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
- 분열하는 제국 11개의 미국, 그 라이벌들의 각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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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열증 환자처럼
수많은 모순된 자아를 갖고 있는 국가,
이들은 자신을 ‘미국’이라고 불렀다!
양키 선생, 타이트워터 지주, 디프사우스 귀족
vs 두메산골 촌뜨기 그레이터 애팔래치아
체제전복적이고 진보적인 뉴네덜란드, 레프트코스트
부동층 표밭 미들랜드
가장 이질적인 국민, 엘 노르테
헤쳐 모이는 미국인과 남겨진 질문들
미국인들에게 가장 미국인답지 않은 국민을 꼽으라면 엘 노르테인들을 지목할 것이다. 이들의 기원은 스페인 제국이 멕시코 북부의 몬테레이, 살티요 등에 식민지를 건설했던 16세기 후반까지 거슬러 올라가므로, 가장 오래된 유로-아메리카 국민이다. 오늘날 이 세력은 미국과 멕시코 국경 양방향으로 100마일에 걸쳐 부흥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에서는 텍사스 남부와 서부, 캘리포니아 남부, 임페리얼 밸리, 애리조나 남부, 뉴멕시코 대부분, 콜로라도 일부가 여기에 속한다. ‘미국인답지 않다’고 하는 이유는 히스패닉이 압도적 비율을 점하기 때문이다. 한편 멕시코 쪽에서는 타마울리파스, 누에보레온, 코아우일라, 치와와, 소노라, 바하 칼리포르니아 주가 엘 노르테에 속한다. ‘노르테뇨’라고 하는 하나의 문화권을 형성한 이들은 미국인이 보기엔 너무 미국인 같지 않고, 멕시코인들이 보기엔 너무 미국화됐다. 특징을 꼽자면 멕시코 중부 지역 사람들보다 독립적이고 자립적이며 적응력이 뛰어날뿐더러 성취욕도 강하다.
그러나 국경지대의 무장경계가 점점 강화되면서, 엘 노르테는 냉전 시기의 독일과 비슷한 모습을 띠기도 한다. 즉 같은 문화를 가진 양측 사람들이 커다란 장벽에 의해 분리돼버린 것이다. 워싱턴 DC와 멕시코시티 지도자들은 결코 좌시하지 않겠지만, 많은 노르테뇨는 자신들만의 국가를 건설하고 싶어한다. 어쨌든 언젠가 자신들만의 나라를 갖겠다는 의지와 상관없이, 그들은 미국 내에서 이미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앞으로 미국의 역학 구도는 빠르게 성장하면서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는 엘 노르테 히스패닉의 향방에 따라 크게 달라지리라 전망된다. 20세기 후반까지 다른 국민들은 단 하나의 주 정부도 장악하지 못한 엘 노르테를 무시해왔다. 그들은 엘 노르테가 파웨스트, 그레이터 애팔래치아, 디프사우스에 흡수돼 멸종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조용히 미국 인디언들과 같은 운명을 맞이하게 될 거라 여겼던 것이다. 하지만 노르테뇨는 뉴멕시코, 남부 텍사스, 남부 애리조나의 정치와 문화적 삶을 다시 지배하기 시작한 데다 남부 캘리포니아까지 깊숙이 침투해 들어갔다. 그들은 샌안토니오부터 로스앤젤레스에 이르는 주요 도시의 시 정부를 장악하고 뉴멕시코 주지사, 미 연방 의회, 뉴멕시코와 콜로라도 상원에도 자신들의 사람을 진출시켰다.
이처럼 수 세기 전에 형성된 미국의 다양한 국민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듯하면서도 다른 한편 애초에 지녔던 문화와 인종, 종교적 신념 등이 퇴색되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뉴욕 인구에서 네덜란드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0.2퍼센트에 불과한데 과연 뉴욕을 네덜란드가 남긴 유산이라 할 수 있나? 매사추세츠와 코네티컷은 각각 아일랜드와 이탈리아에서 온 이주민들이 뿌리 내렸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다들 용광로에 녹아들지 않았는가. 이런 의문은 당연하지만 풀어야 할 사안은 매우 복잡하다. 한 예로 저자인 우다드의 가까운 조상들을 살펴보자.
루터교 농부였던 그의 증조부는 덴마크 퓐 섬에서 아이오와 서쪽 지역으로 이주해왔다. 그들은 미들랜드 중서부 지역 문화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을지는 몰라도 결국 그곳의 기존 문화에 동화돼갔다. 아일랜드 가톨릭교도였던 그의 또 다른 증조부는 서부 내륙의 철광 구리 탄광에서 일했다. 그의 손주들은 자라서 파웨스트인이 됐다. 5대조 할머니의 가족들 역시 훗날 그의 사촌 처남이 될 사람과 마찬가지로 아일랜드에서 이주해왔다. 그러나 그들이 일자리를 찾은 탄광은 퀘벡에 있었고, 그래서 그의 후손들은 자라서 프랑스어를 말하며 원주민 설신을 신고 여행을 다닌다. 더 나은 삶을 위해 터전을 옮긴 그들은 그곳에 있던 기존 문화를 바꾼 것이 아니라, 여러 세대를 거치면서 그들을 둘러싼 문화에 젖어들어갔다. 그들은 기존 지배 문화에 포섭되거나 거부할 수 있었지만, 그곳을 자신들 문화로 대체할 순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윌버 젤린스키의 다음과 같은 지적은 타당하다. “최초의 정착민들이 아무리 소수였다 해도 장기간 지속되는 영향력 면에서 초기 정착민 수십 수백 명은 몇 세대 후 이주해온 수만 명의 새로운 이주민보다 문화지리학적으로 훨씬 큰 의미를 지닌다.”
오늘날 교통과 통신기술의 발달로 북미 대륙의 기동성은 한층 좋아졌지만, 이는 국민들 사이의 차이점을 약화시키기보다 오히려 강화시키고 있다. 2008년 빌 비숍과 로버트 쿠싱이 쓴 『대분류』는 1976년 이후 미국인들이 자신의 가치관 및 세계관과 비슷한 커뮤니티로 각자 헤쳐 모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 결과 선거에서 특정 정당에 압도적인 차이(20퍼센트 포인트 이상)로 몰표를 던진 카운티에 사는 유권자는 1976년 26.8퍼센트에서 2004년 48.3퍼센트로 증가했다. 사람들이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커뮤니티로 헤쳐 모이면서, 현재 미국은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인 여러 개의 지역 국민들로 재분류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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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교육 수준이 가장 높은 주(석사 이상 학위)는 양키들이 많은 매사추세츠(16퍼센트)였고, 가장 낮은 주는 디프사우스에 있는 미시시피(6.4퍼센트)였다. 그밖에 상위에 오른 주는 뉴욕(5위), 양키가 장악하고 있는 코네티컷(3위)과 버몬트(6위), 로드아일랜드(9위)인 반면, 교육 수준이 낮은 하위 주로는 애팔래치아인이 많이 사는 아칸소(48위)와 웨스트버지니아(46위)가 꼽혔다. 그렇다면 어떤 주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 탄소배출권 거래협정에 가장 먼저 동참했을까? 유니언숍(노조가입 의무조항)을 금지하는 법안을 제정한 주들은 어디인가? 태평양 북서부 지역과 캘리포니아 북부 지역에서는 어떤 카운티들이 공화당을 지지했을까? 반면 민주당을 지지한 카운티들은? 텍사스와 뉴멕시코의 어떤 지역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압도적으로 높을까?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과 함께 캐나다, 멕시코를 아우르며 북미를 통찰하는 이 책은 당장 미국으로부터 떨어져나오려 하는 두 개 지역과 더불어 2100년경 미국이 어떤 모습이 될 것인지까지 그려 보이고 있다.
제1부 기원: 1590~1769
1장 엘 노르테의 탄생
2장 뉴프랑스의 탄생
3장 타이드워터의 탄생
4장 양키덤의 탄생
5장 뉴네덜란드의 탄생
6장 식민지들의 첫 번째 반란
7장 디프사우스의 탄생
8장 미들랜드의 탄생
9장 그레이터 애팔래치아의 탄생
제2부 불가능해 보였던 동맹: 1770~1815
10장 공동의 투쟁
11장 자유를 위한 여섯 번의 전쟁
12장 독립 혹은 혁명
13장 북부의 국민
14장 첫 번째 분리주의자들
제3부 서쪽으로 퍼져나가는 전운: 1816~1877
15장 양키덤의 서진
16장 미들랜드의 서진
17장 애팔래치아의 서진
18장 디프사우스의 서진
19장 엘 노르테 정복
20장 레프트코스트의 탄생
21장 서부를 향한 전쟁
제4부 문화전쟁: 1878~2010
22장 파웨스트의 탄생
23장 이주와 정체성
24장 신과 사명
25장 문화 충돌
26장 전쟁, 제국, 그리고 군사
27장 권력을 위한 투쟁 Ⅰ: 블루국민
28장 권력을 위한 투쟁 Ⅱ: 레드와 퍼플
에필로그
미국인들은 유럽에서 이주해온 초기 정착민들이 매사추세츠와 버지니아 해안에 상륙한 수 태평양 쪽으로, 즉 동부에서 서부로 대륙을 개척해나갔다고 배워왔다. _「본문」
“지난해 읽은 책 가운데 가장 독창적인 작품 중 하나…….
미국에서 대사를 지내는 5년 동안 나는 각 주의 선거 패턴을 연구하고,
미국 역사에 관한 글을 읽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우다드의 연구는 내가 직접 관찰한 것으로 봐도 실제에 딱 들어맞는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_존 브루턴, 전 아일랜드 국무총리
“콜린 우다드는 우링게 미국 지도에 표시된 선 아래 존재하는
이면의 선-유럽인들이 대륙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 기틀에 균열을 낸 단층선을 보여주었다.
항상 천천히 변화했지만, 그것들은 계속해서 이 나라를 형성하는 선들이다.”
_마크 스테인, 『미국의 주들은 어떻게 형성되었는가』저자
“도발적이다.”
_『퍼블리셔스 위클리』
“눈을 뗄 수 없다. 얻을 게 많다.”
_『워싱턴 포스트』
“매혹적이고, 흡인력 있다.
특히 지금처럼 수많은 사람이 ‘건국의 아버지들’을 정치적 조상으로 삼아 있지도 않은
통합을 주장할 때 시의적절하게 읽을 수 있는 영리한 책이다.”
_『보스턴 글로브』
“불만이 쏟아지는 현재 미국의 정치 공간에서 작동하는 힘을 이해하는 더 나은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진정 훌륭한 성과를 거두었다.”
_『데일리 비스트』
“개척 초기부터 형성된 민족문화적 차이로 인해 분열된 현재 미국의 자취를 따라
역사를 심도 있게 파고든다는 점에서 돋보이는 책.”
_『뉴 리퍼블릭』
“미국 정치 독립체의 결성 과정을 이해하는 데 있어 우리의 관점을 설득력 있게 재구성한다.
역사에 관한 새롭고도 빼어난 시선.”
_『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
“미국 역사와 사회학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책.”
_『세인트루이스 디스패치』
“저널리스트이자 역사가인 콜린 우다드의 이 책은 굉장하다. 저자는 지금까지도 국가적 차원에서 사고방식과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서로 다른 지역의 모순적 신년에 입각해 세워진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 논쟁을 이끌어낸다. 이 책은 우리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정치적 경계에 대한 개념을 산산조각 낸다.”
_『코틀랜드 프레스 헤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