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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치 묘보설림 6
  • 지은이 | 장웨란
  • 옮긴이 | 김태성
  • 발행일 | 2019년 04월 01일
  • 쪽   수 | 712p
  • 책   값 | 18,000 원
  • 판   형 | 133*200(무선)
  • ISBN  | 9788967356095
책소개 목차 미리보기 지은이/옮긴이
책소개

글항아리가 소개하는 중화권 소설 ‘묘보설림’ 시리즈 제6권으로 장웨란의 『고치繭』가 출간되었다. 1982년생으로 중국 산둥성 지난에서 태어나 싱가포르국립대를 졸업하고 6권의 장편소설과 2권의 단편소설집을 상재하는 등 왕성하게 집필하는 작가다. 장웨란의 『고치』는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그녀의 최신작으로 712쪽에 이르는 대작이다. 중국의 각종 문학상에 노미네이트되고 탕누어로부터 “기억의 실체를 철저히 규명하고 그 안에 담긴 진실과 상처를 껴안는 작가”로 평가받는 그녀는 문화대혁명이 중국의 일가족 삼대에 남긴 상처를 다룬 『고치』에서 자신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고치繭’는 애벌레가 나비로 변하기 전 머무는 집이다. 스스로의 몸에서 뽑아낸 진액으로 몸을 감고 아무도 들여다볼 수 없는 천형의 감옥에서 스스로 변태하여 새로운 생명으로 거듭난다. 이 작품 또한 마찬가지다. 문화대혁명을 다루지만 그것의 범죄성을 고발하거나 시대의 파노라마를 펼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작가는 철저히 자신의 삶으로 걸어 들어가 그 독을 들이마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 결을 하나하나 분별해낸다.

 

이 작품은 두 가지 점에서 이채롭다. 하나는 문화대혁명 당시 비판투쟁 중 이웃에 의해 머리에 못이 박혀 식물인간이 된 할아버지를 중심으로 가족들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이다. 그 할아버지의 아내, 자식, 며느리, 손자가 한 축을 이룬다. 그의 머리에 못을 박은 것으로 추정되는 유명한 원로 의사와 그의 아내, 자식, 며느리, 손녀가 다른 축을 이룬다. 이야기는 주로 손자, 손녀 세대가 이끌어가는데 그 마을의 또래들이 관찰한 세계라는 점에서 익숙한 유년소설의 관점을 취했다. 또 하나 이채로운 점은 소년과 소녀가 번갈아가며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대화체라는 점이다. 소년은 소녀에게, 소녀는 소년에게 자신의 관점에서 재구성한 ‘우리’의 이야기를 속삭인다.

 

소녀가 태어났을 때 ‘문혁’이라는 상황은 이미 종료된 후였다. 하지만 메스를 넣고 봉합한 것처럼 상처는 끊임없이 새어 나온다. 주인공이 마주치는 어른들은 그 상처를 쉬쉬하고, 외면하거나 그로부터 달아나는 방식으로 망각의 생존 논리를 앞세운다. 그렇게 ‘변해버린’ 사람들의 모습은 히스테리컬하고 삶의 본능만 남아 있는 모습인지라 어떤 점에서는 괴물을 닮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아무렇지 않은 척 연기를 해도 무의식은 그 아픔의 실체를 ‘중얼거린다.’ 소녀는 그 중얼거림을 듣고 그 소리의 끈을 계속 감아서 거대한 실뭉치로 만들어나간다. 어쩌면 이게 ‘고치’의 실체인지도 모르겠다.

 

저자의 ‘후기’는 왜 ‘고치’라는 소설이 나올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독자들에게 먼저 이 후기를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여기 나오는 작가의 자전적인 스토리는 기대 이상으로 놀라운데 그 이유는 아버지가 쓴 소설을 자식이 다른 소설로 다시 쓴 것이기 때문이다.

 

장웨란의 아버지는 1977년 문화대혁명이 끝나자 자신이 일하던 양식국糧食局 수송대에 작별을 고하고 대학에 들어갔다. 좋은 직장을 때려치우고 소설을 배우러 중문과에 입학한 그는 이듬해 『못』이라는 소설을 완성한다. 소년 시절 직접 목격한 사건을 소재로 했는데, 그가 거주하던 병원의 직원아파트에서 바로 옆 동에 살던 의사가 비판투쟁 중에 누군가의 의해 머리에 못이 박혔다. 점차 언어와 행동 능력을 상실한 그는 식물인간이 되어 줄곧 병상에 누워 있어야 했다. 잡지사에 소설을 보냈고 게재 통보를 받았으나 다시 게재 불가 통보를 받았다. 작품 분위기가 너무 어둡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는 몇 편의 소설을 더 쓰고 투고했으나 그때마다 같은 이유로 거절되었다. 어둡다고 말했지만 우리는 ‘문혁’이 금기의 언어였기 때문이라는 걸 안다. 서랍에 들어간 『못』은 그 이후 세상에 나오지 못했다. 수십 년이 지난 2010년의 어느 날 그의 딸이 식탁에서 아버지의 이야기를 자신이 소설을 쓰겠다고 선언한다. “그게 뭐 소설 감이나 되나?” 아버지가 보인 반응이었다. 이미 생활인이 된 아버지는 과거의 소설과 그 안의 이야기를 거의 기억하지도 못했다. 작가는 이런 아버지를 인터뷰하고 병원에 가서 취재도 한다. 하지만 7년이 지나도록 어떻게 풀어나갈지 알지 못한 채 포기하고 만다.

이야기가 풀린 것은 설을 맞아 지난濟南의 집을 방문한 때였다. 아래 그 내용을 요약해본다. 이러한 소설이 쓰인, 아니 자신과 가족의 이야기, 유년 전체의 역사를 쓸 수밖에 없도록 만든 거역할 수 없는 힘과의 마주침이 제시되어 있다.

목차

제1장
제2장
제3장
제4장
제5장
후기

옮긴이 후기

미리보기

“이 이야기를 필요로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 이야기는 나에게만 아주 중요할 뿐이다. (…) 마지막 결과에 대해 전혀 개의치 않는다고 말한다면 거짓일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추구와 발견의 과정이 결과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것은 분명히 해두고 싶다. 본질적으로 말해서 문학의 의미는 우리로 하여금 좀더 깊은 생명의 단계에 이르게 하고, 전에 없었던 새로운 체험을 얻게 하는 것이다.”

_ 「후기」

 

“타이완의 저명 문학평론가이자 직업 독자인 탕누어唐諾의 경험에 따르면 작품으로 재현해야 하는 사건과 기억들이 지나게 복잡하거나 방대하고 모호할 때, 많은 소설가가 이를 쉽게 포기하고 상상에만 의지하는 경향이 있지만 장웨란은 그렇지 않다. 그녀는 기억의 실체를 철저하게 규명하고 그 안에 담긴 진실과 상처를 껴안는다.”

_ 「옮긴이 후기」

 

“설이 되기 전에 나는 지난에 있는 부모님 댁을 찾아갔다. 부모님은 방금 이사해 다시 내가 어렸을 때 살았던 대학 직원 아파트 단지에 살게 되었다. 오랫동안 가보지 못한 곳이었다. 전에 살던 옛 건물은 이미 철거되고 원래의 자리에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 있었다.

한눈에 변화가 크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섣달그믐날 오후에 나는 혼자 단지 안 여기저기를 둘러보다가 나무와 단층 건물들, 쓰레기 수거장 등 도처에 과거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 단지 입구에서 신문을 파는 아저씨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고 자기 아빠 대신 과일 좌판을 지키던 아가씨도 원래의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달라진 거라고는 이미 중년의 여인이 되어 눈이 약간 혼탁해졌다는 것뿐이었다.

이런 사물과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전혀 친근감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약간의 두려움을 느꼈다. 내가 떠난 뒤에도 그 사람들은 여전히 원래의 자리에서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산다는 것이 모두 이런 게 아닐까? 하지만 그들을 보는 순간, 뭔가 거대한 비밀을 발견한 것 같아 나 스스로도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약간 불안하긴 했지만 내가 그들을 방기하고 있었고, 그들을 원래의 자리에 남겨두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 자리에 멈춰 서서 그 익숙한 사람과 경물들로 구성된 풍경을 바라봤다. 뭔가가 나를 기다리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바로 다음 순간에 또 다른 내가 화면 안으로 걸어 들어올 것만 같았다. 그 나와 이 나 사이에 구체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는 건지 분명하게 말할 수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어쨌든 그 또 다른 나, 한 번도 나를 떠나지 않았던 내가 이곳에서 즐거움과 고뇌를 두루 지닌 채 성장하고 늙어가는 것 같았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떠나온 유년은 닫혀 있고 완결된 시공이 아니라 계속 말없이 운행되고 있는 평행의 세계인 것 같았다.

그날 오후, 나는 단지 입구에 아주 오래 서 있었다. 물론 또 다른 내가 모습을 나타내길 기다린 건 아니었다. 하지만 소설에는 내내 얼굴이 흐릿한 또 다른 주인공이 등장해 조금씩 머릿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아마도 유년의 평행한 세계 속에 남아 있는, 주인공을 더 닮은 ‘또 다른 나’일 것이다.

자정에 가까워졌을 무렵, 하늘에 연기와 불꽃이 피어올라 칠흑같이 어두운 창가를 비춰주었다. 나는 책상 앞에 앉아 지금 이 소설의 서두를 쓰고 있었다. 잠시 후 나는 그 불빛이 소설의 서사 시각을 결정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소설의 구도도 확립해주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전까지는 오래전에 일찌감치 내 손에 쥐여진 이야기를 어떻게 서술해나가야 할지 잘 생각나지 않았다. 나는 일련의 조사와 인터뷰를 진행했고, 갖가지 방식으로 이 이야기에 접근했다. 하지만 항상 뭔가에 막혀 있는 듯한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이날 밤, 나는 어렸을 때 살던 곳으로 돌아가 놀란 눈빛으로, 알고 보니 이야기로 통하는 길이 내 유년에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못에 관한 이야기는 우리 아빠의 유년 시절에 일어났지만 그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내 유년에 있었다. 이는 어쩌면 나와 아빠의 유년이 원래 하나로 이어져 있었다는 것을 설명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 일은 아빠의 유년에 아주 깊은 기억의 낙인을 찍었고, 장차 필연적으로 어떤 방식으로든 내 유년에 흔적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그런 역사는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역사를 인식할 수 있는 찰나는 우리의 생명 속에 있다. 그 역사는 항상 우리 주변에 있는 것이다.”

_703~704쪽

지은이/옮긴이

지은이

장웨란張悅然

중국에서 태어나 싱가포르 국립대학을 졸업했다. 대표 저작으로 단편소설집 『1890년으로 사라진 해바라기』와 『열 가지 사랑十愛』, 장편소설 『맹서의 새』 『물신선은 이미 잉어를 타고 가버렸네』 『앵도지원櫻桃之遠』 『대교소교大喬小喬』 『나는 불빛을 따라 왔네』 등이 있다. 다수의 작품이 한국어, 영어, 일본어, 독일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등으로 번역되어 여러 나라에 소개되었다. ‘중국어매체문학상’ 최고 잠재력 신인상을 비롯하여 ‘인민문학상’ 우수산문상, ‘싱가포르 대학문학상’, ‘춘톈春天 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인민문학』 지가 주관하는 ‘미래의 대가 TOP 20’에 선정되었다. 장편소설 『맹서의 새』가 ‘2006년 중국소설 베스트 20’에 오른 바 있으며 단편소설집 『열 가지 사랑』이 ‘프랜시스 오코너 국제단편소설상’ 후보에 올랐다. 최근작 『나는 불빛을 따라 왔네』는 2018년 ‘제1회 베이징 이상국문학상’ 최종심 후보 다섯 작품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

 

옮긴이

김태성

서울에서 태어나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타이완 문학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학 연구 공동체인 한성문화연구소를 운영하면서 중국 문학 및 인문 저작 번역과 문학 교류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중국에서 문화 번역 관련 사이트인 CCTSS의 고문,『인민문학』한국어판 총감 등의 직책을 맡고 있다.『무슬림의 장례』,『풍아송』,『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미성숙한 국가』,『마르케스의 서재에서』등 중국 저작물 100여 권을 우리말로 옮겼다. 2016년에 중국 신문광전총국에서 수여하는 중화도서특별공헌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