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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리는 생각한다 개미에서 로봇까지, 복잡계 과학의 최전선
  • 지은이 | 군지 페기오-유키오
  • 옮긴이 | 박철은
  • 발행일 | 2018년 12월 05일
  • 쪽   수 | 256p
  • 책   값 | 15,000 원
  • 판   형 | 136*202
  • ISBN  | 9788967355678
책소개 목차 미리보기 지은이/옮긴이
책소개

개미, 병정게, 정어리, 찌르레기, 로봇에서
우리 뇌의 신경세포까지……
살아 있는 ‘무리’에는 의식이 있는가?

‘무리’를 통해 개체의 자유와 집단의 질서,
인간사회의 원초적 구조와 뇌의 원형을 파헤치다

‘무리에 의식이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무리를 신경세포의 무리로 치환해보자. 신경세포의 무리란 곧 뇌다. 의식은 뇌의 산물이라고 누구나 생각하겠지만, 단독으로 배양되는 신경세포는 의식이나 마음의 편린조차 보여주지 않는다. 그렇지만 천수백억 개의 신경세포가 집단이 될 때, 거기에서는 단순한 집단을 넘어서는 ‘의식’이 출현한다. (…) 각 개체가 다른 시간에 사는, 철저히 흩어진 집단에 의해 집단의 일관성을 만들어내는 역학에 내재하는 모순-수동과 능동의 비대칭성-은 드러나게 됨과 동시에 약해진다. 그 결과로 무리는 개체의 분방하고 제멋대로인 운동을 유지하면서 전체로서 명확한 조화를 이룬 채 진행한다.
(/ 본문 중에서)

 

무리의 지능을 다시 생각하다
-의식의 기원이란 무엇인가에 답하며

무리에서 의식을 발견할 수 있는가? 이 질문의 열쇠는 동물 무리에서 사물과 것의 분화 및 융합 과정을 발견하는 데 있다. 떼를 지어 나는 찌르레기를 보며 전체로서의 그들 ‘무리’에 의식이 있다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신경세포의 무리인 뇌에 의식이 있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저자는 이러한 양쪽의 판단이 모두 집단적 의식의 존재에 대한 소박한 신념에 의해서 생겨난 안이한 판단이라고 지적한다. 의식의 상태와 구조에 관한 근거가 없다면, 의식의 있고 없음에 대한 판단도 그만큼 부주의하고 자의적으로 이루어질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이러한 의식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 군지 페기오유키오는 ‘사물’과 ‘것’의 개념을 소환한다. 우선 사물은 외부에서 조작이 가능하다. 것은 내부에서 경험될 수밖에 없다. 사물은 양적이다. 것은 강도剛度로서 이해된다. 사물은 삼인칭적·객관적 개념이며 것은 일인칭적·주관적 개념이다. 사물은 대상화할 수 있지만, 것은 대상화가 불가능하다. 이렇게 보면 의식이나 마음은 사물이기도 하고, 것이기도 한 양의성을 지니게 된다. 그렇다고 할 때 사물화의 폭력성이라는 독단은 막을 수 있는 것일까 혹은 필요악인 것일까? 저자는 의식을 정의하는 문제의 근간을 파악하기 위해 동물 개체 무리를 들여다본다.
찌르레기나 개미 등 동물 무리를 보면 의식과 같은 의사 결정 메커니즘이 있는 듯하다. 인간과 같다고는 할 수 없으나 기계라고도 할 수 없는. 바닷속을 헤엄치는 정어리 무리를 촬영한 방송 다큐멘터리를 예로 들자. 무리의 움직임과 개체의 행동을 보면, 무리의 구성 요소인 개체는 전체와 분리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약한 개체를 몇 마리의 정어리가 밑에서 떠받치며 헤엄을 돕는다. 약한 개체와 나란히 헤엄치던 정어리들은 일정 깊이에 이르러서는 함께 헤엄치기를 멈추고 다시 무리에 합류한다. 그렇다면 개개의 정어리에게는 모종의 사회성(원생적 사회성)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을까? 저자는 곰개미나 아르헨티나개미, 고동털개미를 가지고 그들의 응집 패턴을 실험한 뒤, 전술한 ‘사물과 것이 괴리된다’는 관점을 수정한다. 의식의 생성과 기원은 답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문제가 아니라, 사물과 것의 양의성이 서서히 발전되고 형성된 것이라고 말이다. 여기서 독자는 이 책의 중요한 질문이자 군지 페기오유키오가 줄곧 관심을 가져온 ‘수동적 능동성’과 ‘능동적 수동성’의 문제를 마주하게 된다. 즉, 개성을 가진 개인으로서 우리의 마음은 기능적 전체의 일원으로서 우리의 마음은 공립하고,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뒤섞이고 혼효한다.

 

개체의 자유와 집단의 질서
-수동적 능동성과 능동적 수동성

“어서 오십시오”나 “도와드릴까요?”처럼 우리가 흔히 쓰고 듣는 말 가운데도 능동적 수동성의 단적인 예가 있다. 이 말들에 담긴 마음은 수동적이면서도 적극적이다. 자신이 먼저 능동적으로 행위하지는 않으나, 시켜주기를 상대에게 요청한다. 다른 사람의 행동을 능동적으로 재촉해 결과적으로 스스로를 수동자로 만드는 것이다.
‘타조 클럽’이라는 일본의 유명한 콩트는 이러한 상황을 잘 보여준다. 가쓰히로, 지몬, 류헤이 세 사람은 열탕 앞에 서 있다. 세 사람 중 열탕에 들어가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누군가 한 사람은 들어가야 한다. 우선 리더인 가쓰히로가 손을 들고 나선다. 그러자 이인자인 지몬도 ‘네가 하면 나도 한다’라는 기세로 손을 든다. 이렇게 되면 혼자 남은 류헤이도 손을 들지 않을 수 없다. 즉, 손을 들도록 강요받은 류헤이는 떨떠름하게 손을 든다. 이때 가쓰히로가 손을 내리며 말한다. “그럼, 들어가시죠.” 이렇게 류헤이를 탕에 들어가게끔 추동한 가쓰히로와 지몬은 능동적 수동자가 되고, 억지로 탕에 들어간 류헤이는 수동적 능동자가 된다. 즉 능동과 수동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며, 개체의 자유는 이처럼 집단의 질서와 상호작용함으로써 수동적 능동성과 능동적 수동성을 연쇄적으로 계승한다. 이로부터 상호예기 모델을 도출 가능하다. 다시 말해, 무리 내부의 개체는 “서로 상대의 움직임을 사전에 예기하고, 주위 소집단의 운동 경향을 파악해 서로 양보하여 충돌하지 않도록 다른 장소를 선택해 이동한다.” 이때 모든 개체는 분포에 따라 리더인 가쓰히로가 될 수도, 이인자인 류헤이가 될 수도, 혼자 남은 류헤이가 될 수도 있다.
사물과 것을 엄격히 구별하면서 동시에 양자를 혼동하는 것도 가능한 상태를 상정할 때 무리의 의식은 개체의 자유와 하나의 전체성이 혼효하는 상태를 더 잘 보여준다. 즉, 무리 속에서 보이는 다양한 개체의 자유로운 움직임과 그들 사이의 격렬한 난류, 그리고 집합적 전체와는 다른 하나의 ‘기능적’ 전체로서의 무리를 발견할 수 있다. 2008년 11월 군지 페기오유키오는 남병정게 무리를 만날 수 있는 이리오모테섬으로 향한다. 물가를 따라 이동하며, 서로 밀어내고 흩어졌다 다시 모이기를 반복하고 무리가 되어 수로를 건너는渡河 남병정게를 관찰하며 그는 “하나의 생물처럼 전체로서의 기능을 갖고 운동”하는 무리를 발견하게 된다. 그는 계속되는 상호예기 네트워크 모델 설계와 미분화성 관측, 시간 발전과 속도 동조, 상전이 실험을 보이드, 소라게 등 다양한 피실험체를 통해 진행하며 그 구체적인 양상을 탐구한다.
이 책의 절반 이상은 각각의 실험들이 어떻게 설계되었는가, 그에 내포되고 상정된 개념과 의미는 무엇인가, 실제 실험에서 나타난 양상은 어떠한가, 그로부터 도출할 수 있는 결론은 무엇인가, 또한 그 결론을 통해 과거의 모델을 어떻게 재검토할 수 있는가를 설명하는 데 할애돼 있다. 자칫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러한 과정을 상세히 기술한 까닭은, 그 하나하나의 단계들이 의식의 기원과 구조를 설명하는 각각의 요소이자 단계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여기서 저자가 상정한 무리 모델 구상의 전제는 “무리가 하나로 모여 운동하기 위해서는 모든 개체가 진행 속도를 맞춰 개체의 다양성을 희생할 수밖에 없다”는 가정이다. 이 같은 개체의 자유와 집단의 질서의 관계는 인간사회에서도 확인된다.
“통상 개체의 자유와 사회로서 내리는 하나의 의사 결정을 양립시키기는 어렵다. 이것은 딱히 동물 무리에만 한정된 이야기는 아니다. 인간사회에서도,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성을 모두 인정하는 것과 사회를 하나의 조직으로서 정리하는 것을 양립시키기는 어렵다. ‘다양성이 중요하다’고 주장하기는 쉽지만 많은 경우 의견 집약을 위한 허용 범위, 상정 범위가 설정되고 그 이외의 것은 배제된다. 제각기 다른 개성을 인정한 다음, 전체로서 수미일관된 의사가 실현되는 합의 방법이 인간사회에서는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멸사봉공을 강조하는 전체주의와 전체가 의사를 결정하는 능력을 최소화하려는 아나키스트 사이를 어떻게든 중재해서 조정하는 민주주의가 계속 유지되고 있다(164-165).”

또한 저자가 설계한 상호예기 모델과 여러 실험을 통해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바는, 의식이 ‘경험되는 사물’이라는 사실이다. 무리란 ‘경험되는 현상’인 동시에 역으로 ‘경험될 수밖에 없는 의식’이기도 함을 발견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개체의 자유와 개성은 사회의 규범이나 질서와 단적으로 모순되는 듯 여겨진다. 그러나 실은 모종의 일관성을 만들려는 역학 속에 이미 어떤 종류의 모순이 내포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오히려 이 역학에서 끊임없이 일탈하려고 하는 개체의 자유, 개성이야말로 결과적으로 사회성을 실현하는 것은 아닐까. 최종적으로 우리는 그러한 이미지를 생물의 무리 속에서 발견한다(240).”
개체의 분방하고 제멋대로인 운동을 유지하면서도, 전체로서 명확한 조화를 이룬 채 진행하는 무리는 인간의 의식, 인간사회의 구조와도 닮아 있다. 요컨대 ‘무리는 생각한다’-혹은 이 책의 원제인 ‘무리는 의식을 갖는다群れは意識を持つ-라는 명제는 인공지능이 담지하는 과학적으로 정의 가능한 의식세계에서 우리 자신으로 하여금 의식의 기저라고 할 수 있는 뇌의 신경세포 무리에 대해서뿐 아니라, 자아와 타자의 끊임없는 상호예기를 통해 형성되는 무리라는 현상, 사회를 이루는 개체로서 우리 자신과 우리가 속한 사회의 전개 양상까지도 생각해보게 한다.

목차

제1부 의식과 무리: ‘사물’과 ‘것’의 미분화성 
1장 찌르레기 무리와 뇌
2장 개미가 영어를 알 수 있을까?
3장 신체 도식과 신체 이미지
4장 스웜인텔리전스: 무리의 지능을 다시 생각하다

제2부 동물의 무리: 개체의 시점에서 보는 ‘사물’과 ‘것’
5장 버드안드로이드
6장 자기추진입자
7장 개량형 보이드는 무리를 어디까지 설명할 수 있는가
8장 개체는 무엇을 보는가
9장 스케일프리 상관

제3부 남병정게 무리는 고통을 느끼는가 
10장 이리오모테섬에서 시작하다
11장 타조 클럽 모델
12장 ‘사물’과 ‘것’을 공존시키는 상호예기
13장 남병정게는 고통을 참고 물에 들어가는가

제4부 무리가 만드는 시계·신체·계산기 
14장 남병정게 무리를 해석하다
15장 남병정게의 상호예기
16장 무리로 제작한 시계
17장 무리의 신체
18장 남병정게 계산기

제5부 무리의 의식: 조건에서 경험으로

후기
참고문헌
옮긴이의 말

미리보기

‘당신은 자신은 모르지만 실은 좀비다’라는 식의 폭력적인 마음이나 의식의 ‘사물’화 -자의적인 정의-까지 낳게 될 것이다. 과연 그러한 독단을 막을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면 이는 피하기 힘든, 일종의 필요악인 것일까?

_「찌르레기 무리와 뇌」

 

육체는 시각, 청각, 촉각이라는 감각을 갖는다. 따라서 육체의 확대로서 성립하는 신체는 육체 이외의 장소에서 감각을 동반할 가능성이 있고 육체가 축퇴해서 성립하는 신체는 육체의 어떤 감각을 잃게 할 가능성이 있다. 예컨대 테니스 선수는 테니스를 치는 환경 덕분에 신체 도식이 확장된다. 이때 신체 이미지도 어떤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을까? 프로 테니스 선수라면 라켓이 코트에 부딪혔을 때의 충격이 신체 자체에 부딪힐 때의 충격에 가까운 경우가 있지 않을까?

_「신체 도식과 신체 이미지」

 

전원이 같은 것을 생각하고 같은 행동을 하기 때문에 무리에서 하나의 전체성(정렬된 무리, 단순한 사회성)이 나타난다. 개성은 요동에 의해 표현될 뿐이다. 주위에 맞추려고 생각해도 조정 능력이 불완전하면 정렬은 흐트러진다. 이 흐트러짐이 개성이 된다.

_「후기」

지은이/옮긴이

지은이

군지 페기오-유키오郡司ぺギオ-幸夫

1959년생. 도호쿠(東北)대학 대학원 이학연구과 박사후기과정을 수료하고 현재 고베(神戶)대학 대학원 이학연구과 지구혹성과학 비선형과학 전공교수로 있다. 관측자가 관측대상의 외부에 수동적으로 머무르지 않고, 관측한다는 행위로 인해 끊임없이 관측대상과 상호작용한다는 <내부관측> 개념을 발전시켜, 관측 이전, 이후의 논리적 불일치의 상태를 확정하여 무모순화하려는 것을 지양하고, 끊임없이 불일치되는 관측 과정 자체에 주목하여 시간을 사상하지 않는 논리, 수학적 모델을 주창하고 있다. <생명이란 무엇인가?>, <생명과 물질의 차이는 무엇인가?>라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생명의 기원과 진화, 자기조직계 이론, 바이오컴퓨팅, 인공지능, 인지과학 연구 등 폭넓은 분야에서 독자적인 성과를 올리고 있다. 저서로『원생계산과 존재론적 관측』(原生計算と存在論的觀測), 『살아 있는 것의 과학』(生きていることの科學), 『생명이론』(生命理論), 『시간의 정체』(時間の正體), 『생명일호』(生命壹號), 『무리는 의식을 갖는다』(群れは意識をもつ)등, 그 외 다수의 공저와 논문이 있다.

 

옮긴이

박철은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반대학원 서양철학 석사, 고베대학대학원 이학연구과 비선형과학 박사후기과정수료(이학박사). 와세다대학 이공학술원 총합연구소 초빙연구원, 고베대학대학원 이학연구과연구원. 옮긴 책으로 『생명이론』, 『허구세계의 존재론』, 『과학으로 풀어낸 철학입문』, 『고쿠분 고이치로의 들뢰즈 제대로 읽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