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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쟁기획자들 불가능한 시장을 만들어낸 사람들
  • 지은이 | 서영교
  • 옮긴이 |
  • 발행일 | 2014년 09월 29일
  • 쪽   수 | 368p
  • 책   값 | 15,000 원
  • 판   형 | 152*223
  • ISBN  | 9788967351328
책소개 목차 미리보기 지은이/옮긴이
책소개

현대전戰 본질을 파헤친 논쟁적인 저작 [전쟁 기획자들] 개정판 출간!

전쟁의 역사가 말해주는 시장과 이익의 메커니즘
시장은 전쟁을 배태하는 자궁이다!

1500년 전 동로마 전쟁도, 불발된 2004년 남아공 쿠데타도 개인이 기획한 전쟁이었다. 폭등한 비단·석유의 수요가 그 배경이 됐다. 전쟁은 언제나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냉전의 시각을 버려라. 그렇지 않으면 그 안에 숨은 시장을 보지 못한다. 전쟁 바이러스가 침투되는 곳의 시장은 언제나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고대사와 전쟁사를 전공한 저자가 역사와 현재를 넘나들며 찾아낸 격전지 33곳을 보여주는 이 책은 전쟁과 시장이 어떤 방식으로 깊숙이 연루되는 지를 파헤친 문제작이다. 고도로 전문화되고 기업화된 전쟁자본 그 뒤에 도사린 전쟁두뇌의 실체가 밝혀진다.

· 정주영과 광개토왕, 이병철과 장보고, 최충헌과 수하르토, 김우중과 의자왕, 이건희와 장수왕 등
역사 속의 전쟁두뇌(Brain of Wars)와 현대 경제 격전지 수장들의 차이와 공통점을 비교·분석했다.

· 자본에 충성하는 이라크 미군용병, 다이아몬드를 노리는 전쟁기획자들, 빈 라덴에 끌려들어간 혈우병 환자 미국, 무기산업의 악마적인 매력, 뇌물을 좇아 세계시장을 누비는 사우디 왕자들, 곡물마피아들의 실체를 밝혔다.

 

왜 우리는 전쟁과 시장을 함께 보는가?

이 책은 전쟁과 시장의 관계를 역사와 현재 속의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파헤친 가장 첨예하고 말초적인 시장본능에 대한 종합보고서다. 전쟁사를 전공한 저자는 역사 속 전쟁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시장은 전쟁을 배태하는 자궁”이라는 결론을 이끌어낸 뒤 이것을 현대에 벌어지는 다양한 국지전 양상에 적용해 이익을 향해 달려가는 현대사회의 구조적인 측면을 짚어내고 있다.
사실 시장을 위한 전쟁이라는 명제는 너무 고전적이고 당연한 이치로 받아들여질 만하다. 우리는 부족한 자원과 식량, 생존을 위한 영토전쟁의 역사를 무수히 많이 알고 있다. 저자는 그러나 20세기를 지나면서 우리가 ‘전쟁=냉전’의 시각을 은연중에 갖게 되었다고 지적한다. 20세기의 미·소 양극체제 속의 수많은 전쟁, 소련과 중공의 소수민족 침탈, 중동의 종교전쟁 등은 모두 정신문화나 이념의 대립으로 벌어진 것들이다. 즉 이데올로기는 전쟁을 만들어내는 공장이었고, 사람들은 이념을 신봉한 지난 20세기에 진저리를 치면서도 의식 밑바닥에 달라붙은 그 기억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저자는 그런 선입견이 현재 우리 주변에서 크고 작게 벌어지고 있는 수많은 전쟁들 – 물리적인 충돌부터 총칼 없는 대립까지 – 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게 막는다고 보고 있다.
수 천 년의 역사에서 이념대립 전쟁의 시대는 극히 예외적인 짧은 기간에 불과하다는 게 저자의 시각이다. 그 1세기의 시간을 괄호로 묶어놓고 살펴보면 -물론 그 존재를 부정한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전쟁을 통해 이익을 창출하고자 했던 인간의 본능, 즉 ‘전쟁두뇌’들의 활약상이 하나의 연속선을 그리며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이 책을 지배하는 하나의 스토리라인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전쟁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또한 이 책은 왜 전쟁이 벌어지는가의 문제보다는 어떻게 해야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는지를 묻고 있다. 이게 무슨 말인가? 전쟁을 조장하는 말인가? 그렇지 않다. 저자는 전쟁을 불가피하게 일상화된 시장의 자기 조직적 전개로 파악하는 것이다. 평화가 유지된다면 그것만큼 좋은 일도 없겠지만, 인간이 존재하고 인간이 만든 시장이 살아있는 한 전쟁은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전쟁의 원인보다는 전쟁의 기획, 시스템, 승부처와 그것을 수행하는 에이전트들의 활동에 초점을 맞춘다. 그것이 어떻게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최적화되었는지를 파악하고자 하는 것이다.
물론 역사 속에는 승리한 전쟁과 패배한 전쟁이 공존한다. 어느 쪽이든 우리가 얻을 교훈은 충분하다. 저자는 시장을 향해 몰려든 인간들의 명암이 갈리는 승부처가 바로 시장의 본질을 읽어내느냐 못하느냐에 있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저자는 역사의 연속성, 과거와 현재의 상동성을 강조한다. 현재 일어난 일은 반드시 과거에도 일어났다는 전제 아래 20세기의 전쟁과 5세기의 전쟁이, 즉 과거와 현재의 전쟁이 얼마나 비슷한 계기로 촉발되어 유사한 원리로 전개되었는지를 세밀하게 분석·묘사함으로써 우리에게 극적인 통시적 공감을 이끌어내고자 했다.
수나라의 ‘비단’과 미국의 ‘달러’에 대한 반란이 그 적절한 예가 될 것이다. AD 6세기 중국을 통일한 수나라는 비단을 통해 세계무역을 이끈 초강대국이자 최대 부국이었다. 수는 비단의 흐름을 방해하는 주변나라들을 정복했다. 북방민족들을 정리했고 서역의 왕들에게까지 입김을 미쳤다. 당시 수나라의 번영은 가로수에 비단을 휘감아 그 성대함을 과시할 정도였다. 중국 비단의 원활한 유통은 실크로드를 장악할 수 있는 수나라의 무력을 필요로 했던 것이다. 1971년 금본위제가 종식된 후 달러화의 가치는 아브람스 탱크, F16 전투기와 핵무기로 뒷받침되었다. 1990년대 미국은 자유시장 개혁, 사유화, 달러 민주화라는 ‘복음’으로 무장하고 자본 이동의 벽을 허물기 시작했다. 달러를 가득 실은 글로벌호는 전 세계를 순항하며 달러를 세계 공통의 화폐로까지 지위를 상승시켰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비협조적인 국가들을 무력을 통해 진압했으며, 내전을 조장해서 반대자들을 무력화시켰다. 하지만 수나라가 고구려와의 전쟁에서 연달아 패배하자 수의 무능함이 만천하에 증명되었고 고구려 침공에 많은 물자와 노역을 부담한 하북에 반란의 기운이 무르익었다. 결국 수나라는 망했다. 돈놀이꾼 미국의 주먹이 약해진 것을 직감한 이란이 석유수출 대금을 유로화로 받을 것이라고 선언하고, 시리아·베네수엘라도 호응하고 있다. 중국·러시아도 자국 통화로 달러를 대체하려고 하고 있다. 미국은 순조롭게 이라크를 접수했지만 게릴라들의 저항으로 전쟁은 끝없는 늪에 빠졌다. 저자는 묻는다. 수의 비단과 미국의 달러는 공동운명체의 모양새가 아닌가 하고 말이다. 더군다나 비단은 사용가치라도 있지만 달러는?
이 책에서 저자는 20세기 세계경제를 주도해온 미국의 지배력 약화를 주목한다.

 

미국의 성쇠와 ‘녹색 암세포’ 위의 한국경제 

제1부 ‘치열한 격전지’와 제2부 ‘달러의 그늘’에서는 주로 미국의 경제 확장과 전쟁 그리고 달러의 부상과 침체라는 곡선을 따라가는 글들이 주로 실려 있다.
20세기 국지전의 거의 절반 가까이 미국이 개입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미국은 전쟁을 통해 시장을 만들어내는 전문가였다. ‘대의를 위한 전쟁은 없다’에서 저자는 이라크 유전 개발을 놓고 강대국들이 벌인 각축전에서 미국이 승리하는 과정을 따라가면서 이것을 가야의 철을 차지하기 위한 고구려·신라·일본의 싸움과 비교해서 설명한다. 또 ‘누가 군대를 국가주의의 화신이라 일컫는가’에서는 ‘국가’가 아닌 ‘자본’에 충성하는 이라크의 미군 용병과 고구려가 기용한 말갈족 용병의 유사성을 “너무나 오래된 역사의 비즈니스”라는 관점에서 읽어낸다. 저자는 역사적으로 용병은 언제나 존재했고, 용병의 악마적인 매력을 읽어내고 기용한 것은 결국 국가가 아니라 자본이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최근 미국이 이라크를 이란에 헌납한 사건이 있었다. 현재 미군이 이라크에 주둔하면서 친미정부를 세웠지만 석유자원 장악이라는 실리를 챙길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미국은 이라크전에 3조 달러를 투입했지만, 그동안 아프간에서 테러조직 알카에다가 조직을 불리는 것을 막지 못했다. 테러와의 전쟁은 공수표가 됐다. 또한 미국이 이란의 강적 사담 후세인(수니파)을 몰락시키는 바람에, 이란을 추종하는 시아파 메흐디 민병대가 바그다드의 75퍼센트를 차지했다. 이라크를 점령해 이란을 견제하겠다는 미국의 지정학적 목적이, 시아파가 이라크 정부를 장악함으로써 물거품이 된 것이다. 저자는 미국이 처한 딜레마를 예전 수나라의 패망을 통해 좀 더 깊이 읽어낸다. 수나라는 나라 경제가 어려워진 상태에서 2차 고구려 침공을 강행했고 결국 망했다. 지금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시설을 폭격하자고 미국에게 떼를 쓰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자제하는 중이다. 이미 전쟁으로 경제가 침체된 미국이 이스라엘의 말을 듣는다면 그 결과는 이미 결판난 수나라의 역사가 말해주기 때문이다. 이 내용들은 ‘시장, 전쟁을 도발하거나 억지하거나’에서 자세히 다뤄지고 있다.
특히 요즘의 금융혼란과 더불어 읽어봐야 할 장은 2부의 ‘패권화폐 그 허망한 영광을 경계하라’와 ‘공포가 만들어낸 기이한 공생’이다. 20세기 후반기부터 미국발 금융혼란은 아시아에 직격탄을 날려왔다. IMF가 그랬고, 이번의 금융혼란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달러를 ‘화폐폭탄’이라고 명명한다. 그 폭탄의 위험과 대처방법을 알려주기 위해 저자는 이중 앵글을 사용했다. 하나는 원나라가 발행한 지폐 보초(寶?)와 달러의 비교이다. 800년 전 원나라 세조 쿠빌라이는 제국 전역의 교역속도를 높이고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지폐의 사용을 급격하게 확대시켰다. 1260년 ‘중통보초(中統寶?)’라 불리는 지폐 7만3352정을 발행했고 얼마 뒤 금·은의 사적 매매를 금지했다. 원나라 정부의 징세가 계속되는 한 지폐는 누구나 필요했고, 금·은을 주고 지폐를 사야했다. 문제는 지폐의 발행량이 100만 정을 돌파할 정도로 엄청났다는 것이다. 일본 원정 등에 필요한 전비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일본 원정에 억지로 동참했던 고려에도 그 지폐가 무수히 많이 흘러 들어왔다. 1287년 원나라 정부는 지원보초라는 고액권 화폐도 발행해 엄청난 통화의 팽창이 일어났다. 쿠빌라이는 자신감이 있었다. 화폐의 가치를 떠받쳐줄 실질적인 인적, 물적 자원을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세계 최대의 생산지이자 인구밀집 지대인 남송을 무력으로 점령했기 때문이다. 남송 사람들은 세금을 납부하기 위해 지폐를 사야했고 금·은을 내놓아야 했다. 지폐에 대한 지속적인 수요가 있는 한 원나라 재정에는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은이 중동으로 유출되고 있었다. 중동 지역에서 은의 가격은 상당히 높았다. 세금으로 막대한 은을 거둬들인 원은 오르독이라는 이슬람 상인들을 시켜 중동지역에서 엄청난 물건들을 구입했고, 그것을 중국과 고려 등에 유통시켜 이익을 챙겼다. 그러나 그 이익은 은을 태환하기 위한 준비금으로 예치되지 않았고, 왕족과 귀족들의 유흥과 사치에 들어갔다. 지폐의 가치는 서서히 하락했고 원 제국은 빚더미 위에 서 있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해외부채를 무한히 늘리고 있고, 더 이상 이 채무를 갚을 능력도 없다. 달러화 환율은 중국·일본·대만·한국의 중앙은행이 보유한 달러 보유고에 의해 인공적으로 떠받쳐지고 있다. 한국의 경우 달러 보유량이 줄면 원화의 환율이 하락하기 때문에 환율방어에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간다. 우리는 이렇게 미국에 세금을 내고 있다. 저자는 묻는다. “달러 위에 만들어진 우리 경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원나라 지폐 위에 만들어진 고려의 경제가 교훈을 준다. 공민왕 대에 국고에서 원나라 지폐의 보유량이 천문학적으로 증가했다. 국왕의 연회비와 사찰 조영에도 사용될 정도였다. 하지만 원이 쇠퇴하고 몽골고원으로 결국 쫓겨나면서 지폐는 휴지 조각이 되었다. 고려의 왕실과 귀족, 대상인들은 도산했다. 남쪽에서 왜구가 몰려와도 파산한 고려는 이를 막지 못했고, 북방의 이성계 군벌의 힘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저자는 지금 한국이 ‘녹색 암세포’ 위에 위치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물론 그것이 함께 도산한다는 ‘공포심리’가 만들어낸 ‘기이한 공생’으로 당분간 이어지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거란과 WTO, 곡물메이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제3부 ‘먹거리 시장 쟁탈전’은 21세기에 가장 큰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식량’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현재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32~34% 정도로 추정된다. 이는 100%가 넘거나 육박하는 미국과 유럽 국가들에 비해 형편없이 낮은 수준이다. 저자는 3부에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인 식량폭동과 이로 인해 무너지는 국가의 문제를 전쟁의 역사와 결부시켜 서술하고 있다.
‘탐욕으로 왜곡된 시장, 기아와 탐욕의 원흉’에서는 가혹한 세금 포탈에 폭동을 일으킨 신라의 농민군 이야기와 2008년 식량폭동이 일어난 아이티의 사례를 겹쳐서 읽는다. 그런 후 저자는 문제를 제기한다. 전근대의 생산능력은 보잘 것 없었다. 곡물은 항상 부족했고, 자연적 재앙과 기아는 구분이 없었다. 정부의 힘이 약해질 때 기근은 무정부 상태를 불렀다. 신라의 이야기는 그리 특별한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아이티의 사태는 특별하다. 현재 세계의 곡물 생산능력은 전 세계 인구의 두 배인 120억 명이 먹고 남을 정도로 풍족하다. 하지만 가격의 벽에 부딪혀 곡물시장을 이용하기 힘든 나라의 사람들(8억 명 이상)이 기아선상에 있고, 2000년 이후 굶어 죽은 사람이 1200만 명이나 된다는 것이다.
그 이후에 저자는 식량시장의 판을 짜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넘어간다. 이른바 곡물메이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대한 탐구이다. 그 첫번째 이야기로 소개되는 것은 ‘거란이 만든 1000년 전 WTO’이다. 저자는 거란과의 담판으로 강동6주를 획득한 서희의 외교이야기는 우리 편의대로 미화된 것이라고 본다. 장기적으로 볼 때 거란 전술가들의 책략에 넘어간 것이라는 것. 거란이 고려를 침공하려다가 병사를 되돌린 이유는 고려가 여진족을 몰아내주기로 약조했기 때문이다. 고려는 강화 체결이후 약속을 지켰다. 여진족을 몰아냈고 강동6주를 확실하게 고려의 땅으로 편입시켰다. 그 대신 거란은 여진족이 물러간 땅 일부에 내원성을 축조했다. 대송 말 무역을 위한 최적의 도로를 다른 이들이 이용하지 못하게 봉쇄한 것이다. 당시 거란은 송나라와 대치중이었다. 그런데 여진족이 송나라에 말을 수출해 송나라 기병 육성을 도와주고 있었던 것이다. 거란은 고려의 손을 빌려 남송과 여진, 남송과 고려의 공무역을 차단시켰다. 말이 송으로 들어가는 모든 길이 막혔고, 이것은 송의 기병 전력에 치명상을 줬다. 송 조정은 거란 기병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다가 매년 비단 20만 필과 은 10만 냥을 증여하는 조건으로 협상을 맺었다. 매년 막대한 돈이 거란으로 들어갔고 그것은 거란 경제 발전과 군비 증강의 자양분이 되었다. 거란은 시장의 법칙을 만들어나가기 시작했다. 교역로를 장악하고 거액의 돈과 비단을 확보한 거란은 당시 동아시아 시장의 룰을 만들고 관리하는 주인이 되었다. 현재 식량, 원유, 원자재와 같은 자원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곡물메이저들이 맹활약할 수 있는 무대가 제공되는 근본적 배경에는 WTO체제가 있다. 거기 가입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세계 각국이 처한 현실이다. WTO 규정을 어기면 그 나라의 수출산업이 파괴된다. 거란과의 전쟁에는 승리했지만 결국 고려는 거란의 돈과 비단에 굴복했고, 그 교역권에 편입되었다. 기존의 무역체계를 무너뜨린 거란은 자신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무역체계를 만들어냈고, 오늘날의 선진국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WTO라는 무역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곡물메이저가 기생하는 곳은 바로 여기다.
이어지는 장에서 저자는 몽골로 영토를 확장하면서 식량을 확보한 장수왕의 사례를 최근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몽골 식량기지와 비교하면서 해외식량기지 확충의 중요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한국 경제를 이끈 시장의 승부사들 

제4부 ‘시장 속의 군주’는 한국경제를 이끌어온 주요 재벌기업들의 성장키워드를 과거 시장 확보를 위해 정복전쟁을 벌였던 군주들의 역사와 겹쳐서 읽고 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반대한 전쟁이지만 광개토왕 홀로 결단해서 추진한 전쟁이 있었다. 바로 백제 한강유역을 빼앗기 위한 전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산을 넘어 거란 소금부대의 척후를 친 사건이다. 시장 창출로 ‘전비戰費’를 마련한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이것을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사우디 항만 공사 수주와 비교하고 있다. 1970년대 산유국들이 넘치는 오일달러를 항만과 도로 등에 쏟아 붓고 있을 때 현대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거대 입찰에 참가해 쟁쟁한 선진국들을 제치고 공사를 수주했다.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한 사람이 수주를 따내는 것이었다. 현대는 여기에 하나를 더 보태서 믿을 수 없을 만큼 빠른 시간 안에 공사를 완성하겠다는 조건을 덧붙였다. 이 과감한 ‘올인’이 바로 승리의 주역이었다. 이는 신하들이 불가능하다고 반대한 전쟁을 수행해서 획기적인 성공을 거둔 광개토왕의 사례와 너무나 흡사하다.
‘시장의 붕괴는 분열왕조의 몰락을 재촉했다’에서는 왕권이 약화되고 귀족들 간의 권력쟁탈전이 장기화된 고구려가 결국 쇠망해가는 모습을 현대가문의 상속을 놓고 벌어진 왕자의 난과 비교해서 읽어냈다. 저자는 여기서 “싸움에 몰두한 자는 외부에 등을 보이기 마련”이라며 내부문제에 전념하다가 시장의 부메랑을 맞은 현대기업의 비애를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신라의 장보고와 삼성의 이병철·롯데의 신격호가 확대재생산으로의 전환과 해외에서 구축한 재력을 기반으로 모국에서도 큰 성공을 거둔 사례로 비교·고찰된다. 저자는 삼성의 이병철 회장이 박정희 대통령의 반기업정서를 되돌려 한국 경제 고도성장의 초석을 놓을 수 있었던 것은, 대통령이 탈세라고 규정했던 기업 경영을, 현실적인 여건을 통해 반박하고 설득해내는 과정, 외국에서 투자를 받아야 하는 당위성에 대한 설득에 있었다고 분석한다. 이는 신라의 장보고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당나라에 자리 잡은 신라 상인들의 투자를 받아 전함을 구축했고, 이를 통해 왜구를 몰아내고 해상무역을 장악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불합리한 탕진의 놀라운 생산성 

마지막 제5부 ‘자유 시장의 본질, 선량한 사기’에서는 시장의 본질에 대한 통찰이 본격적으로 이어진다. 저자는 고구려의 ‘낙랑군’이 구가한 자유경제가 고구려라는 국가의 다양성과 유연성을 증가시켜 강국으로 성장하는 밑거름을 제공했다고 주장한다. 중원의 통일 국가 한나라가 고조선을 멸망시킨 기원전 108년에 그 수도지역에 낙랑군을 설치했다. 고대 중국의 식민지가 평양 부근에 건설된 것이다. 전성기에 인구는 6만2812호에 40만6천여 명에 이르렀다. 고대치고는 엄청난 인구밀도다.
저자는 낙랑군을 구성한 주민들과 그들의 화려한 문화에 주목한다. 주로 중국의 산동지역에서 건너온 중국인들의 손에는 산동산 누에가 들려있었고, 이것이 비단실과 비단솜의 생산으로 이어졌다. ‘낙랑 비단’은 중국에 비싼 값으로 수출될 만큼 질이 좋았다. 낙랑군의 상류층 중국인들은 중국 본토의 가구와 장신구 등을 사용했고, 칠기장 가운데는 사천성의 국영공장에서 제작한 것도 있었다. 0.5톤이 넘는 거대한 목관도 본토에서 실어왔다. 중국의 화려한 비단과 쌀, 밀가루, 식용돼지, 거대한 서역산 군마도 들어왔다. 그들의 생활은 고구려인이나 삼한(진한·변한·마한)인들에게 무한한 경이와 선망의 대상이었다.
삼한인 보따리장수가 낙랑에 몰려들었다. 문명의 맛을 본 사람들은 거기에 취했고, 기술을 배우기 위해 먹고 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낙랑은 한반도에 많은 선물을 줬다. 발달된 벼 재배기술, 금은 광산의 개발·제련기술, 탄탄하고 깔끔한 회도토기 제조기술이 들어와 생활에 큰 변화를 주었다. 철산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김해지방에서 철산이 터지면서 이 지역에 철 수출기지가 대규모로 건설되었다. 낙랑의 파급력은 이북과 이남으로 거침없이 뻗어나갔다.
고구려는 중원이 혼란에 빠져 낙랑을 제어할 힘이 사라졌을 때도 낙랑인들을 차별하거나 내쫓거나 억압하지 않았다. 그들은 고구려에게 보물이었다. 고구려는 낙랑을 이용해 인구 500만 명의 내수시장을 만들었다. 고구려는 외국인 거류지역인 평양 부근에 더 많은 경제적 자유를 줬으며 거의 간섭을 하지 않았다. 저자는 어떤 외국인이 정부가 간섭하고 개입하는데 그곳에 사업을 하거나 살기 위해 오겠는가 라고 묻는다. 저자가 볼 때 실용정신으로 무장한 고구려는 현대인들보다 더 현대적이었다. 이는 홍콩 개방 이후 중국이 펼친 정책과 바로 연계된다. ‘홍콩과 낙랑의 자유경제’에서 저자는 많은 홍콩인들이 영국의 홍콩반환 이후 중국의 억압통치를 두려워해 고향을 떠났지만 결국 대부분이 돌아왔다는 점을 환기시킨다. 고구려가 낙랑에 대해 그러했듯이, 중국 또한 홍콩을 완벽하게 풀어줬다. 인민 해방군이 주둔하는 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센트럴 선착장에서는 아직도 반중국적인 파룬궁 지지자들이 시위를 하고 있고, 2008년 미국 해리티지 재단은 홍콩을 경제자유지수 세계 1위의 지역으로 올렸다. 홍콩은 경제 규제 최소화, 낮은 조세 부담률, 사유재산권 보장 등을 유지해 세계 금융 및 비즈니스 센터로서의 기반을 구축했다. 저자는 정치적 중립, 공급 보증, 이방인의 재산 및 생명 보호는 교역이 시작되기 전에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낙랑군과 고구려, 홍콩과 낙랑군의 비교를 마친다.
이어지는 장에서도 저자는 계속 흥미로운 사례들을 보여준다. 당나라 소금장수 출신의 황소와 알 카포네를 다룬 장에서는 반시장적 금기법은 반드시 악을 잉태하고 오히려 강화시킨다는 점을 지적했고, 일본왕에게 자신이 신라의 왕자라고 속여 대규모 교역을 성사시킨 신라 상단의 우두머리 김태렴과 김영삼 정권에게 ‘조선왕실의궤’ 등을 반환하겠다고 해놓고 한국고속철도공사 수주를 따낸 프랑스 미테랑 대통령이 비교되기도 하며, 일본 황제와 신라 신문왕의 화려한 결혼식을 통해서는 전쟁과 무거운 세금으로 피폐해진 대중들의 심리를 치유해줄 장엄한 미장센이 숨어있다고 분석하고 있는데, 이것을 저자는 ‘불합리한 탕진의 놀라운 생산성’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전쟁기획자들-불가능한 시장을 만들어낸 사람들]은 이처럼 전쟁과 역사를 서로 밀접하게 연관시켜서 읽어냄과 동시에, 전쟁은 반드시 시장 때문에, 시장 위에서, 시장을 향해 움직인다는 점을 강력하게 환기시키고 있다. 언제 어디서 위기가 닥칠지 모르는 불안한 시대를 살고 있는 ‘시장 속의 우리’는 역사가 이미 환하게 제시해주고 있는 길을 면밀하게 살펴보면서, 스스로의 길을 개척하고 도모해야 할 것이다.

목차

추천사
개정판 머리말
머리말

 

제1부 치열한 격전지

01 대의를 위한 전쟁은 없다: 이라크 유전과 가야의 철
02 누가 군대를 국가주의의 화신이라 일컫는가: 이라크의 미군 용병과 고구려의 유목민 용병
03 다이아몬드의 핏물은 빠지지 않는다, 수요가 있는 한: 전쟁 기획자들
04 시장, 전쟁을 도발하거나 억지하거나: 미국의 딜레마와 수제국의 참패
05 빈 라덴이 원한 것, 미 경제를 수렁으로 끌어들일 전쟁: 혈우병 환자 미국

제2부 달러의 그늘

06 무기를 팔 때는 분쟁국의 요구에 맞춰라: 무기산업의 악마적인 매력
07 자본은 정치를 움직이고 이권은 반란을 획책한다: 자본가의 국제정치
08 비단의 탐욕에 수는 멸망했고, 흔들리는 ‘달러’에 미국은…: 중국의 비단과 미국 달러
09 방탕한 왕자들, 뇌물을 좇아 세계시장을 누비다: 고려 충혜왕과 사우디 왕자들
10 패권화폐 그 허망한 영광을 경계하라: 화폐폭탄, 달러
11 제국의 번영은 ‘물고 물리는’ 대가를 치른다: 미 제국과 당 제국
12 공포가 만들어낸 ‘기이한 공생’: 미 재무부 채권과 남송의 세폐

제3부 먹거리시장 쟁탈전

13 탐욕으로 왜곡된 시장, 기아와 폭동의 원흉: 곡물전쟁
14 사실은 거란에 농락당한 서희의 담판: 거란이 만든 1000년 전 WTO
15 사료 값 폭등과 시장 개방의 이중고 어떻게 넘을까: 고기와 곡물
16 고구려 장수왕의 몽골 개척이 식량무기 시대의 해법이다: 해외 식량기지-할흐골과 지두우

제4부 시장 속의 군주

17 시장 창출로 ‘전비戰費’를 마련하라: 광개토왕과 정주영 회장
18 시장의 붕괴는 ‘분열 왕조’의 몰락을 재촉했다: 고구려와 현대 재벌
19 한국과 신라는 어떻게 확대재생산의 길로 들어섰나: 장보고와 이병철
20 해외에서 구축한 재력 기반으로 모국서도 ‘소왕국’ 건설: 장보고와 신격호
21 판단은 빨랐고 결정은 냉혹했다: 고구려 장수왕과 이건희 회장
22 “시장에 대한 권력의 지나친 개입은 독입니다”: CEO 출신 국왕과 대통령
23 과도한 해외투자·영토확장 예측불허 변수에 무너지다: 김우중과 의자왕
24 절대권력, 세계화 앞에 무력했다: 최충헌과 수하르토
25 참혹한 상처의 대가로 경제 도약을 얻다: 박정희와 고려 원종의 파병

제5부 자유 시장의 본질, 선량한 사기

26 낙랑 통해 신문물 흡수한 고구려의 실용정신: 낙랑 PX와 미군 PX
27 철저한 ‘정복’ 위해 철저한 ‘자유’ 허용: 홍콩과 낙랑의 자유경제
28 반시장적 금기법은 악을 잉태한다: 황소와 알 카포네
29 감언이설로 타국을 기만한 희대의 사기극: 일왕을 속인 신라 왕자
30 불합리한 탕진의 놀라운 생산성: 일본 황제와 신라 신문왕 결혼식
31 한국과 티베트, 중국의 양끝에서 수천 년 시소타기: 멈추지 않는 역사의 수레바퀴
32 좁은 국내시장이 배태한 비극: 전쟁 수요와 이민자 입대
33 애국했지만 죄인이 된 사람들: 로버트 김과 신라인 우로
34 무엇이든 받아들이는 자가 승리한다: 제국의 약탈 항해의 시대

 

참고문헌

미리보기

‘영화 [스파이더맨]에서 삼성광고가 사라졌습니다.’
미국 뉴욕 맨해튼 타임스퀘어 거리의 한 빌딩 소유주가 컬럼비아 영화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했던 말이다.(2002년 4월). 영화사가 타임스퀘어 한복판에 있는 빌딩에 걸린 삼성전자 광고판을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해 ‘USA투데이’ 광고로 교묘히 바꿔치기한 사실이 드러났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벌어진 송사에 당황한 컬럼비아 사는 즉각 항복했다. 삼성전자 광고판은 원 모습대로 복원되었다. 그해 세계 주식 시장에서 삼성이 일본의 상징인 소니의 시가총액을 앞질렀다. 소니는 자존심이 상했고, 그러한 묵시적인 지시를 자신이 소요한 영화사에 내렸던 것이다. 현재 브랜드 가치는 169억 달러로 소니를 훨씬 앞지르고 있다. _224~225쪽

 

313년 한반도의 서북부 낙랑군(평양)에서 이와 같은 일이 벌어졌다. 압록강의 입구인 서안평을 차지해 낙랑군과 중국 본토 사이에 통로를 완전히 차단한 고구려는 본격적으로 낙랑군을 공격했다. 10월에는 사람 2000명을 잡아갔다. 중국 문물을 향유하며 중국 복식을 입고 시서를 압송했던 낙랑인들은 공포에 사로잡혔다.
홍콩인들은 그들이 이주해갈 영연방의 나라가 건재해 있었고, 시간적인 여유도 충분했다. 하지만 낙랑인들은 사정이 달랐다. _283쪽

지은이/옮긴이

지은이
서영교
1967년 경남 거창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자랐다. 동국대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사학과에서 석·박사를 마쳤다. 현재 중원대 한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문화유적과 고문헌, 사서를 비롯한 다양한 자료에 근거해서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 벌어진 전쟁이 초래한 동아시아사, 더 나아가 유라시아사의 실상을 추적해왔다. 박사과정 중 「신라장창당의 신고찰」이란 논문을 발표하면서 전쟁사 연구에 몰입했다. 박사논문을 수정하고 보강한 저서 『나당전쟁사 연구-약자가 선택한 전쟁』(2007)은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되었다. 한국 고대사학자 중에서는 보기 드문 전쟁 전문가로, 고구려 700년사를 유목민과의 ‘동업과 경쟁’으로 살핀 『고구려, 전쟁의 나라』(2007), 전쟁사로 시장과 이익의 메커니즘을 살펴본 『전쟁기획자들』(2008), 고문서의 혜성 기록을 통해 신라사와 궁중 암투를 새롭게 고증한 『핼리혜성과 신라의 왕위쟁탈전』(2010) 등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