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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밥상 위의 세계 먹거리 원산지에서 찾는 밥상의 정치경제학
  • 지은이 | 남지원 박경은 이인숙 이재덕 정환보
  • 옮긴이 |
  • 발행일 | 2017년 11월 03일
  • 쪽   수 | 284p
  • 책   값 | 16,500 원
  • 판   형 | 148*210
  • ISBN  | 9788967354565
책소개 목차 미리보기 지은이/옮긴이
책소개

스모닭 치킨, 중남미 삼겹살, GMO 콩, 화약 연료로 키운 망고…
우리의 식탁은 더 이상 통제 불가능하다 

세계적인 먹거리 산업, 대규모 농장과 가공 공장 시스템의 현장
그리고 그 속에서 살거나 저항하는 사람들

식품 혹은 식재료의 원산지를 한 번이라도 유심히 본 적 있는가? 그렇다면 세계 도처의 나라와 도시 이름을 확인했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 밥상에 수입된 먹거리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한동안 열풍이 불었던 노르웨이의 연어와 이집트콩, 망고, 아티초크 샐러드, 전 세계 닭 공급의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하는 브라질의 닭 사육 현장 등 먹거리의 본고장을 찾아 경향신문 특별취재팀이 10개국으로 떠났다. 전작인 2015년 [지구의 밥상]을 통해서는 정치·경제·사회 모든 분야의 글로벌화가 우리 먹거리에 농축돼 있음을 보여줬다면, 이번 후속편 [밥상 위의 세계]에서는 세계화의 톱니바퀴 속에 물려 들어간 먹거리의 생산과 유통 과정의 단면을 관찰했다. 우리가 먹는 것들이 어디서 왔는지 혹은 지금 국내에서 생산되는 낯선 이름의 먹거리들의 원산지는 어디인지, 그것들을 생산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들여다보기 위해 애썼다. 먹거리 원산지의 자연환경, 사회현실, 구성원 등이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어떻게 바뀌어왔는지를 중심 뼈대로 놓고 현재 생산자, 유통·소매인 등을 심층 인터뷰해서 현황을 자세히 알려준다. 이 책은 먹거리를 역사와 문화가 집약된 산물로 조명할 뿐만 아니라 이를 키워내는 현장, 그리고 사람들의 생생한 삶을 입체적으로 그린 결과물이다.

– 예방주사를 맞고 컨베이어벨트 위에서 가공되는 노르웨이 연어
– 전 세계 어디서도 금하지 않는 진짜 ‘평화의 새’ 닭
– 고대 이집트 파라오도 먹던 콩, 산업 자원이자 미래 식량이 되다
– 빈라덴이 자금을 댄 참깨밭, 참깨 한 알에 담긴 수단 사람들의 ‘깨알 같은’ 이야기
– 필리핀 밭떼기 농장과 저임금 공장을 거쳐 제사상에 올라오는 망고
– 현대판 ‘노아의 방주’, 전 세계 씨앗을 보관하는 스발바르 국제 종자저장소

 

알에서부터 진열대 위 상품이 되기까지
먹거리의 여정: 노르웨이, 브라질에서

“팔팔하던 연어가 저렇게 불쌍하게 죽어서 포장되고 있어요. 알에서 막 깨어난 갓난 연어부터 새끼 연어, 어른 연어, 사망한 연어 다 봤네요.” 다이어트식이자 건강식이며 세계 10대 슈퍼푸드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연어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강물을 거스르는 이미지와 더해져 생선의 이미지는 싱싱하고 힘차기만 하다. 하지만 이 연어가 다른 수산물과 잡곡 등으로 구성된 사료, 각종 항생제로 ‘길러지며’ 양식장에서 거둬져 컨베이어벨트 위에 오르는 뒷이야기는 잘 알지 못한다. 연어의 트레이드마크인 주홍빛 역시 유전학·생물학적으로 ‘만들어진’ 산물이다.
전 세계인이 사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닭고기 역시 비슷한 신세다. 최장 16년까지 사는 닭은 육질과 시설비 감축을 위해 수명이 점점 더 짧아졌다. 생후 90일이면 2킬로그램이 넘고, 가슴살만 비대해져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한다. “멸종이 아니라 급증으로 비운을 맞이한” 비운의 동물이라고 말할 정도다. 달걀이 부화돼 닭고기로 다듬어져 마트에 진열되기까지의 과정이 얼마나 처참한지는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공장식 축산의 현실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 외에도, 브라질에서 발견할 수 있는 또 다른 역사적인 맥락이 있다. 브라질을 세계의 ‘닭 공장’으로 만든 것은 다름 아닌 이민자의 물결이었다. 사람들의 흐름이 문화와 산업을 바꾸고, 우리 식탁을 바꾼다는 것을 치킨을 통해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책은 식품화하기 위한 대형화된 생물 사육의 모든 과정을 보다 현지적인 관점에서 관찰하고, 또한 글로벌적인 관점으로 이동시켜 반추해보고 생각해볼 거리를 던져준다.

 

글로벌 기업 몬샌토 vs 소작 농민들
글로벌 먹거리 산업, 위기의 글로벌화: 인도, 수단에서

한때 ‘녹색혁명’의 모범 국가였던 인도는 1970년대 개량 종자와 화학 농법을 도입했다. 인도의 곡물 생산량은 몇 배로 뛰었고, 녹색혁명이 가져온 풍요는 마치 축복처럼 보였다. 하지만 글로벌 생명공학 회사의 종자와 농약 없이는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되자 농민의 빚이 홍수처럼 불어나기 시작했다. 그 탓에 농민들의 연쇄 자살이라는 참극이 일어났고, 지금도 매년 수천 명이 목숨을 끊는다. 그 결과는 인도가 자국에서는 2억 명이 굶주리지만 전 세계에 쌀과 밀을 수출하는 최대의 식량 공급기지 국가라는 아이러니로 나타났다.
망고 중에서도 가장 달콤하다는 칼라바우는 정작 현지에서는 찾아보기가 어렵다. 수확철이면 전량 수출되기 때문이다. 망고 역시 다국적 기업인 바이엘, 몬샌토에서 만든 농약으로 생산되고, 농약 스프레이 업자가 수확철에 소농을 고용해 망고를 따는 구조다. 그렇게 수확된 망고는 공장으로 실려가 저임금 노동자의 손에 의해 살균 과정을 거치고 크기별로 분류되어 한국 땅에 들어온다.

농업이 산업화되면서 다국적 기업이 종자와 농약의 생산·유통을 도맡았다. 수익성이 있는 작물만 재배되고, 종 다양성은 위협받는다. 작물의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유전자 변형도 흔하게 이뤄진다. 곡물은 인간만을 위한 식품이 아니라 가축용 사료이기도 하기에 전 세계인의 육식을 감당하기 위해 아마존 밀림을 벌목해 그 자리에 밭을 경작하기도 한다. ‘중국인들이 소고기를 많이 먹으면서 아마존에 콩밭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한편 각 나라별로 곡물 자급률은 떨어지고 있고, 국제 농산물 가격의 흐름에 따라 국내 정치 상황도 급변한다. 기후 변화는 또 다른 변수다. 가뭄이 잦아지고 적산온도(생육 일수의 일평균기온을 적산한 것)가 부족하거나 넘칠수록 환경에 민감한 농업은 위협받으며 이는 오롯이 농민의 걱정거리가 된다. 한낮의 수은주가 40도씨 가까이 오르는 땡볕에서 참깨 농사를 짓고 해마다 수확량에 울고 웃는 이들이 있다. 참깨 한 알, 콩 한 쪽에도 농민의 삶이 담겨 있는 것이다.

 

결국 돌아갈 곳은 땅이다
먹거리 세계화·산업화에 저항하다: 시칠리아, 북극에서

전통에 대한 강한 자부심으로 채소를 직접 키우고 먹는 사람들이 있다. 음식 이야기로 대화가 끊이지 않는 이탈리아 사람들이다. 이탈리아에서도 맛의 본산이자 고향으로 불리는 시칠리아 섬에서는 자신의 이름을 브랜드 삼아 채소를 기르고 시장에 내다 판다. 시칠리아 곳곳에서는 늘 크고 작은 농산물 축제가 열리며 이곳에서 사람들은 먹거리를 지키기 위해 고민을 나누고 해결책을 모색한다. 맥도널드가 들어오는 것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전 세계적으로 흔한 스타벅스도 아직 진출하지 못했을 정도로 식문화에 관한 한 보수적이다. 입맛의 세계화 대신 ‘신토불이’ 정신을 선택한 시칠리아 사람들은 농가에서 저마다의 입맛과 방식으로 농작물을 재배하며 먹거리 다양성과 고유성을 지키고 있다.

인류는 재앙에 대비해 먹거리의 근원인 씨앗을 보관해두었다. 북극권 스발바르 섬에 위치한 국제 종자저장소가 먹거리의 방주인 셈이다. 이곳 종자저장소는 핵무기 공격과 소행성 충돌까지 염두에 두고 설계됐고, 현재 88만여 종의 유전자원을 보관하고 있다. 미래를 대비해서라기보다는 생산성과 수익성에 밀려 토종 종자가 사라지고 그 자리를 개량종자가 차지하고 있어 토종 유전자원이 멸종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에서 출발했다. 씨앗은 한번 잃어버리면 복원할 수 없다. 저항력과 적응력이 우수한 토종과 달리 개량종은 병충해나 전염병에 취약하다. 종 다양성이 무너지고 특정 개량 품종이 절대다수를 차지한다면, 한순간에 멸종될 위험도 커진다. 그때 원형이 남아 있지 않다면 먹거리의 종말이 올지도 모르기에 전 세계가 한 뜻으로 ‘최후의 보루’인 국제 종자저장소에 씨앗을 보관한다. 책에서는 이곳을 직접 방문해 역사적으로 세계 곳곳의 종자저장소가 어떤 경로를 거쳐서 짓고 허물기를 반복해 지금의 단계에 이르렀는지를 자세히 살펴보고 있다.

 

좋은 먹거리는 거저 주어지지 않는다
좀더 불편하고 느린 밥상으로의 전환

얼마 전 살충제 달걀 파동이 일면서 먹거리 안전에 관한 관심도 한층 높아졌다. 이따금씩 유행하는 조류 독감이나 사람-동물 간 바이러스 전염 등의 문제로 인해 공장식 축산과 비위생적·비윤리적 도살 과정은 이미 문제화된 지 오래다. 이에 대해 제동을 거는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농산물과 축산물을 생산하는 농장과 공장은 대규모화되고 있으며 판로 역시 세계 시장으로 확대되었다. 우리는 더욱 간단하고 편리하게 다른 나라로부터 수입한 먹거리를 살 수 있다. 이 거대한 흐름 자체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좀더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위해서 작지만 의미 있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유럽연합에서는 식탁 위에 올라오는 돼지고기의 생산과 유통을 알게 된 소비자들이 나서서 좁디좁은 분만틀을 축산 농장에서 퇴출시켰다. 동물복지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며 지속 가능한 농업과 어업을 위해 인증 제도도 마련되고 있다. 우리가 지금 여기에서 가장 먼저 할 일은 밥상 위의 생선과 고기, 채소와 과일이 어떻게 나의 몸속으로 오는지 아는 것부터가 아닐까?

목차

들어가며

1. 돌아오지 않는 연어
연어는 ‘만들어진다’ | 예방주사 맞는 연어 | 100만 마리가 자라는 양식장 | 고등어 컨베이어벨트 |
어촌의 삶은 기다리는 삶 | 자연산과 양식연어가 섞이면
● 빨간 바칼랴우, 하얀 바칼랴우

2. 세계의 닭 공장
파울리스타의 치킨 레시피 | 신대륙으로 간 닭 | 이민자들이 만든 닭 공장 | 맥너겟이 키운 스모닭 |
양계장의 유칼립투스 | 리카르두의 토종닭 | 지금은 ‘닭의 지질 시대’
● 브라질이 1등인 것
● 브라질의 대표 술, 카샤사와 카이피리냐
● 유럽과 아프리카, 원주민의 흔적이 남은 브라질 요리
● 남미의 토착 동물들
● 닭을 숭배한 사람들

3. 파라오의 콩
독재자를 무너뜨린 ‘코샤리 혁명’ | 수천 년 전 파라오도 먹던 콩 | 이름은 달라도 콩으로 통한다 |
나일 델타에서 콩밭이 사라진다 | 아마존 밀림을 먹어치우는 대두 | 콩이 지구와 인류를 살릴까
● 모카탐
● 코리포차
● 클레오파트라가 사랑한 물루키야

4. 빈라덴의 참깨
빈라덴과 참깨 산업 | 참깨 평야의 지평선 | 기후 변화 걱정은 농민의 몫 | ‘멍청이 거리’의 참깨 시장 | 늙은 낙타가 갓 짜낸 참기름 | 깨 한 알에 담긴 삶의 무게
● 참기름과 향미유
● 열려라 참깨
● 무서운 질병, 말라리아

5. 라글로리아에서 생긴 일
‘돼지 독감’ 0번 환자를 찾아서 | 돼지 독감은 왜 신종플루가 됐나 | 전염병 그 후, 갈라진 마을 |
일자리와 파리 떼 사이에서 | NAFTA가 세운 공장식 축사 | 결국은 소비자가 답
● 멕시코의 소스, 살사와 과카몰레
● 맥주 칵테일 미첼라다
● 새 식품 공룡 중국의 등장
● 세계의 동물 복지 정책들

6. 시칠리아의 채소밭
‘장화 끝’ 미식의 고장 | 고대 로마부터 시작된 샐러드 | 양배추와 브로콜리의 고향 | 화산지대 검은 땅의 채소 농장 | 내 이름이 곧 브랜드 | 슬로푸드 운동으로 전통을 지킨다 | 몬샌토 연구비 1조5000억 원, 한국은 100억 원
● 시칠리아의 가지
● 시칠리아에서 만난 토마토

7. ‘국민 과일’ 망고
‘추석 대목’ 망고 공장 | ‘가장 달콤한 망고’ 칼라바우 | 화약 원료가 망고를 꽃피우다 | 망고 마을의 ‘큰손’ | 중국 시장을 열어준 두테르테
● 애플망고의 조상, 인도 멀고바 망고
● 마오쩌둥의 망고
● 필리핀의 유력 가문

8. 아부다비의 보쌈
한국 셰프의 요리 수업 | 무슬림의 나라에서 보쌈을 맛보다 | ‘금커피’와 불닭볶음면 | 알아인 저택의 에미라티 밥상 | 밥상은 넓고도 깊다
● 두바이 호텔 셰프가 말하는 한식의 세계화
● 무슬림과 남녀유별

9. 데잠마의 씨앗
농사를 지을수록 쌓이는 빚 | 알렉산드로스 대왕에게 전해준 설탕 | 카베리강의 물 전쟁 | 여성 농민들이 뿌린 씨앗 | 소농의 길 ‘비아캄페시나’
● 인도에도 백반이 있다?
● 암베드카르의 ‘달리트’, 간디의 ‘하리잔’
● F1 종자와 터미네이터 종자

10. 북극의 방주
영하 18도씨의 씨앗 창고 | 소행성 충돌에도 버틴다 | 유일한 나무 상자의 주인은 | 산타클로스의 탄광 | 씨앗은 ‘문명’이다 | 씨앗이 돌아가야 할 곳
● 스발바르 가는 길

미리보기

어쩌면 진짜 ‘평화의 새’는 비둘기가 아니라 닭일지도 모른다. 세계 곳곳에서 누군가는 돼지고기를 먹지 않고, 누군가는 쇠고기를 먹지 않지만 닭고기를 꺼리는 문화는 없다. 사막을 떠도는 중동 유목민의 후예들은 더운 날씨에 쉽게 상하는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농사를 지어 먹고살았던 인도의 힌두교도들은 중요한 노동력인 소를 감히 잡아먹을 수 없었다. 그래서 인도네시아처럼 힌두 문화권과 이슬람 문화권이 만나는 곳에서는 닭 요리가 발달했다. _44쪽

 

세상에 콩이 모자란다면? 아마도 이집트 사람들은 코샤리와 팔라펠 가격이 올라 엄청난 고통을 겪을 것이다. 이미 그런 일은 벌어졌다. 세계에 ‘바이오 연료’ 열풍이 불었던 2000년대 중후반 이후 콩 값이 올랐다. 덩달아 기름 값도 뛰면서 국제 농산물 가격이 급등했다. 6년 전 튀니지에서 ‘재스민 혁명’을 촉발했고 이듬해 이집트 호스니 무라바크 정권을 무너뜨린 것도 곡물 값 상승이었다. 한국의 콩 자급률은 10퍼센트도 안 된다. 한국이 콩을 가장 많이 수입해오는 나라는 미국이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캐나다, 중국, 인도에서도 수입한다. 이 중 중국과 인도를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는 유전자 변형 콩을 생산한다. _84쪽

 

마르틴은 “망고나무는 마리오의 것이지만, 망고 열매는 내 것”이라고 말했다. 농장 주인은 마리오이지만 농사를 짓고 관리하는 것은 ‘스프레이 업자’인 마르틴이다. 가난한 마리오 부부가 망고 농사를 짓기에는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 수액을 빨아먹는 매미충, 열매에 붙어사는 초파리, 총채벌레 따위의 피해를 막으려면 수정돼 열매가 맺히고 수확하기까지 110일 동안 적어도 8~10번 농약을 뿌려야 하는데 비용이 만만찮다. 민다나오 대학 경영학과 래리 디갈 교수에 따르면 농약 값, 질산칼륨 값, 비료 값이 망고 생산비의 70퍼센트를 차지한다. 농민이 그 돈을 대기도 힘들거니와 판로를 찾기도 쉽지 않다. _188쪽

 

매일 차려지는 자그마한 밥상 위에는 넓은 세계가 담겨 있다. 그 밥상 아래에는 긴 역사를 이어온 그들만의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그 밥상의 깊이를 이해하려 하지 않고, 한식 세계화라는 이름 아래 밥상 주변의 이익만을 탐하려 한다면 여러 종교에서 공통적으로 금기시하는 ‘식탐의 죄’를 범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_223쪽

 

기업의 힘은 세계 어디에서나 거칠 것이 없어 보인다. 농민의 손에 쥐여진 것은 한 줌의 흙과 씨앗뿐이다. 농민들이 씨앗과 먹거리와 환경을 지켜낼 수 있을까. 카르나타카 농민연맹 여성분과 위원장 난디니 자야람이 말했다. “우리는 연대하는 법을 알았고, 우리의 목소리를 낸다. 산업자본가들이 만드는 규칙에 균열을 내고 일방적인 흐름에 제동을 건다. 우리는 세상을 조금씩 변화시키고 있다.” _253쪽

 

이미 거대 자본의 논리가 지배하는 농업의 세계에서 농부들에게 토종 씨앗을 열심히 심으라고 한다면 허망하게 들릴지 모르겠다. 그래도 빚과 물 부족에 시달리던 인도 농민들은 여러 작물을 함께 심어 야생의 힘을 복원하는 농법을 시도하고 있다. 씨앗 보존의 모범 사례로 꼽히는 네팔은 대형 작물박람회를 열고 다양성을 높이는 경작을 하는 농부들에게 인센티브를 준다. 스발바르에 미래를 모두 맡겨놓을 수는 없다. 지구에서 가장 척박한 땅은 ‘땅으로 돌아가자’고 말한다. _280쪽

지은이/옮긴이

지은이

남지원

평생을 이코노미 클래스 좌석만 한 공간에 갇혀 사는 돼지, 가슴만 비대해져 뒤뚱거리는 닭에 대한 이야기를 썼지만 삼겹살과 치킨을 끊지는 못했다. 책을 준비하는 모든 과정이 반성의 시간이었다.

 

박경은

프랑스에서 수입한 유기농 밀가루로 만든 빵, 지중해 어느 섬에서 공수해온 아티초크로 만든 샐러드에 열광하며 지갑을 여는 사람들을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땅에서 나는 무엇이 그들을 열광시킬 수 있을까. 양파 한 알, 가지 한 개에도 역사와 영혼을 담아내던 시칠리아 농부들이 지금도 생각난다.

 

이인숙

온갖 방법을 동원해 물고리를 ‘찍어내는’ 곳과, 온갖 방법을 동원해 생명의 원형인 씨앗을 지키려는 곳. 어찌 보면 극단에 서 있는 두 곳에 다녀왔다. 무리해서 만들어내거나 무리해서 지키지 않아도 인간의 식욕과 지구의 모든 생명이 공존할 수 있는 중간 지점은 존재할 것이다. 이 글을 읽은 누군가가 뷔페 접시에 연어를 몇 점 올려놓을 때 연어의 과거를 한번쯤 떠올린다면 그걸로 족하다.

 

이재덕

취재 이후 마트에서 망고를 볼 때마다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됐다. 한국행 화물선에 망고를 실어 보내려고 쉴 새 없이 일하던 필리핀 다바오의 망고 농장 노동자 아치와 아르조가 눈에 자꾸만 아른거린다.

 

정환보

매일같이 바람 불면 쓰러질 듯한 텐트만 뚝딱 쳐오다 이번엔 제법 튼튼한 집을 지었다. 여럿이 머리를 맞대 촘촘히 그린 설계도를 바탕으로 벽돌을 차곡차곡 쌓아올려 만든 집이다. 그 집에서 차려낸 이 조그만 밥상. 거기에 담긴 이토록 넓은 세계와 많은 사람의 숨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