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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평 페스티벌 1 비평의 육체를 찾아
  • 지은이 | 강수미
  • 옮긴이 |
  • 발행일 | 2015년 11월 09일
  • 쪽   수 | 276p
  • 책   값 | 15,000 원
  • 판   형 | 170*240
  • ISBN  | 9788967352615
책소개 목차 미리보기 지은이/옮긴이
책소개

익명을 주체로, 침묵을 발화로, 관계를 구체적 수행으로
2015년 6월 17일 시작된 [2015 비평 페스티벌]은 사흘간의 일정으로 진행되었다. 얼핏 듣기에 ‘비평 페스티벌’은 비평가만의 축제 같다. 그러나 이것은 ‘축제’라는 기표 아래에 훨씬 더 큰 기의를 담고 있다. 보통의 비평 용어들이 그렇듯 말이다. 기획자 강수미는 [2015 비평 페스티벌]이 지금껏 사용되어오던 ‘비평’이란 단어에 새로운 숨을 불어넣는 작업이었다고 말한다. 이러한 작업 과정이 전부 모여 한 권의 책으로 집약된 [비평 페스티벌 1]은 “비평이 누구로부터, 무엇으로, 어디까지 실행될 수 있을까를 프로젝트화한” 산물이다.
비평의 종류는 다양하다. 하지만 그것들은 하나의 장르에 부수적으로 따라붙는 개념일 뿐 개별 장르로 기능하지 않았다. 이런 비평의 시대를 넘어서 비평 페스티벌은 퍼포먼스로서의 비평, 창작으로서의 비평, 감각지각과 그 표현으로서의 비평으로 채웠다. 비평 페스티벌의 어젠다로 “익명을 주체로 만들자” “침묵을 발화로 바꾸자” “관계를 구체적 수행performance으로 바꾸자”를 내세운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많은 이들은 비평이 죽었다고 쉽게 이야기한다. 하지만 비평의 사망을 이야기하기 전, 비평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정의를 내리는 것이 우선이다. 이상하게도 ‘비평이란 무엇인가?’란 질문은 언제나 어렵고 진부한 것처럼 느껴진다. 그건 아마도 이 질문이 지나치게 반복되었고, 그 과정에서 과하게 진지해졌으며, 시원한 답을 내놓을 수 있는 종류도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오히려 이 질문은 우리를 주눅 들게 하고 주저앉히려는 덫이다. 이 덫에서 벗어나 새롭고 자유로운 비평을 행하려 노력해야 하는 것이 모든 비평가의 사명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질문에 행동으로 답을 내놓으려는 이들이 있다. 현실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답을 내놓으려는 이들이 있다. 죽었다고 말해지던 비평은 그들의 손 안에서 살아 움직이는 것으로 변모한다.
지금까지 비평은 언제나 창작 이후에 발생하는 것으로 여겨져왔다. 그러나 비평 페스티벌에서는 이 관계를 뒤바꾸려 시도했다. ‘페스티벌’이라는 이름 아래 비평은 이제 그 나름의 고유성과 독자성을 가진 것으로 기능한다. 이로 인해 참가자들은 그것이 담고 있는 성격과 양식, 구조, 체제, 기술 등을 자유롭게 변주할 수 있게 된다.

 

비평 페스티벌의 현장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비평워크숍’이다. 이는 한 작가가 작품 프레젠테이션을 한 뒤 2인으로 짝지어진 비평가·작가가 비평의 형식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에 대해 저마다 구상한 바를 무대 위에서 하나의 퍼포먼스처럼 펼치고 토론하는 것이다. 이때 참여하는 작가와 비평가들은 기성/신진의 구분이 따로 없다. 이것은 새로운 세대의 예술가 그룹이 공유할 공간을 만들기 위함이다. 이런 방식의 프로그램은 결과적으로 창작과 비평의 현재성을 극대화시키게 된다. 마지막 날에는 ‘비평 라이브’라는 테마로 총괄 축제가 열려, 비평과 연관되어 있는 모든 이들이 새로운 형식의 비평을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장이 펼쳐졌다.
첫날의 주제는 ‘말과 예술’이었다. 강수미 기획자와 황두진 건축가가 발화가 시작의 문을 연 뒤 작가/비평가의 비평워크숍이 이어졌으며, 독일의 비평가이자 큐레이터인 클레멘스 크륌멜의 강연으로 끝을 맺었다. 둘째 날은 ‘현실 속 미술 창작과 비평’이라는 주제로 펼쳐졌다. 황정인 큐레이터와 신진비평가인 고윤정과 임나래의 자유비평이 진행된 뒤 이뤄진 비평워크숍은 비평의 심층을 좀더 열어 보였다. 셋째 날은 비평 라이브가 피날레를 장식했다. 특히 축제의 핵심이었던 비평워크숍에서는 작가와 비평가가 한 치의 유보도 없이 비평가와 작가의 기질을 내보이면서 간극을 해소하지 못한 팀도 있고, 서로 대화로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끌어나간 팀도 있으며, 한 편의 모노드라마로 극처럼 구성하여 무대에서 펼쳐낸 팀, 비평가가 자신의 권위를 내려놓고 작가를 최대한 뒷받침해주는 비평을 보여준 팀도 있다. 이처럼 국내외 비평가와 예비 예술가,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참여해 ‘비평 축제’에 걸맞게 자신의 비평관들을 개진해나갔다. 이 모든 행위는 인터넷 팟캐스트를 통해 현장 생중계되었고, 이후 웹사이트에도 아카이빙되어 비평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키는 촉매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2015년을 첫발로 내딛은 이 행사는 매년 이뤄질 것으로, 비평을 하나의 장르로 열어놓는 시도가 될 것이다.

 

비평 퍼포먼스와 비평 프로덕션
“비평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기획자의 말을 들어보자. 그가 가장 중점적으로 고민하는 지점은 바로 ‘활동으로서의 비평’이다. 즉 비평은 언어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실행될 수 있는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기에 창작에 종속되는 ‘비평 컨퍼런스’나 ‘심포지엄’이 아닌 그 자체로 독립된 ‘비평 페스티벌’인 것이다.
비평은 ‘거리두기’의 행위다. ‘거리두기’란 어떤 대상이나 현상, 혹은 어떤 힘의 보이지 않는 역학으로부터 자신을 해방시키고 그 억압과 구속의 역학 구조 자체를 해체시키는 것이다. 비평을 통해 우리는 어떠한 대상과 거리를 둘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스스로를 주체로 정립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대상과 내가 서로 소유하거나 착취하거나 억압하지 않는, 대등한 관계 속에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관계와 사고의 확장을 통해 비평 장르는 포괄하는 범위가 훨씬 더 넓어진다. 이렇게 넓어진 장르 안에서 작가와 비평가가 자유롭게 행동하는 것이 바로 비평 퍼포먼스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체다. 비평 안에서 우리는 익명인 주체로 존재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주체가 행위자로 기능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이것은 비평 페스티벌과 이 책을 관통하는 질문이자, 비평 장르 전체를 통틀어 얘기할 수 있는 문제의식이다. 결국 주체가 오롯이 자기 자신만의 언어로 발화하는 주체로 정립되어야만 비로소 행위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비평 퍼포먼스를 구성하고 관객들에게 내보이는 것이 비평 프로덕션이다. 이 책 [비평 페스티벌]은 하나의 장르를 넓히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장르에 대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내 그것을 실험하는 데에 의의가 있다. 시간적이고 물리적인 사건 안에서 비평의 주체와 언어의 기능 방식을 구성하는 것, 이것이 그 자리에 모인 모두의 목표이자 행위였다. 이 페스티벌에서 작가·비평가 사이에 서로를 향한 대화와 참여가 매우 적극적으로 이루어졌던 것도 이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참가자들은 모노드라마 등 다양한 형식의 실험을 통해 각자의 예술적 언어와 경험을 발화하기도 했다.
비평에 대한 부정은 새로운 비평을 생산하는 것이 될 수 없다. 하지만 비평에 대한 새로운 형식은 새로운 비평을 생산할 수 있는 또 다른 길이 된다. 이것이 내년에 개최될 [2016 비평 페스티벌]과 그 내용을 담은 [비평 페스티벌 2]가 기대되는 이유다. 그때에는 어떤 행위가 시도될 것이며 또 어떤 방식의 비평이 태어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목차

서문: 비평 퍼포먼스, 비평 프로덕션_강수미 기획자

1부 말과 예술
발화_강수미
발화_자의성과 당위성 | 황두진 건축가
윤제원 작품·이연숙 비평
최제헌 작품·이진실 비평
이미래 작품·임나래 비평
정인태 작품·이인복 비평
정현용 작품·염인화 비평
박후정 작품·민하늬 비평
발화_강수미
강연_토킹 픽쳐 블루스-커지는 목소리들 | 클레멘스 크륌멜 비평가·큐레이터

2부 현실 속 미술 창작과 비평
리뷰 발화_강수미
발화_창작과 비평의 경계에서 | 황정인 미팅룸 편집장·사루비아다방 큐레이터
김시하 작품·임나래 비평
이예림 작품·이진실 비평
한경자 작품·고윤정 비평
이성희 작품·이연숙 비평
김나윤 작품·염인화 비평
윤영혜 작품·민하늬 비평
자유 비평_고윤정
자유 비평_임나래
리뷰 발화_강수미

^3부 비평:LIVE^
리뷰 발화_강수미
발화_이미지로 사유한다는 것 | 최승훈 작가
발화_광주비엔날레에 대하여 | 안미희 광주비엔날레 정책기획팀장
구모경 작품·이연숙 비평
임동현 작품·임예리 비평
김재민이 작품·이인복 비평
발화_테크놀로지-비평의 예술? | 신승철 강릉원주대 미술학과 교수
퍼포먼스_킴킴갤러리KimKim Gallery
자유 발화_ 1 고재욱 | 2 예기 | 3 양반김 | 4 황지현 | 5 문지현
리뷰 발화_강수미

 

미리보기

사람들은 쉽게 ‘비평의 위기’를 말하지만,
그러면서 정작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런 텅 빈 말에 이런 질문으로 맞설 필요가 있다.
그렇게 떠들어대듯 비평이 진짜로 위기 상황에 놓였다면,
당신은 대체 여기서 뭘 하고 있는가?
공허한 말을 반복하는 당신과 달리 그 한가운데서
비평을 하고 있는 한 사람이 있는데, 그/녀에게 부끄럽지 않은가?
어쨌든 그 한가운데서 지금도 비평을 수행하는 그/녀는
위기의 원인인가, 피해자인가? 위기에도 불구하고,
이를테면 난파된 배를 버리지 않고 끝까지 그 배와 운명을
같이하는 비평가의 윤리와 책임감은 어디서 찾아볼 수 있는가?

우리는 [비평 페스티벌]에서 발화를 행하고,
말의 의미와 사용 실황을 타인에게 전달하고, 육체로부터 추상을,
머리로부터 행위를 꺼내놓는 과정을 중계하면서 ‘비평의 위기’라는
백해무익한 수사 대신 ‘비평의 리토르넬로’를 현실화할 수 있다.
우리에게 중요하고 의미가 있는 유일한 문제라면 그것은,
생산력으로 가득 찬 비평의 카오스로부터 다성적이고
다차원적인 질서를 끊임없이, 반복적으로 풀어내는 것이다.
음악의 리토르넬로처럼. 철학의 리토르넬로처럼.
비평의 고정되고 완고한 정체성을 막연히 가정한 채,
시시때때로 위기라며 현재의 모든 비평 실천을 억압하는
늙은 언어의 낚시질에 걸리지 말고 말이다. _「서문」

지은이/옮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