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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국의 통로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열강의 대각축
  • 지은이 | 조지 린치
  • 옮긴이 | 정진국
  • 발행일 | 2009년 12월 08일
  • 쪽   수 | 327p
  • 책   값 | 15,500 원
  • 판   형 | 145*215
  • ISBN  | 9788993905120
책소개 목차 미리보기 지은이/옮긴이
책소개

철도는 어떻게 20세기 초 극동의 제국질서를 형성했는가
대한제국의 국민들은 어떻게 여기에 동원되고 희생되었는가

1900년대에 접어들자마자 극동세계를 탐험했던 영국 기자 조지 린치는 서양인으로서는 최초로 시베리아 횡단철도 여행기를 남겼다. 1903년에 출간된 이 책은 일본에서 출발해 대한제국, 만주, 중국, 몽골, 시베리아, 모스크바를 거치며 기자 특유의 섬세하고도 뛰어난 관찰력으로 관통해나간다. 당시는 러일전쟁 직전, 일본과 러시아가 서로 열강의 최고 지위를 점하고자 극동세계 여러 곳에 철도를 세우고 근거지를 확보하며 자국 주민들을 이주시키는 등 정치적인 탐욕이 경제·산업과 결합돼 극에 달했던 시기다. 린치는 욕망에 사로잡힌 제국들의 면모를 ‘철도’ 하나로 꿰뚫어보는 대단히 독창적인 시각을 보여준다.
린치의 또다른 초점은 바로 소수민족들이다. 이 책은 대한제국의 백성들을 비롯해 만주나 시베리아 등의 소수민족이 이 척박한 땅에 대거 이주당해 제국의 첨병 노릇을 하고 희생양이 되는 과정을 리얼하게 그려내고 있다. 영국인인 저자 또한 근대화를 맹신하는 시각에서 자유롭지는 못하지만, 열강의 대각축 속에서 가장 큰 피해자였던 대한제국의 주민들, 만주와 시베리아의 이주민들과 죄수들을 가장 인간적인 시각에서 바라보고 문제의식을 표출해 객관적 묘사를 이루고 있다는 점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이 책의 너무 뒤늦은 한국어판 해제를 맡은 윤휘탁 교수는 “린치의 책은 기행서가 아니라 역사서”라는 평가를 내렸다.

 

철도, 피 흘리지 않는 현대적 정복 수법 
20세기 동양과 서양에서 제국주의적 침략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히 일어났고 이를 조명하는 책들도 많았다. 하지만 이 책이 가장 변별적인 가치를 갖는 지점은 바로 ‘철도’로서 열강들의 속셈을 파헤치고, 철도가 놓이는 곳에서 식민화된 주민의 실태를 드러내며, 20세기에 철도가 강국들의 말없는 통치 수단이 되어갈 것인가를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철도’는 근대화의 상징이기도 했지만, 긍정적으로만 작용한 것은 아니다. 저자는 이에 대해 단 한마디로 요약한다. “철도는 제국의 길이다. 오늘은 물론 내일도 그럴 것이다.” 특히 근대에 접어들어 약육강식의 식민 논리에 사로잡힌 제국주의 열강은 병사들을 내보내 전쟁을 벌이는 일을 택하지 않았다. 대신 약소국에 철도부터 부설했다. 조지 린치는 철도는 곧 침략과 수탈의 상징이며, 거기에는 무역상, 기술자, 상인들도 끼어들어 종국엔 ‘철도’가 좀더 개화된 정복의 방법으로 자리잡아감을 책 전체를 통해 고발하고 있다. 철도 부설 예정지는 서구 국가들에 헐값으로 팔려나갔고, 철도 수비를 빌미로 그들은 군대를 주둔시키며 철도 주변을 배타적 치외법권 지역으로 만들어 약소국의 주권을 침해했다. 철도 인근의 광산 채굴권이나 농산물이 열강의 손에 들어간 것은 물론이다. 즉 서구 열강이 미개지를 개척해 제국으로 발돋움하는 첨병 역할을 한 것은 바로 ‘철도’였음을 밝히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시베리아 횡단철도는 세계에서 가장 관심을 둘 만한 제국의 길이었다. 이 철도를 따라 여행을 하던 조지 린치는 점점 더 거대해져가는 러시아 제국의 큰 그림을 엿보게 된다. 여행은 그에게 드넓은 자연풍광의 심오함과 새로움을 엿보게 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가부장적인 정부(러시아) 하에서 평생 자식 취급이나 받는 국민들을 목격했다. 거대한 러시아를 일구며 정착한 주민들은 사실상 러시아의 혁명적 동요를 막아주었다. 국민들은 그런 정부에 기대 먹거리와 일거리를 제공받지만, 린치가 보는 그 이면은 “여전히 어둠이 깊다.”
시베리아철도는 동양과 서양의 근접성을 높여주기도 했는데, 이로 인해 저자는 당시 극동세계에 대한 구체적 정보가 파악되지 않았던 때에 이를 연구함으로써 서구인들을 열광시키기도 했다. 이 책은 영국에서 출간되자마자 프랑스에서도 [한국과 중국과 만주](뒤자리크 출판사)라는 제목으로 에서도 즉시 번역·출간되었다.

 

일본과 러시아 열강의 대각축: 누가 한국을 차지할 것인가?
러시아와 일본이 조선을 차지하기 위해 펼치는 접전의 실상을 드러내는 이 책은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더욱이 러일전쟁을 예견하는 저자의 예리한 시각은 소름이 끼칠 정도다. 당시 ‘조선을 누가 차지할 것인가’는 열강들의 초미의 관심사였다. 저자는 이미 일본이 철도라는 현대적 정복술을 통해 한반도 종단철도를 부설하면서 인근 요지도 확보해 일본인 거류지로 만드는 등 침략의 손길을 뻗치고 있음을 주시한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은둔의 왕국’인 조선은 그 낌새를 알아차리지도 못한 채 무기력증에 빠져 있음을 개탄한다. “러시아인가, 일본인가?” 저자는 종국에 한국을 차지할 이가 누구일지 결정적인 질문을 던지는데, 여기서 이미 러일전쟁을 예고하며 전운을 감지해낸다. 특히나 당시 러시아인들은 ‘한국이 절대 일본에 병합될 리 없다’며 러시아가 한국을 차지할 기대에 어깨를 으쓱대기도 했다. 만주는 이미 러시아가 병합하지 않았던가. 이에 대해 린치는 “러시아의 만주 병합은 외교적으로 허풍을 떠는 속임수의 개가”였다며, “모방에 능한 일본인이 그 행로를 그대로 따라 한국을 병합할 것”이라고 예고한다. 특히 철도와 전선으로 은근하면서도 더디게, 그러나 확실하게… .
일본의 첩보활동 또한 이 책에서 낱낱이 묘사된다. 첩보전에서 이들은 러시아인을 쉽게 따돌릴 수 있었다. 일본은 만주에서처럼 한국에서도 페테르스부르크 못지않게 모든 정보를 입수하고 있으며, 여러 나라에 대한 정보가 풍부해 오래전부터 전쟁터였던 지역을 포함한 대지도를 완성했음을 밝히고 있다.
대제국을 건설하는 데는 반드시 국민들이 기반이 되어야 했다. 일본 또한 당시 일본인들의 한국 이주를 권장했다. 한 법령은 일본에서 한국으로 가는 모든 일본인은 남자 70인, 여자 30인을 의무적으로 수송하도록 규정했다. 이에 조지 린치는 “승선하는 모든 일본인은 어떤 식으로든 한국을 일본제국으로 흡수하려드는 은밀한 침략과 점령을 위한 거대한 군대의 일원”임을 비판하고 있다.

 

서구 선교 행위 이면, 그 베일을 벗기다 
이 책에서 시종일관 비판받고 있는 미국인 선교사의 행태에 대한 부분은 대단히 시사적이다. “서구 열강의 선교사 대부분이 정복의 선구자들”임을 저자는 명시하고 있다. 당대에 서구인으로서 이를 공개 비판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린치가 파악하는 선교 행위와 순교의 상당 부분은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영토를 폭력적으로 병합하려는 자들에게 훌륭한 구실로 작용한다. 저자는 조선이란 나라에 특히 기독교 개종자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부활절에 교회에 가본 뒤 크게 실망했다. 선교사들은 개종자의 숫자를 ‘의도적’으로 파악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개종자 수치가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린다지만, 린치가 보기에 개종의 진정한 의도를 파악하지 않는 것은 종교의 진심을 외면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공정한 관찰자 시각에서 보면 “민중의 마음속에 기독정신이 살아 움직인다는 표시는 어디에서도 발견하기 어렵다”는 린치의 비판에 동의할 것이었다. 즉, “만약에 평생을 선교에 헌신한 노인들에게 물어본다면, 자신들이 열심히 선교했던 이들 가운데 진짜 개종한 신자는 두서너 명뿐이라는 말을 듣게 될 것이다”라고 꼬집는다.
특히 한국에서 선교사들은 주민들로부터 성당 지을 기금을 걷고, 심지어 체포령을 내리거나 처벌을 하기도 해 지방 관리들과 연일 충돌하곤 했다. 이러한 행태에 대해 보고서도 작성되었는데 그 일부를 보면 이렇다. “외국인의 영향력으로 체포장이 발부되는 일도 다반사였다. 탄원자들을 이끄는 자들은 범보다 더 사납다. 그들 중 다수는 외국 총으로 무장했으나, 농촌 주민들은 겁에 질려 어찌할 바를 모른다.” 게다가 저자가 보기엔 선교사들은 가장 훌륭한 저택에 살며, 선교활동 수입으로 가족들을 외국으로 여행시키고, 그들 중 다수는 직분을 버리고 사업에 뛰어들어 승승장구하는 호텔의 주인이 되기도 했다. 또 번창하는 출판사를 차린 사람도 있다.
저자 역시 이런 문제가 미묘한 것임을 안다. 특히 영미 선교사들 배후에는 막강한 권력이 있고, 이들을 비판했다가는 ‘무신론자’나 ‘불신자’라는 딱지가 붙을 수도 있어, 상당한 지위에 오른 사람들은 감히 발언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린치는 “선교사와 개종자들에게 부여된 이 대단한 치외법권을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 또 개종자들에게 어떤 물질적 보상도 하지 말아야 한다.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이런 미끼는 현재 동양세계에서 다양한 형태로 활용되고 있다”라고 경고한다.

 

기자가 파헤치는 만주와 몽골, 시베리아의 모습은 어떠한가? 
가장 특이한 존재로서 묘사된 대한제국 말고도, 이 책은 러시아 공산혁명이 발발하기 직전, 시베리아 대이주의 물결과 파란만장하게 펼쳐지는 ‘러시아 제국 최후의 숨결’이자 의화단운동 이후 중국, 일본, 그리고 만주와 몽골에서 숨가쁘게 좌충우돌하는 근대화운동의 물결을 다루고 있다. 이러한 첨예한 국제관계의 얽힘 속에서 시베리아 소수민족의 생활사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탐색하는 것도 이 책의 읽을거리다.
특히 이 책이 만주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러시아의 만주 점령 정책과 과정, 그에 대한 열강의 시각 등에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해박한 지식과 정보를 동원하여, 러시아의 동방정책 일환으로 추진된 유형流刑제도, 대규모 이민정책, 철도 부설에 따른 시베리아 지역의 변모 등 러시아 제국의 형성과정을 낙관적이고 목가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런 대목에서는 ‘러시아의 동방정책사’ 혹은 ‘제국 형성사’를 연상케 한다.
또한 의화단 전쟁 때 연합군들이 북경의 수많은 전당포에서 엄청난 귀중품을 차지했다는 점, 러시아 군대 내에 중국인 병사가 많이 고용됐었다는 점 등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내용들도 밝혀주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책에는 여행 날짜가 적혀 있지 않아 구체적인 정보를 원하는 독자들을 애타게 만들기도 한다.

 

이 책이 지니는 가치 
이 책에서 보는 시베리아는 소설에서 등장하는 낭만의 장소가 아니다. 하지만 그 어떤 걸작 소설보다 더욱 장엄한 현실과 투쟁하는 인간의 드라마가 펼쳐진다. 창세기 이래 전인미답의 동토에서 새로운 약속의 땅을 찾으려는 이주민들의 노력도 차분히 조명되고 있다.
특히 만주, 몽골, 시베리아로, 바이칼 호로 이어지는 대륙은 바로 우리의 민족적·역사적 뿌리와 직결되는 곳으로, 이웃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연고가 더욱 깊다. 그런데도 이 지역은 오히려 다른 나라들에 비해 관심이나 읽을거리가 부족한 편이다. 따라서 이 책은 우리 땅에서 시작해 광활한 시베리아 대륙을 누비며 그 긴밀했던 관계를 통해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조국의 지원은커녕 혈혈단신 만주 벌판으로 이주해서 타고난 근면함과 놀라운 의지로 미개지를 개척하던 우리 조상의 모습에서는 감동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에서는 이처럼 만주와 관련한 우리 선조들의 역할과 몫에 대해 귀한 증언을 들을 수 있다.
저자는 대한제국의 경제, 사회생활의 실상을 전해주는 데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본격적인 식민 침탈에 앞서 고리대와 짝퉁 제작에 몰두하던 ‘쩨쩨한’ 거류지 일본인의 면모도 낱낱이 폭로된다. 우리 반일감정의 역사적 맥락까지 더듬기도 하는 점에서 놀랍다. 어쩔 수 없는 한계로 “우리 영국은 이곳에 교역로를 트는 데에 주력해야 한다” “만주를 포함해 중국에 관해 당장 외교적인 압력을 행사해 방대하고 비옥한 땅을 세계 무역에 개방하도록 요구해야 한다”는 등, 동양세계를 자국 경제발전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시각에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말이다.

목차

해제 윤휘탁 한경대 교수
머리글

1장 고베에서 한국까지
길을 떠나다 | 일본 기선의 위용 | 일본, 태평양의 정치적 강자

2장 한국을 가로지르는 제국의 길
현대적 정복 수법 | 철도, 침략의 선봉에 서다 | 누가 한국을 차지할 것인가? | 한국은 진보의 길로 들어설 것인가? | 지체된 축제

3장 고요한 아침의 땅
가까워진 유럽 | 골목길 탐사 | 공식적인 강탈 | 개종자의 말썽 | 그리스도가 한국에 온다면

4장 대련, 시베리아철도의 상업적 종착지
시베리아철도의 종착역, 대련 | 부동산 투기 | 새로 들어선 군 기지와 요새

5장 여순, 시베리아철도의 군사적 종점
승차 거부 | 러시아 함대의 작전 | 한 마을의 맹렬한 활동 | 대대적 몰수

6장 다시 찾은 북경
새 조계 구역 | 파비에 주교와 서태후 | 이방인을 보는 중국인의 시선 | 훈련에 매진하는 병사와 경마에 빠진 사람들 | 깊은 잠에 빠져 있는 거대한 북경| 여명의 목소리

7장 중국의 일본화
1900년 점령의 교훈 | 점점 가까워지는 중국과 일본 | 일본 외교의 압박 | 극동에서 실추되는 영국의 위상 | 서태후가 사망할 때

8장 북경에서 우장까지
북경을 떠나다 | 횡단열차 간선에 다시 오르다

9장 만주를 가로질러
요새화한 역과 철도 수비대 | 하얼빈의 활기 | 비옥한 초원과 유랑하는 짐승

10장 만주의 중요성
러시아는 어떻게 만주를 점령했을까 | “전쟁 중에는 태우고 파괴하라” | 닫힌 문을 두드리다 | 만주의 금광과 탄광

11장 몽골을 거쳐 제국으로 가는 길
그로트의 능수능란한 외교술 | 불가피한 국경수비 | 깃발을 올리다!

12장 바이칼 호
유리한 개입 | 살을 에는 삭풍과 겨울 사냥 | 시베리아의 장례 풍습 | 제국의 특급열차

13장 이르쿠츠크
놀라움을 자아내는 곳, 이르쿠츠크 | 신성한 러시아를 어떻게 기도하나 | 교도소를 방문하다

14장 여행의 동반자
만주 원주민, 야쿠트, 부랴트, 몽골 족 | 군인 여행자와 세계일주 유람자 | 엉뚱한 여행 동반자-물고기와 사는 교수 | 러시아 소시지에 얽힌 고약한 일화

15장 이르쿠츠크에서 톰스크까지
제국로를 가로지르는 길, 크라스노야르스크 | 유일한 제국대학

16장 특급열차
세계 최고의 특급실 | 러시아인의 식욕 | 달리는 특급의 정차 | 그 보상이 오고 있다

17장 유형제도의 개혁
유배자들 | 정치범의 임무 | 범법자에 의한 식민화의 실패 | 시베리아에서의 감형 효과 | 죄수 수송열차

18장 오비 강 분지를 건너며
크라스노야르스크와 그 미래의 가능성 | 세상이 얼어붙은 곳 | 탐험가들 | 세상에서 가장 큰 탄광

19장 동으로 향하는 거대한 이주 행렬
이주운동의 진보 | 그들을 기다리는 비옥한 땅 | 제조업을 위한 시장의 개척 | 20세기 말이 되기 전까지

20장 모스크바, 러시아의 심장
산업도시 모스크바 | 백만장자가 된 중간층 | 러시아의 무지 | 신성한 야심

21장 러시아를 위한 제국의 길은 어디로 가는가?
서쪽으로 향한 거대한 움직임 | 동쪽으로 향한 점진적인 움직임 | 러시아의 팽창은 어디까지인가

미리보기

이 책의 몇 가지 두드러진 특징은 저자 역시 서구인인 까닭에 오리엔탈리즘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저자는 일본이 한국을 병합하면 한국은 은둔과 고립에서 벗어나 진보를 맞이하게 될 것으로 인식한다. 또 저자는 다양한 사례를 바탕으로 중국의 변화상을 일본화로 규정하는 동시에 중국인을 각성시킬 나라는 일본박에 없다고 단정한다. 그의 인식에는 ‘일본=문명’ ‘조선·중국=미개·야만’ 이라는 서구식 오리엔탈리즘이 투영되고 있기에 일본만이 선택받은 문명국가라는 ‘확신’이 자리잡고 있다. 이 책이 만주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은 특히 눈여겨볼 만하다. 러시아의 만주 점령 정책과 과정, 그에 대한 열강의 시각 등에 많은 지면을 할애 하고 있다. 게다가 해박한 지식과 정보를 동원하여, 러시아의 동방정책 일환으로 추진된 유형流刑제도, 대규모 이민정책, 철도 부설에 따른 시베리아 지역의 변모 등 러시아 제국의 형성과정을 낙관적으로 목가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_9쪽

지은이/옮긴이

지은이

조지린치GEORGE LYNCH

영국의 언론인이자 기행문학가로서 타임스지, 인티펜던트지 등 여러 신문사 특파원으로 일했다. 특히 이 책, 『제국의 통로』를 비롯해 동아시아에서 열강의 충돌을 다룬 현대적인 다큐멘터리인 『문명전쟁』 『종군기자 인상기』 등은 그 풍부한 정보 때문에 큰 반향을 얻었다. 『구일본과 신일본: 낭만적 민족의 낭만적 역사』 등 일본 민족 기행기도 남겼다.

 

옮긴이

정진국

미술평론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과 프랑스 파리 1대학원에서 미학을 공부하고 졸업했다. 《여행 가방 속의 책》, 《사진가의 여행》, 《유럽의 괴짜 박물관》, 《포토 루트 유럽》, 《유럽 책마을에서》 등을 저술했다.
옮긴 책으로는 빅토르 타피에의 《바로크와 고전주의》를 비롯한 미술사, 다니엘 지라르댕의 《논쟁이 있는 사진의 역사》를 비롯한 사진사 분야, 그리고 에밀 부르다레의 《대한제국 최후의 숨결》, 세르주 브롱베르제의 《한국전쟁통신》을 비롯한 현대사의 기록들을 다룬 책들이 있다. 또 쥘 미슐레의 역작 《마녀》, 《바다》 등과 더불어 《인상주의의 숨은 꽃, 모리조》, 《이해받지 못한 사람, 마네》, 《비제 르 브룅: 베르사유의 화가》 등 예술가들의 전기를 다수 작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