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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리를 대하는 마음가짐 미식의 세계에 들어선 이들을 위하여
  • 지은이 | 기타오지 로산진
  • 옮긴이 | 이민연
  • 발행일 | 2019년 02월 11일
  • 쪽   수 | 368p
  • 책   값 | 16,000 원
  • 판   형 | 135*200
  • ISBN  | 9788967355920
책소개 목차 미리보기 지은이/옮긴이
책소개

닭은 중닭, 도미는 1.5~2킬로그램

맛있는 음식이라 하면 노력을 많이 들였으리라 생각하지만,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요리의 맛은 재료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어떤 물, 어떤 채소, 어떤 생선, 어떤 육류가 맛있고 좋은 것인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요리를 논할 수 없다. 기초공사가 가장 중요하듯이 요리도 기본 바탕 몇 자락을 깔고 가야 한다. 닭고기는 다 자란 닭보다는 계란을 낳기 전인 중닭이 육질이나 맛이 더 뛰어나다. 도미는 1.5~2킬로그램이 가장 적당하고 4킬로그램이 넘으면 감칠맛이 없다. 커다란 도미는 외양이 훌륭해 보일지언정 혀를 만족시키지 못한다. 그렇다고 해서 작은 도미의 맛은 무조건 뛰어난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모든 일은 간단치 않은 것이다. 또한 초보자는 어시장에서 펄떡거리는 도미를 보면 싱싱하니까 맛있을 거라고 넘겨짚지만 늘 그런 것도 아니다. 비록 죽은 것이라도 바다에서 잡자마자 피를 빼서 잘 보존한 상품上品 도미가 활어 도미보다 더 맛있을 때가 있다. 본래 음식의 맛은 재료에 달려 있으므로 재료가 나쁘면 아무리 솜씨 좋은 요리사라도 별 도리가 없다. 토란 하나만 해도 돌처럼 딱딱한 토란은 요리사가 아무리 정성을 들여도 맛있게 삶기 어렵다. 생선 또한 기름기가 없는 것은 그야말로 굽든 버터를 바르든 성게알젓을 바르든 맛을 살리기 어렵다. 재료를 엄선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진정한 맛을 알려면 계속 먹어보는 수밖에 없다

늘 맛있는 것을 먹고 싶은 바람은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난다. 누군가가 주는 대로 먹기만 하는 건 생을 연장하는 데만 급급해하는 태도 아닐까. 세상살이에 찌든 많은 이는 요즘 세상에 값싸고 영양가만 있으면 됐지 하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영양 부족의 인간으로 만들고 있다. 칼로리나 비타민에 일일이 신경을 쓴 요리는 사실 요리라기보다는 영양제에 가깝다. 그러니 당연히 맛있을 리가 없다. 로산진은 ‘영양학적 요리’란 어린아이나 환자처럼 음식을 가려먹어야 하는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것이며, 그 외의 사람들은 각자 먹고 싶은 대로 자기 입맛에 맞는 식사를 한다면 칼로리나 비타민 따위를 걱정하지 않아도 저절로 건강해진다고 본다. 당연히 음식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며, 이는 계속 먹어보지 않는 한 발견할 수 없다. 날이 추워지면 수많은 종류의 미식이 찾아온다. 중간 크기의 복어를 먹는 기쁨, 교토의 죽순을 맛보는 행복. 게다가 지방이 풍부한 노토 산 방어회는 생각만 해도 입안에 군침이 돈다. 모치도 간모치寒餠라고 하는 것이 가장 맛있다. 행여 참다랑어 같은 존재는 화제에 올려선 안 된다. 비교급이 안 되기 때문이다. 로산진은 10월부터 초봄인 2월까지를 미식 다산기多産期로 정하고 맛을 즐기려는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이 계절을 헛되이 보낸 적 없이 미식가로서, 인간 본연의 욕구와 미의식을 추구했던 것이다.

 

말린 청어알은 소리로 먹는 것

본래 음식의 맛이란 미각에만 좌우되는 게 아니다. 바삭바삭해야 맛있는 것, 쫀득쫀득해야 좋은 것, 졸깃졸깃해야 맛있는 것, 끈끈해야 좋은 것, 아삭아삭해야 좋은 것, 흐물흐물해야 맛있는 것, 폭신폭신하고 바슬바슬해야 하는 것, 파삭파삭해야 맛있는 것, 오독오독한 것, 탄력이 있어야 맛있는 것, 탄력이 없어서 맛있는 것, 부드러워서 좋은 것 및 딱딱해도 되는 것과 안 되는 것…… 청어알은 오도독오도독 깨물어 먹는 소리에 맛의 핵심이 있다. 소리가 맛을 돋우는 데 한몫하는 것은 생선알 외에도 해파리, 목이버섯, 전병, 단무지 등이 있다. 말린 청어알은 입속에서 생선알이 탄환처럼 터지면서 울려 퍼지는 교향곡으로 그 진미를 발휘하는 것이다. 그러니 이가 좋지 않은 사람은 청어알이라는 거대한 세계(?)를 잃어버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특히 청어알의 어미, 즉 청어 자체는 말려서 먹는 쪽이 더 맛있다. 조림이나 구이는 맛이 별로인 반면, 배를 갈라 손질해서 말린 후 이것을 다시 물에 담가 부드럽게 불려서 요리하면 훌륭한 음식으로 재탄생한다. 이처럼 날것보다 말린 것을 물에 불려 먹는 쪽이 더 맛있는 식재료로는 해삼이나 상어 지느러미, 버섯류가 있지만, 그렇게 흔한 것은 아니다.

 

기본인 밥과 국물은 어떻게?

참치나 도미가 어디서 잡힌 게 맛있고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속속들이 알고 있으면서도 밥의 맛을 모른다면 제대로 된 미식가가 아니다. ‘국물용 다시마는 어떤 게 좋은가’, 말하자면 이런 게 요리사의 기본 실력이다. 도쿄에서는 다시마 우려낸 국물을 요릿집에서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다시마 맛국물은 굉장히 훌륭한 재료로 생선 요리에 가장 잘 어울리는 반면, 가쓰오부시 국물은 생선 요리에 넣으면 안 좋다. 가쓰오부시가 생선이기 때문에 중복되는 재료인 데다 담백한 맛을 잃어버린다. 교토에서는 오래전부터 다시마 맛국물을 요리에 이용해왔는데, 이는 홋카이도에서 채취한 다시마가 교토까지 흘러들어 발달한 것이다. 다시마 국물을 우려낼 때는 다시마를 물에 3~5분 담가두었다가 다시마가 부드러워지면 수돗물을 약하게 틀어놓고 표면에 붙은 모래나 먼지를 살살 문질러 씻어낸다. 그리고 끓는 물에 넣었다가 바로 건져낸다. 이것으로 충분하다. 물에 담갔다가 금방 건져내는 것만으로 국물이 우러날까 의심되겠지만 걱정할 것 없다. 그렇다면 가쓰오부시는 어떤 게 좋고, 깎을 때는 어떤 방법이 좋을까? 가쓰오부시는 서로 맞대어 두드렸을 때 마치 나무 딱따기처럼 경쾌한 ‘딱’ 소리가 나는 것을 골라야 한다. 벌레 먹은 나무처럼 맥없이 ‘톡톡’ 하는 소리가 나거나 축축한 냄새가 나는 것은 좋지 않다.

 

식당 요리를 얼마나 먹어야 할까

일반적으로 누구나 음식점에서 파는 요리는 맛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물론 음식점에서는 숙련된 전문가가 요리를 한다. 그러나 이 전문가의 머릿속엔 여러 셈법이 장착되어 있다. 가장 먼저 가격을 생각하며 요리할 것이다. 옳은 방식이 아닌 줄 알지만 수익이 우선이고 그다음이 요리다. 이런 점 때문에 오늘날 요리가 쇠퇴하게 되었지만 어쩔 수 없다. 돈을 내고 사먹는 요리는 전문가가 만든 것이므로 맛있을 거라는 것, 그런 어긋난 기대가 가정 요리를 쇠퇴의 길로 이끌었다. 가정 요리, 그 속에는 숨겨진 의도가 없다. 있는 그대로의 요리, 비록 초보자의 요리라 하더라도 한 가족의 화목과 단란함을 바라는 진심과 정성이 깃들어 있을 때는 된장국이며 채소 절임이며 그 모든 것이 맛있었다. 그러니 간편주의와 업성이 결국 요리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져 가정 요리 역시 몰락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고독한 미식가

“나는 지금도 스스로 밥을 짓는다. 하루 세끼 맛있게 먹지 않으면 만족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죽을 때까지 미식을 추구할 것이다. 흥미를 불러일으킬 만큼 새로운 음식에 관한 이야기가 별로 없다는 사실이 나의 만년을 쓸쓸하게 한다. 이 점에서 나는 고독하다.”

요리料理란 글자 그대로 음식食의 이치理를 헤아린다料는 뜻으로,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 그러므로 요리는 합리적이어야 하며 도리에 맞게 합법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진짜 맛있는 요리는 갑작스레 임시방편으로 만들 수 없다. 옆집 주부가 만들 수 있는 요리라 해서 쉽게 따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진정 요리를 좋아하고 맛을 아는 혀를 지니지 못하면 좋은 요리를 만들 수 없다. 즉 요리는 자기 자신이 좋아서 만들어야 하고 그것이 취미여야 한다. 그저 요리법을 익히고 맛을 내는 지식을 얻는 것뿐만 아니라 따뜻한 애정으로 즐기려는 마음이 중요하다. 그러면서 그릇에 관심을 갖고 미적 감각을 키우면 누구든 높은 경지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목차

책머리에

1부 최고의 생선이 아니라면
차라리 소고기를 드시지요
말린 청어알은 소리로 먹는 것
기품 있는 미식, 구치코
아카시도미보다 조선의 도미
보기 드문 맛, 우렁이
호기로운 줄무늬의 맏물 가다랑어
와카사에서 잡히는 봄 고등어 나레즈시
산오징어 흰 된장 절임
도쿄 요리의 명물, 전복
전복 물회 먹는 법
계절별로 다양한 참다랑어
아라이즈쿠리의 맛
아라이즈쿠리의 세계
새끼 은어의 품격을 맛보다
살이 섬세하고 부드러운 은어를 먹을 것
은어의 참맛은 역시 내장
은어를 맛있게 먹는 법
그대는 아는가? 간 요리의 참맛을!
맛있는 건어물의 각별함
독특한 맛의 미꾸라지
질 좋은 장어가 맛있는 장어
복어는 독어인가?
도미 눈알과 옆구리 살
특별한 진미, 도롱뇽
두꺼비를 먹은 이야기
고하쿠아게

2부 요리의 완성은 재료
맛있는 두부 이야기
죽순의 맛은 일등석
바다에는 복어, 산에는 고사리
라쿠호쿠 미조로가 연못의 순나물
여름날의 소박한 맛
여름철의 밥도둑, 곤부토로
깔끔하고 선명한 요리, 곤부토로 탕
멧돼지 고기의 맛
계란찜엔 계란을 듬뿍 넣지 말 것
산슈 된장을 사용한 작은 순무 국
냄비 요리에 관한 이야기

3부 소박한 맛을 원한다면 오차즈케
오차즈케의 맛
김 오차즈케
다시마조림 오차즈케
자반연어, 자반송어 오차즈케
참치 오차즈케
튀김 오차즈케
갯장어·붕장어·장어 오차즈케
보리새우 오차즈케
교토의 밀어 오차즈케

4부 모든 사람이 미식가가 되는 방법
가정 요리 이야기
요리의 길은 끝이 없다
요리도 창작이다
그릇: 요리에 옷을 입히다!
요리를 할 때의 마음가짐
요리는 도리를 헤아리는 일이다
요리의 묘미
미식과 인생
미식 다산기의 마음가짐
본연의 맛을 살리다
요리의 미와 예술의 미
스키야키와 오리 요리: 서양 음식에 대한 감상
요리 이야기
일본 요리에서 중요한 것들: 새로 고용한 요리사에게

후기 히라노 마사아키
옮긴이의 말

미리보기

본래 음식의 맛일나 미각에만 좌우되는 게 아니다. 바삭바삭해야 맛있는 것, 쫀득쫀득해야 좋은 것, 졸깃졸깃해야 맛있는 것, 끈끈해야 좋은 것, 아삭아삭해야 좋은 것, 흐물흐물해야 맛있는 것, 폭신폭신하고 바슬바슬해야 하는 것, 파삭파삭해야 맛있는 것, 끈적끈적해야 좋은 것, 흐늘흐늘해야 맛있는 것, 오독오독한 것, 탄력이 있어야 맛있는 것, 탄력이 없어서 맛있는 것, 부드러워서 좋은 것과 나쁜 것, 딱딱해도 되는 것과 안 되는 것…… 대강 생각해도 이처럼 다양한 식감 또한 음식 맛에 큰 영향을 끼친다. _「말린 청어알은 소리로 먹는 것」

지은이/옮긴이

지은이

기타지오 로산진北大路魯山人

화가, 도예가, 서예가, 칠공예가, 요리사, 미식가 등 다양한 얼굴을 가진 종합 예술가다. 1883년 교토 출생. 간판 일을 하던 양아버지의 일을 돕게 되면서 예술적 재능을 꽃피운다. 스물한 살에 일본미술협회전에 ‘천자문’을 써내 입상한 뒤 타고난 미적 감각으로 서예와 전각 분야에서 명성을 얻는다. 그는 음식에도 뛰어난 감각을 발휘했다. 1921년 나카무라 다케시로와 함께 회원제 식당 <미식구락부>를 열어 ‘맛의 달인’으로 이름을 날렸다. 1925년에는 도쿄 중심부의 3000평 대지에 자신의 미식 철학을 집대성한 일본요리점 <호시가오카 사료>를 만들었다. “그릇은 요리의 옷”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길 정도로 음식과 식기의 조화에 천착했으며, <호시가오카 사료>에서 사용할 그릇을 만들기 위해 가마쿠라에 7000평의 도기 공방을 건설한다. <호시가오카 사료>는 대성공을 거두지만, 로산진은 다른 사람과 결코 타협하지 않는 유아독존적 고집 때문에 갈등을 빚어 <호시가오카 사료>에서 퇴출된다. 이후 로산진은 본격적인 도예가로 재출발한다. 그가 남긴 도자기, 칠기, 수묵화 등 예술 작품들은 피카소를 비롯해 해외의 저명한 예술가들로부터 극찬을 받았으며 지금도 아주 비싼 값에 거래되고 있다. 생전에 일본 정부로부터 인간문화재 지정을 제의받았으나 거절했다.

 

옮긴이

이민연

일본 루테르학원대학을 졸업하고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아들러와 프로이트의 대결』 『Design Thinking』 『바쁜 데도 여유 있는 살림 아이디어 31』 『친구가 뭐라고』 『셰일가스 혁명』(공역)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