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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녀전 비범한 여인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 지은이 | 유향
  • 옮긴이 | 이숙인
  • 발행일 | 2013년 07월 01일
  • 쪽   수 | 712p
  • 책   값 | 29,000 원
  • 판   형 | 152*223
  • ISBN  | 9788967350567
책소개 목차 미리보기 지은이/옮긴이
책소개

여성을 정면으로 다룬 유교 문화권 최초의 고전
장대한 스케일로 펼쳐지는 여성적 사유와 삶

기원전 마지막 세기에 나온 [열녀전]은 동아시아 2000년 역사에서 고전의 권위를 충분히 누려왔다. [열녀전]이 세상에 나오자 유사 [열녀전]이 줄을 이었고, 동아시아 여러 나라는 이를 수입하여 다각도로 소비했다. [열녀전]은 [소학]이나 행실도류의 교훈서에서 지식의 원형으로 역할했고, 지식인들의 서재에서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데 활용되었다. [열녀전]은 역사서로도 문학서로도 널리 읽혀왔다.

1세기의 반소班昭에서 시작된 [열녀전] 주석은 19세기 말에 이르기까지 그 시대를 대표하는 학자들, 특히 여성학자들에 의해 이뤄졌다. 교감학이나 훈고학적인 작업이었던 전통시대의 주석본은 기록으로 전해오는 것만 해도 10종이 넘는다. 근대 동아시아 100여 년의 역사에서도 [열녀전]은 1960년대 일본을 시작으로 각 나라의 현대어 역주본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열녀전] 역주의 2000년 역사가 말해주듯, 그것은 인간 및 남녀관계의 재구성을 요청하는 각 시대정신의 반영이었다.
역자는 20년 전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하면서 [열녀전]을 만났는데 중국 고대의 여성사상을 주제로 한 학위논문과 [열녀전]은 시대적으로 딱 겹쳤다. 유교 경전과 제자백가의 문헌을 섭렵하면서 만나게 된 사람들, 권력이나 덕성이 유별난 인물이나 역사의 흐름을 좌지우지한 인물이라면 어김없이 [열녀전]의 주인공이었다. 크게는 ‘그 남자를 키운 여자’ 아니면 ‘그 남자를 망친 여자’의 틀이지만 그 사이에는 다양한 변주가 일어나고 있었다.
“공식 역사의 뒤편에서 또 다른 역사를 만들어온 [열녀전]의 인물들은 저마다의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그 생동감 넘치는 활동을 우리 글로 살려내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다”고 역자는 밝히고 있다.
이번에 나온 [열녀전]은 기존 번역의 한계를 보완하여 좀 더 완전한 형태를 갖추고 싶다는 역자의 열망에서 시작되었다. 중국과 일본에서 나온 새 역주들과 한국과 미국에서 나온 [열녀전] 관련 연구물들은 새로운 작업을 부채질했다. 그래서 이번 작업에서는 기존 번역의 오류를 바로잡는 데 힘썼고, 풍부하고 상세한 역주로 정보의 질과 양을 높이고자 노력했다.

 

이렇게 해서 나온 이 책은 크게 네 가지 특징을 지닌다.

첫째, 사부총간본四部叢刊本과 [열녀전보주] 8권(왕조원)을 저본으로 삼았다. 이것은 [열녀전]의 다양한 판본 및 주석본을 비교한 결과 나름의 기준으로 선택한 것이다.

둘째, [속열녀전]을 포함시켜 [고열녀전] 8권의 완역을 지향했다. 유향의 [열녀전]은 7권이지만 송대 이후에는 [속열녀전]을 포함한 [고열녀전] 8권으로 통용되었다는 점과 주요 판본 및 주석본도 이것을 따르고 있다는 점에서 [속열녀전]을 배제할 이유가 없었다. 게다가 [속열녀전] 20편에는 역사적 사실에 기초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이 실려 있다.

셋째, [고열녀전]의 해제를 따로 편성해 넣었다. 해제에서는 책의 성립 및 저자 유향에 대한 논의와 총 8권으로 이루어진 각 권의 주제 및 내용을 다루었다. 그리고 1세기부터 시작된 [열녀전] 주석의 역사를 정리하고 의미화하는 데 상당한 지면을 할애했다.

넷째, 그림의 위상을 높였다. 각 전기에서 풀어내는 이야기의 중요한 장면을 묘사해낸 그림은 전기 속의 상황을 효과적으로 재현해준다는 점에서 중시되었다. 이에 저본인 사부총간본의 그림보다는 전달력이 강하고 예술성이 높은 명나라 화가 구영仇英이 그린 [열녀도]를 편집하여 넣었다.

[열녀전]은 저자 유향 등이 기존 문헌 속의 인물을 선별하여 단순히 편집한 것이 아니라 시대의 요청과 저자의 의도에 들어맞도록 이야기를 변형시킨 것이다. 여기에는 역사와 서사, 사실과 허구가 혼재되어 있다. 예컨대 우리에게 당연한 역사적 사실처럼 되어버린 맹모孟母의 ‘삼천지교三遷之敎’는 [열녀전]에서 처음으로 나온 이야기다. 맹자 관련 어떤 기록에서도 그 모친의 교육열을 증거해줄 만한 내용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맹자]에는 그가 어머니의 상례를 아버지보다 더 크게 치른 것에 대한 사람들의 질문을 받고 그것을 해명하는 내용이 실려 있다. 맹모의 사례처럼 [열녀전] 대부분의 기사는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에서 키워드 하나를 뽑아내고 거기에 상상력을 불어넣어 그럴듯한 이야기로 만들어낸 것이다. 그 이야기의 메시지 속에는 저자 유향이 인식한 시대정신이 들어 있을 것이다. [열녀전]에서 창조된 맹모의 교육열은 과거科擧를 통한 중국의 관료제 국가체제에 조응하는 이데올로기로 활용되었다. 교육과 출세의 인과관계가 어머니의 욕망을 자극하고 어머니의 능력을 부채질하게 된 것이다. ‘맹자 문명권’에 속한 우리 사회도 조선시대 현모에서 오늘날 교육 환경이 좋다는 곳으로 철새처럼 옮겨 다니는 맹모의 후예들로 넘쳐난다. 이제 자녀의 미래는 어머니의 교육에 달려 있다는 것이 상식처럼 되어버렸다. 이러한 상식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맹자와 그 어머니가 활용되는 것이다. [열녀전]의 맹모와 그 이후 어머니들의 대활약, 그 사이에 고전 읽기의 비밀이 있다.

 

[열녀전]은 어떤 책이고 유향은 누구인가

[고열녀전](이하 [열녀전])은 여성을 정면으로 다룬 유교문화권 최초의 저작으로 모두 8권 124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한前漢(기원전 202~기원후 8)의 사상가 유향劉向(기원전 77~기원전 6)이 지은 이 책은 [열녀전] 또는 [유향 열녀전]으로 불려왔다. [열녀전]의 존재가 최초로 언급된 곳은 [한서漢書] [예문지藝文志]로 ‘열녀전송도列女傳頌圖’라 했다. [열녀전]에 첨부된 송頌과 도圖를 중시한 것이다. 유향의 [열녀전]은 [고열녀전]으로 불렀는데 ‘고古’라는 명칭은 ‘현재今’의 시점이 반영된 것으로 후대에 붙여진 것임을 알 수 있다.

처음에 유향은 경사經史의 기존 문헌에 등장한 여성 인물을 선별하고 재구성하여 [열녀전] 7권 104편을 만들었다. 편당 한 인물씩 배치했는데, 서너 편의 예외가 있어 수록된 인물의 숫자는 110명 남짓하다. 이 [열녀전]의 주인공은 거의 모두가 유향의 앞 시대인 선진先秦시대의 인물들이다. 이어서 유향의 시대인 전한前漢과 뒤따른 후한後漢에서 특출한 이름을 남긴 여성을 뽑아 20편의 후속편이 나왔다. [속열녀전]이라고 하는 이것은 유향이 아닌 후대 사람이 만든 것이지만 그 구성과 서술은 유향의 [열녀전]과 유사하다. 유향의 [열녀전]과 [속열녀전]을 합본하면 상고上古에서 한대(기원전 220~기원전 202)까지, 중국 고대의 여성 전기집이 갖춰지는 셈이다.

유향의 [열녀전]은 여러 차례 전사傳寫되다가 송대에 이르러 고본古本이 없어졌는데, 여기서 재편집이 이루어졌다. 이때 유향의 [열녀전] 7권에 [속열녀전]을 합쳐서 [고열녀전] 8권이 만들어졌다. 즉 [열녀전] 제8권이 [속열녀전]인 것이다. 이때 이루어진 것이 현존하는 여러 판본의 근간이 되었다. 유향의 [열녀전]은 곧 [고열녀전]과 동의어가 되었다.
[열녀전]에 소개된 대부분의 여성은 역사 또는 신화에 나오는 인물들이지만 유향이 만들어낸 가공의 인물도 있다. 또한 역사에 그 이름을 남긴 여성이라도 한 줄 기사로 잠깐 등장했던 인물이 많다. 유향은 이들에게 살을 붙이고 혼을 불어넣어 하나의 이야기로 빚어내 [열녀전] 7권으로 완성한 것이다. 이에 비해 [속열녀전]에 수록된 한대의 여성들은 역사적 기록과 대체로 부합한다. [열녀전]에 나오는 역사 및 신화 속 여성들은 동아시아 유교문화권 여성상의 방향 정립에 적극 활용되었다. 그리고 이 [열녀전]은 여성 전기를 역사 서술의 한 장르로 정착시킨 계기가 되었다.

[열녀전]의 ‘열녀列女’는 줄지어 있듯 ‘많은 여성’이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 정절을 위해 목숨을 걸었던 그 열녀烈女와는 뜻이 다르다. 다만 많은 여성, 열녀列女 중에는 정절을 위해 목숨을 건 열녀烈女도 있다. 그런데 유향이 생각한 여성은 다양한 조건 하에서 다양한 형태의 삶을 산 여성들이지 정절이나 순결을 필생의 의무처럼 여긴 그런 존재들은 아니었다. 그러던 중 가부장제가 심화되는 역사적 전개를 따라 다양한 유형의 여성 ‘열녀列女’는 정절을 지킨 여성 ‘열녀烈女’로 축소되었다. 다시 말해 여성 전기라 함은 중국의 역대 사서史書는 물론 조선에서도 정절을 지킨 ‘열녀烈女’들로 채워졌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여성의 행적이나 유형을 다양하게 모색한 [열녀전]은 고전으로서의 규모를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열녀전]의 저자 유향은 전한을 대표하는 학자로 한 고조 유방劉邦(기원전 247~기원전 195)의 후예다. 본명은 경생更生이고 자字는 자정子政이다. 그는 황실 종친으로서 30여 년간 관직생활을 했는데, 황궁의 장서고藏書庫였던 석거각石渠閣에서 수많은 서적을 정리·분류·해제하는 사업을 행한 것이 그의 중요한 업적이다. 또 오경五經의 강론과 찬술에 온 힘을 쏟아 경학·사학·문학·목록학 등 각 방면에 걸쳐 많은 업적을 남기기도 했다.

그런 유향을 가리켜 반고班固(32~92)는 “순하고 담백하며 도를 즐기는 성품으로 세속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고, 오로지 학문에 몰두하며 낮에는 독서하고 밤에는 도리를 탐구하여 날 새는 줄 몰랐다”([한서])고 평가했다. 타고난 학구파 유향은 역대 문헌들을 정리하고 목록화하면서 얻어낸 정보와 아이디어로 역대 여성들의 전기집을 기획했던 것 같다. 여기에는 분류를 통해 하나의 일관된 의미체계를 갖추려고 한 저자의 의도와 목적의식이 강하게 반영되었다. 열녀列女라는 여성 유형학은 여성을 좀 더 철저히, 정확하게 파악해보려고 했던 유향 나름의 방법이었을 것이다.

유향이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를 쓰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가 본격적인 정치활동을 하게 된 원제元帝(재위 기원전 49~기원전 33) 및 성제成帝(재위 기원전 33~기원전 7)의 치세기에는 외척과 후궁의 득세가 유난히 두드러졌다. 실제로 원제 때는 외척이 등장하여 횡포를 부리자 유향이 그들을 몰아내려고 상서上書를 썼다가 발각되어 하옥되기도 했다. 그는 원제의 외척 왕봉王鳳을 비롯한 왕씨들의 전횡을 경계하기 위해 역대의 상서祥瑞와 재이災異의 사실들을 정리하여 [홍범오행전洪範五行傳]을 짓기도 했다. 그로부터 10여 년 후 성제가 즉위하자 유향은 중랑中郞의 직책으로 복직되었다. 그런데 다시 성제의 후궁 조비연 자매의 횡포에 직면했고, 이에 황제를 정점으로 한 유씨 권력의 회복을 기획하게 되었다.

고대 문헌을 꿰뚫고 있던 유향은 과거 역사 속 여성들의 역할과 미덕을 재확인하고, 권력 측근의 여자들이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등을 선악善惡, 미추美醜의 틀로 분류했다. 후세의 사가들은 “한나라 성제 때 유향이 처음으로 삼대三代의 현비와 숙녀, 음녀와 악녀를 흥망성쇠의 원인으로 보아 그 유형을 분류하여 열녀전이라 한 것”이라고 했다. 유향은 [열녀전]의 송頌·도圖를 병풍으로 만들어 성제에게 헌납하여 늘 볼 수 있도록 했다.

유향은 사상적으로 유교적 이념과 가치에 경도되어 있었던 듯하다. 그의 시대는 한 무제漢武帝(기원전 156~기원전 87)에서 약 5세대가 지난 시점이다. 그가 자질과 덕성을 갖춘 여성상을 추구하면서 그 존재론적이고 당위론적인 모델을 제시한 것은 유교적 통치의 맥락에서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유향이 기원전 26년에 아들 유흠劉歆(기원전 53~기원후 25)과 함께 시작한 조정의 서적을 교감하는 작업은 그의 사후에도 이어졌다. 이것은 고대 문헌의 상태를 전하는 [한서] [예문지]의 기초가 되었다. 아들 유흠은 중국 최초의 체계적인 서적 목록 [칠략七略]을 완성하기도 했다. 현재까지 전하는 유향의 저작으로는 [열녀전] 외에 그의 정론을 담은 [신서新序]와 교훈적 이야기를 담은 [설원說苑] 등 이 있다.

 

[열녀전] 8권의 구성과 내용

[열녀전] 8권은 중국 고대의 역사·신화에 등장한 여성을 그 행적이나 역할에 따라 일곱 유형으로 나누었다. 그것은 ‘훌륭한 어머니’ ‘현명한 아내’ ‘지혜로운 여성’ ‘예와 신의를 지킨 여성’ ‘도리를 실천한 여성’ ‘지식과 논리를 갖춘 여성’ ‘나라와 가문을 망친 여성’이다. 제1권에서 제7권까지는 각 권의 주제 아래 약 15명씩 배치했다. 제8권의 20편은 주제 없이 나열식으로 구성되었는데, 각 편에 실린 인물은 앞의 일곱 유형 중 하나에 해당된다. 후인이 지었다고 하는 제8권도 유향의 분류의식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각 권의 구성을 보면 제1권에서 제7권까지는 각 편이 시작되는 부분에 그림이 있고, 역사 인물의 전기를 산문 형식으로 서술한 본문이 있으며, 말미에는 주인공의 핵심적인 행위를 짤막하게 요약한 운문 형식의 송頌과 찬贊이 있다. 즉 군자의 논평을 인용하고 [시경詩經]을 논거로 삼아 자신의 이야기를 객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사용된 “군자왈君子曰”의 논법은 [좌전]이나 [국어] 등에서 흔히 사용했던 서술 방식이고, [시경]을 논거로 삼은 것은 [논어]나 [회남자] 등에서 사용되던 서술 습관이다. 그런데 제7권 [얼폐전]은 송은 있으나 찬이 없고, 제8권 [속열녀전]은 송과 찬 모두 없다.

그러면 [열녀전] 각 권의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제1권 [모의전母儀傳](14편)은 어머니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한 인물들의 전기다. 상고시대 각 부족의 시조나 고대 왕국의 창설자를 낳아 기른 어머니들, 그리고 춘추전국시대에 활약한 역사 인물들의 어머니를 소개하고 있다. 이 [모의전]은 요임금의 두 딸 아황과 여영이 순임금에게 시집가 백성의 부모가 된 이야기 ‘유우이비有虞二妃’로 시작된다. 이에 따르면 그녀들은 천자의 딸임에도 교만하지 않았고 근검과 지혜로써 미천한 신분의 남편을 잘 보좌하여 천자의 자리에 오르게 한 인물이다. 여성 서술의 역사, 그 서막을 연 순임금의 두 아내는 미천한 신분의 남편을 내조하여 성공시킨 여성 유형으로 우리 전래동화 [평강공주와 바보온달]의 원형이라 할 수 있다.

이어지는 주족周族(제2장)과 은족殷族(제3장), 하족夏族(제4장) 각 시조의 탄생과 성장 이야기는 모두 그 어머니의 신이한 잉태와 적극적인 교육을 부각시키는 방식으로 구성되었다. 여기서 시조는 모두 남자다. 하지만 그에게는 어머니만 있고 아버지는 없다. 이 ‘아버지 없음無父’이란 다양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이것은 시조의 잉태를 자연교감과 연결시켜 시조에게 절대 권력을 부여하기 위한 장치일 수 있다. 시조의 시대는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모계씨족 사회였음을 말해주는 것일 수도 있다.
다음으로 은 왕조와 주 왕조 창설에 절대적인 공헌을 한 여성들과 맹자를 비롯한 춘추전국시대에 활동한 역사 인물들의 어머니가 소개되었다. 여기서 소개된 주나라 왕실의 세 어머니 태강·태임·태사는 이후 동아시아 유교문화권 여성의 최고 모델이 되어온 인물들이다. 한국의 역사 인물 신사임당이나 성리학자 임윤지당은 모두 문왕의 어머니 태임을 자신들의 호號에 반영함으로써 그녀의 존재감을 확인시켜주었다. 어머니의 모범을 다루는 [모의전]의 취지는 성공한 사람들 뒤에는 훌륭한 어머니가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제2권 [현명전賢明傳](15편)에는 아내로서 모범을 보인 인물들이 실렸다. 춘추시대를 주름잡았던 이른바 춘추오패春秋五覇의 아내들, 미천한 남편을 사회적 성공의 길로 이끈 아내들이 주를 이룬다. 여기에 소개된 대부분의 현처賢妻는 남편에게 맹목적으로 순종하는 유형이기보다 남편에 대해 비판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진정한 의미의 파트너십을 이룬 여성들이다. 특히 가난한 가운데 서로를 존중하고 자기 충족적인 삶을 실천한 아내들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여기 소개된 초나라 접여나 오릉은 유명한 고사를 남긴, 제자백가에 의해 회자되던 은일자隱逸者들이다. 세속의 부와 권력에 연연하지 않은 자유로운 영혼들이었다. [현명전]은 이들에게 있던 삶의 지식과 논리가 그 아내와의 합의를 통해 이루어진 것임을 보여준다. 특히 [현명전]은 남편에 대한 순종이나 동일화를 지향하는 내조의 개념을 좀 더 다양한 유형으로 확장시켜주는 의미가 있다.

제3권 [인지전仁智傳](15편)은 덕과 지혜를 갖추고 사물과 사건의 관계를 풀어간 여성들의 이야기다. 어떤 이는 천도天道의 운행에 근거하여 인간사회의 잘못된 관행이나 사고를 비판했다. 초나라 무왕의 부인 등만鄧曼은 “만물이 융성하여 극에 달하면 반드시 쇠퇴의 길을 향하게 되고 해가 중천에 떠 있다가도 점점 옮겨 서쪽으로 가듯이 가득 차면 기우는 것이 자연의 도”(초무등만楚武鄧曼)라고 하며 부귀와 권력으로 인한 인간의 오만과 교만을 경고했다. 또 초나라 장왕의 장관으로 선정善政을 행한 정치가 손숙오는 “황천은 사사롭지 않으며, 오로지 덕 있는 자를 돕는다”고 한 어머니의 가르침으로 성장했다.(손숙오모孫叔敖母)
유향이 평가한 여성의 능력에는 사태나 사건을 객관화시켜 합리적인 판단을 행하는 것도 포함되었다. ‘조나라 장수 괄의 어머니趙將括母’는 아들이 대장군에 임명되자 왕을 찾아가 그 인사의 부당함을 낱낱이 제시했다. 아들 괄은 명장이었던 아버지와는 달리 권위를 내세워 교만과 독선을 일삼고 재물 불리기에 급급하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전투를 이끌 수장의 자격을 갖추지 못한 아들은 패망할 것인바, 이 사실을 미리 알렸으니 패망한 장수의 가족에게 부과된 연좌제를 없애달라고 했다.
[인지전]의 여성 지혜는 대개 어머니나 아내의 역할에 활용되거나 국가의 부강에 기여했다. 특히 어머니, 아내, 딸을 가족 내적 존재로서보다 국가의 구성원으로 호명한 것은 유향의 여성 인식이 보여주는 중요한 특징이다. 여성도 국가의 일원으로 ‘충忠’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설정은 여성에 대한 존재론적인 확장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유교적 이념이 심화되는 역사적 전개에서는 여성의 존재와 가치를 가족의 범주로 한정했는데, 이는 여성의 활동을 축소시켰다는 측면에서 [열녀전]보다 퇴보한 것이다.

이하 제4권 [정순전貞順傳](15편)은 예를 실천하고 정절과 신의를 지킨 여성들을 실었는데, 그 일부는 열녀烈女에 가까운 유형들이다. 그들은 남녀관계에서 요구된 예를 목숨보다 귀하게 여겼고, 한 남자에 대한 신의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신체를 훼손하거나 죽음도 마다하지 않았다. ‘정절과 순종’을 함축하는 [정순전]의 여성들은 이후 남성들의 역사에 적극적으로 인용되었다.

제5권 [절의전節義傳](15편)은 다양한 관계 속에서 인간의 도리를 실천한 여성들을 실었다. 이들은 신하된 자격으로 충忠을 실천했고, 숙모, 고모, 계모, 누이, 첩, 시녀, 유모, 보모로서 사랑과 의리를 몸소 보여줬다. 절녀節女의 유형 또한 다양하다. 남편과 아버지 사이에서 고민하다 자신을 희생시키고 두 남성을 살린 ‘서울의 절녀京師節女’가 있다. 또 전쟁에서 패했는데도 죽지 않고 살아 돌아온 남편에게, “장군의 절개는 용감하여 죽기를 각오한다”고 하고 치욕스런 삶을 마감하자고 권유하여 결국 둘이 함께 자살한 ‘갑나라 장수의 처蓋將之妻’가 있다.

제6권 [변통전辯通傳](15편)에는 지식과 사리에 밝아 현실 대처능력이 뛰어났던 여성들이 실렸다. 이들은 뛰어난 논변으로 군주 정치에서 소홀히 취급된 부분을 일깨워주는가 하면 위기에 처한 아버지나 남편을 구출했다. 또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외부의 다양한 폭력을 물리친 사례들을 만날 수 있다.

제7권 [얼폐전孼嬖傳](15편)은 음란하고 방자하여 나라와 집안을 망친 여성들의 명단이다. 즉 하夏·은殷·주周 고대 왕국을 멸망으로 이끈 왕비들과 춘추전국시대를 뒤흔든 ‘악녀’와 ‘탕녀’의 계보를 보여준다. 말희末喜와 달기?己, 포사褒?는 왕조 멸망의 주역들이다.
[얼폐전]의 주인공들은 대개 일정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왕이나 제후의 부인들이다. 망국의 여성 주역들은 한결같이 아름다운 외모에 사치와 방탕을 일삼는 성격으로 묘사된다. 또 그녀들은 강한 성욕의 소유자로 남자를 현혹하는 여우로 그려졌다. 남자를 유혹한 여자와 여자에 빠진 남자의 조합은 반드시 망하게 되어 있다는 서술이 교훈서의 조건을 만족시킬지는 모르나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이기에는 문제가 있다. 고대 국가 흥망의 역사를 보면 이른바 ‘경국지색傾國之色’은 이후 역사에서 만들어낸 결과론적 해석일 수 있다. 즉 망국의 여주인공들은 정치권력과 젠더 권력의 희생자라는 생각이 든다.

제8권 [속열녀전續列女傳](20편)은 분류 없이 나열되어 있지만 각 편의 주제는 앞서 예를 든 일곱 유형 중 하나에 해당된다. 제1편에서 제15편까지는 전한 초기부터 성제 때까지의 인물들이고, 제16편 ‘효평왕후’에서 제20편 ‘양부인예’까지는 성제 이후이자 유향 사후인 후한시대 사람들이다. 이들 20편의 이야기는 역사적 기록과 대체로 부합한다. 이 가운데 제3편 ‘섭정지자?政之?’는 자신에게 닥칠 위험에도 불구하고 동생에 대한 의리를 지킨 누이의 이야기로 의리정신을 중시했던 조선에서 종종 인용되었다. [사기史記] [자객열전刺客列傳]에도 나오는 섭정의 누이가 보인 용기와 기절을 정조正祖(재위 1776~1800)는 “생사를 초월하여 기절氣節을 숭상한 점”을 들어 칭송했다. 정조는 당시 자신을 음해했다는 이유로 이웃 여인을 잔인하게 살해한 김은애의 무죄를 선포하면서 “섭정의 누이와 같은 용기와 의리를 본다”고 했다.

죄를 지은 백성을 혹독하게 다루기로 유명해 ‘사람 잡는 백정’이라는 별호를 얻은 엄연년, 그 어머니는 아들을 위해 무엇을 했는가. 후한의 개국공신 마원馬援(기원전 14~기원후 49)의 딸이자 후한 제2대 황제 명제의 황후인 명덕마후明德馬后의 내정內政은 어떤 것인가. 또 유향이 [열녀전]을 쓰게 된 중요한 계기를 마련해주었던 전한 성제의 황후 조비연趙飛燕 자매는 어떤 사람이었는가. 신新의 황제 왕망王莽(기원전 45~기원후 23)이 자신의 권력을 확보하는 방법으로 장녀를 전한 평제平帝의 황후(기원전 4~기원후 23)로 들여보낸 이야기, ‘거안제미擧案齊眉’의 고사를 낳은 양홍의 아내 맹강에 대한 이야기 등 우리에게 익숙한 고사성어의 주인공들을 만날 수 있다.

 

[열녀전]의 수용 및 주석의 역사

[열녀전]은 동아시아 유교문화권에서 여성교훈서로 널리 읽혀온 고전이다. [열녀전]이 나온 뒤, [후한서後漢書]를 시작으로 각 시대의 정사正史에서 여성열전이라는 독립적인 장르를 두게 되었다. 또 [열녀전]은 여성을 유형화하고 계열화한 여성 서사의 방식을 유포하면서 여성들의 생각과 행동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되었다. 예컨대 과부가 된 젊은 여성이 개가를 거절하는 방법으로 ‘열녀전’ 식의 행위를 전범으로 택하는 것이다. 또 근대 이전의 한국과 중국 사회에서 유사한 패턴을 보이는 열녀의 행위에서 그 원형은 기원전 마지막 세기에 마련된 [열녀전]에서 찾아진다. 한편 [열녀전]은 여성을 일곱 유형으로 나눠 생동감 있게 묘사한 덕분에 역사 인물들이 마치 살아서 우리 곁에 함께 있는 듯한 기분이 들도록 한다. 이는 시대를 초월해 형성된 인간적인 연대감 같은 것일 수도 있고, ‘공식적인’ 역사의 뒤편에서 역사를 움직인 어떤 힘들에 대한 공감일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열녀전]은 역사서이자 문학서로, 그리고 교훈서로 2000년의 역사 속에서 계속 회자해왔다.

이번에 개정증보판으로 나온 [열녀전]은 사부총간본四部叢刊本 [고열녀전古列女傳]과 왕조원王照圓의 [열녀전보주列女傳補注] 8권(대만 상무인서관, 1968)을 저본으로 [고열녀전]을 완역한 것이다. 따라서 책 제목은 ‘고열녀전’으로 해야 정확하나 여러 측면을 고려하여 독자들에게 친숙한 ‘열녀전’으로 붙였다. 본문에는 이해의 편의를 위해 명대明代 [구열녀전仇列女傳]에 실려 있는 구영실보회도仇英實甫繪圖를 실었으며, 부록으로 [열녀전] 관련 문헌 도표를 실어 연구하는 이들에게 자료로서의 기능도 충실하고자 했다.

목차

머리말
해제

 

1부 모의전母儀傳

1편 순임금의 두 부인有虞二妃
2편 기의 어머니 강원棄母姜嫄
3편 설의 어머니 간적契母簡狄
4편 계의 어머니 도산啓母塗山
5편 탕임금의 비 유신湯妃有?
6편 주나라 왕실의 세 어머니周室三母
7편 위나라의 시어머니 정강衛姑定姜
8편 제나라 딸의 부모齊女傅母
9편 맹자의 어머니鄒孟軻母
10편 노나라 계손씨 집안의 경강魯季敬姜
11편 초나라 자발의 어머니楚子發母
12편 노나라의 훌륭한 어머니 모사魯之母師
13편 위나라의 자애로운 어머니衛芒慈母
14편 제나라 전직자의 어머니齊田稷母

 

2부 현명전賢明傳

1편 주나라 선왕의 비 강후周宣姜后
2편 제나라 환공의 부인 위희齊桓衛姬
3편 진나라 문공의 부인 제강晉文齊姜
4편 진나라 목공의 부인秦穆公姬
5편 초나라 장왕의 부인 번희楚莊樊姬
6편 주남 대부의 처周南之妻
7편 송나라 포소의 처 여종宋鮑女宗
8편 진나라 조쇠의 처晉趙衰妻
9편 도 땅의 대부 답자의 처陶答子妻
10편 유하혜의 처柳下惠妻
11편 노나라 검루의 처魯黔婁妻
12편 제나라 재상의 마부 처齊相御妻
13편 초나라 접여의 처楚接輿妻
14편 초나라 노래의 처楚老萊妻
15편 초나라 오릉의 처楚於陵妻

 

3부 인지전仁智傳

1편 밀나라 강공의 어머니密康公母
2편 초나라 무왕의 부인 등만楚武鄧曼
3편 허나라 목공의 부인許穆夫人
4편 조나라 희씨의 처曹僖氏妻
5편 손숙오의 어머니孫叔敖母
6편 진나라 백종의 처晉伯宗妻
7편 위나라 영공의 부인衛靈夫人
8편 제나라 영공의 부인 중자齊靈仲子
9편 노나라 장손의 어머니魯臧孫母
10편 진나라 양설자의 처 숙희晉羊叔姬
11편 진나라 범씨의 어머니晉范氏母
12편 노나라 공승의 누이魯公乘?
13편 노나라 칠실읍의 여자魯漆室女
14편 위나라 곡옥의 노모魏曲沃負
15편 조나라 장수 괄의 어머니將括母

 

4부 정순전貞順傳

1편 소남 사람 신씨의 딸召南申女
2편 송나라 공공의 부인 백희宋恭伯姬
3편 위나라 임금의 미망인衛寡夫人
4편 채나라 사람의 처蔡人之妻
5편 여나라 장공의 부인黎莊夫人
6편 제나라 효공의 부인 맹희齊孝孟姬
7편 식나라 임금의 부인息君夫人
8편 제나라 대부 기량의 처齊杞梁妻
9편 초나라 평왕의 부인 백영楚平伯?
10편 초나라 소왕의 부인 정강楚昭貞姜
11편 초나라 백공의 처 정희楚白貞姬
12편 위나라 종실의 두 여인衛宗二順
13편 노나라 과부 도영魯寡陶?
14편 양나라 과부 고행梁寡高行
15편 진나라 과부 효부陳寡孝婦

 

5부 절의전節義傳

1편 노나라 효공의 의로운 보모魯孝義保
2편 초나라 성왕의 부인 정무楚成?
3편 진나라 태자의 비 회영晉?懷?
4편 초나라 소왕의 첩 월희楚昭越姬
5편 갑나라 장수의 처蓋將之妻
6편 노나라의 의로운 고모魯義姑?
7편 대나라의 조부인代趙夫人
8편 제나라의 의로운 계모齊義繼母
9편 노나라 추씨의 정결한 부인魯秋潔婦
10편 주나라 대부의 충직한 시녀周主忠妾
11편 위나라 공자의 의로운 유모魏節乳母
12편 양나라의 의로운 고모梁節姑?
13편 주애 고을의 두 의로운 여자珠崖二義
14편 합양의 우애 깊은 여동생?陽友?
15편 서울의 의로운 여자京師節女

 

6부 변통전辯通傳

1편 제나라 관중의 첩 정齊管妾?
2편 초나라 강을의 어머니楚江乙母
3편 진나라 장인의 처晉弓工妻
4편 제나라 사람의 딸齊傷槐女
5편 초나라의 논변 뛰어난 여자楚野辨女
6편 아곡에서 빨래하는 처녀阿谷處女
7편 조나라 뱃사공의 딸趙津女娟
8편 조나라 필힐의 어머니趙佛?母
9편 제나라 위왕의 우희齊威虞姬
10편 제나라의 추녀 종리춘齊鍾離春
11편 제나라의 혹부리 여자齊宿瘤女
12편 제나라의 버림받은 여자齊孤逐女
13편 초나라 처녀 장질楚處莊姪
14편 제나라 여자 서오齊女徐吾
15편 제나라 태창공의 딸齊太倉女

 

7부 얼폐전孼嬖傳

1편 하나라 걸왕의 비 말희夏桀末喜
2편 은나라 주왕의 비 달기殷紂?己
3편 주나라 유왕의 비 포사周幽褒?
4편 위나라 선공의 부인 선강衛宣公姜
5편 노나라 환공의 부인 문강魯桓文姜
6편 노나라 장공의 부인 애강魯莊哀姜
7편 진나라 헌공의 부인 여희晉獻驪姬
8편 노나라 선공의 부인 목강魯宣繆姜
9편 진나라 여자 하희陳女夏姬
10편 제나라 영공의 부인 성희齊靈聲姬
11편 제나라 동곽강齊東郭姜
12편 위나라 왕실의 두 음란한 여자衛二亂女
13편 조나라 무령왕의 왕후 오씨趙靈吳女
14편 초나라 고열왕의 왕후 이씨楚考李后
15편 조나라 도양왕의 왕후 창씨趙悼倡后

 

8부 속열녀전續列女傳

1편 주나라 교외에서 만난 부인周郊婦人 _590
2편 진나라의 변설 능한 여자陳國辯女 _594
3편 섭정의 누이?政? _598
4편 왕손 씨의 어머니王孫氏母 _603
5편 진영의 어머니陳?母 _607
6편 왕릉의 어머니王陵母 _612
7편 장탕의 어머니張湯母 _616
8편 준불의의 어머니雋不疑母 _619
9편 한나라 양창의 부인楊夫人 _623
10편 곽광의 부인 곽현?夫人顯 _628
11편 엄연년의 어머니嚴延年母 _632
12편 한나라 원제의 비 풍소의漢馮昭儀 _637
13편 왕장의 아내와 딸王章妻女 _642
14편 한나라 성제의 비 반첩여班?? _645
15편 한나라 성제의 황후 조비연 자매趙飛燕?? _653
16편 한나라 평제의 왕후漢孝平王后 _658
17편 경시제의 부인 한씨更始韓夫人 _664
18편 양홍의 처 맹광梁鴻妻 _667
19편 명덕 마황후明德馬后 _670
20편 양부인 예梁夫人? _681

 

부록: 관련 문헌 _690
찾아보기 _696

미리보기

유향이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를 쓰게 된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그가 본격적인 정치활동을 하게 된 원제 및 성제의 치세기에는 외척과 후궁의 득세가 유난히 두드러졌다. 실제로 원제 때는 외척이 등장하여 횡포를부리자 유향이 그들을 몰아내려고 상서를 썼다가 발각되어 하옥되기도 했다. 그는 원제의 외척 왕봉을 비롯한 왕씨들의 전횡을 경계하기 위해 역대의 상서와 재이의 사실들을 정리하여 『홍법오행전』을 짓기도 했다. 그로부터 10여 년 뒤 성제가 즉위하자 유향을 중랑의 직책으로 복직되었다. 그러너데 다시 성제의 후궁 조비연 자매의 횡포에 맞닥뜨렸고, 이에 황제를 정점으로한 유씨 권력의 회복을 기획하게 되었다.
고대 문헌을 꿰뚫고 있던 유향은 과거 역사 속 여성들의 역할과 미덕을 재확인하고, 권력 측근의 여자들은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등을 선악, 미추의 틀로써 분류했다. 후세의 사가들은 “한나라 성제 때 유향이 처음으로 삼대의 현비와 숙녀, 음녀와 악녀를 흥망성쇠의 원인으로 보아 그 유형을 분류하여 열녀전이라 한 것”이라고 했다. 유향은 『열녀전』의 송·도를 병풍으로 만들어 성제에게 헌납하여 늘 볼 수 있도록 했다.
유향은 사상적으로 유교적 이념과 가치에 경도되어 있었던 것 같다. 그의 시대는 한무제에 의해 유학이 국교화된 뒤 약 5세대가 지난 시점이다. 그가 자질과 덕성을 갖춘 여성상을 추구하면서 그 존재론적이고당위론적인 모델을 제시한 것은 유교적 통치의 맭락에서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_「옮긴이의 해제」

지은이/옮긴이

지은이
유향劉向
한(漢)나라 때의 경학자이자 목록학자, 문학가이다. 한선제 때 간대부(諫大夫)를 지냈고, 한원제 때에는 종정(宗正)을 지냈다. 한성제가 즉위한 뒤에 광록대부(光祿大夫)가 되었고, 벼슬은 중루교위(中壘校尉)를 지냈다. 일찍이 경사(經史)에 박통하여 『별록(別錄)』을 편찬하고 『곡량전(穀梁傳)』을 연구하는 등 다방면에 많은 업적을 남겼다. 반고(班固)는 유향을 가리켜 “세속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고, 오로지 학문에 몰두하며 낮에는 독서하고 밤에는 도리를 탐구하여 날 새는 줄 몰랐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저서로 『홍범오행전(洪範五行傳)』 『신서(新序)』 『설원(說苑)』 등이 있다.

 

옮긴이
이숙인
성균관대학교 동양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중국 고대 경전을 통한 여성 연구로 철학박사를 받았다. 동아시아학술원, 한국학중앙연구원 연구교수를 거처 현재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에서 한국 사상 및 고전 여성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저서로 『정절의 역사』 『동아시아 고대의 여성사상』 『조선 여성의 일생』(공저) 등이 있고, 역서로 『열녀전』 『여사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