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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핼리혜성과 신라의 왕위쟁탈전
  • 지은이 | 서영교
  • 옮긴이 |
  • 발행일 | 2010년 04월 16일
  • 쪽   수 | 272p
  • 책   값 | 13,000 원
  • 판   형 | 145*205
  • ISBN  | 9788993905229
책소개 목차 미리보기 지은이/옮긴이
책소개

한·중·일 고문서에 나타난 혜성 기록을 통해
신라사와 궁중 암투를 새롭게 고증한 역작!

왜 혜성이 나타날 때마다 신라왕은 피살되었는가?
향가는 신라의 집단공포를 다스리기 위한 주술행위였나?

 

이 책은 신라의 밤하늘을 가로지른 핼리혜성을 변수로 설정하고 신라시대에 벌어진 ‘왕들의 연이은 죽음’ ‘군사 반란’과 같은 큰 정치적 사건부터 향가鄕歌 창작이라는 문학행위의 시대적·정치적 배경까지 읽어낸다. 그를 통해 기록이 성근 고대사의 전개를 좀더 긴밀한 연관관계 속에 이해하고, 벌어졌던 일들을 당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내재적인 심리로부터 발본적으로 이해하고자 한 시도이다.

 

이런 접근은 고대사학계에서는 아직 생소하다. 17세기 조선시대에 소빙하기가 존재했다고 선구적으로 주장한 이태진 서울대 교수 이후, 자연현상으로 고대사의 새로운 이해를 도모한 경우는 이 책이 처음이다.
위에 인용한 토론회의 분위기는 바로 모든 새로운 시도가 부딪치는 갈등의 전형적인 장면이다. 이 논문을 비롯해 이 책의 토대가 된 다섯 편의 논문을 학술지에 게재하기까지 저자는 몇차례 거절을 당했다. 심사자들은 “왜 우리나라 역사기록에 없는 사실로 우리 역사를 해석하느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고대 사서에는 무수한 혜성 기록이 등장하지만 이런 천체天體 이변은 큰 역사적 변수로 간주되지 못해왔다. 아주 심한 가뭄이나 홍수, 연이은 기근과 전염병 등 경제적, 물적 타격을 입히는 확연히 눈에 보이는 것만이 다뤄져왔을 뿐이다. 하지만 저자는 여기에 반박했다. 확연히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혜성과 같은 천체 이변은 고대인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으며, 전염성이 강한 공포는 그에 대응하는 ‘정치적 행동’을 불러온다고 말이다. 또한 저자는 강조한다. 고대이든 현대이든 간에 지구를 지나가는 혜성은 같은 날 전 세계의 다른 장소에서 동시에 목격되는 것이라고 말이다.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에 기록이 없다고 해서 중국 사서史書에 등장하는 핼리혜성이 신라의 밤하늘을 비추지 않았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는 것. 게다가 중국의 기록문화는 지난 1500년 동안 338회나 출현한 핼리혜성을 거의 모두 기록하고 있다. 오직 딱 한번 놓쳤을 정도로 꼼꼼했다. 사서에 자주 등장한다는 것은 그것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말이다.

 

고대인들이 세계를, 특히 자연을 바라보는 방식은 오늘날의 우리와 많이 달랐다. 하늘의 기상이변은 곧 땅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하늘의 분노를 의미했다. 이는 곧 그러한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식을 불러일으켰다. 나라가 평온할 때는 이러한 기상이변이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지만, 왕권이 불안하거나 전쟁의 기운이 감돌 때, 기근이 심하고 백성들이 가중된 세금과 노역에 허덕일 때는 ‘반란’의 정치적 논리를 제공해주기도 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신라 하대의 정치적 격변기에 등장한 혜성은 “그 나라 최고위 정치지도자 중 누구 하나가 죽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고 말한다. 또한 “하늘에 두 개의 해가 있었는데 월명대사가 도솔가를 지어 부르자 사라졌다”는 [삼국유사]의 기록은 백성들의 공포와 분노를 다스려 권력에 대한 도전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한 신라 권력지배층의 의도를 반영한다고 말한다. 논리적이고 상식적인 수준에서 저자는 한·중·일 고문서를 상호 비교하고 거기서 신라의 사람들이 ‘분명히’ 목격했을 법한 혜성 기록을 추려냈고, 이것을 당대의 사건들과 연결시켰다. 이 책은 그러한 연관성을 돌다리 하나하나 두드려가듯 섬세하게 입증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2008년에 펴낸 [고구려 전쟁의 나라]에서 ‘유목민과의 동업과 경쟁’을 코드로 고구려가 동아시아 강소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을 읽어내 주목받았던 저자는, 이번 책 [핼리혜성과 신라의 왕위쟁탈전]을 통해 고대의 정치사회 그리고 고대인들의 심성 체계를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인식도구’를 우리에게 제공해주고 있다.

목차

들어가는 글_혜성 떨어질라, 왕을 죽여라!

제1장 신라는 융천사의 「혜성가」를 언제, 왜 만들었나 
1. 진평왕대 대륙정세의 격변과 왜倭
2. 「혜성가」의 등장과 607년의 핼리혜성
3. 긴 꼬리의 별, 신라인들의 머리를 짓누르다

제2장 신문왕대 보덕성민의 반란과 핼리혜성 
1. 『삼국사기』가 침묵한 혜성 출현 사건
2. 피를 부른 역모와 당唐과의 전쟁 불사
3. 보덕국의 해체: 만들어진 역란

제3장 월명사 「도솔가」와 두 개의 해 
1. 안록산의 난과 신라의 위기
3. 760년의 핼리혜성과 두 개의 해
3. 살인의 전운과 월명사의 산화공양밀의

제4장 혜공왕대의 성변과 정변 
1.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나타난 천문 기사: 불운의 전조
2. 패혜성변과 병란: 혜공왕의 죽음
3. 재앙의 사자 혜성의 실체: 백 년의 평화를 깬 유혈 사태

제5장 신라 말 왕위쟁탈전과 혜성: 장보고의 피살 사건
1. 837년 핼리혜성, 희강왕을 자살로 내몰다
2. 대혜성의 출현, 달구벌 전투와 민애왕의 처형
3. 841년 11월의 혜성, 자객 염장의 칼에 살해된 장보고

보론 
1. 신문왕의 혼례: 분노를 잠재우고 지배 논리를 세우다
2. 흥덕왕과 앵무새: 근친 왕족에 의한 최초의 국왕 살해

미리보기

한국 고대인들에게도 하늘은경험적 공포의 대상이었다. 하늘의 변고는 인간의 공포라는 깔때기를 통과하여 땅의 변고로 이어졌다. 왕족들의 골육상쟁이 벌어진 상황에서 혜성의 출현은 정확히 말해 그 사회에서 최거의 거물인 누군가가 꼭 죽어야 한다는 계시였다. 그렇지 않으면 혜성이 땅에 떨어져 땅에 있는 인간들을 다 죽일 것이라고 사람들은 믿었던 듯하다. 하늘의 연이은 변고는 왕들의 연이은 피살로 이어졌다. 지속된 왕위쟁탈전(836~839)은 결국 신라의 멸망을 앞당기는 계기로 작용했다. 근친 왕족 사이의 살인은 왕실의 권위를 땅에 떨어지게 했다. 백성들이 신성하게 여겼던 국왕이 그의 혈육에 의해 하루아침에 도살이 되는 광경이 연이어졌고, 근친 살해는 ㅂ잭성들이 왕족들에게 품었던 신앙을 훼손시켰다. 지방에서 반신라적인 세력이 형성될 수 있는 분위기는 이때 만들어졌다. 지방세력인 호족들이 신라를 붕괴시키고 고려를 건국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_「들어가는 말」

지은이/옮긴이

지은이

서영교

1967년 경남 거창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자랐다. 동국대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사학과에서 석·박사를 마쳤다. 현재 중원대 한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문화유적과 고문헌, 사서를 비롯한 다양한 자료에 근거해서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 벌어진 전쟁이 초래한 동아시아사, 더 나아가 유라시아사의 실상을 추적해왔다. 박사과정 중 「신라장창당의 신고찰」이란 논문을 발표하면서 전쟁사 연구에 몰입했다. 박사논문을 수정하고 보강한 저서 『나당전쟁사 연구-약자가 선택한 전쟁』(2007)은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되었다. 한국 고대사학자 중에서는 보기 드문 전쟁 전문가로, 고구려 700년사를 유목민과의 ‘동업과 경쟁’으로 살핀 『고구려, 전쟁의 나라』(2007), 전쟁사로 시장과 이익의 메커니즘을 살펴본 『전쟁기획자들』(2008), 고문서의 혜성 기록을 통해 신라사와 궁중 암투를 새롭게 고증한 『핼리혜성과 신라의 왕위쟁탈전』(2010) 등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