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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웃음의 철학 서양 철학사 속 웃음의 계보학
  • 지은이 | 만프레트 가이어
  • 옮긴이 | 이재성
  • 발행일 | 2018년 03월 02일
  • 쪽   수 | 348p
  • 책   값 | 18,000 원
  • 판   형 | 135*200
  • ISBN  | 9788967354817
책소개 목차 미리보기 지은이/옮긴이
책소개

하하하, 호호호, 히히히, 흐흐흐, 킬킬킬……
플라톤은 웃음을 철학에서 추방시켰다!

이 책은 웃음이 다시 철학사에서 메아리치게 된 계기를 추적하고
위트, 유머가 삶의 꽉 짜인 틀에 스며들어 무슨 역할을 하는지 살펴본다

여느 철학책이 그렇듯이 이 책 역시 플라톤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방향은 정반대다. 2000년간의 철학사를 써내려가면서 유럽 철학이 플라톤에 대한 각주로 이뤄졌다는 상찬 대신 그가 철학에서 웃음을 추방했다는 일종의 책망을 감추지 않는다. ‘웃음’은 시시한 주제가 아니다. 하지만 플라톤은 이를 도덕적 진지함과 인식론적 엄격함의 훼방꾼쯤으로 치부했다. 플라톤이 생각하기에 스승 소크라테스는 “교양 없고 비천한 사람들”의 향연에서나 볼 법한 “시시한 익살과 시시덕거림”을 좋아하지 않았다. 자고로 철학자는 술을 많이 마셨을 때조차 점잖아야 하는 존재이므로. 하지만 신적인 웃음, 해방적인 웃음은 삶을 실천적으로 이해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작업 중 하나다.

플라톤의 영향력은 오늘날까지 지대하다. 그런 까닭에 철학 안에서 ‘웃음’을 찾으려면 우리는 무척 애를 써야 하며, 그 탐색 과정에서 가끔은 철학사의 본류에서 벗어나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 흐름으로 깊이 들어가야 한다. 저자는 이런 난관에도 불구하고 데모크리토스와 디오게네스에서 출발해 칸트와 키르케고르를 넘어, 언어에 대한 철학적인 경탄을 해학으로 승화시켜 웃음의 재미를 직접적으로 체험하게 해주는 카를 발렌틴에 이르기까지 “근사하고 흔하지 않은 재능”인 웃음으로 서양 철학사 다시 쓰기 작업을 한다.

 

플라톤 당신 때문에 내가 이리 경직됐습니다

우리의 이야기는 미술관의 한 작품에서 출발한다. 헤이그의 잦아들 줄 모르는 폭우를 피해 저자는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으로 몸을 피했다. 우연히 찾아 들어간 이 미술관은 알고 보니 매우 유명한 곳이었다. 그는 루벤스나 할스 등 거장의 작품들을 감상하다가 한 작품에 시선을 완전히 사로잡혀 꼼짝 않게 된다. 바로 이 책의 표지 그림! 회화 속 젊은 남자는 웃음을 지으며 지구본 위로 몸을 숙이고 있다. 새끼손가락과 검지를 내민 그는 마치 세상을 농락하려는 듯 약간의 조소와 장난스런 비웃음과 유쾌함이 뒤섞인 표정을 짓고 있다. 그의 작품은 단번에 저자가 ‘웃음의 철학’을 탐구하도록 이끌었고, 그리하여 소크라테스 철학부터 다시 쓰게 된다.

철학이란 무엇인가? 미, 덕, 진정한 앎이란 무엇인가? 플라톤은 선의 이데아라는 목적에 도달하기 위해 철학의 새로운 길을 걸었고, 특정한 양식의 철학함과 특수한 유형의 철학자를 특징지었다. 플라톤과 같은 유형의 철학자는 웃지 않는다. 그는 모든 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진지함은 진정으로 지혜를 사랑하는 자의 본질적인 특징이다. 웃으면서 거리 두기도, 유희적인 즐거움도, 가볍게 살아가는 유쾌함도 이데아를 인식하는 데는 어울리지 않는다.

한 일화에 따르면 플라톤은 어린 시절 “예절 바르고 규칙적인 아이였기 때문에” 과도한 웃음은 절제했을 것이라고 한다. 스무 살쯤부터 맺어진 스승 소크라테스와의 두터운 관계 역시 삶의 흥을 돋우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테네 시민들 또한 “영혼의 상태를 돌보도록” 끊임없이 호소했던 이 철학자의 엄격함에 대해 감히 웃을 수 없었다. 약간 괴팍한 이런 인물은 일단 피하고 보는 쪽이 편하기 때문이다. 가령 소크라테스의 대화 상대였던 메논은 ‘소크라테스, 당신은 다가오는 사람들을 얼어붙게 만듭니다. 전기메기처럼. 그렇지 않고서는 어찌 내가 이리 경직되었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세간에는 플라톤이 세운 아카데미아에서 웃음이 금지되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아카데미아의 수업 분위기를 전하는 몇몇 대화록에 웃음에 대한 언급이 있긴 하나, 애써 참아야 하는 것으로 기술되어 있다. 플라톤은 [국가론]에서 “웃음에 대한 욕구의 해로움”을 비판하며 깊이 생각하는 진지함을 주문했다. 자유롭고 정직한 남자가 되려면 비탄에 빠지거나 통곡해서는 안 되며, 문학이 손짓하는 웃음의 유혹에 넘어가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웃음은 왜 그렇게 꺼려지는가. 아테네의 현자인 플라톤은 “웃음의 친구로서 욕망에 몸을 맡긴다면 그런 사람에겐 격렬한 변화가 찾아오는데”, ‘변화’란 곧 주관적인 심경의 변화뿐만 아니라 객관적인 정치적 전복까지 포함하므로 플라톤은 둘 다 달가워하지 않았다.

플라톤은 철학에서 웃음을 추방했을 뿐 아니라 우리를 울리고 웃기는 문학작품을 쓰는 시인들을 그의 이상국가에 거주하지 못하도록 했으며, 익살꾼과 재담꾼도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했다. 진지한 남성들이 어려운 문제에 대하여 철학적으로 사유하는 곳에 웃음을 자극하는 사람들이 설 자리는 없었다. 그들은 플라톤이 주도하는 학술대회와 논쟁을 방해하는 우스꽝스러운 존재일 뿐이다. 게다가 선 또는 최선을 알지 못하며 단지 안락함만 추구하는 존재들로 여겨졌다. 이처럼 쓸데없는 장난에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던 플라톤이라도 세상과 동떨어진 사람으로 취급받는 건 꺼려졌기에 웃음이라는 현상을 완전히 무시할 순 없었다. 그래서 내놓은 해법 역시 플라톤다웠다. 그는 ‘우스운’이라는 형용사를 ‘우스꽝스러운 것’으로 명사화하여 선의 이데아로부터 한참 떨어진 서열상 가장 낮은 단계의 이데아에 자리잡게 만들었다.

 

데모크리토스라면 귀를 막고 외면한 플라톤
웃음 금지령이 압데라의 철학자에게 입힌 상처 

플라톤은 의심할 여지없이 가장 중요한 사상가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가정을 해보자. 만약 플라톤의 저작이 모두 미완성으로 전해지고 2차, 3차 문헌으로만 파악할 수 있다면? 반면 데모크리토스가 300여 개의 개별적 인용문으로 흩어지지 않고 온전히 저서가 보존돼온 철학자였다면? 그랬다면 아마도 플라톤의 관념주의는 데모크리토스의 물질주의에 자리를 내주었을지도 모른다. 또한 철학은 이데아라는 초월적인 세계에 둥둥 떠다녔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철학에서 웃음의 점하는 위상도 꽤 달라졌을 것이다.

데모크리토스는 상당히 생산적이며 창조적인 인물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압데라 출신의 이 현자는 플라톤이라는 거대한 인물에 완전히 가려져 그 윤곽만 겨우 알아볼 수 있을 정도다. 수많은 일화에서 그는 플라톤의 적대자로 그려진다. 그는 왜 플라톤에게 경멸을 받았을까. 아마도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우스가 시인했듯이, 플라톤은 데모크리토스가 “최고의 철학자 중 최고임을 인식했기에” 이 이방인을 두려워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사실 데모크리토스는 플라톤의 우상 소크라테스와는 전혀 다른 유형의 인물이었다. 즉 그는 어떤 학파도 만들지 않고 사회적 인정을 갈구하거나 정치에 참여하지도 않았으며, “표상의 유희를 여러 방법으로 시험하기 위해” 고독을 즐기곤 했다. 그는 스스로를 세계시민으로 이해하고 언제든지 농담하며 웃을 준비가 되어 있는, 세상을 향해 열린 사람이었다.

잠깐만 훑어봐도 데모크리토스의 이념은 훌륭하다. 상당히 냉철한 근본 기획으로서 그는 제1원인을 발견하고자 하는 소망을 품었고, 만물의 근원인 ‘원자’에 대해 훌륭한 사유를 남겼다. 특히 우리가 주목할 것은 이성적인 절제로부터 “명랑한 태연함”을 이끌어낸 웃는 철학자로서의 그의 모습이다. 데모크리토스의 웃음은 어딘가 모르게 “인간적인” 경향이 강했다. 그의 웃음은 마음속 깊은 밤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것은 더 행복한 삶에 대한 인간의 갈망을 포기하지 않는 자세로 어두운 밤에 맞서 웃었다. 데모크리토스의 웃음은 울음의 동기까지 포함하기 때문에, 가령 헤라클레이토스의 울음보다 더 복잡했다. 웃고 있는 그의 눈에서는 사실 한 방울의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웃음은 약보다 좋다” 

웃음의 계보는 데모크리토스에서 시작해 근대의 탁월한 철학자들로 이어져 내려온다. 하필이면 아무런 활기도 없이 머리로만 살았다는 평판으로 자자한 칸트도 웃음의 철학자로 주목해야 한다. “웃는 사람을 기쁘게 하는 것은 웃으면서 드는 생각이 아니라, 웃음에 의한 내적인 운동이다. 그것은 나무를 톱으로 자르거나 말을 타는 것보다 더 좋은 운동이다.” 칸트는 웃음의 신체적인 쾌활함을 높이 샀고, 언제나 투덜대는 이들에게 웃음을 치료제로 권장했다. 그것은 “약보다 몸에 좋다. 우리 영혼은 결코 혼자서는 생각할 수 없으며 신체라는 실험실 안에서 움직인다.”

희화화도 근대 웃음의 맥락에서 살펴볼 흐름 중 하나다. 키르케고르가 희화화한 대학교수의 모습을 보자. “탁월한 기량에도 불구하고 불쌍한 녀석처럼 살아가며, 개인적으로는 혼인을 하면서도 사랑에 빠지는 힘을 알지도 느끼지도 못해서 부부생활이 사유만큼 비개인적이다. 개인적인 삶에는 정열이 없고 열정적인 투쟁이 없어서 그저 속물처럼 어떤 대학에서 가장 높은 봉급을 받을 수 있을까만 고민하는 사유자의 모습은 실로 우스꽝스럽다.”

근대의 다단한 웃음의 계보학을 거쳐 이제 우리가 경계해야 할 웃음은 우월감에서 나오는 비웃음이 되었다. 타인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는 무정한 유머와 조롱 말이다. 조지프 애디슨에 따르면, 사교적인 성격의 영리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비웃지 않고 조소 대상으로 여기지 않는다. 교만한 익살로 타인의 명성을 먹칠하는 사람은 그에게 “독이 묻은 화살을 쏘는 것이다. 그 화살은 상처를 낼 뿐만 아니라 그 상처는 영원히 치유되지 않는다. 덕과 인간성으로 순화되지 않은 위트는 그만큼 혐오스러운 것이다.”

말하자면 ‘위트’ 안에 숨겨진 사악한 가시를 제거하고 인간의 ‘선한 본성’에 적합한 유머를 구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우리가 고대에서 근대 계몽주의 철학을 거쳐 배운 웃음의 철학이다. 우월성 이론은 한물갔다. 중요한 것은 호감이 가는 위트와 유머러스한 웃음의 새로운 형태를 찾아가고 그것을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철학적 근거를 추구하는 것이다.

목차

짧은 서곡 또는 ‘철학이란 웃음이다’

1장 철학으로부터 웃음의 추방
아테네 출신의 플라톤이 우스꽝스러운 것에 대해서 사유했으나 정작 자신은 웃지 않은 이유

2장 웃는 철학자에 관한 이야기
압데라 출신의 철학자 데모크리토스가 웃음을 즐김으로써 고향 시민들로부터 미치광이 취급을 당한 이유

3장 개처럼 살던 철학자의 조롱하는 버릇
시노페의 디오게네스가 위대한 플라톤과 알렉산더 대왕을 비웃은 방법

4장 횡격막의 치유 활동
이마누엘 칸트가 쾨니히스베르크에서 웃을 일이 많았던 이유와 웃으면 건강하다고 생각한 이유

5장 교활한 웃음을 짓게 하는 문제
철학자들이 2000년 동안 웃음의 근거에 대해서 알아낸 것들

6장 웃음의 쾌락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스스로는 우습다고 생각하지 않은 위트를 많이 언급한 이유

7장 어느 철학적인 해학가의 기우
카를 발렌틴이 뮌헨에서 기발한 말솜씨로 관중을 웃긴 이유

8장 형이상학의 종막극 
아무 내용 없는 작은 철학적인 익살극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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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웃음은 삶을 실천적으로 이해한 세상의 가장 아름다운 작업 가운데 하나다. 유머에 관한 우리의 작은 철학은 이러한 웃음의 원인에 대한 탐구다.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왜 웃는지 그리고 무엇에 대해서 웃는지를 해명할 것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근사하고 흔하지 않은 재능”인 유머가 인생과 작품에 중요한 역할을했던 웃는 철학자들의 존재를 일목요연하게 설명할 것이다. 물론 나 자신이 그들과 동감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_「짧은 서곡 또는 ‘철학이란 웃음이다’」

지은이/옮긴이

지은이

만프레트 가이어Manfred Geier

독문학자이자 저술가. 프랑크푸르트대학, 베를린대학, 마르부르크대학에서 독문학, 정치학, 철학을 공부했다. 1973년 기스베르트 케셀링의 지도로 놈 촘스키의 언어 이론과 미국 언어학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1982년 마르부르크대학에서 문화사적 언어 분석으로 교수 자격을 취득했다. 이후 1982~1987년 하노버대학에서 언어학과 문학을 가르쳤다. 1998년 교수직을 그만두고 자유기고가와 저술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비트겐슈타인과 하이데거: 마지막 철학자들』 『라이프니츠 혹은 가능 세계 중 최고의 세계』 『탁월한 생각들: 다른 철학사』 『계몽: 유럽의 프로젝트』 『훔볼트 형제: 전기』 『나는 할 수 없으나 칸트는 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인가?』 『마르틴 하이데거』 『칸트의 세계: 전기』 『위대한 철학자들의 사소한 것들』 『모조품: 인공세계에서의 삶』 『언어학의 방향』 『무관심의 행복』 『칼 포퍼』 『빈학파』 『철학자들의 언어활동』 『언어학적 분석과 문학적 실천, 이야기』 『저술과 전통』 『언어학과 문학의 방법론』 『우부 박사와 나: 부조리한 만남』 『문화사적 언어분석』 등이 있다.

 

옮긴이

이재성

계명대에서 서양철학을 전공하고 쾰른대학과 아헨대학에서 철학, 사회학, 정치학을 수학했다. 아헨대학에서 헤겔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저서로는 『헤겔의 체계철학』 『하이데거 철학 삐딱하게 읽기』가 있고, 옮긴 책으로 『변증법 이론의 근본구조: 헤겔의 논리학에 있어서 변증법적 범주 발전의 재구성과 수정』이 있으며, 「루소의 정치철학에 대한 헤겔 비판」 「아펠과 하버마스의 담론윤리의 의미」 등의 논문을 썼다. 헤겔의 이론을 비롯해 근대 독일 철학, 정치사회 철학, 생태철학, 응용윤리 등의 분야를 연구해왔으며, 최근에는 다문화주의, 초국가 시대의 시민권 및 인권 논의에 관심을 두고 연구 중이다. 현재 계명대 교양교육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