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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펄프극장 김경주 블랙 에세이
  • 지은이 | 김경주
  • 옮긴이 |
  • 발행일 | 2013년 12월 16일
  • 쪽   수 | 372p
  • 책   값 | 원
  • 판   형 | 132*210
  • ISBN  | 9788967350864
책소개 목차 미리보기 지은이/옮긴이 추천의 글
책소개

그것들은 분명 내가 멀리 던진 돌멩이들이었다.
물수제비처럼 통. 통. 수면을 튕겨
건너편에 서 있던 내게로 온 것이다

시인 김경주가 조곤조곤 들려주는 50여 편의 이야기,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맛있는 이야기……
펄프세대의 한 아이를 매혹시킨, ‘지금은 없는 공주’가 되어버린 事物들과의 오랜 情事
즉석 무대와 중얼거림과 지독한 농담과 건조한 제스처로 이어진 펄프 캐릭터들의 명연기
놀랍도록 재기발랄한 상상력과 장르의 폭발을 받아 삼킨 Typo와 갱지와 흩뿌려진 잉크들
겨울의 겨울, 당신의 당신을 무장무장 설레게 할 책이 막 눈송이가 되어 날렸습니다.

“그래! 잠시 이 전쟁터에서 무기와 농기구를 내려놓고 골방에서 자신이 만든 우주선이
날아가는 하늘을 보자고…… 국경 따위도 잠시 잊어버리자고.”
_ 김경주

“모든 얼간이들은 부디 이 책에서 휴식하기 바랍니다.”
_ 김봉현 힙합&대중음악 평론가

 

[펄프극장]은 시인 김경주가 쓴 블랙에세이BLACK ESSAY다. 1980년대에 유년 시절을 보내고 1990년대에 고등학교와 대학을 다닌 세대가 겪었던 감수성을 팩션FACT+FICTION의 형식으로 50여 개의 사물 속에서 빚어낸다. 스타카토 식으로 사실이자 허구인 글들이 블랙스럽게 펼쳐지는데 위트와 농담과 페이소스와 하드보일드가 고농도로 응축된 에스프레소라 할 수 있다.(펄프키드의 자서전을 글로 쓰지 않고 랩으로 뱉거나 스트리트 벽화로 그렸다고 해야 하나?) 이 책에 나오는 사물과의 긴밀한 관계는 모두 김경주에게 그 기원이 있다. 그는 “감수성을 빚진 에피소드들을 조금씩 메모해서 겨냥aim해두자는 마음으로 ‘누에 떼silk worm’처럼 어느 곳엔가로 글씨들을 이동시키다보니 여기까지 왔다”고 말한다.

이 책엔 뜻밖의 등장인물과 화자들이 출몰한다. 시인 김경주는 펄프키드에게 익숙한 언더그라운드 팝아티스트 느낌의 인물들, 예를 들면 레너드 코언, 제제리니 마리오, 호세 라니냐 데 로스 페이네스, 롱포드 레이몬드, 랭던 해리 등을 사물들의 사연을 들려주는 이야기꾼으로 삼는다. 이들은 특정 실존인물을 환기시키지만 사실은 이름의 철자를 살짝 바꾸거나 앞뒤를 치환하는 방식으로 특정 인물의 1980~1990년대적 호소력만 빌려왔다고 할 수 있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50여 개의 사물과 짝꿍을 이루는 또 다른 변형된 50여개의 아이돌이라면 아이돌일 것이다. 김경주는 오랜 친구 같은 이들을 오랜 친구에게 그러듯 허락도 받지 않고 자신이 마련한 펄프극장의 무대로 불러내 1인칭 화자로 중얼거리게 하거나 서로 시시껄렁한 농감을 주고받게 한다.

이 돌림노래의 연극적 전개 속에서 김경주의 집과 학교와 골목과 골방과 친구와 누이들 사이에 존재했던 매혹적인 사물들이 연주된다. 비키니옷장처럼 어두컴컴하게, 밍크담요처럼 따뜻하고 무겁게, 좌약처럼 치욕스럽게, 추잉껌처럼 딱딱하게, 트랜지스터 라디오처럼 지직거리며, 타자기처럼 두두두두 다다다다, 이발소 그림의 미장센과도 같이, 어항의 침묵으로도, 솜사탕처럼 경쾌한 뒤끝으로, 종이학과 크레파스와 순정만화의 대위법으로, 쥐덫과 통조림과 똥봉투와 물약의 질펀한 화음으로 선율들이 달려 나간다.

검은색 스프링 천 위에서 아이들이 하늘 높이 튕기던 ‘봉봉’을 얘기하는 장면, 추잉껌을 씹다가 로보트 태권브이처럼 턱이 딱딱해지는 장면, 큰 가위를 옆에 놓고 왕가위의 영화를 보는 장면, 오래되어 버린 자개농의 풍경화를 도루코칼로 벗겨내는 장면, 쉽게 죽어버리는 학교 앞 병아리를 죽기 전에 날리려고 시도하는 장면, [안네의 일기]를 읽고 필 받아서 자물쇠 달린 일기장을 구입했고, 매일 일기를 쓰다가
독일군한테 걸리면 의미가 없다는 생각에 접은 적이 있다고 말하는 장면, 감기에 걸릴 때마다 경찰관 아버지의 처방으로 누이들과 함께 똥꼬에 총알 모양의 좌약을 넣어야 했던, 그 치욕의 좌약을 성장하여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넣어주는 장면을 읽다가, 특히 그 여자친구의 “그 손가락 입에 갖다 대면 정말 울어버릴 거야”라는 말을 읽다가 우리는 어느새 아구턱이 알싸해질 때까지 추억의 추잉껌을 씹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이 지나온 길의 경악스러움에 대해 탄복을 내뱉다가 결국 우리 자신이 지나왔던 한 시대와 깊숙하게 만나게 된다. 영화로도 소설로도 시로도 볼 수 없었던 블랙에세이적 광시곡 속에서.

발문을 쓴 자칭 ‘얼간이’ 김봉현 힙합·대중음악 평론가는 이 책을 “본격 얼간이즘 팩션”이라고 부른다. “장난기로는 시시하게 덮어버릴 수 없는 아이디어와 재기, 문장력, 디테일로 가득한 이 책은 세상 모든 얼간이에게 어깨동무하는 책이다. 모든 얼간이는 부디 이 책 안에서 휴식하기 바란다. 우리의 집이니까. 책을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킥킥거리게 되면서 이말년 화백의 웹툰도 다시 꺼내보다가 결국 세상을 구원하는 것은 사소한 것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허황된 상상, 그리고 실없는 농담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그 의미를 곱씹고 있다. 특히 아래와 같은 본문 속 대목에 공감하는 사람들은 이 책을 필시 한 모금 빨아야 한다.

 

[진격의 거인]을 보고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거인의 거대함이나 작품에 감춰진 일본의 야망 따위가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에렌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거는 미카사의 순정이다.

왕가위의 영화를 볼 때 큰 가위를 옆에 두고 본 적이 있다.

사람은 주기적으로 허세로 삶을 견디는 시기가 있다고 믿는다.

[러브레터]의 “나는 태연한 척하며 그걸 주머니에 집어넣으려고 했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앞치마에는 어디에도 주머니가 달려 있지 않았다”라는 대사를 신의 한 수라고 생각한다.

짝사랑하는 여자 앞에서는 어버버하다가 사람들 앞에서는 베이비라고 부르며 으스댄 적이 있다.

[첨밀밀]을 보고 한동안 진가신을 영화의 신으로 섬겼고, 자전거 신에서 장만옥이 앞뒤로
다리 흔드는 장면을 100번 이상 돌려본 적이 있다.

인간은 결국 2짱일 뿐이고 1짱은 자연이다.

서재필 박사 같은 안경을 끼고 수염을 길렀으며 긴 코트를 입은 남자를 볼 때면 홍콩에서 보낸
킬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의 준비를 한다.

껌을 맛없게 씹는 사람을 저주한다.

소설가 김중혁은 이 책을 두고 “뛰어난 마술 교과서”라고 말한다.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을 선택한 후 그 사물의 숨겨진 이야기를 보여준다. 통조림, 고양이, 하모니카, 아코디언을 가지고 마술을 부린다. 마술이 끝나고 나면 사물이 변해 있다”라고 말이다.

목차

작가의 말
발문

 

레너드 코언Leonard Cohen의 크리스마스 실
카제리니 마리오Cajereni Mario의 비키니 옷장
이반 콕Ivan Coct의 밍크담요
앨리스 가이 블라슈Alice Guy Blache의 좌약
스톡, 앙리Stock Henry의 추잉껌
호세 라니냐 데 로스 페이네스JoseLa Nin de los Peines의 이발소 그림
구스타프 파크Gustav Park의 타자기
밥 매커리Bob McCarey의 트랜지스터 라디오
프랑수아 콩피노Francis Confino의 병아리
루이스 브룩스Louise Brooks의 복각 유성기 음반
칸시온 쿠바나Cancion Kuubana의 자개농
해롤드 쿠마 화이트Harold Kumar White의 봉봉
카트린 브레야Catherine Breillat의 민들레
이글 아이 체리Eagle-Eye Cherry의 종이학
구아조니 엔리코Guazzoni Enricco의 크레파스
존 길버트John Gilbert의 쥐덫
실비오 로드리게스Silvio Rodriuez Domiguez의 통조림
롱포드 레이몬드Longford Raymond의 펜팔북
드미트리 아르칼제스크Demetri Arekaljesk의 어항
바넷 보리스Barnet Boris의 솜사탕
필립 카파Philip Kappa의 꼬막
미스 룰루벳Miss Rulvet의 고양이
랭던 해리Langdon Harry의 하모니카
메닐몽탕Meilmontant의 알전구 소켓
로버트 런들럼Robert Lundlum의 텐트
킹 서니 아데King Sunny Ade의 순정만화
페이머스 플레이어즈 레스키Famous Players-Leschi의 똥봉투
헨드린 사토브Hendrin Satove의 물약
코베 한스Kobe Hans의 목폴라
프랑수아 바레Francis Barrea의 자물쇠 일기장
냇 킹 콜Nat King Cole의 술빵
올레 올슨Ole Olsen의 종이인형
듀퐁Dupont의 아코디언
파울 베게너Paul Wegener의 누드화
투팍 아마루Thupaq Amaru의 뽑기
알레산드로 블라세티Alessandro Blasetti의 불량식품
세바스찬 이라디에르Sebastian Iradier의 풍금
카를로스 누베스Carlos Nuves의 참빗
파스트로네 지오반니Pastrone Giovanni의 똥차와 소독차
오번 이클립스Auburn Eclipse의 다락방
브로크만 클라이트Brockmann Clride의 야광시계
빌리 헬보이Billy Hellboy의 모빌
레이 만Ray Man의 원고지
윌리엄 드밀William Demille의 재봉틀
댄스 밴드 하이라이프Dans Band Hiripe의 회전목마
페르난두 마차두 소아레스Fernando Machadu Soares의 바이크
카프라 프랭크Capra Frank의 롤러스케이트

미리보기
지은이/옮긴이

지은이

김경주

시인이자 극작가, 포에트리 슬램 운동가다. 김수영 문학상과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을 수상했다. 서강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극창작과 전문사(MFA) 과정에서 공부한 뒤, 2014년부터 김봉현, MC메타와 함께 시와 랩을 잇는 프로젝트 팀 포에틱 저스티스를 결성하여 활동 중이다. 지은 책으로는 시집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기담》 《시차의 눈을 달랜다》 《고래와 수증기》가 있고, 산문집은 《밀어》 《패스포트》 《펄프극장》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힙합의 시학》 《라디오헤드로 철학하기》 등이 있다.

추천의 글

이 책은 뛰어난 마술 교과서다. 마술을 배우고 싶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다. 시인으로 더 잘 알려진 마술사 김경주의 마술은 우리가 익히 알던 방식과는 사뭇 다르다. 기존의 마술은 사물을 또 다른 것으로 변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손수건을 비둘기로 바꾸고, 컵을 꽃병으로 바꾸고, 냅킨을 장미꽃으로 바꾸는 것이었다.
김경주는 다르다. 그는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을 선택한 후 그 사물의 숨겨진 이야기를 보여준다. 사물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랄까. 통조림, 고양이, 하모니카, 아코디언을 가지고 마술을 부린다. 마술이 끝나고 나면 사물이 변해 있다. 다르게 보인다. 통조림은 여전히 통조림이지만 그동안 우리가 알던 통조림이 아니다.
우리도 김경주를 따라 해보자. 김경주 마술의 핵심을 단계별로 요약해보았다. 1. 아무 것이나 주위에 있는 사물 하나를 정한다. 2. 사물을 자세히 관찰한다. 3. 정신을 놓는다. 4. 사물이 완전히 다르게 보일 때까지 멍하게 바라본다. 5. 정신을 차린다. 6. 사물을 원래 있던 자리에 놓아둔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은 3번이다. 정신을 놓는다는 건 쉽게 닿을 수 있는 경지가 아니다. 정신을 완전히 놓고 이 책을 읽어보자. 세상의 모든 것이, 세상의 모든 사물이, 마술처럼 보일 것이다. _김중혁 ,소설가, 아마추어 마술사

 

김경주 작가는 시인이죠, 저는 시인이 못 되어서 Scene을 만드는, Sin 많은 동갑내기. #. 종로에서 자취를 하는 성호는(조용한 악필) 이런저런 알바로 한 달에 기십만 원을 버는데 (대부분 형편없는 선생님 짓) 월세 삼십, 교통카드 오만 원, 가끔 술자리의 호기 때문에 택시를 타고, 비누와 휴지, 인터넷과 휴대폰, 그리고 어쩌다 안데르센 평전, 시사IN 또는 아마추어증폭기 CD를 구매(똥차와 소독차 사이의 거리에서 작은 거래들) #. 그러다보면 정작 말 걸고 싶은 소녀(나는 손잡이, 그녀는 좌석)와 만나서 쓸 돈으로는 단 돈 몇 만 원. 그냥 집에서 자위를 하거나(예술이 선빵이라면 자위는 후방에서) 돈 안 드는 거리를 걷거나(초록색 크레파스를 얼굴에 바르고) #. 좌판을 벌였는데(이다음에 나는 정말 많이 아파야지) #. 통조림을 뜯었더니 구뷔구뷔 나오는, 닮은 듯 다른 좌판의 종목-그 정신의 모험들 #. 자, 그렇담 성호의 연민은 이제 그만, 이 산문은 이렇게(하루 두 번 같은 시간대에) 흔들립니다. 말만 잘하면 그렇게 베리베리 봉봉. _윤성호 영화감독,『은하해방전선』,『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