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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일한 규칙 손자의 투쟁철학
  • 지은이 | 리링
  • 옮긴이 | 임태홍
  • 발행일 | 2013년 09월 23일
  • 쪽   수 | 519p
  • 책   값 | 28,000 원
  • 판   형 | 163*230
  • ISBN  | 9788967350710
책소개 목차 미리보기 지은이/옮긴이
책소개

중국 고전 해설의 명장이자 [손자]의 최고 권위자 리링 교수,
40년간의 [손자] 연구를 집대성하다!

병법은 행동철학이며 투쟁철학이다. 생존을 위해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최고의 지혜를 짜내어 주어진 규칙에 끊임없이 도전한다. 만고불변하는 필승의 법칙은 없다. 전쟁에서 유일한 규칙은, ‘규칙은 없다’는 것이다.

◆ 중국 병법가의 최고 경전 [손자]에 대한 대大학자의 이해를 총결산
◆ “가장 유연하고 가장 지혜로운” [손자]의 핵심 철학으로 안내함
◆ 기존의 해석 논쟁을 정리하면서 큰 그림에서의 이해를 돕다
◆ [손자]의 기발함을 강조하면서도 모호한 본문을 명쾌하게 해석

 

왜 [유일한 규칙]인가?

리링은 이미 [손자]에 관한 책을 쓴 적이 있다. 먼저 연구 기록의 성격이 강한 [손자고본연구孫子古本硏究]와 [오손자발미吳孫子發微]를 종합하여 2006년에 [손자 13편 종합연구]를 출간했다. 이 책은 [손자]의 여러 판본을 비교하며 본문의 글자를 고증한 학술서로, 이때 이미 리링 교수가 베이징대에서 [손자]를 강의한 경력은 이십 년에 달하고 있었다. 베이징대에서 수십 회에 걸쳐 진행한 강의에 대해 리링은 “시간이 흐르면서 감이 점점 좋아졌다”고 소탈하게 회고하지만, 실제 이 강의는 대단한 인기가 있었고 그에게 [손자] 권위자로서의 명성을 가져다주었다. 리링의 다음 책 [전쟁은 속임수다](2006)는 이 ‘인기 강의’의 녹취록을 바탕으로 엮은 것이다. 한국에도 번역 출간된(글항아리, 2012) 이 책은 9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으로, [손자]를 해설하면서 당대의 문화사와 생활사를 풍성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 다음이 바로 [유일한 규칙]이다. 2010년 출간된 이 책은 리링표 [손자] 독해의 완결편이라 할 수 있다. 전작 [전쟁은 속임수다]의 서문에서 리링은 “지금까지의 책은 이른바 기초 작업으로 마치 재료와 같다. 문헌학적 기초는 있으나 문화·사상적 측면은 아직 전개하지 못했다”고 자평한 바 있다. 그리고 4년 만에 이에 화답하듯 [유일한 규칙]을 내놓았다. [전쟁은 속임수다]에서 끝내 분류를 완성하지 못하고 ‘기타’ 항목으로 남겨두었던 [화공]과 [용간] 두 편을 ‘기술技術’부로 정리하여 4부 구성을 완결 짓고, [손자]의 서술 구조와 사유 방식을 체계적으로 따라간다. [전쟁은 속임수다]가 20여 년에 걸친 강의의 결실이었다면 [유일한 규칙]은 리링과 [손자]의 40여 년에 걸친 인연의 결실이다.
리링 교수는 손자의 병법을 상황에 대응하며 사유하는 ‘행동철학’이자 ‘투쟁철학’으로 읽어내며, 이것이 실상 인류가 사유하는 방식에 가장 가깝다고 말한다. 따라서 병법의 철학은 가장 실질적이며, 가장 지혜롭다. [유일한 규칙]은 중국 병법가의 최고 경전인 [손자]에 대한 대大학자의 이해를 총결산한 것이다.

 

왜 리링의 [손자]인가?

춘추전국 시대는 인류 역사에서 손꼽히는 전란의 시기였다. [손자]는 뛰어난 지략으로도 목숨을 담보할 수 없고 인의도덕을 관철하기에는 너무도 잔혹했던 이 난세亂世의 진면목을 꿰뚫는 고전이다. 중국에는 선진시대부터 청대에 이르기까지 4000여 종의 병서가 있으나, 이 많은 책들이 모두 [손자]에 대한 주해에 불과하다는 말은 어느 정도의 과장을 감안하더라도 [손자]의 경전적 지위를 깨닫게 해주기에 충분하다.

“나는 40년간 손자를 읽었다. 중학교 때 중국 런민대학교 교내 서점에서 [금역신편 손자병법]을 접한 뒤로 꾸준히, 여러 곳에서 [손자]를 읽었고 문화대혁명으로 내몽골에 동원되었을 때는 가진 책이 적어서 [손자]를 이리저리 분해하고 조립해보며 거듭 읽었다. 마치 어린 아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놀듯이.”
– [유일한 규칙] 자서 中.

현재 중국에서 고문헌학·고문자학·고고학을 아우르는 삼고三古의 대가로 널리 인정받는 리링 교수는 일찍부터 조금 별난 사람이었던 것 같다. 모두가 공자 존숭과 비판을 유행처럼 번갈아 일삼던 시기에 그는 “[논어]는 영 맹탕으로 아무 맛도 느낄 수 없다”고 말하며 [손자]에 탐닉했다. 그리고 1974년, 인췌산의 한나라 묘에서 죽간본 [손자]가 출토되었다. 이것을 우연히 잡지에서 읽은 리링은 설렘을 주체하지 못하고 여러 고서 인용문을 찾아다닌 끝에, 죽간본 [손자]에 관한 소견을 논문으로 발표하기에 이른다. 이를 계기로 중국과학원 고고연구소와 인연을 맺으면서 금문 자료와 은주殷周시대 고고학 연구자로서 리링의 경력이 시작되었으니, [손자]를 향한 매혹이 그의 인생을 이끌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들은 병법에도 철학이 있느냐고 묻는다. 리링은 명백하게 대답한다. “당연히 아주 많이 있다”고. 이 책 [유일한 규칙]에서 리링은 고대 중국의 사상사에서 [손자]가 차지하는 위치와 성격을 명확히 하면서 [손자]의 사상 구조를 드러내 보여주려 한다. 해석상의 논쟁이 있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각 판본을 비교하고 고증을 거듭해 정리한 본인의 의견을 명쾌하게 제시하면서 [손자] 철학의 전경을 완성해나가고 있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리링은 엄밀하게 고증을 하면서도 ‘고전 읽기’가 언제나 현대적 독법에 가 닿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경전은 기본적으로 ‘옛날 책’으로, 의미 전달에 난점과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를 유념하면서 리링은 ‘현대인에게 의미 있게 고서를 읽는 법’을 고민한다. 그는 경전이란 여러 가지 맛이 뒤섞인 커다란 ‘잡채 요리’ 같은 것으로, 여러 조각으로 나누고 구조를 분석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유일한 규칙]에는 옛사람의 진의와 동시대인의 감수성 사이의 균형을 독창적으로 고민하며 [손자]를 읽어온 이 학자의 40년 여정과 연륜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손자]에 들어 있는 사상의 정수와 문화사적 가치를 유연하게 풀어내다

一. 병법은 중국 정치학의 기원이다
[한서] [예문지]는 고서古書를 여섯 종류로 나누고 있다. 육예, 제자, 시부, 병서, 수술, 방기 이렇게 여섯 종류인데, 앞의 세 종류가 현대의 ‘인문학’이라면 뒤의 세 종류는 현대의 ‘과학’, 즉 사회과학·자연과학·기술과학을 포괄한다. 중국 전통에서 인문학의 정수가 유가와 도가를 필두로 한 현학 경전에 있다면, 과학기술은 병서를 으뜸으로 여긴다. 병서에는 당시의 도구와 기술(기술과학), 수술과 방기(자연과학), 치국과 용병(사회과학)에 대한 원리가 폭넓게 담겨 있다. 물론 여기에는 기술과 관련된 부분이 있는가 하면 음양오행과 같이 현대의 기준에서는 ‘미신’이라 불리는 자연철학도 포함되어 있다. 예를 들어 “북두칠성을 보고 공격하며, 오행상승에 의거하고, 귀신의 힘을 빌려 도움을 받는다”와 같은 병서의 서술은 다분히 미신적이다. 하지만 고대에는 오히려 그것이 고도의 과학이었다. 손자 역시 병음양兵陰陽(병법적인 음양론)을 이야기했는데, 지형에 따른 배치와 행군 방법을 설명하면서 음양과 ‘따르고 거스르는順逆’ 혹은 ‘등지거나 향하는背向’ 이치를 언급했다. 이와 같은 병음양적 사고는 당대의 세계 이해 방식에 기반을 둔 고대의 자연과학이다.
이렇듯 고대와 현대의 ‘과학’은 그 개념부터 차이가 있다. 리링은 이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당시 사회에서 병학이 가졌던 역할 및 특성을 부각하면서 고대의 학문 분류와 현대 분과학문적 인식 사이의 거리를 메워간다. 이러한 리링의 설명을 따라가면서 독자는 현대 사회정치학이나 군사학에 대한 인식에 갇히지 않으면서도 ‘고대의 정치철학’ 또는 ‘고대의 자연과학’이라는 식으로 보다 친숙하게 [손자]에 담긴 이치를 읽어나갈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이 책에서 리링은 병학을 중국 고대 사회·과학철학의 정수로, 그리고 병학의 최고 경전인 [손자] 사상을 중국 정치학의 뿌리로 위치지우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정치학]에서 비로소 정치와 윤리를 나누었듯, 중국의 정치학도 도덕과 결별한 뒤에 시작되었다. 이러한 형명법술刑名法術의 학문의 기초를 다졌던 법가가 진秦나라와 함께 쇠락한 이후 그 정치철학적 사고를 후세에 남긴 것이 바로 중국의 고전 병법이다. 중국 정치학의 뿌리는 병법에 있다.

二. 병법은 인류 지혜에 대한 도전이다
병법은 두 집단이 고도로 대항하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사유 방식이다. 전쟁에서는 적군의 행동에 따라 우리의 행동을 결정해야 하며, 한쪽의 상황이 변화면 다른 한쪽도 변한다. 아주 짧은 시간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며 작은 변화가 모든 것을 바꾸기도 한다. 이런 상황은 선인의 지혜나 기존의 경험적 지식을 끊임없이 갱신해야 함을 의미한다. 병법의 사유 방식이 가장 큰 지혜와 판단력을 필요로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전쟁이라는 국면에 결코 ‘완전한 지혜’란 없다. 언제나 규칙을 깨고 적의 허를 찔러야 하며, 적에게 수를 읽히지 않기 위한 변화무쌍함이 필요하다.
또한 전쟁에서는 언제나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많다. 모든 정보망을 동원하여 적의 계책과 형세를 파악하려 아무리 애써도 결코 적의 사정을 다 알 수는 없다. 그럼에도 언제나 신속한 판단을 내려야 하고, 이 판단은 군사행동으로 이어져 전군의 생사를 결정한다. 모호함 가운데서 최대한의 ‘추측’으로 마치 ‘도박’을 하듯 승부수를 띄워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지식과 추측과 미신을 동원해 그 안에서 최선의 판단을 해야만 하는 병법의 원리는, 그 자체로 기존의 ‘지혜’ 관념에 대한 도전이다. 병법은 어디까지나 불확정적인 것을 연구한다. 끊임없이 계산을 해도 한끝의 오차가 전군의 목숨을 좌우하며, 최고의 지략으로도 결과를 결코 보장할 수 없다.

三. 병법은 인류 도덕에 대한 도전이다
병법은 살인 예술이고, 군인은 직업 킬러다. 동서고금에 군대를 쓰지 않은 국가와 민족이 없었지만 어느 누구도 그것을 미화할 수 없었다. 전쟁은 결국 도덕적 비난을 받았고, 모두가 간첩을 썼다. [손자] [용간] 편에서는 “성스러운 지혜를 가진 자가 아니면 간첩을 쓸 수 없고 어질고 의로운 자가 아니면 간첩을 부리지 못하며 신묘한 자가 아니면 간첩으로써 성과를 얻지 못한다”며 간첩을 쓰는 일을 최고의 지략으로 칭송한다. 병법과 도덕이 충돌을 일으킨 역사는 이미 오래되었으나 간첩의 종류를 상세히 소개하고 나아가 간첩을 성인으로 추대한 [손자]의 서술은 중국사상사 안에서도 오랫동안 논쟁거리였다.
그러나 실제로 군대를 운용하는 문제에서 도덕을 기반으로 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병법은 적을 살상하면서 승리를 다투는 기술이며, 전쟁에서 이간과 속임수는 오히려 생존의 열쇠가 된다. 그러므로 병법은 고지식함을 경계하고 적을 속이라 말하고, 간첩을 써서 적을 이간하는 것을 최고의 지혜로 여기며, 적지에서 약탈하는 자를 포상할 것을 권한다. 송나라 양공襄公이 홍강의 전투에서 상대편이 진열을 정비하도록 기다려주었다는 고사를 듣고 유가에서는 송 양공의 인격을 칭송하겠지만, 그 인격 때문에 결국 송나라는 대패하고 양공은 죽음에 이르렀으니 병가에서 이 일화는 조롱거리가 된다. 이렇듯 병법은 오래전부터 기존 도덕관념에 대한 최대의 도전이었다.
다만 이 책에서 리링은 ‘도덕에 도전’한 병가의 철학에서 잔혹함을 부각하며 서술의 비정함에 천착하기보다는 당시의 정황과 그 현실적 여건을 함께 분석한다. 십만 포로를 생매장할 수밖에 없는 것은 폭동과 군량 부족을 고려한 결과이며, 적지에서의 약탈을 권한 것은 이미 거듭 징발당한 자국민의 상황을 배려하면서 운송에 소모되는 비용 절감을 꾀한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독자들은 이러한 리링의 서술이 전쟁의 근본적인 잔혹성과 춘추전국이라는 시대적 상황을 폭넓게 고려하면서 병가의 사상자원을 이해하는 데 탁월한 방식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본문 구성

리링은 [손자] 열세 편을 상上, 하下 두 편으로 하여 각각을 이론편, 실전편으로 나눈다.

이론편
상편 이론편은 주로 계책을 세우는 일과 병력을 운용하는 법을 다루는데, ‘권모’(제1부)와 ‘형세’(제2부)라는 두 개념을 중심으로 하여 대체로 추상적이고 철학적 성격이 강하다.

제1부 권모權謀-제1부 ‘권모’에서 ‘권權’은 임기응변이고 ‘모謀’는 계책이다. 즉 ‘권모’란 전략, 즉 전쟁의 전체적인 국면에 대해 큰 계획을 연구하는 것을 말한다. 제1부에는 [계][작전][모공] 편을 배치했다.

제2부 형세形勢-1부에서 전략 연구를 주로 말했다면 제2부는 좀더 본격적인 전술을 설명한다. 아군의 역량을 파악하여 전투를 준비하고, 적군의 상황에 대응하여 배치를 가다듬으며, 양군의 대치에서 빈 곳과 단단한 곳 즉 ‘허’와 ‘실’을 파악하여 승리를 제어하는 방법을 논하고 있다. 제2부는 [형] [세] [허실] 세 편으로 구성된다.

실전편
하편 실전편은 실제 전투 국면에서 기동과 공격을 운용하는 법칙을 설명한 ‘전투’(제3부) 부문과 번외와 같은 특성을 가지면서도 전쟁에 없어서는 안 될 두 가지 전법을 설명한 ‘기술’(제4부) 부문으로 구성된다.

제3부 전투戰鬪-3부 ‘전투’는 적과 아군이 실전에서 이동과 공격을 함에 있어 무엇이 유리하고 무엇이 불리한지를 상세하게 다룬다. [군쟁] [행군] [지형] [구지] [구변] 총 다섯 편이 여기에 해당된다.

제4부 기술技術-4부에서는 ‘불로 공격하는 것([화공] 편)’과 ‘간첩 이용([용간] 편)’이라는 가장 강력하고 예외적인 두 가지 무기를 설명한다. 이 두 가지는 전쟁의 승패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지만 섬세한 주의와 많은 지혜를 요하기 때문에 리링은 이를 ‘첨단 기술’이라 분류한다.

목차

고전으로 다시 돌아가다_ 펑유란과 후스의 차이를 함께 논함_05
서문_26
자서自序_27
들어가며_36

 

上 이론편

 

제1부_ 권모權謀: 전쟁의 삼부곡三部曲-묘산, 야전, 공성
【제1편】 계計: 조정에서의 계획-계책을 중시함貴謀_77
【제2편】 작전作戰: 천 리 밖의 승리를 결정함-속도를 중시함貴速_111
【제3편】 모공謀攻: 강공보다는 지략으로 승리-온전함을 중시함貴全_147

제2부_ 형세形勢: 병력의 배치-형, 세, 허실
【제4편】 형形: 많고 적음의 운용 1-전투 준비_187
【제5편】 세勢: 많고 적음의 운용 2-적군에 대응함_213
【제6편】 허실虛實: 많고 적음의 운용 3-승리를 제어함_245

 

下 실전편

 

제3부_ 전투戰鬪: 기동에서 공격까지-장수, 사병, 지형
【제7편】 군쟁軍爭: 누가 더 빠른가-돌아가는 길이 더 빠르다_283
【제9편】 행군行軍: 4가지 행군 지형-숙영과 경계_313
【제10편】 지형地形: 여섯 가지 작전 지형-여섯 가지 패배_343
【제11편】 구지九地: 아홉 가지 전쟁터-지리와 심리_369
【제8편】 구변九變: 병법가는 고지식함을 가장 싫어한다_411

제4부_ 기술技術: ‘첨단 기술’-화공과 용간
【제12편】 화공火攻: 화기 시대의 서막-다섯 가지 불의 이용_437
【제13편】 용간用間: 간첩을 쓰지 않으면 이기지 못한다-간첩의 다섯 가지 운용_461

 

주_491

 

미리보기

◆ ‘가장 유연하고 가장 지혜로운’ 『손자』의 핵심 철학으로 안내함
『손자』는 계산을 매우 중요시한다. 그 증거로 책의 시작인 1부의 세 편이 모두 전략을 다루고 있다. 제1편의 경우 시작부터 묘산, 즉 조정에서 머리를 맞대고 계책을 궁리하는 단계를 설명한다. 이 단계의 핵심은 피아의 이익과 상황을 헤아려 앞으로의 작전에 유리한 ‘세勢’를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이토록 계산을 중시하면서도 손자는 동시에 ‘계산을 통한 앎’의 한계를 말한다.

병가의 사유는 적군과 아군 쌍방의 격렬한 대립 가운데서 생겨난 것이지 정태적인 관찰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피아가 서로 암투를 벌이는 상황에서 적이 변하면 아군도 변한다. 순식간에 모든 것이 변하고 또 변한다. 묘산상의 계획은 전쟁에 돌입하게 되면 상황에 따라 부단히 수정을 요한다. 묘산은 전장에 투입되면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이미 알고 있는 것이 얼마나 되던 모든 계획은 미지의 것들이며 따라서 개연성과 모호성을 띠고 있다. ‘모든 것을 전부 계산에 포함시키는 일滿打滿算’은 가능하지 않다. 아무리 치밀하게 생각해도 ‘계획이 주도면밀해서 빈틈이 없는 상태算无遺策’에 이를 수는 없다. _「계計」

‘모든 것을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손자의 말은 액면만을 보면 ‘계산’의 한계를 지적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렇게 이해하면 책 전체에 걸쳐 ‘계산’을 중시하는 『손자』의 사상을 파악하기 어렵다. 리링의 설명에 따르면 여기서 ‘계책이 빈틈없는 상태에 이를 수 없다’는 말은 전략의 불완전함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전략을 세우는 자가 항상 유념해야 할 전쟁의 현실을 설명하고 있다. 사전의 계산은 결코 완벽할 수 없기 때문에, 전투가 시작되면 그 국면마다 이 계산은 부단히 수정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원칙 때문에 병법은 ‘행동철학’이자 ‘투쟁철학’인 것이다. 이렇게 항상 변수를 염두에 두고 유연하게 대응하는 지혜를 꾀하기 때문에, 병법의 철학이 “가장 지혜로운” 것이다.

 

◆ 해석 논쟁을 정리하면서 큰 그림에서의 이해를 돕다
또한 리링은 본문 구절들을 하나씩 설명하면서 기존에 잘못 해석된 부분을 지적하거나 논쟁을 정리하고 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사람을 버리고 세에 의지한다故能擇(釋)人而任勢”는 구절은 오랫동안 잘못 해석되어왔다. 사람을 선택해 ‘세’에 활용한다는 의미로 여겨졌는데, 늦어도 당 이후부터 잘못된 듯하다. 여기서 ‘택擇’은 사실 ‘석釋’, 즉 버림, 포기함의 의미로 읽어야 한다. 즉 이 문장이 말하는 것은 사람에 의지할 것이 아니라 세에 의지하라는 것이다. 『육가요지六家要旨』에서 말하기를 “대도大道의 요지는 건강을 버리고 총명을 물리치는 것이니, 이것을 버리고 도술에 맡긴다至大道之要, 去健羨, ?聰明, 釋此而任術”라고 했다. 이는 도가의 정신을 대표적으로 드러낸 매우 중요한 구절로, 형명법술의 근본에 해당한다. 『손자』에서 사람을 버리고 세에 맡긴다는 말은 바로 이러한 사상과 일맥상통한다. _「세勢」

 

◆ 『손자』의 기발함을 강조하면서도 모호한 본문을 명쾌하게 해석

『손자』 본문에는 얼핏 보면 역설적인 내용이 많아, 그 의미가 쉽게 와 닿지 않는다. 이를테면 손자는 병법이 이기기 위한 전략이라고 하면서도, ‘백전백승’을 최고로 여기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는 손자의 전체 철학에 비추어보면 모순되는 말은 아니다.

‘백전백승’은 본래 좋은 단어로, 최고의 상황일 것 같다. 하지만 손자는 그것이 “잘한 것 중의 잘한 것善之善者”이라 할 수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잘한 것 중의 잘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싸우지 않고 적군을 굴복시키는 것’이다. 여기서 관건은 ‘싸우지 않는不戰’것이다. 몇 번 이겼는가에 상관없이 ‘싸워서 이기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싸우지 않고 승리하는 것’과는 동등하게 논할 수 없다. 손자는 이러한 원칙에 따라서 전쟁 수단을 정리하고 소개한다. 그 순서는 ‘계책을 공격하는 것伐謀’이 첫 번째, ‘외교를 공격하는 것伐交’이 두 번째, ‘병력을 공격하는 것伐兵’이 세 번째, ‘성곽을 공격하는 것攻城’이 네 번째다. _「모공謀攻」

즉 ‘백전백승’이 최고가 아닌 것은 백 번 싸워 백 번 이기는 것보다 싸우지 않고 승리하는 것이 이득이기 때문이며, 이는 말하자면 ‘계책을 공격하는 것伐謀’으로서 계책을 가장 중시한 손자의 전체 개념과도 상통한다. 『손자』에는 이와 같이 얼핏 모순되는 구절이 꽤 많다. 「군쟁軍爭」 편에 나오는 “돌아가는 길을 곧은길로 삼는다以迂?直” “불리한 상황을 유리한 것으로 삼는다以患?利”는 구절도 마찬가지다. 리링은 이 부분을 논할 때도 “손자가 역설적 사고를 하기 때문에 반상식적인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허심탄회하게 짚어내면서 편 전체 흐름에 맞춰 명쾌하게 해설하고 있다.

지은이/옮긴이

지은이

리링李零

『손자』와『논어』연구의 명실상부한 최고 권위자 리링 교수는 1948년 중국 허베이 성에서 태어나 베이징에서 성장했다. 1977년 중국사회과학원 고고연구소에 들어가 금문金文자료의 정리와 연구에 참여했고 중국사회과학원 고고학과정에서 은주殷周시대 청동기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다시 고고연구소에서 고고학 발굴에 매진하다가 농업경제연구소로 옮겨 선진先秦시대 토지제도사를 공부했다. 오랜 참여적 연구를 통해 빚어낸 명철한 지성으로 여러 고전해설서를 펴내어 선풍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철저한 고증과 참신한 시각으로 『논어』를 새롭게 풀어낸 『집 잃은 개』는 각종 도서상을 휩쓸며 큰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등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기록됐다. 1985년부터 현재까지 베이징대 중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고고학, 고문자학, 고문헌학을 종횡하는 ‘삼고三古의 대가’로 통한다. 

옮긴이
임태홍
성균관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유학대학원 한국사상사학과 및 일본 동경대학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하였다. 2003년에 동경대 동아시아사상문화학과에서 동아시아 근대사상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성균관대학교 유교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한중일 삼국의 ‘사(士)’ 개념 비교 고찰](2011), <2009년도 일본의 유학, 고학, 국학연구 동향>(2010), <다다노 마쿠즈의 천지간 박자개념>(2009) 등이 있으며, 저서로는 <동아시아의 자국인식―신화와 근대종교로 본>(2014), <일본 사상을 만나다>(2010), 역서로는 <쌍전>(공역, 2012), <논어징>(공역, 2010)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