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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마 검투사의 일생 살육의 축제에 들뜬 로마 뒷골목 풍경
  • 지은이 | 배은숙
  • 옮긴이 |
  • 발행일 | 2013년 10월 07일
  • 쪽   수 | 588p
  • 책   값 | 25,000 원
  • 판   형 | 160*230
  • ISBN  | 9788967350741
책소개 목차 미리보기 지은이/옮긴이
책소개

검투사의 일생은 로마의 사회문화사며 정신분석
국내 로마사 연구자가 아주 세밀한 부분까지 복원해낸 역작!

 

책 소개

지난 2008년 말 [강대국의 비밀]이란 책을 펴내 ‘2008 한국간행물위원회 우수출판기획안 최우수상’을 수상했던 배은숙 계명대 외래교수가 5년 간의 후속 연구를 통해 로마 검투사들의 일상생활을 복원한 [로마 검투사의 일생: 살육의 축제에 들뜬 로마 뒷골목 풍경]을 펴냈다. 전작에서는 로마의 힘줄 동력인 군대의 문제를 다뤘다면 이번 책에서는 로마인들의 일상적 축제의 피와 꽃이었던 검투사라는 존재에 프리즘을 들이댔다. 군대에서 검투사로 이어지는 창을 통해 로마인의 삶과 문화를 조명하려는 저자의 오랜 시도가 그 화려한 결산을 이뤘다. 이번 책 또한 고고 문헌학적 1차 사료와 방대한 국내외 관련 연구에서 끌어낸 여러 결실들을 짓고 허물기를 반복한 결과 어렵사리 얻어낸 ‘검투사 상’이기에 더욱 값진 결과다. 동시에 논문으로 발표한 글의 모음이 아니라, 전작 단행본 형태로 집필된 책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로마 시의 아이들에게는 거의 어머니의 자궁에서부터 흡수한 것 같은 특별한 악들이 있는데, 그것은 극장에서의 편파성, 전차 경주와 검투사 경기에 대한 열정이다.”

1~2세기에 활동한 로마사가 타키투스의 말처럼 연극, 전차 경주, 검투사 경기는 로마인들이 즐긴 대표적인 구경거리였다. 글라디우스gladius라는 검을 사용하는 검투사gladiator들이 벌이는 경기는 로마의 존재 자체를 상징할 만큼 로마인들의 생활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이 책은 현대적인 관점에서 로마인들의 잔인성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검투사와 로마인들의 시각에서 접근하려고 시도했다. 잔인하다는 한마디 말로 수백 년 동안 이어져온 검투사 경기를 파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생각에서다. 검투사 경기가 잔인하기만 했겠는가, 모든 로마인이 사디즘적 성향을 보였겠는가 하는 의문에서 출발했다. 그래서 검투사와 로마인의 말을 듣고,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그 세세한 면을 파헤쳐보았다. 검투사가 된 과정부터 경기를 관람하는 로마인들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자 했다.

검투사와 로마인의 목소리를 듣는 데 한계가 없는 것은 아니다. 로마인들이 기록한 것은 주로 검투사 경기의 타락을 비난하는 상류층의 글이나 경기를 관람하는 로마인들의 반응뿐이었다. 아무래도 내용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들의 말은 위에서 보는 시각, 즉 검투사 경기를 개최하는 목적이나 효과를 파악하는 데는 중요하지만 이름을 알 수 없는 수많은 로마인의 마음을 읽기에는 부족하다. 더구나 문헌 사료에는 검투사들의 생각이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다. 지배층이 하찮은 신분인 검투사의 마음을 읽을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관중과 검투사의 삶은 검투사 경기에 심취한 로마인이 자신의 집을 장식한 모자이크와 벽화에서 유추할 수 있다. 또 포도주 항아리나 오일 그릇 표면에 그려져 있는 그림, 테라코타, 죽은 검투사들의 부조와 비문도 좋은 자료가 된다.
1부에서 4부까지는 검투사들의 일생과 그들을 바라보는 로마인들의 모습을 파노라마처럼 엮어보았다. 먼저 검투사에 대해 알려면 누가 검투사가 되는지를 알아야 한다. 1부는 검투사가 되기 이전의 삶, 여러 신분의 사람들이 모여 검투사가 되는 과정을 담았다. 검투사가 탄생했기에 2부는 경기를 개최하기까지의 과정을 서술했다.

경기 날짜를 지정하고, 경기를 광고해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과정, 경기 날 사람들이 경기장으로 향하는 모습, 경기장의 변천사 등을 담았다. 검투사도 있고, 광고도 했고, 경기장도 있으니 이제 경기를 시작할 때다. 3부는 본격적으로 경기가 벌어지는 장면을 검투사와 관중의 시각으로 다각도로 살펴보았다. 야생동물 사냥 경기, 범죄자 처형식, 검투사 경기 등 경기가 진행되는 순서대로 하루의 긴 일정을 따라가봤다. 싸우는 검투사의 마음과 이를 바라보는 관중의 모습도 생생하게 담아냈다. 경기가 끝났으니 그 후의 모습도 보아야 한다. 4부는 돈, 인기, 은퇴, 죽음을 통해 검투사에게 경기의 의미와 흥분의 하루를 보내고 난 뒤 로마인이 느끼는 경기가 갖는 의미를 생각해보았다. 치열한 삶을 살아내야 하는 검투사와 그들을 바라보는 로마인들의 다양한 생각을 서술했다.
1부에서 4부까지 검투사 경기를 몸소 체험하는 하부 구조를 살펴보았다면 5부는 경기를 주최하는 상부 구조에 초점을 맞추었다. 검투사 경기의 기원, 개최 이유, 경기의 변천사, 황제의 역할, 황제의 개최 의도, 경기의 전파와 쇠퇴 과정 등을 통해 로마에서 검투사 경기가 지니는 정치적 의미를 포착했다.

검투사에 대한 우리의 지식은 대부분 번역서에 의존하고 있다. 번역서도 스파르타쿠스Spartacus와 로마인의 일상생활에 대한 책이 몇 권 있을 뿐 검투사 자체를 조망한 글은 없다. 즉, 이 책은 검투사를 본격적으로 풍부하게 다룬 첫 책인 것이다.

 

본문 주요 대목

가난보다 인기를 택한 하층민
검투사가 되면 시민으로서의 권리는 모두 박탈당하고, 천한 노예 신분으로 전락했다. 로마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잃어버려 ‘자발적 거세’라고 표현되는 자유민 출신의 검투사가 존재했다는 사실은 묘비명이나 기념비문을 보면 알 수 있다. 스스로 자유민임을 명확하게 밝히거나 세 개의 이름에서 자유민으로 추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쟁포로나 범죄자 출신의 검투사보다 자유민 출신의 검투사들의 싸움 근성이 더 강했기에 검투사 양성소 운영자들은 자유민 출신을 더 선호했다. 체격이 좋거나 근성이 보이는 전쟁포로들은 검투사로 발탁되기는 하지만 속박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싸워야하므로 열정이 떨어졌다. 반면 자유민 출신의 검투사들은 사회에서 더는 희망이 없는 터에 마지막으로 택한 직업인 만큼 죽기 살기로 달려들었다. 그래서 관중은 포로로 잡혀와 검투사로 변신한 사람보다 자유민 자원자들의 싸움에 더 흥미를 느꼈다.

여성 검투사들의 싸움
생명을 담보로 하는 싸움을 여성끼리 벌인다고 하여 박진감이 없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지루하거나 어설픈 경기를 한다면 관중의 야유로 살아남기 어려웠다. 여성 검투사들은 큰 방패와 짧은 검을 들고 있지만 투구를 쓰지 않아 관중이 성별을 알 수 있었다. 야간에 횃불 아래에서 싸우게 해 조명 덕택에 신비스러운 느낌을 주면 여성 검투사들은 한층더 매력을 풍겼다. 게다가 투구를 쓰지 않는 여성 검투사들의 특성상 ‘긴 머리카락’은 상대를 공격하거나 자신이 칼에 맞았을 때 움직임을 극대화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체격에 차이가 있는 여성들이 벌이는 경기는 관중의 호기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근육으로 다져진 여성이 이길지, 몸집으로 밀어붙이는 여성이 이길지 가늠할 수 없었던 관중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기도 모르게 작은 몸집의 여성을 응원했다.

황제의 명령으로 ‘1일 검투사’가 되어야 했던 상류층
상류층이 검투사로 나서는 것을 문서로 엄격히 금했지만 이런 규정은 이후에도 잘 지켜지지 않았다. 38년 칼리굴라 황제는 26명의 기사를 경기에 동원했고, 58년 네로 황제는 부나 명예에서 조금의 흠도 없는 400명의 원로원 의원과 600명의 기사를 경기장에서 싸우게 했다. 두 황제가 상류층을 경기에 동원한 것은 다분히 강압을 행사한 것이었다.

엄격한 통제
검투사들의 막사로 보이는 곳에서 무기가 발견되었기 때문에 검투사들이 양성소 안에서 무기를 휴대할 수 있었다고 하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다. 만일 그들이 양성소에서 마음대로 무기를 가질 수 있었다면 스파르타쿠스의 반란 때 반란에 동참한 검투사들이 처음부터 제대로 무장했을 것이다. 그러나 반란자들은 처음에 식칼이나 꼬챙이 같은 주방용 도구로 무장했고, 지나가는 짐수레에서 무기를 탈취했다. 양성소에서 훈련이나 경기 때를 제외하고 진짜 전투용 무기를 휴대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검투사의 일상 음식
군인들에게 보리는 훈련을 제대로 하지 않았거나 검술시험에 떨어졌을 때 벌칙으로 주어졌다. 그러나 검투사들에게는 보리가 주식이어서 검투사들을 ‘보리 먹는 남자들hordearii’이라 불렀다. 2세기 검투사 양성소에서 의사로 근무한 적이 있고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주치의였던 갈레누스는 보리가 지방층을 형성해 상처를 보호해주지만 검투사들을 뚱뚱하고 활력 없게 만든다고 했다. 보리는 100그램당 334칼로리에 단백질이 10.60그램인 반면, 밀은 325칼로리에 단백질이 12.00그램이다. 근육의 주성분인 단백질이 밀보다 적어 갈레누스의 말이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칼로리가 밀보다 높으므로 활력 없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보리나 밀보다는 같이 먹는 콩이 근육을 만들어주거나 체력을 보강하는 데 더 도움이 되었다. 콩은 100그램당 391칼로리에 단백질이 34.40그램이 들어 있을 뿐 아니라 보리에 부족한 아미노산의 일종인 메티오닌이 풍부해 영양의 균형을 맞춰주었다.

훈련 복장
검투사들은 모두 허리옷만 입고 맨발이었다. 원형경기장의 아레나처럼 훈련장에도 모래를 깔아놓았으므로 신발이나 양말 같은 다른 신는 것은 필요 없었다. 모래이니만큼 맨발로 움직이는 데 별 무리가 없는데도 굳이 신발을 신는다면 신발 바닥의 미끄러움으로 인해 힘을 제대로 쓸 수 없을 것이었다. 또 사방이 트인 샌들 속으로 모래가 들어가 찝찝함을 느껴 경기에 집중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베기’보다는 ‘찌르기’
신참들은 교관들에게 머리나 얼굴, 옆구리, 허벅지, 종아리 등 허점으로 보이는 곳을 겨냥해 치고 찌르는 법을 배웠다. 베지 않고 찌르는 공격은 2운키아uncia(4.92센티미터)만 들어가도 치명타를 입히기 때문이었다. 또 몸통이 최대한 노출되지 않고 상대를 기습 공격할 수 있는 방법이 찌르기였다. 오크나무를 세 겹으로 붙인 다음 가죽을 덧댄 방패는 가장자리를 청동으로 감쌌다. 바닥에 닿아 닳거나 오래 사용해 나무가 풀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자살하는 검투사들
검투사 양성소에서 야생동물 사냥꾼인 어떤 게르만족이 오전 경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다행히 그는 목숨을 구해 경기장을 나오고 있었다. 이때는 그가 비밀리에, 경비병의 감시를 받지 않는 유일한 때였다. 그는 경기장에서 나오면서 고약한 목적에 사용하는 스펀지를 단 나무 막대기를 잡아 자신의 목구멍 속으로 쑤셔넣었다. 막대기가 그의 기도를 막아 숨통을 끊어놓았다. 한 야만족은 적에게 사용하라고 준 창을 자신의 목구멍 속에 깊이 찔러넣었다. 그는 ‘왜, 왜, 내가 이런 고통에서, 이런 비천함에서 아직도 도망치지 않았을까? 왜 내가 무장하고 다가오는 죽음을 기다려야 하는가?’라고 외쳤다. 4세기에는 정치가 심마쿠스가 경기장에 내보내려고 구입한 29명의 프랑크족 포로가 경기장에 나가기 전 서로를 교살한 후 마지막 남은 자가 벽에 머리를 계속 찧어 죽은 일도 있었다. 이들 포로는 어쩌면 정복자들의 즐거움을 위해 서로 싸우기보다 자살로써 정복자들을 당황하게 만들려 했는지도 모른다.

경기 일정 광고
검투사 경기가 다가오면 거리의 벽이나 주요 가도 옆 비석에는 경기를 알리는 광고가 새겨졌다. 회반죽으로 된 벽에 경기 개최 목적, 주최자, 경기 날짜, 경기 일정, 관중을 위한 시설 등이 새겨져 오가는 사람들이 볼 수 있게 했다. 경기 일정이 적히지 않은 깨끗한 벽을 찾기란 어려웠고 눈에 잘 띄는 기존의 벽에 새로 회반죽을 발라 그 위에 유채색으로 경기 일정을 새겼다. 또 경기 주최자들은 경기를 알리는 사람들을 고용했다. 고용된 이들이 거리 곳곳을 돌아다니며 흥미를 끌 만한 검투사들의 이름과 경기 일정을 외쳤다. 경기 일정을 큰 글자로 쓴 깃발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었다. 글자를 아는 이들이 모르는 사람들에게 대신 설명해주었다. 여러 방법으로 경기를 광고하므로 대다수 사람은 경기에 대해 숙지하게 되었다.

ex) 양검 검투사 대 중장보병 검투사: 네로 양성소의 이∼키엔스. 20번 싸워 승리. 율리우스 양성소의 노빌리오르와 싸워 산 채로 싸움을 종결하도록 승인받음. 2번 싸워 이겨 승리자.

최후의 만찬
경기 전날 저녁에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검투사들에게 ‘자유로운 저녁cena libera’, 즉 최후의 만찬이 베풀어졌다. 나무로 만든 긴 탁자 위에는 평생 본 적도 없는 진기한 음식들, 항상 먹고 싶어했던 음식이 즐비했다. 첫 번째 코스는 양상추, 부추 등 소화와 피로 해소에 좋은 음식으로 구성되었다. 다음으로 계란으로 장식한 절인 다랑어, 치즈, 올리브유 등이 풍부하게 제공되었다. 그다음 코스로 꿀과 양귀비 씨앗을 끼얹은 쥐 요리, 소시지, 자두, 석류 씨앗, 계란 노른자를 입혀 후추를 뿌린 메추리 새끼, 암퇘지의 젖통, 바다 전갈, 도미, 거위, 숭어, 비둘기, 개똥지빠귀 등 다채로운 요리가 큰 접시에 담겨 있었다. 마른 빵을 찍어 먹기에 좋은 약간 시큼한 저급의 포도주부터 꿀을 섞은 포도주, 포도와 송진을 섞어 발효시킨 고급 포도주까지 모두 구비되었다.
검투사들이 넓은 만찬장에서 식사를 하는 동안 시민들은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식당 안을 들여다보았다. 시민들이 만찬장을 찾는 목적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사람의 모습이 어떠한지를 보고 싶은 호기심 때문이었다. 더 궁극적인 목적은 검투사 경기 일정표가 알려지면서 걸었던 내기의 배당금을 점쳐보기 위해서였다. 죽음을 앞둔 절박한 상황, 호기심에 가득 찬 시민들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왕성한 식욕을 보이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는 대범한 성격이라는 것을 알 수 있고, 식사를 통해 체력이 잘 보충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동물 싸움에서 검투사 경기로
황제들은 야생동물이 줄어들자 대규모 경기를 벌여 황제의 위상을 높이면서도 비용은 삭감하는 방법을 고심했다. 황제들이 찾은 대안은 값비싼 동물일 경우 패배하더라도 죽이지 않고 다음 싸움을 위해 목숨을 살려두는 것이었다. 또 기존의 야생의 육식동물 대신 초식동물과 사육동물 위주로 경기를 개최하는 방법을 구사했다. 281년 프로부스Probus 황제가 개최한 경기에도 역시 사슴, 수퇘지, 염소 등 초식동물과 사육시킨 사자 100마리가 동원되었다. 사람의 손을 탄 사자들이 싸우지 않으려고 해서 애를 먹기는 했지만 상당히 장대한 규모로 거행된 경기였다. 야생동물 부족으로 초식동물과 사육동물을 동원해 벌이는 경기는 규모만 컸지 극적인 재미는 떨어졌다.

코뿔소의 대승
황소, 물소, 들소, 곰, 사자, 코뿔소가 함께 투입된 경기에서 코뿔소가 대승을 거둔 일도 있었다. 조련사가 뾰족한 철 막대기로 코뿔소를 자극하자 화가 난 코뿔소는 황소를 머리로 받아 날려 보냈다. 그러고도 분이 풀리지 않은 듯 코뿔소는 달려드는 큰 곰을 뿔로 받아버렸다. 이내 곧바로 물소와 들소를 동시에 들어올리는 듯하더니 바로 아레나에 꽂아버렸다. 코뿔소가 이렇게 날뛰고 있을 때 그 앞을 지나가던 사자가 다음 목표물이 되었다. 코뿔소가 사자를 뿔 위에 매단 채 이러저리 날뛰면서 받아버리자 사자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날카로운 발톱이 있더라도 흥분해서 날뛰는 코뿔소를 당해낼 재간은 없었던 것이다.

공개처형, 피의 향연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들 중 한 명은 검으로 무장하고, 다른 한 명은 무장하지 않고 허리옷만 입힌 채 싸우게 했다. 당연히 검으로 무장한 사람이 무장하지 않은 죄수를 끝까지 추격하여 살해할 것이었다. 그러면 다른 죄수가 아레나에 투입되어 살아남은 자와 싸웠다. 이런 식으로 마지막 한 사람이 남을 때까지 죄수들이 차례로 투입되었고, 마지막 살아남은 죄수는 동물 사냥꾼에게 살해되었다. 아무리 잘 싸워도 처형되기는 마찬가지였으므로 죄수들이 싸우려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겨서 생명을 몇 분 연장하나 싸우지 않고 도망다녀 생명을 연장하나 매한가지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죄수들이 싸우지 않을 때에는 어김없이 채찍이 날아들었다. 싸움을 피해 맞아죽거나 싸움에서 패배해 죽거나 결론은 정해져 있었다.

 

(이하 지면 관계로 생략)

목차
목차

머리말

 

제1부 검투사로 거듭나기

제1장 검투사가 되는 사람들
1. 로마에 패배한 전사들
시장에 팔려온 전쟁포로들 | 전쟁은 검투사의 공급처
2. 처벌받는 범죄자들
원형경기장으로 가는 범죄자들 | 처형을 통한 일벌백계의 효과
3. 자원한 자유민들
가난보다 인기를 택한 하층민 | 용맹을 과시하고 싶어한 상류층
4. 색다른 재미를 주는 여성들
여성 검투사들의 싸움 | 여성 검투사들에 대한 비난

제2장 검투사가 되는 과정
1. 검투사 양성소의 구조
지저분한 방 | 단체 식사에 적합한 식당 | 죽음도 불사하겠다
2. 훈련도 실전처럼
목검으로 나무 기둥을 타격하라 | 혹독한 훈련
3. 건강이 곧 돈이다
상처 치료와 마사지 | 자살 시도

 

제2부 시끌벅적한 원형경기장

제1장 경기 날짜
1. 지정된 경기 날
축제일 | 경기 기획
2. 도시의 벽은 광고판
경기 일정 광고 | 입장권 배포

제2장 들뜬 관중
1. 최후의 만찬 구경
산해진미도 죽음 앞에서는 무용지물 | 만찬장을 구경하는 로마인들
2. 경기 날의 아침 풍경
남성의 외출 준비 | 여성의 외출 준비 | 경기장 주변 풍경

제3장 경기 장소
1. 화장장에서 광장으로
경기 개최가 가능한 장소 | 로마 광장에서의 좌석 배정 | 목조 원형경기장 건축
2. 석조 원형경기장 건축
석조 원형경기장 건설 시도 | 각종 경기장
3. 콜로세움
규모와 수용 인원 | 좌석 배정 | 관중의 안전

 

제3부 검투사 경기, 흥분과 피의 향연

제1장 흥미를 돋우는 구경거리들
1. 오전 일정, 야생동물과의 싸움
위풍당당한 사열식 | 동물 사냥 경기의 역사 | 동물 조달
긴장감 넘치는 경기 | 동물 사냥꾼이 나서다
2. 정오 일정, 범죄자 처형식
공개처형, 피의 향연 | 처형 놀이 | 즐거운 점심시간

제2장 검투사 경기, 오후 경기의 최고봉
1. 경기 전 의례
사전 경기 | 조 추첨과 무기 검사
2. 진짜 싸움이 시작되다
초창기 검투사들 | 그물 검투사 대 추격 검투사
트라키아 검투사 대 물고기 검투사 | 물고기 검투사 대 중무장 검투사
말을 타는 검투사들 | 막간 경기 | 잡다한 검투사들
3. 관중의 모습
검투사의 생사 결정권은 관중에게 | 열기를 식히는 장치들 | 보너스 선물

 

제4부 검투사와 로마인

제1장 검투사들의 삶과 죽음
1. 검투사들의 전적
비문으로 남아 있는 전적들 | 검투사의 생사 확률
2. 검투사와 돈
경기 개최 비용 | 승리한 검투사의 수입
3. 검투사의 가족
검투사를 사랑한 여인들 | 검투사 가족의 비문
4. 은퇴 후의 삶
검투사 양성소에서 직업 찾기 | 경호원, 군인으로 변신

제2장 검투사 경기에 대한 로마인들의 태도
1. 로마인들의 이중적인 태도
검투사의 열등한 신분에 대한 경멸 | 검투사 경기에 대한 집착
검투사들의 강인함에 대한 두려움
2. 교육적 효과를 강조하는 지식인들
관중의 폭력성에 대한 비판 | 검투사들의 용맹함에 대한 칭송

 

제5부 검투사 경기와 정치

제1장 검투사 경기의 시작은
1. 에트루리아 기원설
글로 된 증거 | 그림으로 된 증거
2. 캄파니아 기원설
글로 된 증거 | 그림으로 된 증거
3. 로마 시 최초의 검투사 경기
우시장에서 개최된 경기 | 커져가는 경기 규모

제2장 권력 획득의 수단이 된 검투사 경기
1. 로마의 정치와 스파르타쿠스의 반란
장례식 행사에서 국가적 행사로 변한 검투사 경기 | 검투사 스파르타쿠스, 로마를 떨게 하다
이탈리아에서 길을 잃은 스파르타쿠스 | 스파르타쿠스에 대한 평가
2. 내전과 검투사 경기
경기 개최를 둘러싼 경쟁 | 내전에 활용되는 검투사들

제3장 지배 도구가 된 검투사 경기
1. 황제의 긍정적 이미지 생산용
황제가 독점한 로마 시의 검투사 경기 | 민의 표출의 장이 된 원형경기장
2. 황제의 권력 과시용
시민들의 야유에 분노하는 황제들 | 검투사로 나선 황제들
3. ‘로마화’의 상징
속주의 검투사 경기 | 원형경기장의 확산
4. 그리스도교 억압의 도구
순교의 장소가 된 원형경기장 | 그리스도 교도의 비판
폐지 수순을 밟는 검투사 경기 | 폐허가 된 콜로세움

 

주 | 용어 설명 | 참고문헌 | 찾아보기

미리보기

“이 책은 현대적인 관점에서 피의 살육을 즐긴 로마인들의 잔인성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검투사와 로마인들의 시각에서 로마 검투사의
일생을 조망하고자 했다. 잔인하다는 한마디 말로 수백 년 동안 이어져온
검투사 경기를 파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검투사 경기가 잔인하기만 했겠는가, 모든 로마인이 사디즘적인 성향을 가졌겠는가.
우리는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그 세세한 면을 파헤쳐볼 필요가 있다.
검투사가 된 과정부터 경기를 관람하는 로마인들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 것이다. _「머리말」

지은이/옮긴이

지은이

배은숙

계명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경북대 사학과에서 「아우구스투스의 프린키파투스 확립과 원로원의 성격 변화」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은 책으로 『강대국의 비밀-로마 제국은 병사들이 만들었다』(2008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우수출판기획안 최우수상), 『청소년을 위한 로마제국 쇠망사』가 있고, 공저로 『문명의 교류와 충돌』 『인물로 보는 서양 고대사』가 있다. 연구 논문으로는 「율리아 추방의 정치적 의미」 「로마 군단병의 봉급 변화」 「로마 군단병들의 서열」 「로마 군대에서 군사령관의 역할」 「고대 이탈리아에서 상품 수송로」 「전쟁을 통해 본 로마의 역사」 「왕정기에서 3세기까지 로마 군대의 규모」 「검투사 경기에 대한 로마인들의 시각-세네카와 유베날리스를 중심으로」 「1세기 초까지 검투사 경기장에서의 좌석 배정-포룸의 형태와 극장법을 중심으로」 등이 있다. 현재 계명대 외래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