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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의 역정 현대의 고전 6
  • 지은이 | 리쩌허우
  • 옮긴이 | 이유진
  • 발행일 | 2013년 12월 10일
  • 쪽   수 | 556p
  • 책   값 | 32,000 원
  • 판   형 | 155*230
  • ISBN  | 9788967351670
책소개 목차 미리보기 지은이/옮긴이
책소개

“중국 현대미학의 제1바이올린 주자”, 리쩌허우의 지기知己인 류짜이푸劉再復는 리쩌허우를 이렇게 평가했다. 리쩌허우 자신은 미학자로 불리는 걸 제일 싫어한다고 했지만, 그의 수많은 저서 가운데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닌 책은 단연코 [미의 역정]이다. 덩리쥔鄧麗君의 노래를 들으면서 리쩌허우의 [미의 역정]을 베껴 쓰는 모습은 1980년대 중국 젊은이들의 자화상이었다. 심지어는 [미의 역정]을 통째로 외우는 이도 있었다. 대체 그 무엇이 그들의 가슴에 그토록 큰 울림을 주었던 것일까?

 

1978년 이후, 문화대혁명의 금욕주의로부터 필사적으로 벗어나고자 했던 중국인은 청바지·선글라스·립스틱의 유혹에 직면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자신의 욕망의 충동에 대한 이론적 지지가 필요했다. 미학은 이때 사상 해방의 조력자가 되었다. 미를 인식하고 추구하는 과정 속에서 사람들은 한동안 잃어버렸던 자아의 가치를 되찾았다. 여러 해 동안 잠자코 있던 리쩌허우의 철학·미학·사상사 저작이 잇달아 출판되었다. 사상과 문장미를 겸비한 진지한 학술 저작이 뜻밖에도 수십 만 권이나 팔리며 기록을 세웠다. 이로써 리쩌허우는 그 시대의 학자로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명예를 얻었다. 각 분야에서 리쩌허우의 책을 다투어 읽었고, 그는 각종 장소에 초청되어 가서 미학을 강의했다. 심찬沈瓚이 이지李贄를 평가했던 다음 말로써 당시의 광경을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젊고 초탈하고 호방한 많은 이들이 그를 좋아하고 앙모하며, 후학들이 미친 듯이 그를 따랐다.”
( ‘중국철학이 등장할 때가 되었는가?-적막한 사상가(웨이이衛毅, 리쩌허우 지음, 이유진 옮김)’ 중에서 / pp.226~227)

 

[미의 역정]이 출간된 해(1981)로부터 이미 30여 년이 흘렀다. 개혁개방 이후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미의 역정]은 여전히 울림의 힘을 지니고 있다. 나 역시 이 책을 옮기는 내내 그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요컨대 이 책이 지닌 울림의 힘은 1980년대 중국이라는 시공간에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시간과 공간을 넘어선 울림의 힘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산딩둥인의 구석기시대부터 청대까지, 방대한 미의 역정을 이렇게 고도로 압축하여 제시할 수 있다니! 게다가 그 미의 순례기가 건조한 사실의 나열이 아닌 아름답고도 격정에 찬 문체로 이루어져 있다니! 상고시대의 토템, 청동 도철, 선진시대의 이성정신, 초·한의 낭만주의, 위진풍도, 붓다의 얼굴, 성당지음, 운외지치, 송·원 산수의 의경, 명·청의 문예사조. 이 모든 장이 ‘시대정신의 불꽃’으로 활활 타오르고 있다. 이 미의 순례기를 따라가다 보면, 구석기시대부터 청대에 이르는 시대정신의 불꽃을 목도하게 된다. 산딩둥인의 장식품에서 출발한 미의 순례가 명·청의 회화와 공예에서 마무리를 맺으며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을 즈음, 리쩌허우는 궁극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토록 오래된 것들이 왜 오늘날에도 여전히 감동과 흥분을 주는 것일까?

 

리쩌허우는 인류의 심리구조에서 그 답을 찾는다. 역사가 누적-침전된 산물인 심리구조가 예술의 영원성을 창조한다는 것이다. 농축된 인류의 역사문명인 심리구조를 그는 ‘인성’이라고 본다. 감성과 이성, 개체와 사회, 형식과 내용이 상호 녹아들며 누적-침적된 인성(심리구조)의 결실이 바로 의미 있는 형식이자 미의 형식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시각은 다분히 심리학적인데, 철학이든 미학이든 칸트든 중국사상사든 자신의 연구는 심리에 역점을 두고 있노라고 그 스스로 밝힌 바 있다. 또한 그는 누적-침전은, 인간의 심리에 실천과 역사와 문화가 누적되고 침전된 것이며, 역사의 ‘누적-침전’이야말로 자신의 모든 연구를 둘러싸고 있는 동심원의 중심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그가 말하는 누적-침전은 심리학적인 동시에 유물론적이다.

 

자신이 유물론자임을 거듭 강조하는 리쩌허우는 ‘도度’의 자유로운 운용이 ‘미美’라고 말한다. ‘도’란 생생한 일과 구체적인 실천 속에서 그리고 도구를 사용하는 가운데,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꼭 알맞음’이다. 꼭 알맞음을 느끼는 순간 정감의 승화가 일어나고 이것이 바로 미와 미감의 원천이 된다. 또한 그는 도를 파악해 기쁨을 느끼고 미를 느끼는 순간에 발견과 발명과 창조가 생겨나고 진리를 인식하는 문이 열리기 때문에 “미로써 진眞을 연다”고 말한다. 도로 말미암아 미에 이르고 진에 이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미학은 제1철학’임을 강조한다. 자신이 미학자로 불리는 것을 기꺼워하지 않지만, 사실 그는 미학을 이처럼 높이 평가하고 있다.

‘미학은 제1철학’이라는 리쩌허우의 명제는 보다 더 궁극적인 지점을 향하고 있다. ‘제1철학’으로서 미학의 종점은 바로 종교를 대신하는 것이라고 그는 선언한다. 즉 그 명제에는 미육美育으로 종교를 대신하는 생존의 최고 경지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이는 리쩌허우 철학의 귀결인 ‘정情 본체’와 통하는 것으로, ‘정 본체’는 인륜의 정에서 훨씬 나아가 우주-자연에 대한 경외의 정을 포괄한다. 미육으로 종교를 대신하는 것, 정 본체로 종교를 대신하는 것, 이 철학이 가정하고 있는 전제는 바로 ‘우주-자연과 인간의 협동 공존’이다. 저녁에 별이 총총한 하늘을 바라보노라면 생겨나는 종교에 비길 만한 감정, 숭배와 경외로 충만한 종교(혹은 준準종교)적 정감, 이성의 신비가 야기하는 정감이야말로 과학의 진보로 인해 자리가 점점 축소되는 경험성의 신비를 대체할 것이라고 그는 전망한다. 구체적인 균형·대칭·비례·리듬으로 형성된 질서감·운율감·조화감·단순감 등의 일반적 형식감에 대한 깨달음에서 나아가 우주-자연과 인간의 협동 공존에 대한 감수성을 지니고 우주-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기르는 것, 미육이란 다름 아닌 바로 이것이다. 미육으로 종교를 대신하는 것, 이것이 추구하는 경지는 바로 신이 없는 ‘무한한 일치’의 정신적 느낌이라고 리쩌허우는 말한다. 그것은 우주-자연에 대한 경외로 신에 대한 경외를 대신하는 것이다. 인간과 우주의 협동 공존에는 명령을 내리며 인간을 주재하는 그 어떤 신도 필요하지 않으며, 경외하는 것은 오로지 하늘 역시 감히 어기지 않는 우주의 합규율적인 운행의 신묘함이라고 그는 말한다.

 

시체 곁에 광물질의 붉은 가루를 뿌리던 산딩둥인, 그로부터 1만8000년이 지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역사가 인간의 심리에 누적-침전되었다. 그런데 궁금하다. 구석기시대에 살던 이들의 종교적 정감이 오늘날 우리에게 과연 얼마나 남아 있는 것일까? 우주-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배양해야 할 미육美育은 또 얼마나 미미하기 그지없는가. 권위적 체제에서의 해방 역량이자 시대의 조류를 이끌던 돌파구였던 미학이 갈수록 물질화되고 상업화의 장식품이 되었다는 리쩌허우의 개탄은 비단 중국의 상황만은 아닐 것이다. “포스트모던의 엘리트 예술은, 극도로 발달한 금융자본사회와 서양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담론 권력의 지배 아래에 놓여 있는 애완동물”7이라는 그의 진단은 오늘날을 사는 모든 이에게 뼈아픈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미학과 예술이 무엇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지 정말 심각히 고민해야 하는 시대다. 우리가 앞으로 마주하게 될 미의 순례는 과연 어떤 형태의 것일까?

 

리쩌허우 본인은 미학자가 아닌 사상가로 불리길 바란다. 일상의 삶에 의미를 부여해 일상의 삶 자체를 철학적(혹은 종교적)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것이야말로 리쩌허우 학술의 종착역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미학 역시 오롯이 ‘삶’이라는 현실에 발 딛고 있다. [미의 역정]을 관통하고 있는 시각도 바로 ‘인간’과 인간의 ‘삶’에 기초하고 있다. 30여 년이 지나도록 이 책이 여전히 울림의 힘을 지니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것이리라. 이 책의 곳곳에서 활활 타오르는 시대정신의 불꽃에는 그 시대의 인간과 인간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들어가 있다. 심리 본체, 도구 본체, 정 본체 등 리쩌허우 사상의 씨앗이 이미 이 책에 배태되어 있음을 발견하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즐거움과 의미를 더해줄 것이다. 미학자를 넘어선 사상가의 목소리에 가만히 귀 기울여 보자. 그의 목소리를 조금이라도 더 잘 전달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 부디 “빈천을 근심하지 않고 부귀에 급급하지 않으며”(도연명) “물이 흘러가도 마음은 쫓기지 않고 구름 머무니 마음도 더불어 느긋해진다”(두보)는 삶의 지혜를 길어 올릴 수 있기를.
굴원·도연명·두보·소식, 그들의 삶은 고단했으나 그들의 정신과 작품은 미학의 최고봉에 이르렀다는 사실이 포스트모던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는 동시에 큰 위로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목차

여는 말


제1장 용이 날고 봉황이 춤추다 

1. 상고시대의 토템
2. 원시 가무
3. 의미 있는 형식

제2장 청동 도철 

1. 영려의 미
2. 선의 예술
3. 해체와 해방

제3장 선진시대의 이성정신 

1. 유가와 도가의 상호 보충
2. 부·비·흥의 원칙
3. 건축예술

제4장 초·한의 낭만주의 

1. 굴원 「이소」의 전통
2. 진귀한 것으로 가득한 세계
3. 기세와 고졸

제5장 위진풍도 

1. 인간이라는 주제
2. 문에 대한 자각
3. 완적과 도잠

제6장 붓다의 얼굴 

1. 비참한 세계
2. 허황된 송가
3. 세속을 향하여

제7장 성당지음 

1. 청춘, 이백
2. 음악성의 미
3. 두보의 시, 안진경의 글씨, 한유의 문장

제8장 운외지치 

1. 중당의 문예
2. 내재적 모순
3. 소식의 의의

제9장 송·원 산수의 의경 

1. 유래
2. 무아지경
3. 세부 묘사의 충실함과 시의 추구
4. 유아지경

제10장 명·청의 문예사조 

1. 시민문예
2. 낭만의 거센 흐름
3. 감상문학에서 『홍루몽』까지
4. 회화와 공예

미리보기

물고기를 입에 물고 있는 사람의 얼굴이 그려진 채도분, 고색창연한 청동기, 진귀한 것들로 가득한 한대의 공예품, 호리호리하고 수척한 북조의 조소, 생동하고 기세가 넘치는 진晉·당唐의 서법,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송·원의 산수화, 굴원·도잠·이백·두보·조설근 등 유명한 시인과 작가가 상상으로 빚어낸 형상들. 이상의 것들이 펼쳐 보이는 것이야말로, 바로 여러분이 이 문명 고국古國의 정신사를 직접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아닐까요? 시대정신의 불꽃이 바로 여기에 응결되어 누적-침전되어 전해져오면서 사람들의 사상·정감·관념·정서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또한 그 앞에서 찬탄하며 차마 발길을 돌리지 못하게 만들지요. 이제부터 발걸음을 재촉하며 지나가게 될 우리의 여정은, 바로 이러한 ‘미의 역정歷程’입니다. 자, 어디서부터 출발할까요? 제대로 헤아릴 수조차 없을 만큼 까마득한 과거로부터 시작해야겠지요. _「여는 말」

지은이/옮긴이

지은이

리쩌허우李澤厚

동서양 철학을 넘나들며 독자적 사상체계를 구축한 현대 지성계의 거목. 1930년 중국 후난성湖南省 창사長沙에서 태어나 베이징 대학 철학과에 진학한다. 졸업 후 중국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에 들어가고, 이십대의 나이에 미학 대논쟁에 참여해 당대 저명한 이론가들이던 주광첸朱光潛, 차이이蔡儀에 맞서 실천미학을 대표하는 논객으로 명성을 떨친다. 하지만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의 여파로 20년간 학문적 암흑기를 겪는다. 마오쩌둥의 글만 읽도록 하고 마르크스와 레닌의 책마저 비판을 받던 그 시절, 리쩌허우는 남몰래 칸트 저작을 읽으며 『비판철학의 비판』 저술에 몰두한다. 마오쩌둥의 시대가 막을 내린 1976년 초고를 완성하고 출판사에 넘겨 1979년 출간된다. 오랫동안 폐쇄적인 지적 환경 속에 눌려 있던 중국의 지식인들과 학생들은 마르크스주의로 칸트를 보완하고자 한 이 책에 열광한다. 초판만 3만부가 팔린 이 책의 영향력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지속되어 ‘1980년대를 열어젖힌 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왕성한 저술활동을 시작한 리쩌허우는 ‘사상사 3부작’ 『중국근대사상사론』(1979), 『중국고대사상사론』(1985), 『중국현대사상사론』(1987), ‘미학 3부작’ 『미의 역정』(1981), 『화하미학』(1988), 『미학사강』(1989)을 차례로 완성한다. 1988년엔 프랑스 국제철학원에서 선정한 ‘이 시대의 뛰어난 철학자 3인’의 하나로 이름을 올린다. 톈안먼 사건 이후, 1992년 미국으로 떠나 콜로라도 대학 객원교수로 재직한다. 이곳에서 류짜이푸劉再復와의 대담집 『고별혁명』(1995)을 출간한다. 큰 파장을 낳은 이 책에서 리쩌허우는 20세기 중국을 뒤덮었던 급진적 ‘혁명’에 반대하고, ‘경제건설’을 전제로 한 ‘민주와 법제’, 점진적 개량을 주장한다.
미국에 머무는 동안 『논어금독』(1998), 『기묘오설』(1999)을 썼고, 중국의 향후 발전 방향과 학술 동향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발언을 이어간다. 2000년대 들어서는 후기 사상의 주요 개념들인 도度 본체와 정情 본체, 실용이성과 ‘밥 먹는 철학’, 서체중용西體中用, 문화-심리 구조 등을 본격적으로 논한 『역사본체론』(2002), 『실용이성과 낙감문화』(2005), 『인류학 역사본체론』(2008) 등을 발표한다. 팔순이 넘어서도 미국과 베이징을 오가며 『중국철학이 등장할 때가 되었는가?』(2011), 『중국철학은 어떻게 등장할 것인가?』(2012) 같은 대담집을 통해 자신의 학문 여정을 회고한 리쩌허우는 세계사적 차원에서 중국이 당면한 문제와 철학의 미래에 대해 끊임없이 탁월한 식견을 내놓고 있다.

 

옮긴이

이유진

연세대학교 중국연구원의 전문연구원. 오늘날 우리 시각으로 중국 역사와 문화를 읽어주는 인문학자로, 복잡한 중국 역사를 대중적인 언어로 소개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 『여섯 도읍지 이야기』에서는 중국 이해의 심장부인 여섯 도읍지 곳곳을 종횡무진 아우르며, 그 안에 깃든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들려준다.
연세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중국신화의 역사화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신화의 상징성 및 신화와 역사의 얽힘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중국 문화와 역사, 문학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다른 나라의 신화와 역사를 이해할 때, 비판적으로 바라보기를 강조해왔다.
지은 책으로는 『상식과 교양으로 읽는 중국의 역사』 『한손엔 공자 한손엔 황제』 『차이나 인사이트 2018』(공저)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고대 도시로 떠나는 여행』 『중국 철학은 어떻게 등장할 것인가?』 『미의 역정』 등 다수가 있다. EBS 라디오 <니하오 차이나>의 ‘중국 신화전설’ 코너를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