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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네상스 뒷골목을 가다 피렌체의 사라진 소녀들을 둘러싼 미스터리
  • 지은이 | 니콜라스 터프스트라
  • 옮긴이 | 임병철
  • 발행일 | 2015년 03월 23일
  • 쪽   수 | 434p
  • 책   값 | 20,000 원
  • 판   형 | 150*220
  • ISBN  | 9788967351946
책소개 목차 미리보기 지은이/옮긴이 추천의 글
책소개

르네상스의 화려함에 감춰진 그늘을 추적한
미시사의 걸작

휴머니즘 시대의 자선기관을 작동시킨 죽음의 메커니즘을 파헤치다

“터프스트라는 문학적 증거, 지적 추론 그리고 생생한 역사적 상상력을 하나로 엮어 매우 읽을 만한 미시사를 서술하고 있다.”
– 미국역사학보

“역사서술의 걸작이자, 전근대 이탈리아학에 대한 귀중한 공헌.”
– 근대사저널

 

르네상스 자선 쉼터의 모순

극심한 기아와 유행성 열병이 휩쓸고 간 르네상스기 피렌체에 한 무리의 자비로운 여성들이 부모를 잃거나 버림받은 수백 명의 10대 소녀를 돌보기 위해 1554년 크리스마스 무렵 보호시설의 문을 연다. ‘피에타의 집’의 탄생이다. 다양한 사회적 배경을 지닌 수십 명의 여성이 피에타의 집을 열기 위해 노력했다. 이 여성들의 모임을 이끌었던 마리에타 곤디는 보호소의 운영기금을 모으기 위해 끊임없이 가가호호 방문하여 후원자들을 설득했으며, 어떤 목공의 미망인이었던 모나 알레산드라는 거주 관리인으로서 거의 30년 동안 피에타의 집에 살면서 그곳을 소녀들을 위한 쉼터로 만들기 위해 많은 일을 했다. 이렇게 정성을 쏟은 보호소의 소녀들은 과연 무엇 때문에 죽어나갔을까? 저자에 따르면, 소녀들의 죽음은 단일하고 단순한 이유에서 비롯되지 않았다. 성적 경제적 종교적으로 철저히 계서화되어 있던 가부장 중심의 피렌체 사회에서 가장 열악한 지위에 놓일 수밖에 없었던 하층 소녀들의 삶을 지배했던 르네상스 특유의 ‘젠더의 정치학’이 교묘하게 작동한 결과였다.

 

산업 전략으로서 자선사업

피에타의 소녀들은 자신들의 쉼터를 유지하기 위해 노동을 해야 했다. 세속 종교봉사단체인 피에타회의 후견인들이 매년 서약과 함께 기부한 지원금만으로는 점차 구호소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감당할 수가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피에타의 집은 저임금의 노동집약적인 견직물 제조업 공장으로 변모해갔다. 견직물 제조업에 비해 공정이 훨씬 더 복잡해 고도로 숙련된 노동력을 필요로 했으며 그만큼 이윤도 높았던 모직물 제조업에는 남성 노동력이 이미 특권적인 지위를 점하고 있었다. 여성들과 소녀들에게 남은 것은 보다 단순하고 반복적이며 기초적인 섬유 산업 즉, 견직물 제조업이었고, 당시 견직물 산업은 이탈리아의 경제구조를 뒤바꿔놓을 만큼 성장세에 있었다. 소녀들은 이제 물레 앞에 앉아 하루 종일 누에고치에서 견사를 뽑는 일을 해야만 했다. 견직물 제조업은 어린 여성이 감당하기에 무척 강도 높은 노동이었다. 피에타의 집 소녀들이 한 해에 생산한 500킬로그램가량의 견사를 뽑아내려면 30만 마리의 누에를 길러야 했고, 무려 100톤의 뽕나무잎을 누에에게 공수해줘야 했다. 그리고 누에고치에서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는 필라멘트 섬유를 잣는 데에는 엄청난 집중력이 요구되었다.

소녀들의 노동은 견직물 도급 임금 체계에서 가장 밑바닥에 위치하고 있었다. 견직물을 짜는 여성들은 면직물을 짜는 여성보다 3배 혹은 그 이상의 수입을 올렸으나, 사회적 계서 질서의 가장 아래에 위치하고 있어 직업의 선택권이 있을 리 만무했던 피에타의 집 소녀들은 가장 고되지만 가장 값싼 일을 하도록 암묵적으로 합의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녀들이 견직물 한 필 가격의 단 1.5퍼센트에 불과한 임금을 받을 때 모직물 산업군의 인부들은 모직물 한 필 가격의 16~20퍼센트를 받았다. 이렇게 불합리한 노동 환경은 열악한 처우로 연결되었다. 할당된 양을 채우지 못한 소녀에게는 식사가 제공되지 않았다. 공간과 시간을 빽빽하게 채우고 있던 직물 생산 노동 때문에 소녀들이 직접적으로 얻게 된 상해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과도한 노동에 시달린 피에타의 집 소녀들은 고치에서 실을 뽑아내기 위해 따뜻한 물을 담아놓은 그릇을 향해 여러 시간 굽은 자세로 일해야 했고, 이 때문에 쉽게 호흡기 질환에 걸렸다. 영양상태가 좋지 않았을 것이며, 지쳐 쓰러지기 일쑤였다. 폐결핵이 만연했고, 비좁은 침대 생활로 인해 피부병이 전염되었다. 그리고 “처녀들의 병”이 몇몇 소녀들에게서 발견되었다.

 

공공연한 성 착취

과도한 인구밀집 혹은 과도한 노동으로 인해 몇몇 소녀에게서 수수께끼 같은 질병의 증상이 나타났다. 두통과 쿵쾅거리며 뛰는 가슴, 무기력감부터 우울증 그리고 분노에 이르기까지의 불안정한 감정 상태, 식욕 감소, 위험한 빈혈 그리고 무월경 등의 증상을 보이는 질병, “처녀들의 병”이라고 불린 “위황병”이었다. 전통적인 치료법에는 피 흘리기, 빵과 물만 먹이며 소녀들을 어두운 방에 감금하기 혹은 “선한 매질” 등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이보다 더 충격적인 치료법은 당시 의학 서적이 소개한 방법이었다. 바로 그 질병을 앓는 소녀에게 성관계를 맺도록 하는 것이었다. 여성의 육체와 성을 주변화하고 대상화한 당대 르네상스인의 인식은 “처녀 치료”라는 굴절된 욕망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르네상스기 성병에 감염된 일부 남성들은 처녀와 성관계를 가짐으로써 성병을 치유할 수 있다고 믿었다. 소녀의 순수한 처녀성이 유독성 물질을 흡수해 건강을 되찾게 해주리라는 것이었다. 이러한 확신은 어린이 강간으로 이어졌다. 저자는 극히 제한된 사료 탓에 단언할 수는 없지만, 피에타의 집에 수용된 소녀들 가운데 처녀 치료를 찾고 있던 남성들에 의해 폭행당한 아이들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피에타 소녀 줄리아의 이야기는 르네상스기 피렌체의 몰염치한 성의 정치학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메디치 가문이 맏딸 엘레오노라의 결혼 상대인 만토바의 태자 빈첸초 곤차가의 성능력을 증명해보이기를 곤차가 가문에 요청했고, 피에타의 줄리아가 그 희생양이 되었던 것이다. 줄리아는 빈첸초 곤차가에게 겁탈을 당한 뒤 그 대가를 받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줄리아의 이야기는 당시 피렌체인들에게 사회의 최하층이었던 피에타의 소녀들이 그저 재산으로 간주되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녀들의 성은 보호의 대상이었지만 동시에 권력자들의 편의에 따라 사용될 수 있었다. 더욱이 여성의 육체와 성은 남성성을 확인하고 교육하는 물질적 상징적 대상으로 인식되었다. 그리고 이로 인해 성병과 낙태에 의한 죽음이 피에타의 집 소녀들에게 일상화될 수밖에 없었다.

 

종교와 권력의 역학 관계

피에타의 집은 위험한 삶의 단계를 거쳐야 했던 청소년기의 소녀들을 보호하기 위한 임시 보호소의 형태로 문을 열었으나, 세월이 흐르면서 점차 폐쇄적인 수녀원이자 섬유 제조업 공장으로 변모했다. 사실 피렌체의 홍등가 한복판에 보호소를 세우고, 도시의 다른 보호소라면 수용을 꺼렸을 법한 미심쩍은 평판의 소녀들을 받아들인 파에타회의 이상은 가장 취약한 영혼을 구하려 했던 사보나롤라의 비전과 일치하는 것이었다. 사보나롤라는 교회의 부패와 메디치 가문의 전제에 반대한 급진적 종교 개혁가로 민주적 정체를 구현하려 했으나 교황과 메디치 가문의 공작에 인해 이단으로 몰려 화형에 처해진 인물이다. 그런데 사보나롤라주의적 여성들에 의해 선의에서 문을 연 구호소가 어떻게 소녀들을 착취의 대상으로 전락시켜 죽음으로 내몰게 된 것일까? 그 죽음의 메커니즘에는 앞서 언급한 보호소의 ‘공장화’뿐 아니라 ‘수녀원화’가 자리하고 있다.

초기의 피에타회는 특정 교단의 통제 아래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후원자를 여럿 두고 그들의 기부금에 의존해 운영했다. 새로운 소녀의 입회 절차를 비롯한 행정 체계도 비교적 느슨하게 유지했다. 그러나 교회와 메디치 가문의 타협의 결과로 그간 피렌체 교구에 발을 들이지 못했던 근본주의적 종교 세력이 피렌체에 유입된 것을 발단으로 상황은 바뀌었다. 피렌체의 모든 병원과 교회, 구호소가 새로운 교령에 따라 개혁의 대상이 되었고, 피에타회와 같은 세속적 종교 공동체도 예외일 수 없었다. 피에타의 집은 이제 도미니코회와 같은 특정 교단의 책임 아래 흡수되었으며, 엄격한 운영 체계를 갖추게 되었고, 더 이상 예전의 개방적이고 일시적인 쉼터가 아니라 종교적 훈육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성의 정치학이 낳은 희생자들을 위한 호스피스에서, 바로 그 동일한 성의 정치학을 위한 대행업소로 탈바꿈하게 된 것이다. 소녀들은 세상과의 교류가 끊어진 채 쉼 없이 노동하며 줄리아와 같은 운명을 기다려야 하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파편화된 자료로 재구성한 르네상스의 뒷골목

저자는 피에타의 집 소녀들이 죽음에 이르게 된 정확한 원인을 해명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과도한 노동, 성병과 관련된 가설들이 추측에 의존해 있고 또 그 추측의 근거가 희박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녀들의 짧은 삶을 둘러싼 일부 상황을 재구성하고 누가 그녀들을 어떻게 도왔는지에 대해서는 살펴보는 것뿐이다. 그러나 피에타의 집은 여전히 침묵의 베일에 싸여 있는 미스터리다. 공문서나 노벨라 같은 당대의 문헌 가운데 어떤 것도 소녀들의 삶과 죽음에 대해 언급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마나 [피에타의 집 자매들의 연대기]는 소녀들의 삶과 죽음에 대해 증언하고 있지만, 그 기록은 그곳을 ‘신의 사역’이자 ‘수도사들의 업적’으로 만들고자 했던 종교 지도자들에 의해 가공된 기록에 지나지 않는다. [르네상스 뒷골목을 가다]는 이렇게 왜곡된 사료의 ‘행간을 읽음’으로써, 파편화된 단서들을 그러모아 재구성함으로써 ‘휴머니즘 시대를 작동시킨 죽음의 메커니즘’을 추적한다. 화려한 문화와 지성이 꽃핀 르네상스라는 거대 서사의 그늘에서 사라져간 삶들을 복원하는 미시사 연구의 결과물인 것이다.

목차

한국어판 서문

제1장 미스터리와 침묵
제2장 르네상스기의 성과 도시
제3장 르네상스기의 일하는 10대 소녀들
제4장 10대 소녀들과 산아제한
제5장 르네상스기의 근본주의자들과 곤경에 처한 소녀들
제6장 순결한 소녀들과 베누스의 질병
제7장 문서보관소 내의 파열음

부록 성의 정치학: 줄리아와 곤차가의 태자
연대, 통화, 척도에 관한 주해
약어 설명

참고문헌
감사의 글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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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기

왜 우리는 역사를 공부하는가? 간혹 우리는 주제라는 측면에 이끌려 과거의 어떤 이야기나 시기 혹은 옛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다. 또 다른 경우에는 우리 자신의 개인사나 민족의 역사에 대해 탐구함으로써 자기 스스로에 대해 더 잘 알게 되는 것을 역사 공붕츼 목적으로 삼기도 한다. 하지만 공간이나 시기에 관계없이, 우리가 역사를 연구하는것은 과거의 이야기나 그와 관련된 세세한 사항을 넘어서 무엇인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다. 우리는 앎의 방식을 배우기 위해 공부한다. 다시 말해 우리는 어떻게 인간적인 가치들이 과거에 대한 내러티브를 형성하고, 또 그러한 내러티브들이 어떻게 우리의 모습을 형성하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역사를 연구한다. 그러므로 역사는 우리가 우리 스스로에게 건네는 이야기다. _「한국어판 서문」

지은이/옮긴이

지은이

니콜라스 터프스트라Nicholas Terpstra

캐나다 토론토대에서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레기나대를 거쳐 현재 토론토대 사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근대 초 유럽사와 젠더의 역사 등을 가르치고 있다. 피렌체의 빌라 이 타티Villa I Tatti에서 방문학자로 연구 활동을 수행했으며, 『계간 르네상스Renaissance Quarterly』 『16세기 연구Sixteenth Century Journal』 등 저명한 학술 저널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르네상스기와 근대 초 이탈리아의 사회문화사 및 젠더의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제도와 종교의 관계를 주로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 『자선의 문화: 여성, 정치 그리고 르네상스기 이탈리아의 빈민 구제 개혁Cultures of Charity: Women, Politics and the Reform of Poor Relief in Renaissance Italy』(2013), 『르네상스기 이탈리아의 유기된 아이들: 피렌체와 볼로냐의 고아 구호Abandoned Children of the Italian Renaissance: Orphan Care in Florence and Bologna』(2005), 『르네상스기 볼로냐의 세속 종교봉사단체와 시민 종교Lay Confraternities and Civic Religion in Renaissance Bologna』(1995) 등이, 편저로 『의례적 친족관계의 정치학: 근대 초 이탈리아의 세속 종교봉사단체와 사회질서The Politics of Ritual Kinship: Confraternities and Social Order in Early Modern Italy』(2000) 등이 있다.

 

옮긴이

임병철

서강대와 동 대학원 사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인디애나대에서 근대 초 유럽 지성사 및 문화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 연구 분야는 르네상스기 이탈리아의 지성사 및 사회문화사이며, 미술사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최근에는 여성이나 아동, 노인, 하급 지식인, 유대인 등 르네상스기의 소외 계층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그와 더불어 르네상스 예술작품에 재현된 권력의 이미지를 역사적 시각으로 해석하는 작업을 병행 중이다.
주요 저서로 『르네상스기 이탈리아인들의 자아와 타자를 찾아서』 『21세기 역사학 길잡이』(공저), 『서양 문화사 깊이 읽기』(공저), 『역사 속의 소수자들』(공편) 등이 있고, 레오나르도 브루니의 『피렌체 찬가Laudatio Florentinae Urbis』, 주디스 브라운의 『수녀원 스캔들: 르네상스 이탈리아의 한 레즈비언 수녀의 삶Immodest Acts: The Life of a Lesbian Nun in Renaissance Italy』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아울러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사상과 문화, 사회에 관한 논문을 여러 저널에 발표해오고 있다. 현재 신라대 역사교육과에 재직 중이다.

추천의 글

“터프스트라는 문학적 증거, 지적 추론 그리고 생생한 역사적 상상력을 하나로 엮어 매우 읽을 만한 미시사를 서술하고 있다.” _『미국역사학보』

 

“역사서술의 걸작이자, 전근대 이탈리아학에 대한 귀중한 공헌.” _『근대사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