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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름엔 북극에 갑니다 어느 생태학자의 북극 일기
  • 지은이 | 이원영
  • 옮긴이 |
  • 발행일 | 2017년 10월 10일
  • 쪽   수 | 288p
  • 책   값 | 15,000 원
  • 판   형 | 128*188
  • ISBN  | 9788967354510
책소개 목차 미리보기 지은이/옮긴이 편집자 노트
책소개

인간이 한 번도 거주한 적 없는 땅,
한국인으로서는 처음 찾은 그린란드 난센란에서 써내려간
40여 일의 생태 탐사 일기

남극에서 펭귄을 연구하던 저자는 두 번의 여름 북극의 생태를 연구할 기회를 얻는다. 그것도 그냥 북극이 아니라 위도 82도―그린란드 최북단에 위치한 난센란Nansenland. 이제껏 인간이 거주했다는 기록이 전혀 없는 곳이다. 다큐멘터리, 야생도감에서 수십 번도 넘게 본 사향소와 북극곰의 땅이다. 세계 최대의 국립공원이라는 북동그린란드국립공원Northeast Greenland National Park 내에 있는 난센란은 극지의 생태를 그대로 간직한 곳이다. 그래서 암스테르담/헬싱키-오슬로-스발바르 등을 거쳐 비행기를 네다섯 번 갈아 타야 하는 여정도 고되지만, 방문 허가를 받는 과정도 여간 까다롭지 않다. 인간이 산 적 없고, 살지 않는 곳이기에 어렵게 그곳을 찾아서도 고된 여정은 계속된다. 캠프를 차리고, 화장실도 만들고, 물도 길어 와야 한다. 궂은 날은 여럿이고, 언제 인간을 공격할지 모르는 대형 포유류들은 캠프를 에워싸고 있다. 그런 가운데도 매일 새로운 자연을 만나고, 그것을 점차 이해해간다. 그래서 이 여정은 ‘모험’이라는 말과 잘 어울린다.

조류를 연구하는 동물행동학자인 저자, 그리고 지질학자인 나머지 다섯 명의 과학자들과 함께 떠나는 북극 여정은 북유럽의 피오르드와 오로라를 떠올리면 쉽게 연상되는 여느 고위도 관광지의 풍경, 그곳에서 만난 흥미진진한 사람들과의 유난한 인연과는 사뭇 다르다. 광활한 동토와 그 끝으로 이어진 북극해, 뾰족하고 납작하고 창백한 빙하와 해빙, 나무 한 그루, 길 한 자락 없이 울퉁불퉁 펼쳐진 산, 바다로 흘러드는 차디찬 호수……. 저자는 이 고요한 풍경 속을 거닐며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쉽게 알아채기 어려운 또 다른 세상으로 우리를 이끈다. 그곳은 발밑에 35억 년 된 변성암이, 머리 위에는 해마다 남극과 북극을 오가며 지구 한 바퀴를 도는 북극제비갈매기가 있는 세상이다.

캠프를 차리고 본격적으로 탐사를 시작하니, 걸음걸음이 조심스럽다. 새끼를 보호하려는 긴꼬리도둑갈매기, 세가락도요, 흰죽지꼬마물떼새 들은 둥지 가까이로 다가가면 날카로운 경계음을 낸다. 발걸음을 옮겨 다른 쪽으로 걸으면 저 멀리 사향소가 보인다. 커다란 뿔, 치렁치렁한 털 뭉치의 거대한 몸집은 당당하던 걸음도 주춤하게 만든다. 그 위압감에 멈칫하면서도 좀더 가까이서 보고 싶은 욕심이 동시에 인다. 경계심이 매우 강한 북극토끼는 한번 가까이서 보려면 몇 시간씩 야금야금 기며 줄다리기를 해도 달아나기 일쑤다. 그러다 한눈을 팔면 어느새 어딘가에 다시 나타나서 풀을 뜯고 있다. 여름을 맞아 짙은 갈색으로 털색을 바꾼 북극여우는 어린 새를 물고 총총거리며 걷는다. 고기 냄새를 맡고 텐트 코앞까지 찾아온 회색늑대는 거대하고 사나우리라는 예상과 달리 왜소하고, 인간에게 공격적이지도 않다. 북극 지역에서만 관찰된다는 희귀 조류여서 ‘마법의 새’로 불리는 북극흰갈매기는 새하얀 깃털에 케첩을 묻힌 채 공군 기지에서 인간이 남긴 음식을 먹고 있다. 분홍발기러기는 북극여우 등 육상의 포식자를 피해 바다 위 해빙에서 깃갈이를 한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육지에서도 먹이를 먹고 영양을 보충했다. 긴꼬리도둑갈매기는 인지 능력이 띄어나서, 함께 실험을 진행한 꼬까도요나 세가락도요와 달리 인간이 살지 않는 땅인 그린란드 최북단에서조차 인간을 개체 수준에서 구분했다.

이렇게 저자가 만난 북극의 풍경은 그간 봐온 다큐멘터리나 도감의 것과 같은 듯하면서도 조금씩 다르다. 그 차이는 자연을 직접 만나는 경험의 흥미로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끔 한다. 있는 그대로의 풍경, 소리와 몸짓을 담은 이 책에는 그간 극적으로 각색된 자연 다큐멘터리로만 봐오던 대상을 실제로 마주했을 때, 딱 그만큼의 간극―혹은 재미―들이 존재한다. 페이지마다 등장하는 북극의 풍경과 북극 동식물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도 마찬가지다. 사향소 싸움, 텐트 주변을 어슬렁거리다 엉뚱하게 눈이 마주친 회색늑대, 굴 밖으로 빼꼼 고개를 내민 레밍, 새끼를 보호하려 이상한 자세로 날고 헤엄치는 새들, 새에 관심이 없었다면 무심코 밟고 지나쳤을 흰올빼미 깃털까지…… 드론 등 첨단 장비로 촬영한 고해상도 사진들은 익숙한 아름다움을 낯선 시선으로 조망한다. 한편 영하 270도에서도, 우주 공간에서도 죽지 않는다는 0.5밀리미터의 완보동물부터 파충류와 설치류 등 각종 동물과 지의류, 선태류, 다양한 식물종과 화석, 암석에 이르기까지 이 책에 등장하는 여러 조연들도 북극을 읽는 재미를 한층 더해준다. 여기에는 당연히 호모사피엔스인 여섯 과학자의 사사로운 일상도 담겨 있다.

목차

프롤로그

등장 인물
등장 동물

1부 처음 만나는 북극
2016年 7月 19日 암스테르담으로 향하는 비행기
2016年 7月 20日 여섯 명의 과학자
2016年 7月 21日 스발바르 롱이어비엔
2016年 7月 22日 그린란드로 가기 전, 장비 점검
2016年 7月 23日 그린란드 노르 기지
2016年 7月 25日 난센란에서의 첫날, 시간의 속도
2016年 7月 26日 북극의 동물들
2016年 7月 27日 생물학자와 지질학자
2016年 7月 28日 비 오는 날은 공치는 날
2016年 7月 29日 흔적
2016年 7月 30日 새의 인지 능력
2016年 7月 31日 공간: 동물들의 경계선
2016年 8月 1日 산에 오르다
2016年 8月 2日 양육
2016年 8月 3日 죽음은 삶의 일부로 순환한다
2016年 8月 4日 인간과 사향소
2016年 8月 5日 북극 해빙의 나비효과
2016年 8月 6日 어느덧 가을
2016年 8月 7日 지의류, 조류와 곰팡이의 동거
2016年 8月 8日 새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다
2016年 8月 9日 혹한을 견디는 생물
2016年 8月 10日 가족이라는 것
2016年 8月 11日 북극 극장
2016年 8月 12日 서둘러, 그리고 기다려
2016年 8月 13日 아이슬란드 아쿠레이리

2부 다시, 익숙하고 낯선 땅
2017年 6月 27日 두 번째 북극행
2017年 6月 29日 다시 찾은 노르 기지
2017年 6月 30日 그린란드 난센란
2017年 7月 1日 새들의 울음소리
2017年 7月 2日 호기심 많은 자연주의자
2017年 7月 3日 꼬까도요의 번식을 확인하다
2017年 7月 4日 세가락도요 둥지를 발견한 지질학자
2017年 7月 5日 회색늑대를 만나다
2017年 7月 6日 초식동물의 피로
2017年 7月 7日 요리의 행복
2017年 7月 8日 침묵
2017年 7月 9日 회색늑대의 두 번째 방문
2017年 7月 11日 알을 깨고 나오다
2017年 7月 12日 돌의 역사
2017年 7月 14日 위스키 온 더 록
2017年 7月 17日 문버드
2017年 7月 18日 신선한 늑대의 분변
2017年 7月 19日 호수가 나타나다
2017年 7月 20日 귀로

에필로그

참고문헌
찾아보기

미리보기

누군가 죽어야 누군가 산다. 이게 북극에서만 유효한 명제는 아닐 것이다. 하나의 개체 입장에서 죽음과 삶은 뚜렷한 경계로 나뉘어 있지만, 생태계의 물질 순환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그리 대단한 차이가 아니다. 긴꼬리도둑갈매기 새끼의 몸에 잠시 머물러 있던 물질이 북극여우에게 옮겨간 것뿐이니까.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나면 그것은 흙으로 내려와 북극버들의 잎에 머물렀다가 사향소의 몸으로 흡수되고 다시 회색늑대에게 건네질 것이다. _「죽음은 삶의 일부로 순환한다」

 

북극에선 시간의 속도가 다르다. 바다 건너편 육지에서는 지금이라도 막 쏟아져 내릴 듯 빙하가 바다를 향하고 있지만 정작 바다는 멈춰 있다. 화석을 연구하는 지질학자들이 백만 년의 시간은 아무것도 아닌 양 이야기하는 모습이 생각난다. 순간 어디선가 ‘쿵’ 하고 천둥소리가 들린다. 하늘은 맑은데 무슨 일인가 주변을 둘러보니 빙산에서 얼음이 한 조각 떨어져 나와 있다. 멈췄던 시간이 순식간에 앞으로 달아나버렸다. 바다를 응시하다 문득 시계를 보니 벌써 바닷가에 온 지 두 시간이 지났다. _「난센란에서의 첫날, 시간의 속도」

 

저녁으로 소고기 등심을 구워먹었다. 접시를 밖에 내놓으려고 텐트 지퍼를 내렸는데 웬 커다란 개 두 마리가 서 있었다. “엄마야!” 나도 모르게 소리치며 황급히 지퍼를 올렸다. 카메라를 챙겨 다시 지퍼를 조금 내렸다. 말로만 듣고 책으로만 읽던 그린란드의 회색늑대였다. 녀석들은 소고기 냄새를 맡았는지 킁킁거리며 텐트 주위를 맴돌았다. 굶주린 듯 보였다. 날카로운 맹수의 눈빛이라기보다, 절박하게 먹을거리를 구하는 눈빛이었다. 늑대들은 텐트 밖에 놓았던 쓰레기봉투 더미를 찾아서 물어뜯기 시작했다. 녀석들은 봉투를 손쉽게 찢은 뒤 음식물이 묻은 휴지들을 물어 눈 위로 가지고 갔다. _「회색늑대를 만나다」

 

우리는 얼음을 잘게 쪼개어 컵에 넣고 위스키를 조금 따랐다. 컵에 귀를 갖다 댔더니 얼음이 녹으면서 ‘톡 톡 톡’ 하는 경쾌한 음이 들렸다. 수만 년 전 빙하가 생길 때 그 안에 갇힌 공기가 빠져나오는 소리다. 나는 빙하기의 공기가 스며든 위스키를 음미했다. “위스키에 넣어 먹으니까 맛이 어때?” 야콥이 물었다. 나는 잠시 고민하고는 대답했다. “역사의 맛이야.” 야콥은 내 말을 듣더니 눈을 감고 위스키를 한 모금 넘겼다. “네 말이 맞아. 이건 빙산에 담긴 역사의 맛이야.” _「위스키 온 더 록」

지은이/옮긴이

지은이

이원영

서울대학교 행동 생태 및 진화 연구실에서 까치의 양육 행동을 주제로 박사 과정을 마치고 극지연구소 선임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남극과 북극을 오가며 펭귄을 비롯한 야생 동물을 연구한다. 동물의 행동을 사진에 담고, 그림으로 남기며 과학적 발견들을 나누는 데 관심이 많아 《한국일보》에 ‘이원영의 펭귄 뉴스’를 연재하고 팟캐스트 ‘이원영의 새, 동물, 생태 이야기’, 네이버 오디오클립 ‘이원영의 남극 일기’ 등을 진행하며 《여름엔 북극에 갑니다》 《물속을 나는 새》를 썼다.

편집자 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