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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몽사상의 유토피아와 개혁 철학이 아닌 역사로 밝힌 18세기 계몽사상
  • 지은이 | 프랑코 벤투리
  • 옮긴이 | 김민철
  • 발행일 | 2018년 10월 22일
  • 쪽   수 | 256쪽p
  • 책   값 | 18,000 원
  • 판   형 | 145*210 (양장)
  • ISBN  | 978-89-6735-550-0 93920
책소개 목차 미리보기 지은이/옮긴이
책소개

 

20세기의 위대한 역사가인 프랑코 벤투리는 이 짧은 책에서 역사학자로서 그가 지닌 탁월함을 입증한다. 벤투리는 18세기 유럽 전반의 계몽사상에 덧씌워져 있던 철학적·마르크스적 해석의 옷을 벗겨내고 계몽사상이 실제로 역사 속에서 어떻게 작용했는지를 밝힌다.

 

계몽사상의 근원을 찾고자 하는 유혹, 즉 유구한 로마와 그리스의 영광을 빌려오려는 욕구에 저항하고, 역사를 수치화하려는 경향에서도 벗어나 계몽사상의 진정한 출발점을 드러내려는 것이다. 벤투리는 정치와 역사의 관점에 서서 실제 공화국들의 경험이 계몽개혁가들에게 어떤 자양분을 주었는지, 이 개혁가들이 유럽 대륙에서 교류하며 어떻게 ‘계몽된’ 새 시대의 정신을 만들어나갔는지 보여준다.

 

 

철학이 아닌 역사의 관점

“철학자들은 수원지에 이를 때까지 물줄기를 거슬러 올라가려는
유혹을 느낀다. 역사가들은 그 강이 어떤 장애물과 어려움 속에서
어떻게 길을 트고 흐르는지 우리에게 말해줘야만 한다.”

 

이 책은 프랑코 벤투리의 1969년 조지 매콜리 트리벨리언 강연을 글로 옮긴 것이다. 이 강연은 케임브리지대학의 유서 깊은 강연으로 E. H. 카가 맡은 1961년 강연은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책으로 출간돼 널리 읽힌 바 있다. 벤투리는 ‘17·18세기의 왕들과 공화국들’ ‘영국 공화주의자들’ ‘몽테스키외에서 혁명까지’ ‘처벌할 권리’ ‘계몽사상의 연대기와 지리적 분포’ 등 총 다섯 가지 테마로 이루어진 이 강연에서 18세기 유럽의 공화주의 전통과 계몽사상의 관계를 재정립하고자 한다.

 

그가 지적하는 사상사 연구의 잘못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 잘못은 계몽사상에 대한 철학적인 해석에서 기인한다. 계몽사상에 대한 철학적 해석은 종종 18세기 현실에서 사상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했는지보다 그 시작점이 무엇인지에 더 관심을 가졌다. 그리하여 위대한 철학 체계들을 받침대 삼고 유구한 로마의 고대세계로 회귀해 근원을 찾았으며 여기에 신화적 가치를 덧씌워버렸다. 이런 ‘근원’에 대한 욕망은 지성사에서 오래된 것이지만 철학 체계 자체와 철학 체계의 유효성을 거부하던 계몽사상의 근본 성격과 맞지 않을뿐더러 당시 18세기 현실과도 맞지 않는다.

 

벤투리는 당시 계몽사상은 먼 로마나 고대세계가 아니라 바로 옆에 있었던 공화국들, 즉 베네치아 공화국, 루카 공화국, 제네바 공화국 등으로부터 더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말한다. 우리는 18세기 군주국들과 공화국들이 짠 국제관계의 판 속에서 계몽사상이 어떻게 교류하고 발전했는지 살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문제는 마르크스적 해석에 있다. 이런 해석들은 계몽사상을 이해하기보다 계몽사상을 마르크스주의적 전망의 일부분으로 간주하곤 했다.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추종자들은 계몽사상과 그 역사를 그들의 도식에 끼워 맞추려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은 계몽사상에 관여했던 결코 동질적이지 않은 여러 집단과 세력을 설명하지 못한다. 이들의 계급적 관점은 중앙 집권 정책에 반대하는 귀족들이 벌인 ‘프롱드의 난’이나 밀라노 귀족들이 주축이 된 ‘주먹학회’의 계몽사상 등을 설명할 수 없다. 또한 계몽사상의 중요한 지식인 세력이었던 백과전서파를 비롯해서 당시 중요한 주체들이 했던 힘겹고 심지어 극적인 선택, 역사적이고 정치적인 서사를 숫자 및 도식으로 단순화해버린다.

 

프랑코 벤투리는 위의 두 가지 관점으로는 포괄하지 못하는 부분이 계몽사상에 분명히 있다고 여겼다. 철학적 관점이나 마르크스적 관점의 문제는 결국 당대의 투쟁과 역사를 하나의 거대한 체계 속으로, 혹은 총체적인 사상이나 방법론 속으로 환원한다는 데 있었다. 벤투리는 역사가로서 이 시기의 역사를 철학이나 마르크스주의적 사회경제학과 결합시키기보다는 역사 그 자체와 경제 및 정치의 관점에서 바라보고자 했다. 그렇게 하여 이 관점을 보여주기 위한 가장 선명한 주제로 채택된 것은 유럽의 ‘공화주의 전통’ 혹은 ‘공화국들’과 계몽사상의 관계다. 이 문제를 포함해 이 결국 이 책의 논의는 ‘계몽사상의 정치경제사’로 수렴한다.
벤투리의 이 강연이 선보인 계몽사상의 짧지만 거대한 서사는 후속 세대의 학문에도 영향을 끼쳤다. 이후 18세기 지성사를 다루는 학계는 당대의 정치경제학적 논쟁에 더 주목하는가 하면 개혁가들의 국제적 움직임과 조응을 그려내고자 노력했다.

유럽 공화국들의 정신이 계몽사상의 고향 프랑스에 도달하기까지

“무언가 새로운 것이 탄생하고 있다. 종교적·도덕적 문제가
경제적 문제에 자리를 내주었다. 철학적 체계가 실험에 자리를 내주고,
피론 회의주의가 자연에 대한 새로운 믿음에 자리를 내주었다.”

벤투리가 그 스스로 비판한 ‘사회경제적 설명’ 혹은 ‘철학적 근원을 찾는 설명’으로부터 벗어나 제시하는 관점은 그럼 어떤 모습일까. 벤투리는 18세기 유럽이 공화주의·경제학·개혁이라는 파도에 직면하고 있었다고 보고 이를 통해서 전 유럽적인 변화를 읽어내려고 했다. 그가 본 18세기 유럽에서는 종교적·도덕적 관심이 사회적·정치적 관심으로 전이되고 경제학이라는 분야가 새롭게 떠올랐으며 현실 개혁적 기획들이 주목받았다. 이는 이전 세기들과는 다른 18세기만의 독자적인 특징이었다. 이 파도는 정치적 변화로 이어졌으며 그 파장은 전 유럽으로 확대되었다.
벤투리가 이 파장의 확산을 그리며 펼쳐 보이는 ‘유럽적인 시야’도 주목해볼 만하다. 그가 말하는 ‘계몽사상의 정치경제사’는 뚜렷하게 유럽 중심적이다. 하지만 이것은 그전 르네상스의 피렌체-17세기 잉글랜드-18세기 미국으로 이어지는 ‘대서양 공화주의 전통’과는 뚜렷하게 대별되는 시각이다. 벤투리는 네덜란드, 제네바, 이탈리아, 프랑스 등을 공화주의 전통의 중심에 놓았다. 물론 이들 지역은 각각 고립적이지 않다. 18세기 당대까지 살아남은 유럽의 고대 공화국들이 자신의 생존을 놓고 근대 군주국들과 어떤 관계를 맺었는지, 백과전서파가 펼쳐 보인 새 시대의 정신은 유럽 각 지역에서 자생하던 움직임과 어떻게 교류하며 영향을 주고받았는지 등을 통해 18세기 유럽사와 각국사가 단절적이지 않게 드러난다. 그 마지막은 코르시카에서 시작된 혁명의 고리가 미국 독립전쟁, 네덜란드 연합주 반란을 거쳐 혁명을 앞둔 계몽사상의 고향 프랑스에 도착한 경로를 그려 보이는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인 『계몽사상의 유토피아와 개혁』에서 ‘유토피아와 개혁’은 ‘유토피아에서 개혁으로’로 볼 수도 있다. 이 짧은 책이 보여주는 투쟁이며 교류의 서사는 결국 18세기 유럽의 빼어난 지성들이 유토피아를 현실 땅에 개혁으로 옮겨심기 위해 고민하고 헌신하는 과정에서 파생된 것이다. 벤투리는 현실에 맞닥뜨려 개혁을 구상하던 이들의 목소리를 사상적 토대를 비교해 무시하는 학계의 관행에 반대 목소리를 냈으며 이 다양하고 발산하며 교유하는 목소리들을 하나의 구조 아래 환원하기를 거부했다. 그 결과 이 책은 그의 말대로 계몽사상이라는 강의 “수원지”를 살피기보다는 “그 강이 어떤 장애물과 어려움 속에서 어떻게 길을 트고 흐르는지” 알려주는 더욱 생생한 역사서가 되었다.

목차

옮긴이 서문

서론
1장 17세기, 18세기의 왕들과 공화국들
2장 영국 공화주의자들
3장 몽테스키외에서 혁명까지
4장 처벌할 권리
5장 계몽사상의 연대기와 지리적 분포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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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상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갈 것이 아니라 그것이 18세기 역사 속에서 어떻게 기능했는지를 검토해야 한다. 철학자들은 수원지에 이를 때까지 물줄기를 거슬러 올라가려는 유혹을 느낀다. 역사가들은 그 강이 어떤 장애물과 어려움 속에서 어떻게 길을 트고 흐르는지 우리에게 말해줘야만 한다.

_「서론」

 

공화국들이 17·18세기 절대주의 시대까지 존속했다는 주장을 “신화”로 간주하는 경향이 종종 발견된다. 그러나 공화국들이 계속해서 존속했다는 사실은 기억이나 신화로서의 중요성보다 더 큰 의미를 갖는다. 근대국가의 형성 및 성장은 승리한 군주국들의 관점이 아닌 끈질기게 살아남은 공화국들의 관점에서 살펴볼 때 더 분명히 드러날 수 있다.

_「17세기, 18세기의 왕들과 공화국들」

지은이/옮긴이

지은이

프랑코 벤투리Franco Venturi, 1914~1994

미술사가이자 미술비평가인 리오넬로 벤투리의 아들로 로마에서 태어났다. 아버지가 파쇼 정권에 충성하기를 거부하면서, 토리노에서 학업을 시작했던 그는 프랑스로 옮겨가 소르본에서 공부했다. 또한 부친을 따라 반파쇼 운동인 ‘정의와 자유’에 참여했는데, 이는 계몽사상과 자유주의 및 사회주의 사상의 역사라는 주제를 일생 동안 연구하는 동기가 되었다. 1939년 드니 디드로에 대한 책을 출간했고, 1940년 피에몬테의 개혁가 달마초 바스코에 대한 연구를 학위논문으로 제출했다.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후 에스파냐와 이탈리아에서 억류되었으며, 토리노로 돌아온 뒤에는 사회주의·자유주의·민주주의 진영의 다양한 운동가들이 집결한 ‘행동당’에 참여하고 피에몬테에서 정당지 『자유 이탈리아L’Italia libera』의 편집인으로 활동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예리한 정치적 감각을 닦은 그는 계몽사상에 대한 문학적이고 철학적인 접근을 더욱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1947년 주모스크바 이탈리아 대사관의 문화담당관으로 임명되어 19세기 러시아 인민주의 운동을 다룬 『러시아 인민주의Il populismo russo』(1952)를 출간했다. 벤투리를 위대한 역사가로 자리매김한 대표작은 1969년부터 1990년까지 지속적으로 출간된 그의 『18세기의 개혁가들Settecento riformatore』이다. 총 5권 8책으로 구성된 이 대작은 벤투리의 죽음으로 출간되지 못한 마지막 책을 제외하고 3869쪽, 150만 단어에 이르는 웅장한 분량을 자랑한다.

 

옮긴이

김민철

18~19세기 서구의 정치사, 사회경제사, 지성사를 연구한다. 서울대 서양사학과를 졸업하고 세인트앤드루스대 역사학부 및 지성사연구소에서 프랑스혁명기 유럽의 민주주의 및 공화주의 지성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공역서로 『캘리번과 마녀』 『무엇을 위하여 혁명을 하는가』가 있으며 2018년 현재 볼테르에 관한 책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