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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사, 길을 품다 풍찬노숙에 그려진 조선의 삶과 고뇌
  • 지은이 | 최기숙 김대길 강석화 설석규 이지양 차미희 강민구 김종서 이선희 오수창
  • 옮긴이 |
  • 발행일 | 2007년 09월 17일
  • 쪽   수 | 366p
  • 책   값 | 16,000 원
  • 판   형 | 152*223
  • ISBN  | 9788954603850
책소개 목차 미리보기 지은이/옮긴이
책소개

무엇을 말하고 있나?

 

-하늘이 흐리면 덩치가 큰 몇몇 별밖에 보이지 않는다. 설령 다른 별들이 보이더라도 희미하다. 하지만 하늘에 잡티가 없는 티벳 같은 곳에 가면 모든 별들이 그 속까지 다 투명하게 비치는 것처럼 반짝거린다. 이 책은 조선시대를 그런 식으로 조명하고자 했다.

 

이 책은 열 갈래의 길을 통해, 조선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구체적인 인생행로에 대해 말하고 있다. 잘 살고 있는데 청천벽력처럼 유배의 명령이 떨어졌을 때(유배길), 적이 자꾸 국경을 침범해 도대체 어떤 놈들인지 살펴보러 떠나야 했을 때(첩보길), 억울하고 자존심이 상해 견딜 수가 없어 집단으로 항명을 할 때(상소길), 단짝과도 같은 아내가 죽어서 그 어찌할 수 없는 상실의 고통을 견뎌야 할 때(장례길), 평생을 괴롭힌 병마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급적 산길을 피하고 평지와 물길을 이용해 쉴 곳을 찾아 떠날 때(요양길) 길 위에서 그들이 보여주는 모습을 롱테이크로 잡았다.
고담준론의 조선도 아니고, 처참하고 비참한 조선도 아니며, 우리가 본받아야 한다거나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역사화된 조선이 아니다. 단지 그들의 손짓 하나, 몸짓 하나에 담겨있는 의미를 포착하고자 했다. 길을 걸어가면서 멍하게 그들의 머릿속을 맴돌았던 생각, 아침에 일어나 세수할 때 머릿속을 채운 걱정거리, 부탁을 거절당했을 때의 굴욕감과 대안을 찾기 위한 부산함, 죽음의 위기에 처했을 때 날것 그대로의 공포를 살려냈다. 그림으로 말하자면 이 책은 일상적인 삶을 그린 풍속화나 풍경화도 아니고, 개념이나 담론의 구조를 보여주는 추상화도 아니며, 펜으로 하나하나 따라가면서 느낌들을 살려낸 극사실화에 가깝다.
하나 특이한 점이 있다면,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많은 경우 일선 실무자들이라는 점이다. 몸이 축날 정도로 일을 해서 겨우 휴가길을 떠날 수 있었던 하급관리의 사례나, 수령의 명령에 따라 국경을 건너 거칠고 무서운 야행을 감행해야 했던 후창군의 장교들과 행정관속들이 그렇다. 양반들의 이야기도 나오지만 대부분 권력자라기보다는 과중한 업무에 짓눌린 고을 수령이나, 인조반정 이후 서인세력에게 밀려 서원을 빼앗을 위기에 처한 안동사림의 이야기가 나온다. 요즘 말로 하면 대한민국 1%의 정서가 아니라, 대한민국을 떠받치고 있는 중산층의 삶과 고뇌를 조선시대에서 찾은 것이다.

 

어떻게 말하고 있나?

 

-이 책은 길과 역사의 결합이다. 길을 테마로 해서 조선시대 삶의 구체적인 모습을 재구성한 것이기도 하지만, 길의 굴곡과 험한 모습, 시작과 끝이 있는 길의 구조적 속성, 낯선 사람들과 마주치듯이 우연적 사건들이 개입해 들어오는 삶을 보여주는 등 길의 속성을 잘 살리고자 했다.

 

첫째, 이 책에 실린 대부분의 글들은 특정 개인이 남긴 일기나 일지를 바탕으로 1~2달간의 삶을 재구성한 것이다. 첩보길, 휴가길, 상소길, 마중길, 과거길, 암행어사길이 그러하다. 일기이기 때문에 매우 솔직하고 내밀한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매일매일의 기록이기 때문에 자세하고 상세하다. 외부의 여러 사건과 정황들이 한 사람의 시선에서 정리되고 평가되고 우리에게 전달된다는 특징도 있다.
둘째, 길을 떠나서 목적지에 닿을 때까지의 일정 혹은 집을 나서서 다시 집으로 돌아오기까지의 일정을 다루고 있다. 왜 길을 떠날 수밖에 없었는지가 대개 첫 부분에 등장하며, 중간부분은 길 위에서 고생스러웠던 일, 목적지에 빨리 닿기 위해 했던 노력들, 조선의 풍속과 풍물, 자연이 그려지며, 여행에서 느끼기 마련인 여러 가지 삶에 대한 단상과 낯설음에 대한 토로 등이 나온다.
셋째, 철저한 사료비평의 바탕 위에서 일기 속에 그려진 조선인들의 삶이 객관적으로 조망된다. 일기의 기록은 한 개인의 여과되지 않은 슬픔과 분노, 소소한 느낌들이 모두 나타나 있다. 조선시대라고 해서 일기까지 에헴! 하면서 격식을 차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필자들은 그런 주관적 감정들을 그대로 본문 속에 살려내면서도 그 사람이 처한 정치적 상황, 신분적 위치, 개인적 연륜까지 따져가면서 왜 그런 말이 나오는지

목차

길을 떠나기 전

첩보길 목숨을 건 외로운 길, 후창군 장교들의 만주지역 정탐기
장례길 아내의 죽음이 마음속으로 50리 길을 내다
상소길 서원 빼앗긴 안동사림의 처절한 항의
유배길 조희룡, 고통 속에서 피운 성찰의 꽃
휴가길 하급관리 황윤석의 금쪽같은 휴가
암행어사길 1822년 평안남도 암행어사 박내겸의 고뇌
요양길 75세의 큰 스승 한강 정구의 화려한 온천행
과거길 조선시대, 출세를 향한 먼 여정
마중길 어느 지방 수령의 손님맞이
장길·보부상길 짚신에 감발 치고 이 장 저 장 뛰어다니니

참고문헌 및 자료출처

미리보기

청인들은 집마다 조선인을 부리고 있었으며, 자기 집을 갖고 있던 조선인들조차 청인에게 매여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범월한 조선인들의 청인의 노예 노릇하는 것에 대해 일행은 “나라를 배신한 자들의처지가 나빠진 것은 당연하다”고 평했다. 월경인들에 대한 시각이 좋을 리가 없었던 것이다._25쪽

 

사실 과거가 제대로 치러지지 못하며 많은 폐단을 안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었다. 2월 5일에도 기로 조참에서 남태제가 과거 폐단을 아뢰었고, 이전에도 조명정이 아뢴 바 있다. 세력가의 자제들이 과장의 자리를 너무 많이 차리하고 거드름을 피워서 시골 선비들은 앉을 자리조차 없거나 시험을 너무 자주 봐 합격자의 실력이 고르지 못하고 합격자에게 자리를 주지 못하는 문제가 쌓여 있었다. _170쪽

지은이/옮긴이

지은이

최기숙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고전 텍스트를 현대 문화와 소통시키기 위해 고전의 현대적 번역과 비평 작업을 진행한다. 젠더, 연령, 신분 등의 차이가 규정하는 소수문화, 하위주체의 문화적 위치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최근에는 전통시기 문예 양식을 중심으로 ‘잘 나이들기(Aging-well)’에 관한 자원탐색적 연구를 하고 있다. 연세대 학부대학 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연세대 국학연구원의 HK교수다.
저서로 『환상』『어린이 이야기, 그 거세된 꿈』,『어린이, 넌 누구니』『문밖을 나서니 갈 곳이 없구나』,『거지에서 기생까지, 조선시대 마이너리티의 초상』등이 있고, 공저로 『역사, 길을 품다』,『남원고사』등이 있다.

 

김대길
1959년 강원도 정선 출생. 관동대학교 역사교육과를 졸업하고 중앙대학교 대학원 사학과에서 문학석사, 박사를 취득했다. 현재 국사편찬위원회 편사연구사로 재직중이다. 논문으로 ‘조선후기 장시의 사회적 기능’ ‘조선후기 酒禁에 관한 연구’ ‘조선후기 서울에서의 三禁정책 시행과 그 추이’ 등이 있다.

 

오수창
서울대학교 국사학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과정을 마쳤다. 17세기 붕당정치와 19세기 세도정치 등 중앙정치로 한국사 연구를 시작하였으며, 조선후기의 중앙정치와 평안도 사회발전의 관계를 검토하여 박사학위를 받았다. 최근에는 춘향전이나 야담과 같은 문학 작품에 담긴 역사적 상황을 해명하고자 하였다. 지은 책으로 『조선후기 평안도 사회발전연구』, 『조선시대 정치, 틀과 사람들』, 『조선정치사 1800~1863』(공저) 등이 있다. 서울대학교 규장각 학예연구사, 한림대학교 사학과 교수를 거쳐 현재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국사학과 교수로 있다.

 

강석화
–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국사학과 박사
– 현 경인교육대학교 사회교육과 교수

 

설석규
한국국학진흥원 연구위원. 지은 책으로는 <조선시대 유생상소와 공론정치>, <죽유 오운의 삶의 학문세계> 외 다수.

 

이지양
성균관대학교 국문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동국대학교, 부산대학교, 연세대학교에서 연구교수를 역임. 현재 성균관대학교와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출강. 저서로 『홀로 앉아 금을 타고-옛글 속의 우리 음악 이야기』, 『나 자신으로 살아갈 길을 찾다 – 조선 여성 예인의 삶과 자취』 등이 있다.

 

차미희
이화여자대학교 사회생활학과에서 학부와 석사 과정을 마치고, 고려대학교 사학과와 역사교육과에서 각각 한국사와 역사교육으로 문학 박사와 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이화여대 사범대학 사회생활학과 역사교육 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강민구
성균관대학교에서 한문교육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한국한문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파리 13대학 초빙 교수를 지냈으며, 2017년 현재 경북대학교 인문대학 한문학과 교수이다. 『조선 3대 유서類書의 형성과 특성』, 『세계의 백과사전』(공저), 『실학파의 산문과 비평』, 『조선후기 문학 비평의 이론』, 『조선후기 문학 비평의 실제』, 『국역 교감 송남잡지』 등의 책을 냈다.

 

김종서
유려한 미문美文과 모던한 감성의 한문학자. 거뭇하게 손때 묻은 한서들 속에 숨은 명편名篇을 발굴하고 ‘지금-여기’에서 의미를 지니는 텍스트로 만드는 데 전력투구하고 있다. 우리 한시에는 무엇을 담았고 어떻게 읊어지고 있는지 관심이 많다. 때로는 그림으로 때로는 노래로 읽혀지는 우리 한시, 그 시정 속에 담긴 선인들의 진실 소박한 심성을 그대로 느끼기 위해 시인의 마음과 솜씨를 살려 읽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계간지 <문헌과해석> 팀의 일원으로서 산문정신을 대변하는 ‘낙수여적落水餘滴’을 한시 읽기의 즐거움으로 집필하고 있다. 공저로 《역사, 길을 품다》, 역서로 《교감역주校勘譯註 송천필담松泉筆譚》(공역), 논문으로 <손곡蓀谷 이달李達의 악부시樂府詩 수용과 미적 성취> 등이 있다. 전남 강진에서 태어나 성균관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 연구원으로 있다.

 

이선희
국민대 한국학연구소 연구교수. 중앙대에서 박사학위 취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