특징, 역사적 진화과정, 최근 불치병 치료와 관련한 유전자 연구, 이를 둘러싼 논란을 주도하는 학문인 분자생물학·사회생물학의 현황 등을 짚고 있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모든 생물이 공통으로 지니고 있는 면에 비해 인간이 얼마나 특별한 존재인지를 밝히는 데 주력할 것”이며 “이를 위해 인간의 개성, 감정, 그리고 인간만의 사회적 행동에 대해 고찰해보겠다”고 밝혔다. 또한 진화론적 관점을 끝까지 고수하며 그것의 합리성과 정합성을 입증하는 데도 상당한 지면을 할애한다.
총 9개 장 중 전반부인 1장부터 4장까지는 진일보한 생물학으로 인해 야기되는 생명윤리 논란을 주로 다루고 있다. 1장은 ‘인간의 생명만이 소중한가’라는 주제를 던지며 모든 생물의 제각각의 생명의 가치와 인간 생명의 가치를 비교하고 분자 단위에서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이 공통의 조상에서 비롯된 존재임을 밝힌다.
2장에서는 인공수정,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둘러싼 논란, 치료 목적 복제에 따르는 사회적 문제 등에 대한 쟁점을 다룬다. 특히 불치병이나 난치명 치료 가능성 여부를 다루면서 핵치환 기술을 이용한 체세포 복제 연구로 한때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황우석 박사의 환자맞춤형 배우줄기세포 연구 스캔들도 환기시킨다.
3장에서는 유전자 조작에 대해 주로 다룬다. 유전자 지도인 인간 게놈 서열 판독에 진전이 있자 유전자 결함으로 야기되는 것으로 알려진 질병에 유전자 치료 요법을 써야 한다는 주장과 이에 반대하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게 되는 상황을 소개한다. 또한 날이 갈수록 유전자 요법 기술이 정교하게 발전하면서 인간이 스스로 진화의 방향을 지식하고 조절하는 세상이 머지않았음을 알린다. 이 부분은 유전자 조작으로 탄생한, 완벽한 유전자를 소유한 사람이 대접받는 미래를 배경으로 열성인자를 가지고 태어난 청년이 신분을 속이고 유전자 정보를 속여 우주비행사의 꿈을 이룬다는 내용의 영화 [가타카Gattaca]와 같은 세상에 성큼 다가섰다는 느낌도 준다.
4장은 인간의 게놈 정보를 알게 됨으로써 얻게 되는 이점과 유전자 결함으로 인해 기형이나 치명적 질병을 가지고 있는 태아를 낙태시켜야 하는지의 논란, 그리고 게놈 정보의 공개로 야기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 숙고한다.
이어 5장부터는 전반부와는 약간 다른 분위기로 전환된다. 우선 5장에서는 사회적 생물들이 서로 협동하는 행동들이 유전자를 통해 유전된다는 학설을 소개한다. 6장에서는 뇌의 진화와 발달에 따른 인간 사회의 학습된 행위가 주는 이점에 대해 다루며, 7장에서는 이기심 또는 협동심 같은 사회적 행위와 유전자의 관계에 대해 알아본다. 8장은 생명의 기원에 대한 학설과 인간의 진화에 대해 구체적으로 다루며, 마지막으로 9장은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이 지속되도록 하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와 자연생태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 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유전자 치료법의 과학적 문제들
특정 유전자를 박테리아에 붙여 박테리아를 증식시키면 엄청난 양의 유전자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인간의 유전적 결함이 수없이 많이 발견되면서 나쁜 유전자를 없애고, 그 자리에 건강한 유전자를 심어넣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과학계를 넘어 전사회적으로 엄청난 압력으로 작용한 것은 근자의 일이다.
매년 아데노신 데아미나아제(ADA)라는 효소를 만들어내는 기능성 유전자가 없이 태어나는 아기들은 극시한 면역결핍을 겪는다. 해결방법은 복제 ADA 효소의 투입이다. 방법은 감기를 일으키는 아데노바이러스 등에 업혀서 들어가는 것이 있고, 지방산을 섞어 세포보다 수천배 작은 방울들을 만들어 이것을 주사기에 넣어 투입시키는 방법이 있다. 그러면 이 수백만 개의 유전자 복사본 중에 몇 개는 파괴되지 않고 핵으로 들어가 안정적으로 염색체와 결합하고 효소를 만들어낸다고 한다.
저자는 유전자 치료법의 문제에 대해 먼저 짚는다. 첫째, 유전자가 염색체 안 어느 곳에서 결합할지를 파악할 방법이 없다는 점. 만약 유전자가 염색체 안에 이미 자리잡고 있던 다른 유전자 한복판에 자리를 틀면 그 유전자를 교란시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큰 문제는 아니다. 인간의 DNA 중 단백질 생성을 위한 암호를 지정하는 것은 극소수이기 때문이다. 이것만 피하면 별 문제는 없다. 문제는 다른 데 있다. ADA를 등에 업혀 몸에 침투시킨 몇 가지 바이러스 벡터가 임무를 완수하고 죽으면 되는데, 죽지 않고 세포 성장을 조절하는 유전자와 결합하는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러면 세포는 암으로 변할 가능성이 있고, 전혀 생각지도 못한 위협이 발생한다.
유전자 요법을 이용해 프로 농구 선수로 뛸 수 있을 정도까지 키를 키운다든가, 정신지체를 치료하는 것은 물론 수줍음을 덜 타게 만드는 유전자 요법을 시술할 날이 올 수 있다. 유전자 변형 치료를 받은 사람의 변형된 유전자가 후대로 유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남성은 계속 정자를 생산하기 때문에 변형된 유전자가 정자를 만드는 줄기세포주와 결합하면, 우리는 ‘거인족’의 시대를 맞을 지도 모른다.

 

유전자 변형 식품은 ‘안전하다’
이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요즘 운위되는 식물의 유전자 변형은 특정 박테리아를 식물에 주입해 이 농작물을 먹은 해충은 죽되, 동물이나 사람은 전혀 해가 되지 않게 하는 방법이다. 이 박테리아의 이름은 Bt 유전자이며 무척추동물의 소화기관을 이루는 세포를 파괴한다. 저자는 이러한 사실이 무섭게 들리지만 이 변형 유전자는 식물들 사이에서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즉, 유전자 변형 작물을 먹는다고 해서 사람이나 동물의 유전자가 변할 가능성은 ‘제로’다. 다만 유전자 변형 작물을 심었는데, 이것이 널리 퍼져 유효 경지의 많은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는 우려, 유전자 변형이 잡초에도 번질 것이라는 우려, 그러면 Bt 결정에 내성을 지니는 해충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는 있다. 하지만 ‘프랑켄슈타인 음식’에 대한 과장된 공포는 잘못된 것이라고 분명히 강조한다. 씨없는 수박·포도·귤도 모두 유전자 변형의 산물이다.

 

생명복제 어떻게 볼 것인가
생명복제의 길은 멀다. 복제양 돌리는 양의 평균수명은 12세의 절반가량밖에 살지 못했고, 고양이나 쥐 등의 복제에서 완벽한 복제는 불가능하다는 것도 입증됐다. 죽은 애완동물을 부활시켜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체인 지네틱 세이빙스 앤 클론에서는 CC(CopyCat)라고 불리는 복제 고양이를 탄생시켰지만, 털 색깔이 원본과 달라 클라이언트로부터 거절당했다.
하지만 언제, 어디에선가 복제 양과 복제 고양이가 아니라 복제 인간이 태어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불임인 성인의 복제는 허가해 누구나 부모가 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공공연하게 주장하는 과학자들과, 여기저기서 실험이 진행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러나 저자는 인간 복제는 “어리석은 짓”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저자는 완전한 복제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일란성 쌍둥이 사례 등을 통해 보여주고, 유전자를 제공한 부모의 열성인자를 물려받은 자식의 비극적 삶의 시나리오를 들려준다.

 

유전병의 종류와 낙태
현재 미국 뉴욕 주는 신생아를 대상으로 50가지 유전병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유전병에는 어떤 게 있을까. ‘카나반 병Canavan disease’은 ‘아스파르토아실라제’라는 효소가 결핍되어 뇌가 스펀지처럼 퇴화하는 병이다. 이 유전적 결함을 가진 아이는 태어난 뒤 몇 달 동안 문제가 없다가 점점 머리를 가누지 못하고, 운동 기능이 저하되고, 눈이 멀고, 결국 죽게 된다. 낭포성 섬유증은 유대인 사회에서 많이 발생하는데 염화이온이 폐와 췌장세포로 들어가는 것을 조절하는 수송 단백질을 만드는 ‘CFTR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는 경우다. 알비노증은 미국인 1만8천여 명이 앓고 있는 병인데, 색소를 만드는 유전자가 부족해 온몸과 털이 하얗고 망막 발생에도 영향을 미쳐 눈이 먼다.
저자는 현재의 과학기술이 이러한 태아가 유전병들을 앓고 있는지 태어나기 전에 알 수 있을 만큼 분자생물학 기술이 발전했다고 전하면서 한가지 덧붙인다. “심각한 질병을 야기하는 유전자를 지닌 불운한 아기들 모두에게 도움을 주기에는 이미 늦었다. 그들의 미래를 바꿀 여지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현재 우리 사회는 유전적인 결함으로 인한 낙태의 비율이 급증하고 있어, 이에 대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게놈 합성은 어떤 위험이 있는가
합성 게놈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2002년 뉴욕 스토니브룩에서 에카드 위머Eckard Wimmer가 이끄는 연구팀이 소아마비 병원체 게놈의 염기쌍 7411개를 합성하는 데 성공했고 그것이 전염성이 있는 것임을 밝혔다. 연구팀은 유전자 망網에서 염기서열의 한 부분을 떼어내 염기쌍 70개로 이루어진 조각을 만들었다. 그중 110개 염기를 적절한 순서로 배열해 바이러스를 만들었다. 저자는 “소아마비가 박멸되려는 시점에서 테러리스트나 생명공학 해커들이 똑같은 방법으로 바이러스를 만들려고 할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면 너무나 끔찍하다”며 연구책임자 위머가 “세계는 이에 대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는 것을 환기시키고 있다. 더욱 치명적인 바이러스도 곧 만들어질 것 같다. 약 1만9천개의 염기쌍으로 구성된 천연두와 에볼라 바이러스가 현재의 기술로도 합성이 가능하다. 에볼라에 감염된 사람은 체약이 상피막을 통해 빠져나와 며칠 내로 사망한다. 이런 병원체가 테러리스트에 의해 만들어져 공중에 뿌려지면 미국 드라마 ‘24시’의 한 장면과 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세계는 1972년 정기적인 천연두 예방접종을 종료하고 병원체를 삼엄한 경비 속에 실험실에 보관하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비밀리에 실험실에서 합성시켜 유출하는 것이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2004년 하버드대 생물학 교수는 조지 처치George Church는 2004년 매사추세츠 공대MIT에서 열린 ‘합성 생물학 학회’에서 “우리가 처음 생각했던 것과 다른 생물을 만들어낼 수도 있습니다”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바이러스를 조작하는 것은 괴물을 만들어내는 위험한 모험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게놈 합성의 연구는 막을 수 없다. 위험은 충분히 인지하되 순수 연구목적의 실험은 계속 진행되고 있다. 버클리 소재 캘리포니아 대학에서는 대장균의 신진대사 경로를 바꿔 “고도로 조작된 생명 형태들”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대장균 같은 간단한 박테리아는 그것이 먹는 양분을 인간이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파리와 연어 0점, 양치기 개 5점, 침팬지 10점, 인간 50점
저자는 의식에 대한 과학적 논의, 최소한의 양적 논의가 가능하다고 본다. 그리고 그것으로 많은 혼란을 줄일 수 있으며, 심지어 안락사 문제 같은 민감한 이슈에서도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제6장은 그 과정에 대한 설명이다. “복잡한 문제를 맞닥뜨리면 가장 단순한 방법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는 게” 특기라는 저자는 의식에 대한 ‘양적量的’ 논의를 위해 ‘센티-크릭’이라는 의식 측정계를 만들었다. 이것은 엄청 간단한 빈 노트 같은 것인데 왼쪽 끝은 ‘0’이고 오른쪽 끝은 ‘100’인 좌표가 전부이다. 이로써 “최소한의 무대는 마련되었다”며 좋아한 저자는 학계에 보고된 여러 실험결과를 인용해가며 각종 생명체에게 점수를 매기기 시작했다. 먼저 왱왱대는 파리가 포착됐다. 저자는 파리와 여타 벌레에게는 단 1점도 주지 않는다. 파리는 자신이 양껏 먹었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고, 충격을 받았던 장소로 돌아가면 공포를 느끼기도 하지만, “주의력은 딱 파리만큼만” 느낀다. 저자는 “또렷하게 깨어 있는 파리라도 센티-크릭 측정계에서 10분의 1점도 줄 수 없다”고 말한다. 사하라 사막에 사는 개미, 고향으로 돌아와 알을 낳는 연어, 이동하는 철새 등도 공간 정보에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신경망이 고도로 진화되었지만, 의식이 있다고 인정받지는 못한다. 저자는 이들이 “지능”은 있지만, “융통성이 없고,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지 모르”기 때문에 센티-크릭의 세계에 초대하는 걸 단호히 거부한다.
양치기 개 보더 콜리border collie는 어떨까? 5점이다. 양떼를 주의깊게 관찰하다가 이탈하는 양을 겁줘서 무리로 합류시키고, 주인의 사랑을 받기 위해 속임수쓰기도 마다하지 않는 뛰어난 지능의 소유자이지만 센티-크릭에서는 5점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다양한 감정 표현에 능숙하며, 도구를 사용하는 학습능력의 보유자인데다가 구강구조의 한계를 넘어 수화로 의사표현까지 하는 침팬지는? 저자는 큰 마음을 먹었다는 듯 “10점”을 준다. 여기가 인간 이외의 동물이 받을 수 있는 최고점수다.
저자는 센티-크릭에서 인간은 50점 이상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단 예외는 있다. 뇌에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다. 책에서는 데이비드라는 환자를 소개한다. 그는 저명한 신경학자인 안토니오 다마지오의 환자 중 하나이다. 46세인 그는 어떤 것도 단 1분 이상은 기억하지 못한다. 뇌의 양쪽 반구의 상당 부분이 파괴되었기 때문이다. 장기를 둘 수도 있고, 이기면 즐거워했지만, 게임의 이름이 무엇인지는 몰랐다. 그는 철저히 현재를 사는 사람이다. 저자는 데이비드에게 ‘25점’을 부여했다.

 

특정 단백질의 ‘결여’가 뇌를 커지게 만들었다
0점과 50점의 차이는 무엇일까. 침팬지의 게놈과 인간의 게놈은 99퍼센트가 일치한다. 하지만 1퍼센트의 차이 때문에 3만 가지의 변화가 생겼다. 그 1%의 차이는 어디에서 발생한 것일까. 원래 인간은 1%가 다른가, 아니면 특별한 진화의 결과인가? 저자는 이에 대한 해답은 제시한다. 2003년 샌디에이고 소재 캘리포니아 대학의 아짓 바키 교수와 연구팀은 인간에게만 특별히 돌연변이가 일어난 유전자를 발견했다. 이 유전자는 당 화합물을 세포 표면의 단백질에 첨가할 때 필요한데, 약 200만년 전 유인원에서 갈라져 나온 후 오직 인간 계통에만 이 유전자가 싹 사라져버렸다. 결실缺失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되는데, 침팬지·고릴라 등은 모두 이 효소를 가지고 있어 특정 당을 첨가해 세포 표면 단백질을 수정하는데 인간은 그렇게 하지 못한다. 그런데 주목할 만한 것은, 이 유전자가 사라진 이후 인간의 뇌가 커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저자는 “단백질의 변형은 성장과 발생을 조절하는 구실을 하므로 이 단백질의 감소가 인간의 뇌 진화에 결정적인 구실을 했을 수 있다”고 말한다. 뇌의 크기와 관련 시카고대학에서는 의미있는 실험이 있었다. 생쥐, 침팬지 등의 뇌와 인간의 뇌를 비교해보니 “뇌의 크기를 조절하는 유전자 중 하나인 마이크로세팔린microcephalin은 오직 인간에서만 변이체가 나타났다.” 이 돌연변이가 나타난 시기는 3만7000년 전으로 추정된다. 이후 약 6000년 전에 뇌의 크기를 조절하는 또 다른 유전자의 염기서열에 작은 변화가 일어났고 이것이 지금 현대 인간의 뇌를 만들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안락사는 왜 허용되어야 하는가? 
저자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이렇게 진화했고, 다른 동물과는 다른 ‘의식’을 발달시킬 수 있었다. 이런 관점에서 저자는 안락사에 대해 논한다. “의식이 없고, 의식을 회복할 가능성도 없는 인간이 비싼 대가와 비용을 치러가며 기계에 의존해 간산히 호흡만 유지하는 상태를 지속시켜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묻는다. 저자는 과거 독일에서 우생학적인 차원에서 열등인종 예방으로 정신질환자의 안락사를 강제한 사례를 제외한, 환자 자신·가족·대리인·담당의사가 심사숙고한 끝에 내린 안락사 결정은 실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식이 없는 환자의 호흡유지에 들어가는 비용도 비용이지만, 의식은 있지만 회복 가능성이 없고 산다는 게 너무나 고통스러운 환자들에게도 죽음을 선택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왜 인구는 100년 전으로 돌아가야 하는가? 
저자는 100년 전으로 돌아가 인구를 그때 수준(20억 명)으로 맞추면 너무 많은 사람들이 도시로 몰리는 현상, 언덕의 황폐화, 계곡 오염, 과다한 어획이나 과다 방목 문제가 해결되고 대기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 30년 동안 유럽, 일본, 북미의 전체 출산율이 급격하게 저하되었으며 현재는 인구 보충 수준[총인구를 유지하기 위한 출생률]인 2.1명보다 낮은 상태다. 국가들은 이런 상황을 재난으로 본다. 이유는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연령대의 사람 수가 줄어들면 점점 늘어나는 은퇴한 사람들을 부양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민주주의 국가인 인도의 인구는 11억이다. 인도 정부는 20년 동안 인구조절 정책을 포기했고 인구는 매년 2퍼센트씩 증가했다. 중국의 경우는 정부에서 실시한 정책이 상당한 효과를 거뒀다. 거의 강제적이다시피 한 조치로 인해 중국의 인구 증가율은 느려졌다. 2030년에는 15억 명에서 정점을 찍고 그 이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수많은 이슬람 국가와 아프리카 대륙의 국가들은 인구 조절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50년 후 나이지리아의 인구는 현재의 두 배가 될 것이며 2050년에는 3억4000명에 이를 것이다. 석유가 풍부한 나이지리아는 최근의 원유 가격 상승으로 이득을 봐왔지만 자급 농업이 증가하는 인구 성장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저자는 이 문제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인구를 줄이는 것을 지도자들이 확실하게 인식한다 가정해도 정책을 실천해 옮기는 것은 쉽지 않다. 수 세기 동안 내려온 전통에 반하는 정책을 국민에게 들고 나갈 수 있는 정치인이 과연 얼마나 될까? 하는 것이 그것이다.

목차

책머리에

1장 생명은 어떤 가치가 있는가
생명의 특성 | 시간 그리고 혈통 | 무작위 돌연변이 | 청소, 제초, 수확 | 인간의 생명 |
생명이란 무엇인가

2장 인간의 잠재력은 어디까지인가 
인공수정 | 배아줄기세포 | 치료 목적의 복제 | 체세포 줄기세포

3장 누가, 어떻게 생명을 조작하는가
유전자 치료 요법 | 복제양 돌리 | 인간 재생 복제 | 호모 사피엔스의 유전자변형 | 게놈 합성

4장 게놈 빅뱅의 현장을 찾아서
개체성이란 무엇인가 | 낙태와 게놈의 관계 | 좋은 유전자와 나쁜 유전자

5장 사회생물학은 어디까지 왔는가
코브라의 사회적 유전자 | 무척추동물의 행동의 비밀 | 설치류의 광장공포증을 없애다

6장 의식에 대한 논의들
동물의 행동 | 뇌 | 자아 | 사고와 기억 | 안락사

7장 생명들의 사회학적 게임 
이기심과 협동심 | 혈연선택 | 협력의 진화 | 문명

8장 생명의 기원에서부터 인간의 진화까지 
RNA 세상 | 생명의 시작 | 산소 혁명 | 인류의 진화

9장 소멸할 것인가 생존할 것인가
생물학을 이용한 좀더 나은 생활 | 지구 오염 | 인구 조절

글을 마치며: 생명, 그 경이로움
참고문헌
옮긴이의 말

미리보기

이 책의 대부분은 새로운 지식으로 인해 모든 사회가 직면하게 된 어려운 문제에 대해 제기하는 이성적이고 이치에 맞는 논의와 고민으로 채워져 있다. 미래에 대해 신중히 고려하는 자세(이것이 프로메테우스라는 이름을 현대에 맞게 해석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로 앞으로 갈 길을 살피고 그 길에 도사린 깊은 함정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결코 생명의 소중함과 그것이 주는 흥미진진함을 잊어버려서는 안 된다. 우리에게 가장 위대한 모험을 바로 생명이다.

_「생명은 어떤 가치가 있는가?」

지은이/옮긴이

지은이
윌리엄 F. 루미스William F. Loomis
미국 샌디에이고 소재 캘리포니아대 생물학과 교수. 미국 사회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권위 있는 생물학자로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미 국립보건원NIH 원로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미국 암학회 학자로 지명되었으며 발생생물학회Society for Developmental Biology 회장을 역임했다. 미국 과학진흥회American Association for the Advancement of Science 특별 선출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옮긴이
조은경
성균관대학교 번역/TESOL 대학원 번역학 석사과정을 졸업했으며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인문, 철학, 문학, 예술 분야를 비롯해 다양한 영역에 관심이 지대하며 책과 함께하는 삶이 점점 더 즐거워진다는 것을 느끼며 산다. 좋은 책을 발굴, 기획하는 일에도 관심을 집중한다. 옮긴 책으로 《생명전쟁》 《사람이 사람에게》 《가끔 보는 그가 친구보다 더 중요한 이유》 《정의가 곧 법이라는 그럴듯한 착각》 《뜨는 도시, 지는 국가》 《경이의 땅》 《위스키의 지구사》 《신의 죽음 그리고 문화》 《엄마는 누가 돌보지》 《습관의 감옥》 등이 있다.

추천의 글

“상당히 도발적이다. 루미스는 생물학의 역사적·사회적·정치적 국면을 꼼꼼하면서도
대담하게 보여주는 신중하고 명석한 안내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_『퍼블리셔스 위클리』

 

“광범위하면서도 쉽게 접근할 수 있고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책!”
_『뉴 사이언티스트』

 

“시의 적절한 책! 추천한다.”
_『초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