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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이라는 수수께끼 북한 전문 저널리스트의 15년 탐방기
  • 지은이 | 장쉰
  • 옮긴이 | 구성철
  • 발행일 | 2015년 01월 07일
  • 쪽   수 | 400p
  • 책   값 | 18,000 원
  • 판   형 | 152*223
  • ISBN  | 9788967351748
책소개 목차 미리보기 지은이/옮긴이
책소개

경제난이 만들어낸 ‘돈라면’

저자는 1996년 7월, 15년간의 북한 탐방의 첫발을 뗀다. 홍콩의 기자가 아니라 중국 랴오닝성 시찰단을 따라 신분을 바꾸고 나서야 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평양의 첫인상을 ‘중국의 60년대에 머물러 있는 듯한 느낌’으로 표현한다. 개발되지 않아 궁핍한 북한 주민의 생활상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고층의 민간주택, 사람과 차량이 적어 적막해 보이는 평양의 넓은 거리를 묘사할 때보다도 저자가 묵은 서산호텔의 사정을 전할 때 대조적으로 더 두드러진다. 저자에 따르면 서산호텔과 같은 고급호텔에서도 수돗물은 정해진 시간에만 공급되며 온수는 저녁에 2시간만 사용할 수 있다고 하니, 일반 주민의 생활이 어떨지 짐작이 가능하다. “정량의 식량 외에 한 사람이 한 달에 살 수 있는 건 달걀 20개와 돼지고기 한 근(600그램)이에요.”(/ p.157) 저자가 서산호텔 내 공예품 가게에서 남의 눈을 피해 대화를 나눈 가게 주인 할머니가 한 말이다. 2006년 물가로 북한 주민의 월 평균 수입은 6000원, 고작 돼지고기 세 근을 살 수 있는 정도다. 수입만으로는 도저히 입에 풀칠을 할 수가 없으니 주민들은 당국의 배급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당국자도 군인도 아닌 일반 주민들에게 충분한 양이 배급될 리 만무하다. 당과 군을 우선시하는 북한에서 경제난을 가장 직접적으로 체감하는 일반 주민들에게 한국산 인스턴트 라면은 ‘돈라면’으로 통한다(/ p.256). 해외에서 반입된 인스턴트 라면은 밀수업자들에 의해 형성된 암시장에서 거래되다가 2004년 용천 열차 폭발사고 이후 북한에 제공한 구호물자로 대량이 반입된 이후로 수요가 늘었다고 한다. 특히 한국의 인스턴트 라면이 상당한 인기를 끌자 당국이 판매금지 상품으로 지정했는데, 이를 계기로 찾는 사람이 더욱 많아졌다. 계획경제사회에서도 수요가 공급을 넘어서면 값이 뛰는 법인지, 라면 한 봉지 가격이 북한 일반 노동자의 보름치 급여에 맞먹을 정도로 치솟아 한국산 인스턴트 라면은 주민들 사이에서 ‘돈라면’으로 불린다고 한다.

 

“어, 시원하다! 대동강맥주.”

북한의 광고 하면 김일성 3부자와 정권을 찬양하는 포스터와 구호를 떠올리게 마련이다. 그런데 저자는 뜻밖에도 북한 TV에 자본주의적인 상업 광고가 출현했다는 사실을 알린다. 바로 2009년 7월 2일 저녁 8시 뉴스 직후 조선중앙TV가 송출한 대동강맥주 TV 광고인데, 기존의 이데올로기적 광고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활력 넘치는 광고라고 한다. 시민들이 술집에서 맥주를 마시는 떠들썩한 모습이 ‘평양의 자랑, 대동강맥주’와 같은 자막과 함께 편집된 광고라니, 생산공장이나 제품의 밋밋하고 단조로운 장면으로 채워진 무미건조한 광고와는 확실히 대별되는 ‘자본주의적 상업’ 광고의 일면을 볼 수 있다(/ pp.202~203). 당국이 만든 TV 광고 하나로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지만, 과연 북한은 개방의 길로 들어서고 있는 것일까? 20년 넘게 정체기를 맞고 있는 나선경제특구를 보면 그 개방이라는 것도 유명무실해 보인다. 현재까지 북한에서 설립한 경제툭구의 목적은 개혁개방이 아니라, 외화벌이 수단이라는 것이 저자가 취재한 결과다. 달러를 벌면서 자본주의의 유입은 막으려고 ‘모기장식 개방’ 모델을 추진해왔다는 것이다(/ p.76). 그러나 2010년 병중이던 김정일이 중국에 방문해 나진, 청진항의 협력 개방에 동의한 것을 두고 저자는 “개방의 첫걸음을 내딛었다”고 표현한다. 중국의 경제발전모델을 어느 정도 수용할 의사가 있었던 김정일이 자신의 병환이 깊어짐을 직감하고 서둘러 개방 조치를 취하려 했다는 것이다. 사실 ‘대동강맥주’와 같은 상업적 광고가 나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북한 사회에 이미 깃든 황색풍조(자본주의)가 있을 것이다. 주민들이 당국의 가택수사를 피해 한국의 영화와 드라마를 보는 것은 물론, 유행에 민감한 젊은이들은 ‘북한 사회주의’가 추천하는 차림에 반해 한류의 영향을 받은 차림새로 꾸미고 거리를 활보한다고 한다. 당연히 당이 단속활동을 벌이지만, 단속에 걸린 대부분이 권력과 부를 가진 계층의 자녀라서 경찰이 법 집행을 하는 데 애로사항이 많다(/ p.59).

 

꽃을 이용한 우상화와 감시사회 북한

북한은 1999년부터 매년 김일성 생일인 4월 15일 태양절에 ‘김일성화’ 전시회를 개최한다. 김정일 생일인 2월 16일에는 ‘김정일화’를 전시한다(/ ‘제10장 김일성화와 김정일화’ 중에서). 김일성화는 1965년 인도네시아 수카르노 대통령으로부터 선물받은 꽃이라고 한다. 인도네시아의 식물학자가 연구 재배한 꽃으로, 학명(Dendrobium KIM IL SUNG Flower, D.clar a Bundt)에 김일성의 이름이 들어가 있다. 김정일화는 일본의 원예학자가 개량한 꽃으로, 북한 주민들은 2월 김정일 생일에 맞춰 공개하기 위해 엄동설한에 재배를 시작한다. 북한 각지에 약 100여 개의 대형 온실을 세워 김정일화를 전문적으로 재배하는 것이다. 저자는 굶주리는 주민들의 생활난은 뒤로 한 채 우상화를 위한 꽃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는 북한 당국의 처사를 보면서 불합리함을 느낀다고 토로한다.
전시회 하루 전날 저자는 금수산기념궁을 참관한다. 기념궁에 안치되어 있는 김일성 시신을 참배하고 김일성 집무실을 들러본 뒤 나가려는 저자에게 북측 관리원이 방명록에 글을 남길 것을 권한다. 하지만 자신의 신념과 어긋나는 글을 남기기를 꺼린 저자가 이를 거절하자, 향후 취재활동이 전면 취소된다. 방명록에 참배 느낌 쓰는 것을 거절한 경우는 여태껏 한 번도 없었고, 이는 북한 인민들을 존중하지 않는 처사라며 당국이 저자의 활동 일체를 제재한 것이다. 결국 김정일에게 사죄의 편지를 쓰고난 이후에야 저자는 예정대로 취재를 이어나갈 수 있게 된다(제9장 무산될 뻔한 취재). 이날의 경험으로 저자는 그 다음날 꽃전시회를 나가기 전 다음과 같은 글을 방명록에 남긴다. “온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은 김일성화이고, 인간 사회에서 가장 우아한 꽃은 김정일화다.”

 

김정남이 후계구도에서 탈락한 이유는?

김정은의 2015년 신년사는 광복과 분단 70년을 맞아 남북관계에 유화적인 태도를 취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정일의 후계를 이어받은 지 3년이 다 되어가지만 김정은의 최고 지도자로서의 지위는 아직 형성 과정에 있다. 그런데 어째서 장남인 김정남은 후계구도에서 밀려난 것일까? 왜 아버지의 장례식에도 초대받지 못했을까? 2001년 위조 여권으로 일본에 밀입국하려다가 적발된 사건이 도화선에 불을 당기기는 했으나, 저자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로 김정남의 개혁적인 정치 성향을 꼽는다. 해외유학 이후 북한 경제의 고질적인 병폐를 타파하고자 아버지 김정일에게 개혁개방을 강력히 제안했고, 체제 붕괴를 우려한 김정일은 아들에 대한 경계를 더욱 강화했다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김정남은 심지어 북한 내의 자본주의적 단체가 주관한 집회에 참가해 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했다고 한다. 집회를 마친 뒤 일주일도 되지 않아 평양에 ‘광명성총공사’라는 기업을 세웠다 하니, 김정일은 아들의 신속한 행보에 위험한 사상이 싹트고 있음을 예감했을 것이다. 이후 김정남은 요직에서 좌천되고, 해외이주를 결심한다. 저자는 방탕아 이미지의 김정남이 아니라 개혁주의자로서의 김정남에 초점을 두고 기술하고 있는바, 수수께끼와도 같은 북한을 들여다보는 하나의 시각으로 참고하면 될 것이다.

목차

서문

제1장 | 단둥 출국
제2장 | 신의주 입국
제3장 | 유명무실한 경제특구
제4장 | 은밀하게 문을 연 가장 고립된 경제체
제5장 | 구호, 구호차, 구호나무, 구호벽
제6장 | 지린 국경지대
제7장 | 평양 가는 기차에서
제8장 | 월수입으로 고작 세 근의 돼지고기
제9장 | 무산될 뻔한 취재
제10장 | 김일성화花와 김정일화花
제11장 | 북한 광고사를 새로 쓴 대동강맥주
제12장 | 늠름하고 아름다운 여자 교통경찰
제13장 | 북한의 대표 여성 아나운서
제14장 | 7개월간 치마를 입어야 하는 여성들
제15장 | 양각도 카지노와 세계 최대 공사 중단 건물 유경호텔
제16장 | 북한의 정치언어가 된 ‘아리랑’
제17장 | 해외유학을 통한 외부세계 관찰
제18장 | 김정일 집무실의 지하통로
제19장 | 물거품이 되어버린 김정남.김정철 후계구도
제20장 | 김정은 후계체제를 위한 김정일의 보호와 배려
제21장 | 병든 김정일, 1년간 세 차례의 중국방문
제22장 | 김정일 시대에서 김정은 시대로
제23장 | 가극 ‘홍루몽’과 ‘양축’
제24장 | 판문점, 살아 있는 냉전박물관

옮긴이의 말

미리보기

서문에서 저자는 북한을 수수께끼가 가득한 곳으로 묘사했지만 여행과 취재를 통한 경험담과 산재한 북한 관련 자료를 부지런히 모아 본문에 함께 녹여내 북한이 더 이상 수수께끼의 나라가 아님을 밝히고 있다.아울러 북증 국경지대, 북한의 모기장식 개혁, 세습정권, 북한 인민 그리고 각양각색의 북한 사회를 스케치해 소개한다.이 책은 북한 관련 정보의 호수 속에서도 여전히 북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우리의 주의를 환기시킨다. _「옮긴이의 말」

지은이/옮긴이

지은이

장쉰江迅

동아시아의 유력 시사주간지인 홍콩 『아주주간亞洲週刊』의 부편집장이다. 홍콩뉴스종사자연합회 이사이자 중국작가협회 회원으로 있으며, 홍콩, 상하이, 베이징 등지에서 20여 개의 문학상과 보도상을 수상한 바 있다. 지은 책으로 『우뚝 솟은 레이저우?立雷州』 『대하해大下海』 『1998중국병1998中國病』 『운필홍콩行筆香港』 『2000년을 뛰어넘어跨越2000年』 『초점 바우히니아聚焦洋紫荊』 『잔잔한 물결, 홍콩漣?香江』 『홍콩의 칠정육욕香港的七情六慾』 『홍콩, 한 도시의 암호香港 一個城市的密碼』 『건어물녀와 초식남干物女與草食男』 등 17편이 있다.

 

옮긴이

구성철

한밭대와 한국외국어대 대학원에서 중국어와 중국정치사회를 공부한 뒤 중국 푸단대에서 국제관계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한밭대 중국어과 강사로 재직하면서 ‘중국의 대對한반도 영향력에 관한 연구’를 주제로 박사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인간과 사회를 학술활동을 통해 올바르게 이해하는 실천적 삶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옮긴 책으로 『대중음악으로 이해하는 중국』(공역)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