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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은 어떻게 서양을 읽어왔는가 개혁개방 이후 중국 사상계의 백화제방
  • 지은이 | 왕첸
  • 옮긴이 | 홍성화
  • 발행일 | 2017년 01월 30일
  • 쪽   수 | 312p
  • 책   값 | 18,000 원
  • 판   형 | 136*202
  • ISBN  | 9788967354084
책소개 목차 미리보기 지은이/옮긴이
책소개

한국전쟁 이후 195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서양 학문을 읽어온 한국과는 달리 중국은 20여년이나 더 늦게 이런 사상적 추격에 나설 수 있었다. 문화대혁명(1966~1976)이라는 사상금제령 때문이다. 그래서 20세기 중국 현대사상은 마르크스·엥겔스로 귀납되는 하나의 이미지가 형성되었다. 그런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번에 번역된 『중국은 어떻게 서양을 읽어왔는가』에서 저자는 규모나 내용 등에서는 한국, 일본에 비해 상당히 늦지만 실은 중국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서양 사상을 반복적으로 흡수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지금도 계속 그 사상을 소화해가고 있다. 전대미문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문화대혁명 초기를 제외하면 외국철학이나 사상에 대한 연구가 단절된 적은 없었다. 학계에서는 아직까지 풋내기였던 청년 데리다가 헤겔 철학을 해체deconstruction했던 논문도 문화대혁명 시기의 중국에 소개되었다. 『중국은 어떻게 서양을 읽어왔는가』는 일본에서 활동하는 중국인 학자가 중국의 사상적 개혁개방의 상징인 『독서』의 창간부터 현재까지 약 30여 년 동안 중국 지식인들이 서양의 현대사상을 어떻게 읽고 수용했는지를 다루고 있다.

 

반동 부르주아들은 숨어서
어떤 책들을 읽었나

잘 알다시피 1949년 이후의 중국에서는 마르크스주의가 국가 이데올로기로서 확립되어 있었고, 상당히 오랜 기간, 다른 사상은 기본적으로 반동 부르주아 이데올로기로밖에 간주되지 않았다. 이러한 시대에는 마르크스주의와 그 당시 최고 지도자의 사상 이외에 다른 사상은 필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특히 문화대혁명 무렵에는 도리어 지식이 많으면 많을수록 ‘반동적’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였으니 도저히 ‘현대 사상’을 운운할 형편은 아니었다. 당시 지식인에 대한 억압을 말해주는 다음과 같은 일화가 있다. 현대 중국을 대표하는 철학자인 리쩌허우李澤厚는 문혁文革 당시에 ‘하방下放’되어 노동을 하는 사이에도 틈틈이 촌음을 아껴서 칸트 철학 연구에 매진했던 인물인데, 칸트 책을 읽는 것이 들킬까 두려워서 『순수이성비판』 위에 몰래 『마오쩌둥 선집』을 펼쳐놓는 ‘위장공작’을 하면서까지 읽었다고 한다. 부르주아 문화 따위는 사라져야 마땅하다는 시대였기 때문에 일반적인 연구도 변변히 할 수 없었다. 대부분의 대학자는 부르주아 반동적 학술권력이라는 딱지가 붙은 채 비판을 받았고, 생애 가장 생산적인 시기를 육체노동으로 허비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시기는 문화의 대혁명 시기가 아니라 오히려 반문화의 대혁명 시기였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문명의 주류로부터 계속 벗어날 수는 없었다. 문혁의 증언과 함께 중국의 지식인 사이에도 외국의 사상이나 학문에 대한 갈망이 점점 강해졌고, 1980년대에 들어와서는 여러 외국 사상이 우후죽순으로 소개되었다. 많은 번역 총서를 출판해 여러 나라의 사상이나 학문을 탐욕스럽게 섭취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쇄국에서 개국으로 향하고 있던 여러 나라에서 곧잘 발견할 수 있는 현상이고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의 일본과도 유사한 상황이었다.
이 시기, 특히 1984년과 1985년 사이에는 성난 파도처럼 선진국의 사상이나 문화를 소개했을 뿐만 아니라 중국의 새로운 문화의 모습이나 중국의 진로를 둘러싸고도 격렬한 논의를 진행해 ‘문화 붐’(중국어로는 ‘문화열文化熱’)까지 일어났다. 중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뒤처진 원인은 무엇인가. 왜 문혁과 같은, 나라를 붕괴 일보 직전까지 몰고 간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던 것일까. 중국의 문화 전통과 근대화는 어떠한 관계가 있는가. 많은 지식인이 이러한 문제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진지하게 반성한 결과 5·4운동의 뒤를 잇는 새로운 계몽 시대가 시작되었다. 개혁개방과 연동된 형태로 일종의 사상해방 운동이 일어났던 것이다. 여기에 이르러서 1949년 이후 처음으로 사상의 개국이 시작되었고, 선진국의 훌륭한 문화를 배우면서 자신의 나라를 본격적으로 근대 국가로 변모시키려고 했던 많은 지식인이 이상에 불타던 이상주의 시대이기도 했다.

 

톈안먼이라는 분기점
‘광장’에서 ‘서재’로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를 경계로 하여 중국의 사상계는 1980년대와는 매우 다른 양상을 띠기 시작했다. ‘사상가의 시대로부터 학자의 시대로’라는 표현이 단적으로 그 변화를 상징하고 있다. 바꾸어 말하면 지식인이 민중의 대변자를 자임해서 활동하던 ‘광장’에서 내려와 서재로 돌아간다는 방향 전환이 불가피했던 것이다. 청나라 건륭제乾隆帝, 가경제嘉慶帝 시대에 융성을 자랑하던 고증학考證學과 같은 학문이 다시 주목받게 된 까닭이 여기에 있었다. 그러나 1990년대에 접어든 뒤로는 많은 사람의 예상과는 달리 외국 사상의 소개나 연구의 규모가 축소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넓은 범위에 걸쳐서 이루어졌고 그 수준도 더 높아졌다.
이런 의미에서 중국 경제의 발전도 같은 전개를 보였다고 말할 수 있다. 1992년 덩샤오핑鄧小平이 남순강화南巡講話를 할 무렵, 중국이 오늘날과 같은 경제 발전을 이루리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과 같다.
21세기에 들어와서도 일본을 포함한 선진국의 사상을 받아들이는 중국의 기세는 쇠하지 않고 더 다양해지고 있다. 서양 여러 나라의 다양한 현대 사상 유파를 ‘본점’에 비유한다면, 중국에서는 각각의 ‘지점’을 볼 수 있을 정도로 백화제방의 사상계가 형성되고 있다. 소화불량이나 피상적인 이해라는 지적도 있을 수 있지만, 적극적으로 흡수하려고 하는 그 의욕만큼은 인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중국 사상계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가

필자가 이 책에서 중점적으로 묘사하고자 하는 것은 약 사반세기 동안 선진국의 현대 사상을 소개하고 수용한 중국 사상계의 역사다. 단순히 학술사적인 소개가 아니라 그 배후에 있는 동기는 무엇인지, 중국 사회의 역동적인 변화를 염두에 두고 사상과 사회의 연동에도 주목하면서 고찰하고자 한다. 그리고 기나긴 역사를 가진 고유의 사상 문화와 외래의 사상 문화가 충돌하는 속에서 중국 지식인이 어떻게 선진국의 사상 문화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는가에 대해서도 소개하고자 한다.
중국 사상계에서 외국의 현대 사상을 소개하고 수용하는 것은 아편전쟁 이후 서구 열강으로부터 ‘강요된 근대화 혹은 근대성modernity의 실현’에 대해서 중국 및 그 지식인층이 어떻게 반응해왔는가를 상징하는 사건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에서 서양 사상의 수용은 어떤 종류의 보편성을 지닌다고 말할 수 있다. 또한 일본과의 유사성도 확실히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일본 독자들을 위해서 보통은 별로 주목하지 않았던 중국의 사상세계라는 중요한 현실을 될 수 있는 한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 살펴보고자 한다. 이는 중국의 가장 예민하고 활동적인 두뇌에 의한 자극적인 드라마이기도 하다. 지식인의 동향은 경제활동이나 정치세계의 흐름 혹은 연예계 스타의 활약만큼 사람들의 주목을 받진 않지만 결코 그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별로 눈에 띄지 않고 눈에 보이지도 않는 형태이지만, 많은 사람의 사고나 행동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한국 현대 지성사 안내서는 어디에……
역자 홍성화 아쉬움 토로

일본 학계에서 활약하는 중국인 학자 왕첸王前의 이 책은 문화대혁명이라는 거대한 파도를 겨우 넘은 1980년대부터 서양과 일본 등으로부터 갑작스럽게 밀려들던 현대 사상에 대해 중국 지식인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수용했는지를 다루고 있다. 이 책이 지닌 장점은 서구와 일본의 현대 사상이 지닌 현실적인 의미를 요령 있게 포착하면서도, 각각의 사상을 수용한 중국 학자들의 면모를 친절하게 소개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서구 및 일본의 사상가들과 중국의 사상가들이 마치 데칼코마니처럼 서로 얽히면서 새로운 화음을 만들어가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이 책은 중국이 어떻게 현대 사상을 받아들였는가에 대한 안내서라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한국 현대 지성사를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가라는 점에서도 많은 자극이 되길 바란다. 문화대혁명 이후 현대 사상을 받아들인 지 얼마 되지 않은 중국도 이런 책을 내는데, 중국보다 훨씬 더 긴 역사를 지닌 한국 현대 지성사에 이와 같은 안내서가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목차

프롤로그

제1장 새로운 계몽 시대의 개막
: 『독서讀書』 창간과 휴머니즘의 복권
제2장 막스 베버의 재발견
: 「출토문물」의 운명
제3장 이채를 띤 현대 독일 철학
제4장 서구 마르크스주의 ‘시마西馬’
: 프랑크푸르트학파를 중심으로
제5장 일본은 대단한 나라인가
: 1990년대 중국에서의 후쿠자와 유키치
제6장 새로운 계몽 시대
: 1980년대에 관한 하나의 총괄
제7장 인기 학문이 된 현상학
제8장 리쾨르와 레비스트로스
: 프랑스 노대가의 본격적인 등장
제9장 푸코 수용의 ‘도착’과 가능성
제10장 해체와 중국
: 데리다의 중국 방문이 가져다준 충격
제11장 ‘시마西馬’ 재래
: 하버마스와 중국 사상계
제12장 자유와 정의에 대한 열정적인 사고
: 하이에크, 벌린, 롤스
제13장 거울로서의 현대 일본 사상
: 마루야마 마사오의 수용
제14장 주목받는 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자들
: 카를 슈미트와 레오 스트라우스

에필로그 총괄과 전망
후기_ 참고문헌_ 주_ 옮긴이의 말_ 찾아보기

미리보기

“필자가 이 책에서 중점적으로 묘사하려는 것은 약 사반세기 동안 선진 여러 나라의 현대 사상을 소개하고 수용한 중국 사상계의 역사다. 단순히 학술사적인 소개가 아니라 그 배후에 있는 동기는 무엇인지, 중국 사회의 역동적인 변화를 염두에두고 사상과 사회의 연동에도 주목하면서 고찰하고자 한다. 그리고 기나긴 역사를 가진 고유한 사상 문화와 외래의 사상 문화가 충돌하는 속에서도 중국 지식인이 어떻게 선진 여러 나라의 사상 문화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는가에 대해서도 소개하고자 한다.”
_「프롤로그」

지은이/옮긴이

지은이

왕첸王前

1967년 상하이에서 태어났고 상하이외국어대를 졸업했다. 도쿄대 대학원 총합문화연구과에서 박사후기과정을 수료했다. 전공은 정치철학과 사상사다. 현재 도쿄외국어대 등의 겸임강사로 재직하면서, 도쿄대 글로벌 COE ‘공생을 위한 국제철학교육연구 센터UTCP’ 공동연구원으로 있다. 주요 논문으로 「마루야마 마사오의 사상세계丸山眞男的思想世界」 「이사야 벌린과 그 비판자들」 「양학파洋學派 하야시 다츠오林達夫의 사상과 정치」 등이 있다.

 

옮긴이

홍성화

성균관대 사학과와 같은 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일본 도쿄대에서 중국 명·청 시대 사회경제사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부산대 역사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작으로는 『전쟁과 교류의 역사: 타이완과 중국 동남부』(공저), 『임술민란과 19세기 동아시아 민중운동』(공저), 『당음비사』(공역)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