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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무열전 나무에 숨겨진 비밀, 역사와 한자
  • 지은이 | 강판권
  • 옮긴이 |
  • 발행일 | 2007년 06월 29일
  • 쪽   수 | 375p
  • 책   값 | 20,000 원
  • 판   형 | 152*223
  • ISBN  | 9788954603393
책소개 목차 미리보기 지은이/옮긴이 추천의 글
책소개

나무에 미친 나무선비 강판권 교수가 네번째 나무책을 펴냈다. 이 책은 기존의 책들과는 사뭇 다르게 나무를 통해 한자와 역사를 들여다보는 독특한 시도를 하고 있다. 한자이름은 나무의 개성적인 특징을 단적으로 표현해주고, 그 이름은 역사의 구체적인 장면을 연상시킨다. 우리가 미처 몰랐던, 역사 속에서의 나무의 쓰임새와 옛 사람들이 나무와 관련해 만들어낸 문화의 이런저런 모습을 엿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제목을 나무열전이라 한 것은 여러 사람의 전기(傳記)를 차례로 벌여서 기록한 책이 열전이듯이, 나무 마흔 그루를 그런 식으로 살펴보았기 때문이다. 또한 1, 2, 3부에 걸쳐 글 흘러가는 모양이 꼭 나무의 일생 같아서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나무에 대한 교양서들이 대부분 자연과학적 식생을 다루거나 개인적인 에세이인 데 비해, 이 책은 역사와 문자를 이해하는 가장 기본적인 창으로서의 나무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열전이 개인을 통해 역사를 이해하려고 하듯….
1부에서는 나무, 숲, 교목, 관목, 잎, 뿌리, 줄기, 가지, 꽃, 열매 등 나무의 일반적인 속성들과 관련된 한자이야기를 들려준다. 근본 본(本)은 나무가 땅에 뿌리내린 모습이며, 저녁 묘(杳)는 나무 밑으로 해가 지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아침 단(旦)은 나무 위로 해가 떠오르는 모습일 것이다. 삼(森)은 나무가 한 없이 늘어서 있는 모습이이다. 우주간의 모든 현상을 의미하는 삼라만상(森羅萬象)도 삼에서 유래했다. 나무가 울창한 곳에 가면 그 누구도 쉽게 근접할 수 없다. 이런 모습이 바로 삼엄(森嚴)이다. 간(幹)은 나무의 줄기이다. 줄기는 나무를 버티는 힘이다. 도심을 통과하는 중심도로를 우리가 간선(幹線)도로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신문사에서 편집의 모든 것을 총괄하는 이도 주간(主幹)이라 한다. 저자는 이런 식으로 나무한자의 기본적인 소양을 갖추게 해 숲으로의 한자여행에 독자들을 초대한다.

2부에서는 소나무, 측백나무, 살구나무, 밤나무, 자두나무 등 우리가 잘 아는 나무와 모밀잣밤나무, 모감주나무, 초피나무 등 잘 모르는 나무를 골고루 40종을 골라 그에 얽힌 한자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책을 읽는 방법 중의 하나는 나무가 인간의 어떤 측면과 가까운가를 알아채는 일이다.

첫째, 춘하추동의 시간과 관련된 한자 중에 나무와 관련된 말이 많다. 음력 2월은 매견월(梅見月)이다. 매화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음력 삼월은 앵두꽃이 피기 때문에 앵월(櫻月)이라 한다. 5월 즈음을 향운(香雲)이라 한다. 꽃이 만발하면 향기가 구름처럼 자욱하기 때문이다. 벽오동꽃은 여름에 피어 음력 7월을 오월(梧月)이라 한다. 이즈음 방에 누워서 벽오동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는다면 무척 운치 있을 것이다. 이 비가 오동우(梧桐雨)다.

둘째, 인간이 머무는 곳에도 나무가 빠지지 않는다. 회화나무는 중국의 조정(朝廷)에 많이 심었다. 그래서 조정을 괴정이라 불렀고, 특히 중국 주나라 때 외조(外朝)에는 세 그루의 회화나무를 심었는데, 삼공(三公, 태사·태부·태보)이 이를 향해 앉았다 해서 삼괴(三槐)’로 부르기도 했다. 중국 천자가 거처하는 곳은 괴신(槐宸)이다. 왜? 회화나무를 좋아해서 침실 맡에 심었기 때문이다. 나무엔 인간만 깃드는 것이 아니라 동물도 깃든다. 특히 회화나무의 썩은 껍질엔 개미가 많이 산다. 그래서 옛날에 개미를 괴안국(槐安國)이라 불렀다. 한편, 중국 주나라 무왕(武王)의 동생이었던 소백(召伯)이 남국을 순행할 때 감당(甘棠)나무 아래 머물러 송사를 처리했다. 이런 연유로 팥배나무 아래, 즉 당음(棠陰)은 관청을 의미한다. 옛날 정치에 관심을 두지 않으려는 사람들은 복사나무가 무성했던 곳에 소를 풀어놓고 지냈다. 그래서 소를 도림처사(桃林處士)라 한다.

셋째, 나무는 지식을 전파하는 수단이었다. 출판의 판목으로 많이 쓰였던 것이다. 배나무는 재질이 아주 단단해서 대추나무와 함께 책을 만드는 판목(版木)으로 많이 사용했다. 그래서 배나무와 대추나무를 의미하는 이조(梨棗)는 출판을 의미한다. 가래나무는 나무의 왕이다. 워낙 고급목재인지라 목수를 재인(梓人)이라 부를 정도였다. 가래나무는 왕의 관을 짜거나, 국가에서 중요한 책을 만들 때만 사용했다. “책을 상재(上梓)했다”고 할 때 재(梓)는 바로 가래나무다.

넷째, 나무는 오래 산다. 그래서 수명과 관련된 한자에 나무가 많이 들어 있다. 그 중에서도 참죽나무(椿)는 특히 오래 산다. 그래서 장수를 의미하는 춘년(椿年), 춘수(椿壽), 춘령(椿齡), 대춘(大椿)에는 모두 참죽나무가 보인다.

다섯째, 나무만큼 일상용품으로 많이 쓰인 재료가 있을까. 밤나무로는 신주를 만들었다. 그래서 신주를 율주(栗主)라 한다. 밤나무로 만든 다갈색 붓은 율미필(栗尾筆)이다. 소동파가 이 율미필로 시를 썼다. 오동나무로는 주로 악기를 만들었다. 오동으로 만든 거문고를 동군(桐君)이라 불렀다. 악기에 ‘자네’를 붙인 운치있는 발상이다. 계수나무로는 수레를 만들었다. 이 계거(桂車)는 아주 아름다웠다고 한다. 도끼는 모밀잣밤나무(柯)로 만드는 것이 으뜸이다. 도낏자루를 부가(斧柯)라고 한다. 이처럼 나무로 만든 물건과 그 물건을 부르는 예스러운 이름은 끝이 없으며 요즘에 쓰이는 것들도 많다.

여섯째, 저자는 나무와 관련된 편견을 계속 꼬집는다. 조선시대 사대부 강희안이 지은 『양화소록』이 대표적 사례로 불려온다. 꽃을 기른다는 의미의 양화(養花)가 잘못이라는 것이다. 이는 나무를 꽃으로만 인식하는 폐단이 스며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버드나무를 나타내는 한자는 류(柳)와 양(楊)이다. 보통 양은 능수버들을, 류는 능수버들을 제외한 버드나무를 의미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저자는 꼭 그렇지는 않고 어원을 따져보면 오히려 거꾸로라고 주장한다. 나무 목과 토끼 묘(卯)를 합성한 류가 류(流)와 통하여 ‘흐르다’라는 뜻을 지니고 긴 가지가 흐르는 듯한 모습, 즉 능수버들을 뜻하기 때문이다.

3부에서는 나무의 철학을 다룬다. 저자는 죽은 나무에서 꽃 피는 고목생화의 일화를 알려주면서 나무의 죽음은 곧 삶이라고 말한다. 또한 나무의 이치인 목리(木理)를 말한다. 3부에서는 전반부와 달리 저자 개인의 체험을 많이 녹여서 서술했다. 한 대목을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고등학교 시절까지 땔감으로 소죽을 끓이고 방을 데우기 위해 리어카를 끌고 나무를 하러 갔습니다. 지금도 베어 온 나무를 자르면서 겪었던 일을 잊을 수 없습니다. 나무를 자르다보면 어떤 경우에는 아주 쉽게 잘리고, 어떤 경우에는 아주 힘듭니다. 나무의 원리를 모를 땐 무조건 톱을 갈아서 힘껏 잘랐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한참 하다보면 지쳐서 계속할 수 없습니다. 나무를 자주 자르다보면 점점 나무의 원리를 알아갑니다. 나무를 자를 때 결대로 자르면 훨씬 쉽습니다. 혹 상처 난 자리에는 톱이 지나가기 어렵습니다. 나무는 상처 난 자리에 다시는 병이 침입하지 못하도록 아주 단단하게 방어벽을 칩니다. (…) 나무의 결과 무늬를 보면 나무의 삶을 알 수 있습니다. 잘라진 나무의 결과 무늬를 보고 있노라면 눈물 날 만큼 아름답습니다. 나무의 결과 무늬는 나무가 살았던 흔적입니다. 나무의 흔적이 아름다운 것은 결대로 살았기 때문입니다. 사람도 결이 있습니다. 사람도 결대로 살 때 아름답습니다. 나무의 이치인 목리(木理)는 곧 사람의 이치인 인리(人理)이자 교육의 이치인 교리(敎理)입니다.”(336~338쪽)

 

풍부한 고전의 사례 인용
이 책에 나오는 나무의 한자이름은 대부분 고전(古典)에서 끌어온 것이다. 이 책의 묘미는 바로 고전 속의 흥미로운 일화를 만나는 것에 있다. 그 중 재미있는 이야기들이다.

-중국 파공(巴?)에 사는 사람이 뜰의 귤열매를 쪼개니 그 안에 두 노인이 바둑을 두고 즐거워하고 있었다. 그 이후 바둑의 즐거움을 일컬어 귤중지락(橘中之樂)이라 했다. (귤)

-중국 당나라 최신명(崔信明)은 풍락오강냉(楓落吳江冷), 즉 “단풍이 찬 오강에 떨어지네”라는 시를 남겼다. 그러나 정세익(鄭世翼)은 이 시를 보고 명성이 높았던 최신명에게 실망했다. 이 구절은 “보는 바가 듣는 바에 미치지 못한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단풍나무)

-신라 말 도선(道詵)은 『도선비기(道詵秘記)』에서 “5백년 뒤 오얏, 즉 이(李)씨 성을 가진 왕조가 들어설 것”이라 예언했다. 그래서 고려 중엽 이후에는 한양에 자두나무(李)를 심었다가 베곤 했다. 예언이 적중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복사나무)

-뽕나무 가지는 창문을 만드는 원료였다. 가난한 사람은 집 근처에 심은 뽕나무 가지로 창문을 만들었다. 그래서 뽕나무로 만든 창문, 즉 상호(桑戶)는 가난한 집을 뜻한다. 가난한 집의 뽕나무 창문은 양쪽에서 여는 게 아니라 한쪽에서만 열 수 있었다. 갑골문에 나오는 호는 한쪽에서만 열 수 있는 글자다. (뽕나무)

-날다람쥐는 날고, 나무를 타고, 헤엄치고, 달리고, 흙을 파는 다섯 가지 재주를 갖고 있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 전문성이 없기에 궁지에 빠지는 일이 많다. 이런 경우를 오서기궁(梧鼠技窮)이라 한다. 날다람쥐처럼 여러 일을 수박 겉핥기로 하지 말고 한 가지라도 잘 하라는 뜻을 담고 있다. (오동나무)

-오동의 열매는 멀리서 보면 도깨비 방망이처럼 보인다. 자세히 보면 그 모양이 사람의 젖을 닮았다. 그래서 오동의 열매를 동유(桐乳)라 한다. 유(乳)는 조(爪), 자(子), 을(乙)을 합한 회의문자다. 조는 손을 아래로 향해 쥐는 모양을, 을은 유방을 뜻한다. 이 글자는 젖먹이로 하여금 젖을 향하게 하는 글자다. (오동나무)

-느릅나무의 다른 이름은 춘유(春楡) 혹은 유유(柳楡)다. 춘유는 느릅나무가 봄의 나무라는 뜻이고, 유유는 봄에 버드나무와 함께 이 나무로 불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봄에 느릅나무로 불을 얻은 것을 유화(楡火)라 한다. 옛날에는 철마다 불을 얻는 나무를 법으로 지정했다. 여름에는 대추나무와 살구나무, 늦여름에는 뽕나무와 산뽕나무, 가을에는 떡갈나무, 겨울에는 회화나무와 박달나무로 불을 취했다. 이러한 규정은 조선시대 법전 『경국대전(經國大典)』에 나온다. (느릅나무)

-중국 동진(東晋)시대 유명화가인 고개지(顧愷之)는 이웃집 아가씨를 사모했다. 속내를 전달할 수 없었던 그는 그녀를 그림으로 그려 가시 침으로 가슴을 찔렀다. 이에 묘하게도 고개지가 사모한 아가씨의 가슴에 가시가 박혀 병이 났다. 고개지는 그때를 노려 아가씨 집에 찾아가 낫게 했다. 이를 두고 극침자심(棘針刺心)이라 한다. (가시나무)

목차

추천의 글
머리말

제1부 숲을 바라보며

나무란 무엇인가
나무가 많은 숲
키 작은 나무
키 큰 나무
뿌리
줄기와 가지
껍질


열매

제2부 숲에서 줍는 한자

공작 벼슬을 얻은 소나무
신맛 열매를 가진 매화
서쪽으로 기운 측백나무
씨앗이 개를 죽이는 살구나무
껍질이 귀신 같은 회화나무
향기 나는 향나무
가시가 많은 대추나무
봄에 햇볕을 받아 싹이 올라는 참죽나무
산에서 자라는 돌배나무
열매로 점을 친 복사나무
신령스런 기운이 내리는 팥배나무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버드나무
껍질로 불을 밝힌 자작나무
가지가 부드러운 뽕나무
하늘로 향하는 등나무
잎이 짝을 이루는 편백
밤송이가 주렁주렁 달린 밤나무
나무 중의 우두머리 가래나무
가시 돋친 가시나무
‘마상이’ 재료로 쓰인 느릅나무
새싹으로 차를 만드는 차나무
속이 빈 오동
평생 더부살이하는 칡
종이는 만드는 닥나무
홀을 만든 계수나무
목걸이 구슬 같은 열매 맺는 앵두
꽃이 줄지어 있는 산앵도나무
주렁주렁 열매가 많이 달리는 자두나무
갈고리 모양 도낏자루를 만든 모밀잣밤나무
열매에 씨앗이 꽉 차 있는 석류
바람 타고 열매가 날아가는 단풍나무
가지에 열매가 콩처럼 달린 초피나무
뗏목을 만든 풀명자
무성한 덤불 같은 개암나무
액체로 칠하는 옻나무
가시로 시위하는 귤
뭔가 많이 가진 박달나무
열매가 사람을 즐겁게 하는 상수리나무
벼처럼 생긴 대나무
꽃이 실처럼 엉켜 있는 모감주나무

제3부 숲을 나오며

나무의 죽음
나무의 이치
죽어서 집을 만드는 나무
주춧돌과 기둥
용마루와 들보
서까래
방과 마루
지도리

맺음말

미리보기

나무 목은 어원상 땅에서 막 올라오거나 관목의 성격을 띠고 있는 반면, 나무 수는 상당히 자란 정도를 의미할지도 모릅니다. 나무가 크든 작든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인류의 미래는 어둡습니다. 나무가 가만히 서 있으려 해도 바람이 그치지 않으니까요. _20쪽

 

탐스러운 자두열매가 익을 즈음 사람들이 자두열매를 따러 갑니다. 간혹 남의 자두열매를 따다 주인에게 발각되어 혼나곤 하지요. 그래서 옛날 사람들이 열매가 열린 자두나무 밑에서 갓을 고쳐 쓰지 말라고 했습니다. 손을 올려 갓을 쓰면 자두를 따는 것으로 오해받기 때문이지요. _262쪽

지은이/옮긴이

지은이

강판권

1961년 경남 창녕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고등학교 때까지 농사일을 거들며 살았다. 1981년 계명대학교 사학과에 입학해 역사학도의 길에 들어선 뒤 같은 대학원에서 중국 근대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후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1999년 여름, 농사에 대한 애정과 자신의 전공 분야를 접목한 중국 청대 농업경제사를 연구해 경북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계명대학교 사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지금은 자신만의 학문 세계를 만들기 위해 인문학과 식물을 결합하는 공부에 몰두하고 있다. 저서로 『나무예찬』 『나무철학』 『회화나무와 선비문화』 『선비가 사랑한 나무』 『조선을 구한 신목, 소나무』 『청대의 잠상기술과 농업변동』 『세상을 바꾼 나무』 『미술관에 사는 나무들』 『나무열전』 『역사와 문화로 읽는 나무사전』 『은행나무』 『최치원, 젓나무로 다시 태어나다』 『중국을 낳은 뽕나무』 『어느 인문학자의 나무 세기』 『자신만의 하늘을 가져라』 『나무를 품은 선비』 『중국 황토고원의 산림훼손과 황사』 『생태로 읽는 사기열전』 등이 있다.

추천의 글

모든 것을 나무로 생각한다는 저자는 나무를 이 세상에서 가장 미련한 존재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는 곧 나무가 한 곳에 머무는 것은 땅에 뿌리를 박고 있어서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없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나무는 한 곳에 바로 서 있는[直] 식(植)물이지만 치열한 삶을 통해 세상의 이치를 깨닫고 행복하게 삽니다. 저도 저자의 이 말씀에 동의하며 한 말씀 보태렵니다.

우리 인간은 동물이다보니 모든 걸 동물의 관점에서 바라봅니다. 그래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우리가 꺾으면 힘없이 꺾여나가는 나무를 우습게봅니다. 하지만 사실은 나무들이 오히려 우리를 가소롭게 생각하고 있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이 세상은 나무가 덮고 있는 곳입니다. 인간을 포함하여 고래, 코끼리 등 온갖 동물을 한데 모아 거대한 저울에 올려놓아도 이 세상 나무의 무게 전체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 발의 피입니다. 나무가 세상을 정복했습니다. 그들은 우리를 그들의 경쟁상대로 여기지도 않습니다. 이 지구에 가장 막둥이로 태어났으면서도 주제를 모르고 날뛰는 우리의 경거망동을 그저 표표히 지켜볼 따름입니다. 우리가 멸종하고 난 다음에도 자신들은 남아 있을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읽는 재미는 나무에 대해 보다 많이 알게 되는 것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한자의 심오함과 톡톡 튀는 재치를 발견하는 재미 또한 큽니다. 저는 개미를 오랫동안 연구했습니다. 개미의 한자 표기인 의(蟻)는 옳을 의(義)에 벌레 충(蟲)을 붙인 글자입니다. 저는 미국에 유학하여 개미들의 이타주의와 사회성에 대해 연구하고 돌아왔지만 중국 사람들은 수천 년 전에 이미 개미가 의로운 곤충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가시가 많은 대추나무를 의미하는 한자 조(棗)는 가시 극(棘)자를 아래위로 붙인 글자랍니다. 풀 초(草)에‘자라다’라는 뜻의 여(余)를 합한 형성문자인 차(茶)는 글자의 구성만 보더라도 차는 잎이 중요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산에서 바라보면 해가 나무 밑으로 사라져 어둠이 시작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어둠을 의미하는 묘(杳)자는 나무 밑으로 지는 해를 나타내고 거꾸로 나무에서 해가 뜨면 단(旦)이랍니다. 눈으로는 글자를 읽고 있는데 머릿속에는 저절로 그림이 그려지지 않습니까?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저자를 숲 해설가로 모시고 광릉이나 오대산을 찾고 싶어졌습니다. 학명으로 만나는 나무와는 느낌이 사뭇 다를 것 같습니다. 요사이 우리 사회에는 한자 공부가 한창인데 한자를 그냥 무작정 외우는 게 아니라 배우는 줄 모르는 가운데 저절로 배우게 될 것입니다. 한자만 배우는 게 아니라『논어』와『장자』등 중국 고전도 섭렵하며 역사, 문화는 물론 식물학을 비롯한 자연과학의 지식도 습득하게 됩니다. 그야말로 몸과 마음이 모두 살지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다 보면 숲도 저절로 푸르러질 테니 그 또한 반가운 일입니다.

_최재천, 『이화여대』에코과학부교수

 

“언젠가 그는 말했다, 어렵고 막막하던 시절 나무를 바라보는 것은 큰 위안었다고. 비정규직의 늦은 밤 무거운 발걸음으로 걸어나오던 길 끝의 느티나무였을까. 그는 한번도 자신이 우리 사이에 있다는 것을 내색하지 않았다. 우연히 그를 보기 전에는 아무도 그가 있는 줄을 몰랐다. 어두운 실내에서 문득 커튼을 걷으면 거기 언제나 한 그루 나무가 있듯이. 그는 아무에게도 군림하거나 짐이 되지 않았다. 나무가 제 자신을 구박하거나 다른 나무를 경멸하지 않듯이. 도저히 부탁하기 어려운 일을 부탁하려 하면 그는 또 잔잔히 웃으며 말했다, 아니 그건 제가 할 일이지요. 어쩌면 그는 나무 이야기를 들려주려 우리들 사이에 온 어린 나무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무 이야기를 들으러 갔다가 불현듯 나무가 되어버린 아이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건 우리의 섣부른 짐작이지만 나무들은 다 아는 공공연한 비밀. 그가 이 책을 썼다. 나무에 대한, 나무로서의 자신에 관한 책. 푸르른 잎새에 가려 보이지 않던 그의 단단한 줄기와 민감한 뿌리에 관한 책.”
_이성복 시인·계명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