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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독 깊은 곳 묘보설림 5
  • 지은이 | 하오징팡
  • 옮긴이 | 강초아
  • 발행일 | 2018년 12월 28일
  • 쪽   수 | 416쪽p
  • 책   값 | 14,000 원
  • 판   형 | 133*200(무선)
  • ISBN  | 978-89-6735-582-1 03820
책소개 목차 미리보기 지은이/옮긴이
책소개

하오징팡은 현재 중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SF 작가다. 2016년 SF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최고 권위의 SF 문학상인 휴고상(Hugo Award) 중편소설 부문을 수상하면서 이름이 알려졌다. 한 해 전인 2015년에 류츠신(劉慈欣)이 『삼체三體』로 휴고상 장편소설 부문을 수상한 후 2년 연속 중국 작가의 수상이라 더욱 화제가 되었다.

『고독 깊은 곳』은 하오징팡이 2010년에서 2016년까지 발표한 중단편소설이 묶어낸 소설집으로, 휴고상 수상작 「접는 도시北京折疊」가 수록된 첫 책이다. 「접는 도시」는 인구가 엄청나게 불어난 베이징의 미래 모습을 그린다. 인구를 감당하지 못한 베이징은 ‘도시를 접는다’는 기발한 대안을 내놓는다. 도시를 접어서 네모반듯한 큐브 형태로 만든 다음 지반을 뒤집으면 또 다른 도시가 나타난다. 24시간을 주기로 지반이 뒤집히는데, 한쪽 면이 지상에 나와 있는 동안 반대쪽 면의 도시는 접힌 상태로 지하에서 휴면한다. 도시를 접어서 공간을 알뜰하게 사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시간을 나누어 쓰는 셈이다. 제1공간은 지반의 한쪽 면을 온전히 사용하면서 24시간 활동 24시간 휴면의 주기로 살아가는 데 반해, 지반의 다른 한쪽 면은 제2공간과 제3공간이 함께 사용하는 탓에 주어진 24시간 중 제2공간 사람들이 16시간, 제3공간 사람들이 8시간을 쓴다.

소설 속에서는 살아가는 공간으로 구분했지만 누가 보아도 상류층, 중산층, 서민층의 은유다. 현실세계에서도 사회적 계급에 따른 차별과 불평등이 존재하지만 적어도 시간은 누구에게나 동일한 자원이다. 하지만 「접는 도시」에서는 제3공간 사람들이 48시간 중 8시간만 깨어 있고 40시간은 강제로 잠들어야 한다. 서민이 상류층과 중산층에게 시간을 빼앗기는 것이다. 시간을 빼앗기다니, SF소설에서나 나오는 이야기일 뿐 현실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시간 대신에 적당한 다른 말을 넣어보면 바로 지금의 우리 현실이 된다.

그녀의 소설은 과학기술에 대한 엄격하고 정밀한 설정과 묘사가 특징인 하드 SF보다 인물과 그들의 감정에 집중하면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사회과학 기반의 소프트 SF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고독 깊은 곳』에 실린 작품들을 살펴보아도 미래, 우주, 외계인을 소재로 하면서 실상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사회를 고찰하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접는 도시」에서는 제3공간 주민인 라오다오가 딸의 유아원 등록비를 벌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제1공간으로 몰래 숨어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두 작품 「현의 노래」와 「화려한 한가운데」는 지구를 침략한 외계인에 맞서 목숨을 건 저항운동을 펼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작품 속 상황을 우리나라의 일제강점기로 치환해 읽어보면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대목이 많다. 지식과 정보의 전수, 인간과 책 그리고 복사본(카피)의 관계를 이야기 속에 녹여낸 단편 「마지막 남은 용감한 사람」도 인상 깊다.

하오징팡은 중국 SF소설계에서 가장 섬세한 문장을 쓰는 작가라고 평가받는다. 시적인 은유와 우아한 감성이 도드라지는 표현력, 치밀한 인물의 내면 묘사 등이 그녀의 특징이자 장점이다. 그러면서도 현실을 냉철하게 관찰하는 사회의식, 전달하려는 주제를 깊이 있게 사색하는 이성의 힘이 작품 전반에서 느껴진다. 『고독 깊은 곳』은 하오징팡의 작품 색채를 잘 보여주는 소설집이자 그녀가 SF 작가로서 점차 무르익어가는 지점을 포착한 스냅사진 같은 책이다.

목차

들어가며
접는 도시
현의 노래
화려한 한가운데
우주극장
마지막 남은 용감한 사람
삶과 죽음
아방궁
곡신의 비상
선산 요양원
고독한 병실
옮긴이의 말: 섬세한 감성과 냉철한 이성의 교집합

미리보기

맹리 새벽 멀리서 바라본다면, 대형 화물트럭 운전사들이 베이징으로 진입하는 고속도로 입구에서 전환을 기다리며 그러는 것처럼 멀리서 지켜본다면, 이 도시 전체가 펼쳐지고 접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른 아침 6시, 트럭 운전수들은 차에서 내려 고속도로변에 선다. 지난 밤 제대로 자지 못해 흐리멍덩한 눈을 비비고 하품을 하면서 서로 멀리 보이는 도시의 중심을 바라보거나 가리킨다. 고속도로의 경계는 7환 바깥에 있고, 전환은 모두 6환 내에서 일어난다. 아주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라 시산산을 조망하는 것이나 바다 위의 외딴 섬을 바라보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_「접는 도시」

지은이/옮긴이

지은이

하오징팡郝景芳

1984년 중국 톈진에서 태어났다. 칭화대학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경영학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
았다. 2006년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장편 SF 『유랑창궁流浪蒼穹』, 중단편집 『고독 깊은 곳孤獨深處』 『먼 곳에 가다去遠方』 등이 있다. 2016년 8월 중편소설 「접는 도시北京折疊」로 제74회 휴고상 최우수 중편소설상을 수상했다. 이는 류츠신劉慈欣의 『삼체三體』에 이어 중국 작가로는 두 번째 수상이다. 그 외에도 「곡신의 비상」으로 2007년 제1회 구주九州상 1위에 올랐고, 2017년 「접는 도시」로 제17회 백화百花문학상 ‘개방적 서사’ 상을 수상했다.

 

옮긴이

강초아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출판사에 다니며 다양한 종류의 책을 만들었다. 현재 번역집단 실크로드에서
중국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13·67』 『망내인』 『기억나지 않음, 형사』 『낯선 경험』 『등려군』 『버추얼 스트리트 표류기』 『S.T.E.P.스텝』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