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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쟁은 속임수다 리링의 <손자> 강의
  • 지은이 | 리링
  • 옮긴이 | 김숭호
  • 발행일 | 2012년 12월 17일
  • 쪽   수 | 928p
  • 책   값 | 48,000 원
  • 판   형 | 152*223
  • ISBN  | 9788967350321
책소개 목차 미리보기 지은이/옮긴이 추천의 글
책소개

리링 교수의 베이징대 명강의 [병이사립兵以詞立] 출간
[손자]의 유래와 변천부터 자구 고증까지 철저한 해석
[손자]를 전쟁기술이 아닌 생존철학으로 재성찰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 등 서양 병서와 비교 연구

지금까지 [손자]를 이토록 자세하고 깊이 있게, 해박하면서도 예리하고 정치하게, 무엇보다
명확하게 분석한 책은 없었다. 저자가 20년간 총력을 기울인 고증 작업이 이 한 권으로
구현되었으며, 나아가 전쟁 관련 동서양 고문헌과 현대 문헌을 통시적·공시적으로 비교 고찰해서
전쟁과 국가, 전쟁과 경제, 전쟁과 인간이라는 인류학적 주제로 우리를 이끌고 있다.

2006년 [중화독서보] 선정 ‘100권의 양서’
2006년 중국 서평잡지연합 선정 ‘올해의 인문사회과학서’
중화서국 ‘2006 우수도서상’ 2등상
전국 고적출판사 연합회의 ‘2006 우수고적도서상’ 중 ‘인기 도서상’
제3기 중국출판집단 도서상·우수기획상
중국도서출판망 등 27개 매체 평가·선정 ‘2006 10대 도서’

 

국내 최초로 출간되는 [손자]에 대한 본격 주석서이자 해설서

“서양철학사는 플라톤에 대한 긴 주석”이라는 말이 있듯, 동양에도 비슷한 말이 있다. 명나라 모원의茅元儀는 “[손자]가 가장 잘 쓰여진 병서이며, 그 밖의 병서는 [손자]를 주해註解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무비지武備志] 권1 [병결평兵訣評] 서문)라고 말했다. 병서는 중국 고대의 유산으로 수량이 매우 많은데, 대략 계산해보더라도 선진시대부터 청대에 이르기까지 4000여 종이나 된다. 이 많은 책들이 모두 [손자]에 대한 주해에 불과하다는 말은 어느 정도의 과장을 감안하더라도 [손자]의 경전적 지위를 깨닫게 해주기에 충분하다.
이런 [손자]에 대한 “최고의 해설서”의 명성을 얻고 있는 리링李零 베이징대 교수의 대표작 [전쟁은 속임수다](원제: 兵以詐立, 2006)가 드디어 한국어판으로 출간되었다. 글항아리에서 펴내는 “리링 저작선”의 세 번째 책이다. 그간 학계와 재야의 적지 않은 [손자] 전문가들이 기다려온 이 책은 [손자]에 대한 완벽한 주석과 신선한 해석으로 2006년 중국의 각종 상을 휩쓸었으며 현재까지 재판을 거듭하며 “가장 많이 읽히는” [손자] 해설서의 권위서로 군림하고 있다.
고문헌학·고문자학·고고학 등 삼고三古의 대가라 불리는 리링 교수는 지금까지 자신의 독특한 학문적 입지에 입각한 많은 고전 해설서를 펴내왔지만, [손자]는 리링 교수의 전공 중에서도 핵심 전공으로 그는 중국에서 이미 [손자] 연구의 최고 권위자다. [손자고본연구孫子古本硏究]와 [오손자발미吳孫子發微]라는 전문 연구서를 펴냈고, 이 두 책을 종합해서 다시 [손자 13편 종합연구]라는 책으로 펴낸 바 있다. 이번에 나온 [전쟁은 속임수다]는 베이징대 강연에서 교재로 써온 [손자고본연구]와 [오손자발미] 등이 이른바 기초 작업으로 마치 재료와 같아, 문헌학적 기초는 있지만 문화와 사상적 측면은 아직 전개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에서 시작됐다. 그러한 부분들은 강의를 하는 중에 온전히 말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저자는 새로운 책을 쓰려고 나도 깊이 생각하고 1999년 ‘병불염사兵不厭詐(전쟁에서는 속임수도 꺼리지 않는다)’라는 제목 아래 집필을 시도했으나 시간에 쫓겨 이루지 못했다. 그러다가 중화서국 출판사에서 직접 강연을 녹취해서 정리해서 저자에게 제공하게 되었고 드디어 [전쟁은 속임수다]가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

[전쟁은 속임수다]의 국내 번역·출판이 큰 의미를 갖는 이유는 그동안 우리가 제대로 된 [손자] 해설서를 단 한권도 갖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국내 동양학계에서 선진시대 병법 전문 연구가 거의 없다는 데 있다. 그래서 학계의 역량이 [손자] 원문 번역과 간단한 주석에밖에 닿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손자]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다양한 분야와 접목한 여러 책들이 매년 쏟아져 나왔다. 이는 곧 [손자]를 근본부터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손자]를 활용하는 것으로 냉정하게 말해 사상누각과 같으며 “배운 것을 실제로 활용한다學以致用”는 것과 “배워서 일상에 쓰는學以致庸” 것의 차이를 깨닫지 못한 것과 같다. 저자의 다음과 같은 경험담을 보자.

“[손자]에 대한 열기 가운데 주목을 끄는 것이 있으니 바로 음모와 간계입니다. 많은 사람은 [손자병법]과 [삼십육계三十六計]를 함께 묶어서 읽는데, 책이나 연속극에서도 함께 광고합니다. 한번은 경영인들에게 (베이징대학교 철학과에서 마련한) 강의를 한 적이 있는데, 내가 한참을 이야기했으나 그들은 앉지도 않은 채 왜 아직 본론으로 들어가지 않느냐고 물었습니다. 내가 다시 본론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그들은 [손자병법]과 [삼십육계]는 어떤 관계인가 하는 것이 본론이라 했습니다. 내가 말하기를, ‘하나는 2000년 전의 것이고 하나는 2000년 뒤의 것이기 때문에 어떤 관계도 없습니다. 혹시 차도살인借刀殺人(자신은 나서지 않고 다른 사람을 써서 남을 해치다), 진화타겁?火打劫(위급할 때를 틈타 남의 권익을 침해하다), 무중생유無中生有(전혀 사실이 아닌 것을 아무런 근거 없이 날조하다), 소리장도笑裏藏刀(겉으로는 상냥한 척하지만 속은 음흉하고 악랄하다), 순수견양順手牽羊(기회를 틈타 남의 물건을 가져가다), 혼수모어渾水摸魚(물을 혼탁하게 만들어 고기를 잡는다), 투량환주?梁換柱(속임수를 써서 내용을 바꾸다), 지상매괴指桑?槐(겉으로는 이 사람을 욕하면서 실제로는 다른 사람을 욕하다) 같은 것을 가르쳐 달라는 것입니까’라고 하니 모두들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이것이 오늘날의 세태입니다.”(89쪽)

 

[손자]에 대한 백과전서학적 연구가 이뤄진 중국의 상황이 이럴진대 국내라고 다를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런 시점에 리링의 [전쟁은 속임수다]의 출간은 [손자]의 경전적 진면모를 새롭게 깨닫기 위한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우선 이 책은 중국 고대 병서兵書라는 것이 어떤 역사적 맥락에서 출현했으며 [손자]라는 책의 다양한 판본이 어떻게 지금의 형태로 완성돼 왔는지에 대한 형성사적 역사를 수십 쪽에 걸쳐 매우 세밀하게 서술하고 있다. 금본今本 [손자]와 고본古本 [손자]의 체재와 내용 상의 차이점, 조조 등 역대 [손자] 주석가들의 장단점, 현대에 들어와 이뤄진 [손자] 연구, 해외에서의 [손자] 연구 등을 차례대로 읽으면서 소화할 수 있게 구성되었다.
그리고 [손자]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사람들을 위해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 대해서도 1개 장에 걸쳐 다루고 있다. 병서의 저자는 주로 군인이고 독자도 군인일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전통적 군인의 독법’부터 시작해서 ‘전통적 문인文人의 독법’ ‘손자병법 응용 연구’ ‘손자에 대한 철학적 접근’ 등으로 이어가면서 설명하고 있다. 이 책 [전쟁은 속임수다]에서 저자는 [손자]의 사상적 차원에 큰 의미를 두고 있고 병법 기술적 차원도 인간행동학의 차원에서 심도깊게 접근하기 때문에 특히 아래와 같이 독자들에게 의미있는 충고를 하고 있다.

“싸움은 몸을 쓰는 일일 뿐만 아니라 정신도 쓰는 일입니다. 우리는 철학가만 철학을 잘 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병법에도 철학이, 그것도 아주 심오한 철학이 있습니다. 철학이란 무엇입니까? 모든 지식 가운데서 개괄하고 정련해낸 것이며, 우유막처럼 위에 떠 있는 것이어서 어떤 것도 결코 붙지 않으며 어떤 것도 결코 관리할 수 없습니다. [손자]에는 철리哲理가 매우 많고, 다른 병법에 비해 더욱 많으며, 특히 행동학行動學에 대해 매우 깊은 이해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어떤 철리이든지 그것이 의지하고 있는 각종 실제 지식을 벗어나서 무절제하게 말하고 현학적으로 말한다면 그것은 바로 만병통치약과 다름없는 엉터리입니다. 역사상 문인은 [손자]를 읽으면서 멋진 구절만 가려 뽑고, 대부분 글자 표면상의 뜻에만 머물러서 사상의 깊이가 부족합니다.”(91쪽)

 

1984년 리쩌허우李澤厚는 [손자·노자·한비자를 함께 이야기하다孫老韓合說]에서 손자에서 노자 사상이 나오고, 다시 한비의 사상이 나왔다고 하면서, “병가에서 도가道家가 나오고 다시 법가法家가 나오고 다시 도법가道法家가 나온 것은 한 가닥의 매우 의미 있는 사상적 실마리이다”라고 했다. 중국 사상은 [손자]의 군사軍事에 관련된 변증법에서 발전해 [노자]의 철학 사상이 나왔고, [노자]의 철학 사상에서 발전해 [한비자韓非子]의 제왕술帝王術이 나왔으며, 마지막에 [한비자]에 이르러 ‘사람의 정신과 지혜를 돕는다益人神智’라는 개념이 나오게 되었다는 것인데, 저자는 한 글자 한 구절이 “매우 날카롭고 냉정하며 깐깐하지만 또한 모두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한다.
다음으로 저자는 세계적 안목에서 [손자] 읽기를 주문하고 있다. [손자]는 세계에서 쓰여진 많은 병서 가운데 하나라는 점을 철저하게 인식한 바탕 위에서 특히 일본의 [손자] 연구를 일일이 검토하고 소개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백미는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을 한 구절 한 구절 [손자]와 대비해서 그 체재상의 차이, 전쟁을 바라보는 관점의 공통점과 차이, 구체적인 병술과 전략에서의 공통점과 차이를 매우 면밀하게 고증하고 음미했다는 점이다. 이 점이야말로 [전쟁은 속임수다]가 갖는 백미의 한 측면이라고 할 수 있다.
[손자]의 경전 형성사와 [손자] 이해의 기본 방향과 방법을 논한 뒤 저자는 [손자] 13편을 한 편 한 편, 한 절 한 절, 한 글자 한 글자, 해설해나가기 시작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선진시대의 고서는 후대의 고서와 달리 대부분 한두 마디의 짤막한 말이나 단편적인 장구章句 등을 두루 모아서 만든 것이어서 원래의 말은 조리가 없고 기록한 것도 두서가 없는 탓에 정리하지 않으면 읽을 수 없으며, 정리를 잘 해야 조리가 조금 두드러지고 정리를 잘 못하면 조리가 더 미약해지기”(125~126쪽) 때문이다.
저자는 [손자] 13편을 아래와 같이 내·외편 네 부분으로 나눠서 전체 구조를 파악한다.

 

내편
(1) 권모權謀 부문 : [계] [작전] [모공] 3편
(2) 형세形勢 부문 : [형] [세] [허실] 3편

외편
(1) 군쟁軍爭 부문 : [군쟁] [구변] [행군] [지형] [구지] 5편
(2) 기타 : [화공] [용간] 2편

내편 두 부문은 군사 이론에 치중한다. 권모 부문은 전략을 위주로 하고 형세 부문은 전술을 위주로 한다. 외편 두 부문은 응용과 기술에 치중하는데, 군쟁 부문은 어떻게 군대를 이끌고 적국에 들어가는가 하는 여러 가지 구체적인 문제, 곧 협동이나 지형 등의 문제를 이야기하며, 기타 부문은 내편과 외편에 넣을 수 없는 것들로 잡편이라 할 수 있다.

목차

자서自序

제1강 『손자』는 어떤 책인가
『손자』는 전쟁학의 경전이다 | 『손자』가 경전이 된 과정 : 1에서 7까지 | 최소한의 참고서

제2강 『손자』, 어떻게 읽을 것인가

전통적 군인의 독법 | 전통적 문인文人의 독법 | 『손자병법』과 응용 연구 | 『손자병법』과 철학 연구 | 세계적 안목으로 『손자』 읽기 | 외국 사람에게 배운다 | 『손자병법』과 전반적 서구화 | 『손자병법』과 현대 중국 | 마오쩌둥과 『손자병법』 | 궈화뤄郭化若와 『손자병법』

제3강 제1편 (시始)계計

부록 『전쟁론』의 구성과 명언명구: 『손자』와 비교하여 살피다

제4강 제2편 작전作戰

부록 춘추전국시대의 무기

제5강 제3편 모공謀攻 

부록 『묵자』의 ‘열두 가지 공격十二攻’

제6강 제4편 (군軍)형形 

부록 『손자』에 나타난 형세가의 말

제7강 제5편 (병兵)세勢


제8강 제6편 허실虛實 

부록 고서에 나타난 ‘세’

제9강 제7편 군쟁軍爭


제10강 제9편 행군行軍 

부록 중국 고대의 군사지리 저술

제11강 제10편 지형地形

부록 클라우제비츠 『전쟁론』의 행군·숙영·보급품·지형을 논함 : 『손자』와의 비교를 중심으로

제12강 제11편 구지九地


제13강 제8편 구변九變

부록 마오쩌둥의 군사론 :『손자』와의 비교를 중심으로

제14강 제12편 화공火攻

부록1 화공의 유산
부록2 『육도』에서 논한 오음과 화공 그리고 후풍
부록3 『태백음경』에서 논한 풍각

제15강 제13편 용간用間

저자 후기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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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기

제1강에서는 먼저 우리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이 책을 소개할 것입니다. 주로 『손자』의 역사적 변화를 이야기할 것인데, 특별한 점은 그것이 경전이 되는 과정입니다. 이런 역사적 변화는 다소 무미건조하고 재미없기 때문에 독자들에게 인내심을 가질 것을 당부합니다. 그것은 닫혀 있는 문입니다. 그 문을 열어야만 그 안에 있는 마당이 매우 넓고 방도 아주 많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_25쪽

 

병서는 중국 고대의 유산으로 수량이 매우 많은데, 대략 계산해보더라도 선진시대부터 청대에 이르기까지 4000여 종이 있습니다. 병서에는 병서의 경전이 있습니다. 송宋 신종神宗 원풍 연간(1078~1085)에 병법에 대한 학문을 세우고 병법에 대한 경전을 출판했는데, 『무경칠서武經七書』는 바로 당시 병법의 경전입니다. 여기에는 『손자』 『오자吳子』 『사마법司馬法』 『당태종이위공문대唐太宗李衛公問對』 『울요자尉?子』 『황석공삼략黃石公三略』 『육도』가 포함됩니다. 송대 이후로 무과武科 시험에 응시하는 사람은 모두 이 일곱 가지 책을 군사軍事의 교과서로 삼았습니다. 일곱 가지 책 가운데 『손자』가 첫째입니다. _28쪽

 

『손자』는 병서이지만 일반적인 병서가 아니고 고도의 전략과 철학의 색채를 띠고 운용의 묘를 매우 중시하는 병서입니다. 『손자』는 병서 가운데 지위가 가장 높은, 경서 중의 경서입니다.
『사고전서총목四庫全書總目』에서 『손자』를 “오랜 세월 동안 병법을 이야기한 것 중의 시조百代談兵之祖”라고 했는데, 조금도 틀리지 않은 평가입니다. 다음 강의에서 이 짧은 책이 전 세계에 퍼져 있으며,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음을 언급하려고 합니다. 이것은 절대 허풍이 아닙니다. _29쪽

 

『삼국지연의』에서 장송은 “『맹덕신서孟德新書』는 조조가 『손자』 13편을 표절한 것이오. 우리 촉蜀 땅의 어린아이들도 외울 수 있는 것이니 천하를 속이는 것이오”라고 했습니다(제60회). 이것은 저자가 근거 없이 꾸며낸 말입니다. 실제로 조조는 『손자』를 표절한 적이 없을 뿐 아니라 『손자』를 정리하는 데 큰 공이 세웠습니다.
우리가 오늘날 『손자』를 읽은 수 있는 것은 실은 조조가 남긴 책 덕분입니다. 처음으로 『손자』에 주석을 붙인 것도 조조입니다. 『손자약해孫子略解』가 그 책인데, 원서의 서문이 『태평어람太平御覽』 권606에 남아 있습니다. 조조는 서문에서 “내가 병서와 전쟁 계책을 많이 보았지만 손무가 쓴 책이 가장 깊이가 있다. (…) 자세히 계획하고 신중하게 행동하며, 분명하게 계획을 세우고 깊이 꾀해야 한다고 했는데, 거짓말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조조는 『손자』가 모든 병서 가운데 가장 잘 쓰인 책이지만 원서에 주석이 없어 읽어도 이해할 수 없고, 편폭이 너무 길어서 읽는 이가 요점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조조는 『손자』 13편에만 주석을 붙이고 나머지 것들은 없애버렸습니다. _54~55쪽

 

조조는 병서의 서열을 매겨서 모든 병서 가운데 두드러진 것은 3대 경전이고, 3대 경전 가운데 두드러진 것은 『손자』이며, 『손자』 가운데 두드러진 것은 13편이라 했습니다. 여기서 말한 ‘두드러진 세 가지’가 병서의 존폐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_57쪽

 

내 생각에 『손자』는 높은 지붕 위에서 병에 든 물을 쏟는 것과 같아서 단계가 높을수록 철학의 맛이 풍부합니다. 그러나 단계가 높은 물건일수록 더욱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높은 곳에 오를 때는 위로 향해 한 걸음 한 걸음씩 올라가야 하며, 아래층으로 내려올 때도 한 계단씩 내려와야 합니다. 여러분이 이론을 실제 생활에 적용하려 한다면 이론이라는 고층 건물에서 천천히 아래로 내려와야 할 것입니다. 조급하고 귀찮아서, 엘리베이터가 없다고 해서 창문을 열고 곧바로 뛰어내려서는 결코 안 됩니다. 어떤 철학이든 형이상학에서 형이하학에 이르기까지 한번에 관철할 수는 없으며, 중간에 단계의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병서는 비록 실용을 이야기하고 있기는 하지만 또한 가장 추상적인 모략에서 단번에 구체적인 실전으로 건너뛸 수는 없으므로 중간에 실력과 제도와 기술에 관한 내용으로 지탱해야 합니다. 이런 고리마디가 없으면 고리와 고리의 연결이 매우 위험하게 됩니다. 오늘날의 확장도 마찬가지로 반드시 단계의 전환이 있어야 합니다. 단계의 전환이 없으면 어떤 것이라도 모두 병법을 가지고 노는 것이어서 대단히 위험한 일입니다.
중국의 군사軍事 전통은 모략을 중시하고 기술을 경시하기 때문에 병서를 답습한 피해가 더욱 큽니다.
앞에서 말한 조괄의 잘못은 특정한 교리나 사상을 절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 현실을 무시하고 이를 기계적으로 적용하려는 태도, 곧 교조주의敎條主義입니다.

교조주의자라고 반드시 모두 지식인은 아니며, 다만 책을 잘못 적용한 사람일 뿐입니다. 지식인이 책을 오용할 수 있고, 지식인이 아니라도 책을 오용할 수 있습니다. 교조주의와 경험주의는 항상 서로 어울리는 것입니다. 지식인이 비지식인을 데리고 어떤 용어를 빌려 마음과 힘을 하나로 모아 함부로 말하고 행동하니 그 위해가 가장 큽니다.
옛사람의 말에 “말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반드시 실천을 잘하는 것은 아니며, 실천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반드시 말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能言之者未必能行, 能行之者未必能言”(『사기』 「손자오기열전孫子吳起列傳」)라고 했습니다. 좋은 병서라고 해서 반드시 싸움을 가장 잘하는 사람이 쓴 것은 아니며, 싸움을 가장 잘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반드시 병서를 쓰는 것도 아니고 쓴다고 해서 반드시 뛰어난 병서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많은 사람이 책의 이론과 실제 적용 사이의 관계를 분명히 구분하지 못합니다. _93~94쪽

지은이/옮긴이

지은이

리링李零

『손자』와 『논어』 연구의 명실상부한 최고 권위자 리링 교수는 1948년 중국 허베이성에서 태어나 베이징에서 성장했다. 1977년 중국사회과학원 고고연구소에 들어가 금문金文 자료의 정리와 연구에 참여했고 중국사회과학원 고고학과정에서 은주殷周시대 청동기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다시 고고연구소에서 고고학 발굴에 매진하다가 농업경제연구소로 옮겨 선진先秦시대 토지제도사를 공부했다. 오랜 참여적 연구를 통해 빚어낸 명철한 지성으로 여러 고전 해설서를 펴내어 선풍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철저한 고증과 참신한 시각으로 『논어』를 새롭게 풀어낸 『집 잃은 개』는 각종 도서상을 휩쓸고 큰 논쟁을 불러일으키면서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기록됐다. 1985년부터 현재까지 베이징대 중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고고학, 고문자학, 고문헌학을 종횡하
는 ‘삼고三古의 대가’로 통한다. 국내에 소개된 주요 저작으로 『논어, 세 번 찢다』 『집 잃은 개』 『전쟁은 속임수다』 『유일한 규칙』 『호랑이를 산으로 돌려보내다』 『리링의 주역 강의』 등이 있다. 『인왕저처주: 노자 읽기』 등이 계속 출간될 예정이다.

 

옮긴이

김숭호

1969년 대구의 속칭 갓바위에서 태어났다. 한문학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고전번역원 권역별거점연구소 경북대학교 영남문화연구원 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한문 공부 모임인 주덕회(周德會) 회원이다. 역서로 《전쟁은 속임수다》, 《주자대전》(공역) 등이 있다.

추천의 글

“『손자』 연구라는 이름을 붙인 책들은 매우 많지만, 나에겐 어느 것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전쟁은 속임수다』를 만난 건 내게 행운이다. 무기전쟁에서 상업전쟁, 정치전쟁, 사랑전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제가 이 책 한 권만으로도 “명백明白”하게 풀린다. 이 책은 『손자』에 대해 가장 깊이 있고 가장 투철하게 분석한 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_장밍張鳴, 『런민대』 정치학과 교수

 

“『전쟁은 속임수다』가 보여주는 『손자』의 모든 고증, 즉 고대 사회를 이해할 수 있는 여러 고문헌적 성과는 최고 수준이며 저자의 사상적 깊이는 더욱 존경을 받을 만하다. 현대 학문의 다양한 분석 기교를 십분 활용해 이야기를 풀어나간 것도 이 책의 독특한 점이다.”

_자오팅양趙汀陽, 『중국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