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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궁에 빠진 조선 누가 진짜 살인자인가
  • 지은이 | 유승희
  • 옮긴이 |
  • 발행일 | 2008년 04월 14일
  • 쪽   수 | 288p
  • 책   값 | 12,000 원
  • 판   형 | 152*223
  • ISBN  | 9788954605564
책소개 목차 미리보기 지은이/옮긴이
책소개

조선후기의 민간 살인사건과 과학수사
이 책은 『일성록』의 범죄 관련 기록을 중심으로 18~19세기 조선을 떠들썩하게 했던 14가지 살인 사건을 선정해서 다루고 있다.

범행흔적을 없앤 지능적인 범죄와 몇 년 간 해결되지 않았던 사건들을 위주로 다뤘기 때문에, 수사관이 단서를 잡아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 왜 살인이 일어났는지를 규명하는 모습, 그것이 조선 사회의 변화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등을 흥미롭게 재구성하고 있다.

18~19세기 조선은 임진왜란, 병자호란 이후 진행된 신분간 벽이 극도로 허물어지고 있었다. 여기에 상업경제의 발달로 인한 도시화 속에서 인구의 서울집중, 술도가의 융성, 모든 것을 돈으로 생각하는 배금주의 풍토가 일어나고 있었다. 흐트러지는 유교질서를 바로 잡으려는 국가의 강압적인 정책의 시행과 이에 맞서거나 일탈하려는 대중들의 움직임이 서로 엇갈리는 지점에서 무수한 갈등이 일어났다.

그동안 조선시대 살인을 다룬 책들이 간혹 나왔지만, 정치적인 사화나 반역, 양반들간의 권력다툼의 현장을 주로 언급했고, 『조선왕조실록』이나 정약용의 『흠흠신서』 등에 소개된 자료들을 위주로 다뤄왔다. 하지만 이 책은 1760~1910년까지 국정 전반에 관한 매일의 기록이라 할 수 있는 『일성록日省綠』(국보 제153호)을 중심사료로 삼았다. 저자 유승희 교수는 서울시립대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에서 『18~19세기 한성부의 범죄 실태와 갈등 양상-일성록을 중심으로』로 박사학위를 받은 신진학자다. 이 박사논문은 조선시대 범인 심문 기록을 분석한 국내 첫 논문이다.

『일성록』은 한국사 연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사료이지만, 범죄 관련 부분은 그간 거의 주목받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저자는 이 점에 착안해 『일성록』의 방대한 범죄기록을 일일이 해석하고 관련 자료와 비교해 조선후기 범죄에 나타난 사회적 혼란과 민간의 갈등양상을 다각도로 조명했다. 특히 『일성록』은 『조선왕조실록』과는 달리 조사관이 범인과 나눈 일문일답, 증인들의 진술 등이 그대로 수록되어 있기 때문에 조사관의 입장만이 아니라 범인 입장에서 사건을 이해할 수 있고, 훨씬 구체적으로 당시 상황을 재구성할 수 있다.

하지만 『일성록』만 참고했다면 이 책에서 느껴지는 손에 잡힐 듯한 구체성이 확보되지 않았을 것이다. 저자는 조선시대 형사기관의 근무일지 및 범죄수사기록이라 할 수 있는 『포도청등록捕盜廳謄錄』과 『추안급국안推案及鞫案』은 물론 『추관지秋官志』 『심리록審理錄』 등의 자료를 폭넓게 조사한 바탕 위에서 책을 썼다. 가능한 한 범죄의 내용뿐만 아니라 당시의 시대적 배경, 범죄인의 의도, 범죄방법, 검험관의 검험방법 등을 자세히 다루고 있다. 흉악한 범죄일수록 범인이 그 흔적을 은폐하고 있기 때문에 조선시대 수사관들은 모든 수단과 추리를 동원해서 사건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했다. 그것이 얼마나 과학적이고도 정밀하게 진행되는지, 범죄를 일으킨 정황이 실제 역사를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지, 아울러 범죄 뒤에 숨겨져 있는 당시의 사회적 갈등양상이 무엇인지 세밀하게 짚어나가고자 했다.

범죄사건은 시대의 가장 솔직한 표정
범죄는 일반적으로 인간의 부정적인 단면을 드러내지만, 한편으로 삶의 실존적 측면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범죄 연구는 인간 내면의 의식세계 뿐 아니라 구성원간의 갈등과 긴장, 그것에 대한 사회통제와 질서유지, 그 상호관계를 규명하는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당시를 살았던 민民의 생활을 복원할 수 있다. 조심스럽게 범죄 관련 기록에 접근했던 저자가 결국 그것을 주제로 박사논문을 쓰고, 책을 펴내게 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종래에는 조선사회를 다소 큰 사건이나 구조를 중심으로 분석하는 경향이 적지 않았다. 민란民亂이나 사화士禍를 통해 시대적 특징을 설명하는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그러한 구조적인 접근은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그 속에서 백성들이 겪는 갈등으로 보충돼야 한다. 거시적 시각을 입증해줄 미시적 연구인 셈이다. 역사학은 과거의 사료를 평가, 검증해 역瑛?사실과의 관련성을 추구하는 학문이기에 사료에 대한 해석이 당대의 실제 삶과 맺고 있는 관련성이 촘촘하지 못하면 언제라도 무너져내릴 수 있다. 저자는 그런 확신 속에서 조선시대 범죄를 통한 ‘역사읽기’를 시도하고 있다.

복수, 재산다툼, 유흥문화, 어린이 유괴
이 책에 실린 14개의 사건 중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복수살인’이다. 주로 남편의 죽음에 대한 아내들의 복수가 많은데, 조선시대 여인들의 투철한 종부의식은 경외감을 품게 하면서도, 그렇게까지 만든 국가 차원의 유교의식의 강요가 씁쓸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놀라운 것은 겉으로는 복수살인을 표방하면서도 그 속을 살펴보면 돈을 노린 사건일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범인이 바뀐다는 점이다. 조선시대의 모든 살인사건이 전부 이렇게 수사가 어렵지는 않았다. 하지만 저자는 신체는 부모에게 물려받은 것이라 소중히 다뤄야한다는 관념 때문에 조선시대에는 시체를 해부할 수 없었고 그로 인해 범인찾기가 지연되는 과정을 강조하고 있다. 다산 정약용이 직접 조사한 함봉련 옥사사건과 시골마을의 연속된 2건의 살인사건의 경우 모두 시체에 대한 과학적 검험의 결여 때문에 사건이 오리무중으로 빠져든 경우다. 정약용은 날카로운 관찰과 합리적인 인과관계 짜맞추기, 증인들의 증언에서 허점찾기 등을 총동원해 몇 년씩 해결되지 않았던 범죄사건을 속시원하게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또한 재산다툼의 와중에서 살인사건이 많이 벌어졌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조선시대에는 첩실제도가 보편화되어 있었기 때문에, 가장이 죽은 후 후손들끼리의 재산다툼이 치열했다. 그리고 적손들이 첩손보다 머릿수가 모자라거나 세력이 약하면 집단적인 힘겨루기 끝에 비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특히 신분제가 흐트러지던 조선후기이다보니 이와 같은 사건이 더욱 빈번하게 벌어졌다.

그 외에 이 책은 정부가 백성들에게 강제로 환곡을 환수하려다가 벌어진 살인사건, 아동유괴가 독버섯처럼 번졌던 시기에 일어난 어린이 상해·살인 범죄, 무덤과 음택풍수로 인한 살인사건, 음주문화의 급속한 확산으로 인한 구타 살인사건, 과부보쌈의 유행과 그 와중에 벌어진 웃지 못할 비극 등이 다뤄져 시대의 다양한 풍경을 보여주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사건 중심의 흥미로운 서술과 함께 본문의 중간 중간 당시 한성부에서 일어났던 절도범죄, 사기범죄, 문서위조범죄, 유흥 문화로 인한 범죄 등을 실제 사건을 중심으로 정리해주고 있어 새로운 역사적 사실을 습득하는 즐거움도 안겨준다.
가령 조선후기 궁중절도사건의 절반이상이 내부자 소행이라는 점, 인구의 서울유입으로 부랑자가 늘어나고 이들의 생계형 범죄가 어떤 형태로 일어났는지, 무위도식하는 조직폭력배와 정부관원들의 결탁, 이들이 거점으로 삼았던 곳이 푸줏간과 우시장이었다는 점 등을 보여주고, 또한 정조 이후 전문 위조범들 문서위조사건과 구체적인 방법과 범죄의 동기 등을 흥미롭게 설명하고 있기도 하다.

목차

머리말

사건1 칠흑같은 그날 밤 낫을 휘두른 이는 누구인가
– 문회소에서 자던 진사 안종면의 죽음

사건2 국부를 칼에 베인 의문의 여인 변사체
– 내금위 이화의 여종 동비 살해 사건

[시대깊숙이] 범죄의 대륙, 그 모습을 드러내다
– 조선시대 범죄 관련 기록과 『일성록』

사건3 정조는 왜 곡산부사 정약용을 한양으로 불렀나
– 서울 북부 함봉련 형사 사건

사건4 독을 먹인 자는 적녀인가 첩자인가
– 13년 만에 밝혀진 윤백원 독살 사건의 진상

사건5 조왕신과 떡 그리고 두개골의 저주
– 한명주 집안 사람들 연달아 죽어나가다

[시대깊숙이] 궁중 절도 사건은 내부자의 소행이 절반
– 조선후기 한성부에서 일어난 절도 범죄

사건6 붉은 창자를 둘러메고 동헌을 쳐다보다
– 강진현감 경악케 한 지독한 복수극

사건7 가만히, 뚫어지게, 죽은 이의 상처를 보라
– 조용한 시골 마을을 발칵 뒤집은 두 건의 살인

사건8 저 사람이 내 손을 묶고 발을 잘랐어요
– 용산강 여아 사건과 조선후기의 어린아이 유괴

[시대깊숙이] 강도로 변한 농민들 서울의 대혼란을 야기하다
– 인구의 서울 유입으로 인한 생계형 범죄들

사건9 박조이는 왜 호미로 무덤을 파헤쳤는가
– 투장을 둘러싼 시골 토호와 양반집 아낙의 혈투

사건10 개를 잡은 마음과 개장국을 끓인 마음의 차이
– 음주 난투극과 조선후기의 유흥 문화

[시대깊숙이] 무위도식과 상혼商魂은 범죄의 온상
– 순조대 조직폭력배의 등장과 미곡 폭동

사건11 남편의 적에게 휘두른 절굿공이의 진실은 무엇인가
– 양반집 과부와 바람난 정경문 구타 살해 사건

사건12 박취 행위를 치도율로 다스려라
– 조선후기 보쌈의 유행과 어처구니없는 비극

사건13 양반 이양택, 과거를 보고 오는 길에 맞아 죽다
– 주범이 세 번이나 바뀐 순천의 조계중·조이중 사건

[시대깊숙이] 과거 시험 한 번에 1만 8천 명을 뽑으니 비리가 생길밖에
– 조선의 문서 위조 전문범의 실태를 보다

사건14 새색시 박 여인은 왜 스스로 목을 찔렀는가
– 전염병 돌 때 출입한 의문의 남자를 찾아라

미리보기

사건이 일어난 시각은 3경이었다. 조사관은 짐짓 모른 척 다시 물었다. “그러면 남편이 돌아온 시간은 언제냐.” 그러나 오억춘의 아내는 나가는 것만 봤지 들어오는 것은 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못 본 것인지, 돌아오지 않은 것인지를 조사관이 다시 추궁했다. 아마 돌아오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돌아오지 않았다?’

즉, 오억춘의 아내는 남편이 밤 2경에 문을 나섰으나 그가 돌아오는 것은 보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오억춘이 증인으로 내세운 세 사람의 진술은 모두 일치하고 있으나 부인만 말하는 것이 달랐다. 부인의 말에 따르자면 오억춘은 사건이 발생하기 2시간 전에 사건 현장에 달려갔다는 것이니 서로 모순됐다. 약 1경 동안 오억춘의 행적이 묘연했다.

조사관이 오억춘을 불렀다. 일단 그를 안심시켰다. 알리바이가 입증됐으니 마지막 한 가지만 확인해달라며 그날 밤에 사건을 보고 들어와서 그냥 잤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쉽게 잠을 이룰 수는 없었다고 대답했다. 아내가 무슨 일이 났냐고 하길래 좌우간 큰일이긴 한데 밤이 늦었으니 내일 얘기하자고 한 후 그냥 잤다고 했다.

_23쪽

지은이/옮긴이

지은이

유승희

서울시립대학교 국사학과를 나와 같은 대학에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서울시립대학교 도시인문학연구소 HK교수, 도쿄대학 역사문화학과 방문연구원, 인천대학교 인천학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을 지냈다. 2017년 현재 서울시립대학교에서 강의를 하며 조선시대에 발생한 각종 범죄를 주제로 전근대 민중의 생활상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지은 책으로는 『조선 민중 역모 사건』, 『민이 법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미궁에 빠진 조선 – 누가 진짜 살인자인가』, 『도시 속의 역사』 등이 있다. 논문으로는 「18~19세기 한성부 경제범죄의 실태와 특징.사죄를 중심으로」, 「조선 후기 형사법상의 젠더 인식과 여성 범죄의 실태」, 「19세기 여성 관련 범죄에 나타난 갈등양상과 사회적 특성」, 「조선 전기 한성부 가옥철거와 정부의 보상실태」, 「조선 후기 한성부 무주택자의 거주형태와 특징」, 「17~18세기 야금(夜禁)제의 운영과 범야자(犯夜者)의 실태 – 한성부를 중심으로」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