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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원의 사생활 수술대 위에서 기록한 신경외과 의사의 그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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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_1000일의 기록
제1부
벌거벗은 자와 살아남은 자
당신이 그런 종양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 엄마 이제 어떻게 되나요?
감정을 짊어지는 의사
원래 아픈 사람은 없어
뇌사 판정을 시행합니다
인공호흡기를 떼고 초콜릿을 두다
퇴원하지 않는 정씨 할머니
부모를 등지고 간 아기
보호자가 두고 갔다네예, 좀 드이소
삶 끝에서 만나는 타인의 삶
너 때문에 나빠진 거야
할머니의 손
뇌와 죽음
엄마, 나 축구 계속할 수 있어?
의사의 책임은 어디까지일까
좋은 의사가 되겠습니다
AI 시대에 의사가 할 수 있는 일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아
머리카락 안 집어넣어!
병원의 명절 풍경
다행히 영구적인 것은 아닙니다
안녕하지 못한 사람에게 안녕을 묻는 직업
의사 만들어줘서 감사합니다
하루에 수술만 세 번
공포가 엷어지는 시간
의료 행위의 끝은 어디인가
머리에 구멍이 날 수도 있습니다
내 뺨 좀 긁어주겠어요?
신경외과 의사는 지금도 이발사
환자를 위한 것이라는 거짓말
중환자실에 사는 귀신
누군가에겐 크리스마스의 비극이
모월 모일 사망하셨습니다
제2부
신경외과, 극한의 직업
신경외과 지원자, 단 한 명
그들의 나이가 말하는 것
내가 크록스를 신다니……
이 길이 맞는 걸까?
불어지지 않는 꿈
극한의 직업과 혼술
이불 좀 갈자
달리면서 일하는 삶
그들만의 세상
마음을 만지는 일 vs 뇌를 만지는 일
피곤하다는 말만 적을 순 없지
우린 얼마만큼의 건강을 내놓고 있는 걸까
비닐봉다리만도 못한 의사
누구나 칸트가 되어가는 곳
죽음을 밥 먹듯 이야기하는 사람들
라면 끓이는 교수님
뭐라도 하고 싶은데 실은 아무것도 하기 싫다
저 많은 불빛 중 나를 위한 자리가 있을까
레지던트 3년차를 마쳤습니다
뇌 안에 있는 것
수술은 절대 하지 않을 거야
그림을 왜 그리니?
잠깐만요, 단거 좀 먹고 가실게요
교보문고 알바 낙방기
마흔 너머의 세상
병원의 먼지, 인턴
기대지 말 것
인생의 한 장이 넘어갑니다
혈관과 신경의 아름다움
엄마, 나 피곤해 보여?
어둠이 있어야 안을 수 있어
나와 꼭 닮은 사람
불 끌까요?
대구 촌놈의 마산 수련기
손 위에 올려진 무게
인턴들의 100일 당직기
에필로그_항해의 시작
차라리 병원이 편할 수 있다는 데 생각이 미치자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졌다. 병원에서는 병마와 싸우기만 하면 되지만 집에서는 외로움에 부딪히고 매서운 현실에 맞서야 한다. 병마엔 의사가 답이라도 내놓지만 병원 밖에서는 그조차도 없다. (…) 차라리 병원이 더 편한 할머니에게 의사가 해줄 수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_「퇴원하지 않는 정씨 할머니」
그때 이후로는 침대를 끌고 수술방에 들어갈 때면 항상 환자의 손을 잡아줬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남자이거나 여자이거나 할머니이거나 꼬마 총각이거나 모두 스스럼없이 손을 꼭 잡는다.
_「할머니의 손」
허리 수술 후 다리에 마비가 온 환자를 아침마다 만나서 안녕을 묻는 것, 머리 수술 이후 언어장애가 온 환자에게 아침마다 안녕을 묻는 것, 큰 위험 부담을 안고 수술한 뒤에도 도무지 통증이 가라앉지 않는 환자에게 안녕을 묻는 것, 이것이 가장 힘든 회진이다.
_「안녕하지 못한 사람에게 안녕을 묻는 직업」
지은이
김정욱
전공의. 특정 과에 속해 근무함과 동시에 전문의가 되기 위해 수련 과정을 밟는 이. 병원에 기거하기resident에 붙여진 또 다른 이름 레지던트. 성균관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성균관대 부속 삼성창원병원에서 인턴생활을 한 뒤 현재 동同병원 신경외과 전공의로 수련 중이다. 병원의 먼지 취급 받던 인턴 시절을 우려했던 것보다 잘 보냈기에 ‘신경외과가 힘들면 얼마나 힘들겠어’라는 생각에 지원했다가 4년간 혹독한 훈련을 받았다. 그렇지만 숨 넘어가는 중환 앞에서 이제 두려움 없이 환자를 처치하게 된 스스로를 보면 신경외과 지원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은 수련에 대한 이야기다.
의사는 아픈 ‘사람’을 마주하는 직업이다. 수많은 환자를 만났지만 병명을 듣는 그들이 자신은 꼭 나을 거라고 굳게 다짐하는 모습을 본 적이 거의 없다. 실패는 실수의 어머니라며 시련을 극복하는 이는 많지만, 건강을 잃었을 때는 아무도 그것을 시련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운이 닿아 건강을 되찾았을 때도 스스로 더 나아진 사람이라 생각하는 환자는 드물었다. 병원에 근무하는 이로서 이것은 무척 안타까운 모습이다. 그래서 글과 그림으로 그들에게 들려줄 이야기를 찾아가는 중이다. 아직 명확한 답을 내지는 못했지만 언젠가는 내 이름으로 치료받는 환자들이 웃으며 퇴원하길 바란다. 이것은 의사로서의 근무에 대한 이야기다.
어릴 적부터 일기를 써왔다. 시간이 흘러가는 것에 예민하게 반응했기에 뭔가 기록으로 남기면 의미를 붙잡을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그 습관은 레지던트 4년차인 지금까지도 계속된다. 어릴 적 끄적이던 낙서는 의과대학 재학 시절 본격적인 그림 그리기로 바뀌었다. 청각이나 미각처럼 다른 사람의 감각을 직접적이고도 자극적으로 일깨울 순 없지만, 그림은 마음을 울리는 힘을 지닌다고 믿는다. 그래서 오늘도 그림을 그린다. 물론 펜이나 붓을 든 순간에도 콜이 오면 달려나가야 한다. 이것은 병원에서 먹고 자는 이의 사생활에 대한 이야기다.
“그의 손때 묻은 노트를 받아들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그림들은 내가 수없이 보던 병원의 낯익은 풍경을 대상으로 했지만, 분명 그만이 바라보는 시점에서 정밀하게 포착되고 강조되어 흡사 다른 광경을 묘사한 듯한 기시감을 주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람들이 늘 보거나 겪는 일을 다른 시선으로 기록하는 사람을 작가라고 부른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신경외과의 고된 수련 속에서 이미 작가로 움트고 있었다. 그가 덧붙인 글은 힘겨운 수련생활을 긍정적으로 견디고 환자를 따뜻한 마음씨로 사유하는, 그의 작가적 시선을 이해할 수 있는 덤이다. 이 책은 기록하는 의사의 시점에서 쓰인 또 한 권의 중요한 책이 될 것이다.”
_남궁인, 응급의학과 의사, 『만약은 없다』 저자
“처음 보게 된 이 작가의 드로잉은 응급실 침대에 모로 누워있는 어떤 환자의 발 그림이었다. 나도 모르게 생각했다. ‘언젠가 내가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면, 이런 시선으로 나를 봐주는 의사에게 치료받고 싶다.’ 지나치며 본 것을 그리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드로잉의 시작은 조금 더 다가앉는 일이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어떤 것을 오래 들여다보고 있으면 정작 그것의 생김새보다 내가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더 느끼게 된다. 그래서 드로잉은 그린 사람의 시선을 빌려서 세상을 바라보는 즐거움을 준다. 나는 이 의사의 드로잉 실력에 대해 생각하기 이전에 그의 시선에 바로 반해버렸다. 이런 그림을 그리는 의사니까. 그가 왕진을 와 준다면 왕진가방 안에는 아마도 다른 의미의 청진기와 체온계가 들어있겠지. 그러니까 그의 책이 나온다면 마음이 앓을 때 읽도록 하자.”
_이종범 만화가, 『닥터 프로스트』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