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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쿄 최후의 날 핵의 수호자들, 전쟁과 대재앙의 숨은 조종자
  • 지은이 | 히로세 다카시
  • 옮긴이 | 최용우
  • 발행일 | 2018년 03월 02일
  • 쪽   수 | 340p
  • 책   값 | 16,000 원
  • 판   형 | 140*205
  • ISBN  | 9788967355012
책소개 목차 미리보기 지은이/옮긴이
책소개

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46분. 도호쿠 지방 태평양 해역에서 발생한 대지진이 일본을 덮쳤다. 간토 지방에서 홋카이도에 이르는 광활한 태평양 해안에 해일이 밀어닥치면서 동일본 대지진이라는 대참사가 벌어졌다. 그로부터 한 시간 후, 높이 14미터 이상의 거대한 해일이 들이닥친다. 대규모 해일로 후쿠시마 제1원전의 모든 전원이 나가면서 노심용융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했다. 이튿날인 3월 12일부터 3월 15일 사이,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원자로 4기가 잇따라 폭발 및 파괴된다. …… 그날,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지금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사고로부터 한 달 후, 1년 후, 그리고 현재까지도 이 대재앙은 여전히 ‘수수께끼’로만 남아 있다. 그토록 엄청난 대참사에 대해 7년간 밝혀진 것이 한 줌도 채 되지 않는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어리둥절한 얼굴로 고향에 돌려보내진 피해지역 주민들, 널뛰는 피폭 한계치,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전문가의 말들과 가늠할 수 없는 여파餘波. 이 수수께끼는 우리에게 중요한 사실을 암시한다. 3·11은 결코 3·11만으로 파악될 수 없다는 것. 또 그렇기 때문에, 3·11은 3·11 자체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는 것. 일본을 대표하는 반핵운동가 히로세 다카시는 3·11을 기점으로 핵의 발견이 지금의 거대 핵자본 네트워크로 이어지기까지 ‘쌍둥이 재앙’ 원전과 원폭의 세계사적 계보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괴담이 아닌 실제 피해가 말해주는 것

“그이는 정말이지 처참한 모습으로 죽어갔습니다. 마지막에는 너무나 괴로워하며 손등을 물어뜯는 바람에 살갗이 전부 떨어져나갔습니다. 피투성이가 되어 죽어간 거죠.” “오염된 구름이 지나간 후로 머리카락이 몽땅 빠졌어.” “눈이 없는 아이가 태어났어.” “사실 방사선의 영향도 싱글벙글 웃는 사람에게는 찾아오지 않습니다. 걱정하며 끙끙대는 사람에게 찾아오죠.”

‘괴담’같이 들리는 이 말들은 기록으로 남아 있는 실제 피해자의 증언과 전문가의 발언이다. 이 책에서 방사능의 위험과 피해는 결코 괴담으로 소비되지 않는다. 저자는 오히려 실제 피해 사례로부터 눈을 돌리려는 세력을 예의 주시하며, 오랫동안 현장 취재와 문헌 조사를 병행해 밝혀낸 방사능 피해의 양상과 실태를 제시한다. 그 사례는 우라늄·플루토늄 등 핵물질 연구자들에서부터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간 미국 세인트조지 주민, 불안을 애써 모른 체하며 살아가는 대도시 도쿄의 시민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또한 저자는 이 광범위한 피해자들을 적재적소에서 상기하고, 연결시키며 더 커다란 그림을 그려낸다.

1956년, 미국 유타주 세인트조지에 살던 장의사 엘마 피킷은 어느 날 놀라운 사실을 깨닫는다. 자신이 장례를 치른 대다수의 사람이 암으로 숨진 것이다. 이후 수년간 끔찍한 사태가 이어졌다. 불행은 피킷 자신에게도 찾아왔다. 그는 아내를 비롯해 여동생, 조카, 할머니, 큰아버지, 장모, 처제, 숙모까지 모두 잃었다. 이들은 모두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후 세인트조지에서는 어린아이부터 성인에 이르는 무수히 많은 사람이 암에 걸리거나 그로 인해 사망했다. 원인은 전 미 육군중사 폴 쿠퍼에 의해 밝혀졌다. 그는 1957년 네바다 핵실험 훈련에 참가한 지 11년 만에 백혈병을 얻었고, 피폭된 지 20년 만에 세상에 나와 피해를 알렸다. 그와 같은 실험에 동원된 병사들의 백혈병 발병률은 통상 대비 338퍼센트를 넘어섰고, 50퍼센트라는 높은 비율로 2세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영화 [정복자]의 출연진 및 제작진이 방사능 피폭으로 수없이 목숨을 잃은 사건은 유명하다. 대기권 내 핵실험이 종결된 지 약 20년 후인 1977년부터 1981년까지 5년간 목숨을 잃은 할리우드 영화인의 사인을 정리하면 암에 의한 사망이 61명, 그 외 명확한 병명으로 사망한 사람이 95명, 원인 불명 및 사고사가 207명이다. 156명 중 61명, 39퍼센트에 달하는 높은 비율로 암에 의한 사망이 발생한 것이다.(현재 미국 내 암 사망률은 약 20퍼센트.)

우랄산맥 뒤편에 위치한 첼랴빈스크에서도 대참사가 벌어졌다. “이곳으로부터 30킬로미터 지난 지점까지 절대 자동차를 멈추지 말고 최고 속력으로 통과할 것. 차에서 내리는 것을 금지함”이라는 팻말이 세워진 그곳에는 부서진 집들만 있을 뿐 인적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방사능 수치는 이상하리만치 높았고, 폐허의 면적은 수백 제곱킬로미터에 달했다. 생물체는 방사능에 오염되어 조류는 수렵이 아예 금지되고, 개구리, 장수풍뎅이, 거미 등은 사멸했으며, 호수의 어류들에서도 비정상적인 수치의 방사능이 검출되었다. 첼랴빈스크외 근처 대도시의 병원을 가득 채웠던 환자 대부분이 목숨을 잃었다고 전해진다. 이곳은 경치가 아름다워 러시아인의 사랑을 받던 곳이다. 그러나 조레스 메드베데프의 연구가 입증하듯, 1957년 고위험군의 폐기물 처리과정에서 새어나간 액체가 땅속에서 대폭발을 일으킨 이후 불모지가 되었다.

네바다의 핵실험과 첼랴빈스크의 대폭발 등 핵폭발 사건, 그리고 스리마일섬과 체르노빌의 원전 사고 등은 방사능으로 인한 인류의 피해는 이전 사례를 재현하고, 다음 사례를 예고하며 계속해서 반복돼왔고, 현재도 반복되고 있다. 왜 이 끔찍한 참사의 반복을 끊어낼 수 없는가? 어째서 여전히 원자력 안전론이 대두하고, 새로운 원전이 지어지는 것도 모자라 노후 원전이 재가동되며, 잦은 지진 발생 등 재해로 원전 입지가 되기에 적합하지 않은 지역에서조차 원전이 세워지는가? 그 배후에는 전 세계의 부를 거머쥐고, 국제연합UN 등 국제기구와 학계까지 장악한 거대 핵자본 네트워크가 존재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으로 거슬러올라가 현재까지 이어지는 이들의 계보를 들여다보지 않고는, 후쿠시마와 포스트 후쿠시마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인맥으로 연결된 글로벌 핵자본 네트워크의 실체

우라늄은 19세기 말 에너지 자원으로서 전 세계를 술렁이게 만들었다. 존 데이비슨 록펠러는 ‘스탠더드오일’을 설립해 화석연료인 석유와 원자력 원료인 우라늄을 장악하고자 했다. 그는 막대한 금융자본을 쏟아부어 ‘방사능 안전론’을 강력히 추진한 시초였다. 또한 금융과 철도로 부호가 된 존 피어폰트 모건은 모건상사를 설립하고 제너럴일렉트릭GE을 설립해 세계적인 ‘원자력 제국’을 구축한다. 화폐 교환과 광산업으로 재산을 일군 유럽의 로스차일드 가문은 ‘리오틴토징크’의 설립을 시작으로 전 세계의 우라늄 광산을 지배한다. 이렇게 인류 역사상 최대의 원자력 카르텔이 형성된다. 록펠러와 모건 단 두 집안의 자산 총액은 1225억 달러에 달했는데,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69조 달러로, 당시 미국 세입 총액인 40억 달러의 약 30배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또한 이들은 제2차 세계대전으로 전 세계 지출 총액의 약 7분의 1에 달하는 수익을 올리며 전 세계 경제를 장악한다.

모건상사의 회장이던 토머스 러몬트는 루스벨트 대통령의 고문을 역임했고, 로스차일드 가의 헨리 모건도는 재무장관을 지내며 대통령의 자금 후원자 역할을 했다. 대통령의 아들 프랭클린 루스벨트 주니어는 모건 계열의 군수 기업 듀폰 가의 딸 에설 듀폰과 혼인했으며, 또 다른 아들 제임스 루스벨트는 모건과 록펠러의 동지였던 철도 기업 집안 해리먼 가의 규벌에 속해 있었다. 맨해튼 프로젝트에 연계된 하버드대, 시카고대, 매사추세츠공과대MIT, UC버클리 등은 스탠더드오일, GE, 듀폰, 유니언카바이드, 웨스팅하우스 등과 긴밀한 협력 관계에 있었다. 이들은 맨해튼 프로젝트를 기획하며 전 세계에서 유능한 과학자들을 소집해 원자폭탄 개발에 열을 올렸는가 하면, 의학 부문에서는 살아 있는 인간에게 플루토늄 등 방사성 물질을 주사하고 치사량의 엑스레이를 조사하는 등 끔찍한 인체 실험을 자행했다.

무기 개발자와 생체 연구자들은 서로 밀접하게 연락을 취하며 조직적으로 활동했고, 이러한 인맥은 전후 더 위험한 냉전을 도발하는 데 일조했고, 또다시 일본으로 계승되면서 ‘원전 방사능 무해론’을 퍼뜨리고 있다. 맨해튼 프로젝트의 원자폭탄 제조→원자폭탄 투하→피폭자 조사→원자·수소폭탄 실험→방사능 인체 실험 등 일련의 사건은 같은 네트워크에 의해 벌어진 것이다. 또한 이 네트워크의 이중 스파이로 활동한 클라우스 푹스에 의해 소련도 원폭 개발에 착수하게 된다. 로스차일드은행 회장이자 영국 BBC의 ‘그림자 총재’로 불린 빅터 로스차일드 역시 셸연구소 소장으로 원자폭탄 개발의 중심에 있던 인물이자, 소련과 내통하던 스파이였다. 그의 6촌의 남편은 베르트랑 골드슈미트는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가한 유대인으로, 나중에 IAEA 의장을 맡는다. 또 다른 로스차일드 가 사람인 알렉산더 색스는 그 유명한 아인슈타인의 원자폭탄 서간을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한 인물로, 리먼브러더스 부사장을 지냈다. 골드만삭스와 리먼브러더스 모두 로스차일드 일족의 근친이다. 책은 이들의 계보와 조직도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며, 그들이 중심이 된 ‘원자폭탄’과 ‘원전 카르텔’의 진상을 파헤친다.

1957년 10월 26일 원자·수소폭탄 실험을 반복해온 AEC의 주도하에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UN 자치 기구로서 출범한다. 이들이 주창하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이란 원자·수소폭탄을 보유한 미국과 소련, 영국(이후 추가되는 프랑스, 중국)이 이들 무기를 독점한다는 의미에 다름아니다. IAEA는 그 시작부터가 군사적 조직이었으며, 핵의 독점을 목표로 하는 국제 신디케이트 조직으로서 원자력산업의 세계적 권위 기구로 자리매김한다. 이로써 방사능 위험성과 관련된 모든 실권을 장악하기 시작한 것이다. IAEA는 세계보건기구WHO,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방사선방호학회IRPA 등의 방사선 학회, 그리고 영국, 미국, 유럽, 일본, 캐나다 등 각국 원자력 마피아가 주도하는 기구에서 자금을 조성해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를 지원했다. ICRP가 피폭 안전론을 전파하는 광고탑 역할을 하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닌 것이다.

이들의 네트워크는 일본 내 원자력산업 및 원자력 학계와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아베 신조가 존경한다는 그의 할아버지 기시 노부스케(A급 전범 용의자)는 원자력발전소 입지 심사 지침을 정한 과학기술청 장관을 지낸 사토 에이사쿠의 친형이다. 기시 노부스케가 1959년에 추진한 도카이촌의 원자로로부터 일본의 원자력발전 시대는 시작되었고,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아베 신조는 후쿠시마 이후 원자력발전소 재가동을 감행했다. 저자는 “조부의 전쟁범죄 때문에 미국에 목덜미를 잡힌 아베 신조는 ‘주일미국대사’ 역할을 하면서 백악관을 향해 꼬리를 흔드는 속국 메커니즘을 계승 중”이라며 날 세워 비판한다. 미국의 거대 군수 기업 록히드마틴은 미 정권과 결탁해 헤노코 신기지 건설 계획 및 오스프리 배치로 일본 국민을 분노케 하고 있다. 또한 일본 내 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한 사용후핵연료는 해외로 반출되어 프랑스, 파키스탄 등에서 핵탄두와 원자폭탄의 재료로 유용되었다.(이스라엘, 이란, 토르코, 터키, 이라크, 인도, 파키스탄, 중국, 타이완, 한국, 북한과 일본의 정세와 핵 위기 역시 이 같은 네트워크 차원에서 전체적으로 조망된다.)

1981년부터 미일 공동 연구기관인 방사선영향연구소 이사장을 역임한 시게마쓰 이쓰조는 1986년 체르노빌 사고 발생 후 IAEA가 조직한 체르노빌 원전 사고 피해 조사단을 단장을 맡은 인물이다. 그는 피폭지역을 방문한 뒤 보고서에 “주민에게 이렇다 할 방사능 피해는 전혀 없다”면서 “원인은 방사능 공포증에 있다”고 적어 전 세계의 비난을 받은 바 있다. 그는 ICRP에서도 위원으로 활동했다. 그는 A급 전범 용의자 사사카와 료이치의 사사카와재단(지금의 일본재단)으로부터 후원을 받았고, 작성된 보고서는 WHO와 IAEA로 보내져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와 손잡고 체르노빌 피폭 현지 파견 전문가를 이끈 이들은 나가타키 시게노부와 야마시타 슌이치였다.

야마시타 슌이치는 일본 내에서 원자력 전문가로 활동하며 나가사키대 교수, WHO 긴급피폭의료협력연구센터 센터장, 일본갑상선학회 이사장 등을 지냈다. 후쿠시마현 방사능건강위험관리 고문으로 취임한 그는 “안정 아이오딘제를 복용할 필요가 없다. (…) 갑상선에 이상이 올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단언했고, “일본 원자로에서 수소 폭발로 인해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는 일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는가 하면, “방사선의 영향력은 방긋방긋 웃는 사람에게는 그 힘이 미치지 못한다”고까지 했다. 나가타키 역시 안전하다는 말을 되풀이하며, 책이 쓰인 2015년까지도 동일본 아이들에 대한 건강검진에 반대한 인물이다. 그들과 긴밀한 관계인 또 다른 전문가 다카무라 노보루, 가미야 겐지도 마찬가지로 일본 내 방사선 관련 주요 자리를 꿰차고 ‘20밀리시버트는 물론 100밀리시버트 이하도 문제없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다.

 

포스트 후쿠시마의 선택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출된 ‘죽음의 재’는 원자폭탄 약 1000발에 해당되는 양이다. 미국 및 유럽 연구자들이 제시한 방사성 세슘 방출량 추정치인 97만 퀴리는 네바다 핵실험 때 방출된 양의 6배.(다만 인간의 거주지역에 떨어진 양은 이의 5분의 1이나, 여전히 네바다 핵실험 때에 비해 20퍼센트가량 더 많다.) 후쿠시마현 내 귀환 가능 지역의 방사능 피폭량은 네바다 핵실험에 동원된 병사들 가운데 대량의 암 환자가 발생한 8.0~9.5밀리시버트보다 2배 이상 높다. 핵실험과 원전에서 방출된 방사성 물질은 다르리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방출된 방사성 가스와 네바다 핵실험에 의한 죽음의 재는 200종 이상의 동일한 방사성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 저자가 이 책을 쓰던 2015년 무렵에도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는 계속해서 대량의 방사능이 방출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국회는 ‘특정비밀보호법’을 통과시켜 방대한 양의 원자력 및 군 관련 자료를 감추었고, 대부분의 사람은 사고와 피해가 모두 해결되었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피해는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도쿄에 사는 저자의 집 근처 공원 흙만 해도 1제곱미터당 9만 2235베크렐의 세슘137이 검출됐다. 체르노빌 위험 지대 제 4구역(엄중한 건강 관리가 필요한 구역)에 해당되는 수치다.

후쿠시마현립의과대학은 대규모 주민 건강관리 조사를 실시해 갑상선암 발병이 수십 배로 급증한 점이 밝혀졌다. 아이들은 방사성 물질에 피폭됐고 72배라는 비정상적으로 높은 비율로 암 발병 피해가 발생했다. 그럼에도 전문가 집단은 “전보다 더 정밀하게, 전원을 대상으로 검사를 했기 때문에 발견된 암의 건수가 증가했을 뿐”이라는 말도 안 되는 설명을 내놓았다.

ICRP는 후쿠시마 사고 10일 뒤인 2011년 3월 21일 일본 정부에 긴급 성명을 내 피폭 한계치를 말도 안 되게 높은 수치인 20~100밀리시버트로 조정할 것을 권고한다. 기존 기준치는 연간 1밀리시버트였다. 일본 정부가 채택한 기준은 20밀리시버트.(체르노빌 사고 당시 ‘강제적 피난이 요구되는 피폭 한계치가 연간 5밀리시버트였다. 일본 내 원전 등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암이나 백혈병으로 목숨을 잃었을 때 산재로 인정되는 기준도 연간 5밀리시버트부터다.) 원전 사고 현장에서 일하는 작업자들의 당시 피폭 한계치는 100밀리시버트에서 250밀리시버트로 상향 조정됐다. 패닉이 일본 전역으로 퍼질 것을 우려한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현 주민 200만 명과 동일본 주민을 희생양 삼아 피폭자들을 방치한 것이다. 방사능이 위험한 이유는 그 장기성과 농축성에 있다. 생물체의 몸 안에는 수천, 수만 배에 달하는 피폭량에 상응하는 농축이 일어난다. “결국 지구상의 공기나 물은 극소량의 방사능에 오염되었을 뿐이라 하더라도 그러한 방사능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어마어마하다는 말이다.”

원자력규제청 구성원의 80퍼센트는 후쿠시마 사고의 책임자들이다. 이들은 원자력 용어를 통째로 암기해 문서나 확인할 줄 아는, 현장에 무지한 관료 집단에 불과하다고 저자는 꼬집는다. 일본에서 통용되는 ‘방사능 섭취량(베크렐)×실효 선량 계수=피폭량(시버트)’라는 공식도, 지진에 비유하면 ‘규모magnitude’와 ‘진도’를 혼용한 근거 없는 계산법이다. 베크렐을 시버트로 환산해 체내 피폭량을 추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한 지역·지리적 조건에 따라, 피폭자의 성별, 연령, 체질, 건강 상태 등에 따라서도 피해는 상이하게 나타난다.

이런 총체적 위기 상황에서 저자는 일본에 또 한 차례의 대지진이 닥칠 것을 우려한다. 태평양 판의 격심한 운동으로 발생한 지각변동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일으킨 것처럼 또다시 커다란 재해를 불러올 수 있다. 실제로 사쿠라지마섬, 기리시마산, 니지마섬, 온타케산, 자오산, 하코네산 등에서 지진 및 대분화가 발생했다. 지진판의 연쇄 충돌 현상은 타이완-인도네시아-필리핀-중국-네팔-인도-이란-터키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이 같은 위기에 원전을 재가동하고, 심지어는 새로 지을 것인지, 아니면 더 저렴하고 안전한 전력 구조로 전환할 것인지를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원전은 근절시킬 수 있다”고 단언한다.

실제로 멈춰 있는 원전의 유지 및 관리, 재가동을 위한 안전 대책 비용으로 수조 엔을 쏟아붓던 원전 비율이 높은 전력 회사들은 경영 악화로 전기 요금을 대폭 인상했지만, 원전 비율이 낮았던 호쿠리쿠전력과 주고쿠전력은 요금 인상을 하지 않았다. 저자는 전력 회사 및 소비자가 원전을 단념하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특별 손실을 감수한 뒤 새롭게 재출발한다면 모두가 아름다운 미래를 맞이할 수 있으리라고 전망한다. 국가 차원에서 원자력 신디케이트에 막대한 돈을 투입해온 일본의 전력 자유화는 그런 점에서 국제적 신디케이트의 연결고리를 끊어내는 데 일조할 수 있다는 게 히로세 다카시의 견해다. 북핵과 원전으로 양분된 한국의 핵논의도 원폭과 원전이 쌍둥이 재앙임을 상기하면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지진 발생 지역, 지진 발생 위험 지역의 원전 재가동 문제는 생명권을 위협할 수 있는 중대한 사항이며, 이를 논의할 때 안전보다 더 중요한 조건은 없다. 우리는 또한 그 안전을 논의할 때 제시되는 연구 결과와 전문가의 발언, 정부의 입장이 어떠한 맥락에서 나온 것인지를 엄정하고 면밀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도쿄 최후의 날]에서 저자가 실증하고 논증하는 사안들은 탈핵이 가능성의 문제이기 전에, 의지의 문제임을 확인시켜준다.

목차

들어가며│냉정한 마음으로 예측해야 할 일이 있다

1장 일본인의 체내에서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2장 어둠 속에 묻혀 사라지는 진실
3장 지형적 조건의 영향
4장 글로벌 우라늄 산업의 탄생
5장 원자폭탄으로 막대한 부를 독점한 핵자본 네트워크
6장 산업계의 끔찍한 인체 실험
7장 냉전 체제의 어두운 그림자
8장 거대 악의 본거지, IAEA의 정체
9장 세계 곳곳으로 유출되는 원자폭탄 재료

나가며│원전은 근절시킬 수 있다

미리보기

피해 지대란, 최근 수많은 피해 자료가 보고되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발생한 우크라이나 및 벨라루스 등의 방사능 오염 지대를 가리키는 게 아니다! 바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피해지역인 동일본과 거의 동일한 양의 방사능에 피폭된 ‘미국 서부의 오염 지대 세 개 주’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게다가 이들 오염 지대의 면적은 정확히 일본 전 국토의 면적과 거의 동일하다. (…) 이것이 미국 전역을 뒤흔드는 엄청난 문제로 부상한 것은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뒤의 일이다. 따라서 후쿠시마 사고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일본은 체내에 시한폭탄을 품고 있는 ‘암 잠복기’에 있는 셈이다.

_「들어가며」

 

사람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공포에 떨며 집에서 뛰쳐나가 황급히 차를 타고 피난길에 올랐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음식도, 물도 없는 상황이었다. (…) 정전에 통신망도 불통이라 유선전화, 휴대전화 모두 사용할 수 없었다. 게다가 현 내의 휘발유도 바닥이 나고 지진으로 도로 곳곳이 함몰된 데다, 해일이 덮쳐 지나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대부분의 자동차가 국도로 몰렸기 때문에 어디를 봐도 염주처럼 늘어선 차량이 빼곡했으며 극심한 교통 체증으로 인해 좀처럼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외부로부터 휘발유 및 구호물자를 전달받기로 했으나 원전 사고로 방출된 방사능을 이유로 무산되었다. 도와주러 오는 이는 아무도 없다.

_「일본인의 체내에서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는 ‘모두 피해자’다. 이 둘이 서로 싸우는 것은 ‘후쿠시마 사고의 책임자’를 어부지리로 구름 뒤에 숨어버리게 만드는 일이라는 사실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농가와 어민 등 생산자를 비롯한 주민이 받은 엄청난 피해는 모두 책임자가 배상해야 한다. 이때 배상의 근거가 되는 것이 바로 이 책에서 실증하는 방사능에 의한 실질적 손해다.

_「어둠 속에 묻혀 사라지는 진실」

 

인체 실험의 목적은 피폭 데이터를 손에 넣음으로써, 제3자의 발언을 용납하지 않는 방사선의 권위자가 되어 ‘안전 기준치’를 자유자재로 휘두르는 데 있었다. 뒤에서 언급하겠지만 그들 자신이 ICRP와 UN 조직에 군림한 이후 벌어진 일들은 이러한 사실을 방증한다. (…)‘권력을 좇아 온 이들’은 원자폭탄을 개발하려던 맨해튼 프로젝트의 애초 목적을 강제로 원자력 개발 쪽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AEC, ABCC, ICRP, IAEA, WHO, 원자력규제위원회NCR, 미국에너지부DOE 등의 조직을 만들어내면서 방사능의 안전성을 선전하기 위한 활동을 펼치며, 원자력의 권위자로 군림해왔다.

_「산업계의 끔찍한 인체 실험’ 중에서」

지은이/옮긴이

지은이

히로세 다카시廣瀨隆

일본 반핵·탈핵운동을 최전방에서 이끄는 평화활동가이자 저널리스트, 논픽션 작가. 1943년 도쿄에서 태어나 와세다대를 졸업했다. 대기업 엔지니어로 근무하던 중, 자신의 업무가 환경을 파괴하는 데 일조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회사를 떠나 귀농 후 번역가의 길에 들어섰다. 의학, 기술, 경제경영 등 다양한 분야의 책과 함께 대기업 내부 문서들을 번역하면서 언론에 보도되는 그들의 모습과 실제 행태 간에 심각한 괴리가 있음을 알게 된 이후, 30여 년간 거대 자본의 네트워크를 추적·고발하고, 그들의 투기 수단인 핵의 위험성을 세상에 알리며 탈핵운동에 앞장서왔다. 다카기 진자부로와 함께 일본 반핵운동의 지도자로 꼽힌다.
1980년대 초반부터 펴내기 시작한 논픽션들은 출간될 때마다 일본 사회에서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며 “날카롭고도 불편한, 그래서 외면하고 싶은 진실로 가득 찬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데올로기의 대립이 아닌 자본의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지난 200년간의 역사를 새롭게 분석해야 한다는 인식 아래, 일본은 물론 전 세계의 정치·경제를 움직이는 거대 자본의 계보와 메커니즘을 집요하게 추적하고, 적나라하게 고발해왔다.
지은 책으로 『금융부패 주모자들』 『탈바꿈』(공저) 『원전을 멈춰라』 『왜 인간은 전쟁을 하는가』 『제1권력(1,2) 『체르노빌의 아이들』 『미국의 경제 지배자들』 『누가 존 웨인을 죽였는가』 『위험한 이야기』 등이 있다. 원자력발전을 통해 공급되는 도쿄전력의 전기를 일절 사용하지 않기 위해 집을 손수 뜯어고쳐 살며, 일본 내 여러 시민 단체와 연합해 도쿄전력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 피해 보상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옮긴이

최용우

일본 게이오대학 문학부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중일어문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연세대학교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옮긴 책으로 『인구가 줄어들면 경제가 망할까』, 『인간의 영혼은 고양이를 닮았다』, 『어느 하급장교가 바라본 일본제국의 육군』, 『페퍼로드』, 『도쿄 최후의 날』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