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

  • 배드걸 굿걸 성차별주의의 진화 유능하면서도 아름다워야 한다는 주술
  • 지은이 | 수전 J. 더글러스
  • 옮긴이 | 이은경
  • 발행일 | 2016년 05월 09일
  • 쪽   수 | 580p
  • 책   값 | 23,000 원
  • 판   형 | 139*213
  • ISBN  | 9788967353254
책소개 목차 미리보기 지은이/옮긴이 추천의 글
책소개

대중문화 속 진화된 성차별주의에 대한 신명나는 해부
‘배드 걸’과 ‘굿 걸’이라는 모순된 이상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예쁘고 섹시하되 헤퍼 보여선 안 되고,
유능하지만 남자에게 위협적이어선 안 된다.
현명해야 하지만 ‘설치고 떠들어선’ 안 되며,
남자를 잘 이해해줘야 하지만 남자를 많이 알아선 안 된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리죠?

 

진화된 성차별주의의 시대
지금 시대에 성性은 어떤 의미일까? 현대 사회에서는 더 이상 여성이라고 해서 교육을 못 받지도, 일을 못 하지도 않는다. 실제로 각종 고위직에 여성이 진출하고 있다. ‘페미니즘’이라는 말에 실제로 반감을 드러내는 사람도 많다. “남녀차별은 옛말이다”, “성평등은 이루어졌으며 곳곳에 ‘역차별’의 징후마저 보이는데, 무슨 페미니즘인가”, 이런 주장들도 존재한다. 이 책이 다루는 것은 바로 지금과 같은 시대, 즉 성차별이 ‘과거의 일’처럼 느껴지며 여성들이 오히려 권력을 휘두르는 듯 여겨지는 시대의 섹시즘(성차별주의)에 대해서다. 저자는 이를 ‘진화된 성차별’이라고 부른다.
‘진화된 성차별’은 성평등이 실현되었기에 이전 시대에 페미니즘운동이 외쳤던 구호는 이제 필요 없다는 전제 위에 쌓인 새로운 성차별주의다. 진화된 성차별은 ‘여자는 무엇이 될 수 없다’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여자는 무엇이든 될 수 있고 그럴 능력이 있지만, 어쨌든 “여성스러워야” 한다’고 말한다. 뚱뚱한 여자, 못생긴 여자를 당연하다는 듯이 희롱하고 모든 직군의 여성에게 ‘여성스러움’의 기준을 들이대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저자가 ‘진화된 성차별’ 개념과 함께 제시하는 것은 198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 까지, TV 드라마와 영화, 뉴스와 잡지 같은 대중매체가 여성을 어떤 식으로 다루면서 ‘여성성’이라는 제약을 사려 깊게 마련하고 강화해왔는지에 관한 분석이다.

 

TV 쇼 속의 여자들: 그 쓰레기 같은 것 좀 꺼버려!
미국에서 1980년대에서 1990년대에 태어난 젊은 여성들은 ‘걸 파워’ 세대라 불렸다. 스파이스 걸스는 섹시한 옷을 입고서 남자들을 향해 ‘여자에게 잘 보이지 않을 거면 꺼지라’며 ‘미래는 여자의 것’이라 노래했고, “페미니즘은 이제 식상하다. 이제는 걸 파워의 시대”라고 말했다. 스파이스 걸스에 열광하며 자란 아이들은 그들의 어머니 세대가 목소리를 높였던 페미니즘이나 여성의 권리, 차별에 직면하는 대신 그들의 ‘소녀 문화’를 만들어갔고, 이 문화의 열렬하고도 자발적인 소비자가 되었다.
이들을 타깃으로 제작된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은 이들의 ‘소녀 감성’을 중요하게 다룸으로써 소녀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이 TV 쇼 속 소녀들은 주로 멋진 남자와 외모 꾸미기에 온 관심을 집중했고, 인간적 성숙보다는 인간으로서 멋진 남자 캐릭터의 사랑을 받음으로써 완성되는 존재였다. 이런 TV 쇼는 청순하고 순수한 여자주인공과 각종 비현실적인 만행으로 여자주인공을 괴롭히는 ‘악녀’ 캐릭터를 끊임없이 만들어냈고, 여자 간의 질시와 남자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을 그렸다. 한편 이들은 모두 모델과 같은 몸매를 가지고 있었고, 직군이나 사회적 계층에 상관없이 드라마 속에서 완벽한 패션과 섹시한 의상을 소화했다. 이들의 또 다른 주된 특징은 직장에서는 성공한 전문직 여성이지만 완벽한 남자를 만나 가정을 꾸리는 행복을 누리지 못하는 자기 삶의 “결핍”에 고민하고 자조한다는 것이었다. 이 캐릭터들은 여성들의 공감과 사랑을 받았지만, 여성에게 무엇이 ‘결핍’이고 무엇이 ‘행복’인지를 끊임없이 주입하는 역할 또한 담당했다고 저자는 진단한다.

TV 드라마에 이어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것은 MTV 쇼와 예능이다. 여성의 몸매나 외모를 완벽하게 대상화해 소비하는 MTV의 프로그램들(각종 서바이벌 프로그램부터 뮤직비디오까지)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우리나라의 「짝」 「렛미인Let 美人」 「프로듀스 101」 같은 프로그램들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서바이버」 「익스트림 메이크오버」 「스완」 「아메리칸 아이돌」 「도전 슈퍼모델」 같은 쇼들은, 시청자로 하여금 여성에 대한 과장된 대상화를 ‘웃으며 즐길 거리’로 받아들이게 만든 동시에 “어떤 여자가 인기 있고 어떤 여자가 욕을 먹는지” “덜 예쁘거나 자기주장이 세거나 충분히 날씬하지 않은 여자가 어떤 취급을 받는지”를 여성들에게 충분히 각인시켰다.

이런 프로그램의 전국적 소비는 이전 세대의 페미니스트들에게는 크나큰 충격이었다. 만약 비키니만 겨우 걸친 젊은 여자들이 트램펄린에서 뛰는 동안 남자들이 여자의 출렁이는 가슴을 구경하는 「더 맨 쇼」가 1972년에 방영되었다면, 해당 방송이 이루어진 녹화장은 누군가가 놓은 불길에 의해 남김없이 타버렸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하지만 진화된 성차별이 시동을 걸기 시작하던 이 시기에 페미니스트들의 비판적 반응은 ‘시대에 뒤처지고 유머를 모르는 나이 든 여자들의 히스테리’ 정도로 치부되었다. MTV에 열광하는 딸들을 보면서 어머니들은 “그 쓰레기 같은 것 좀 꺼버려!”라고 외치고 싶었다. 하지만 소녀들은 ‘사회 속 여성 권리의 취약성을 인식하고 연대하며 투쟁해야 한다’는 말보다는, ‘이미 소녀들에겐 힘이 있으며 아름다워짐으로써 더 많은 것을 쟁취할 수 있다’는 말을 명백히 더 선호했다.

 

뉴스가 여성을 다루는 방식: 거세불안
1990년대에는 힘으로도 남자들을 앞서며 세상을 구할 숙명을 지닌 ‘여전사’들이 등장했다. TV 속 여성들은 점점 유능하고 섹시한 것을 넘어, 초현실적인 완력과 전투 기술을 뽐냈다. 또 이 시기 많은 영화에서 여성의 공격성이 매력적으로 묘사되었다. 「어 퓨 굿 맨」의 해군 소령 데미 무어, 섹스 후 얼음송곳으로 남자를 찔러 죽인 「원초적 본능」의 샤론스톤과 룸메이트의 강아지를 창밖으로 던져버리고 남자친구를 살해하는 사이코패스로 등장한 「위험한 독신녀」의 제니퍼 제이슨 리 등등. 이런 ‘힘 있는 여자들’의 이미지는 ‘여성 포식자’의 모습으로 대중매체에 점차 자주 등장하게 되었다.

하지만 현실은 사뭇 달랐다. 여전히 살해당하고 성폭행과 가정 학대, 각종 범죄에 시달리는 것은 여성이 압도적 다수였고, 가해자는 주로 남성이었다. 미디어 속의 ‘걸 파워’와 무관하게 여성들은 계속 죽었고, 데이트 강간, 집단적 성폭력 같은 사건들이 끊임없이 터졌다. 하지만 유구한 역사를 가진 이런 ‘남성에 의한 여성 폭력’은 지역별, 인종별, 세대별 사건으로 보도되었다면(예컨대 1997~1998년에 10대 남학생들이 전 여자친구를 비롯해 동네 소녀들과 여교사를 살해하는 등의 사건이 잇달았는데, 이는 끝내 ‘학생의 학생 살해’로 보도되었다), 90년대 여성이 가해자였던 몇몇 사건들은 ‘여성의 폭력성’을 화두로 삼아 온 사회에 여자들이 위협적임을 경고하며 수개월간 대서특필되었고 심지어 책, 영화, 뮤지컬로까지 제작되었다. 보빗 사건(아내가 남편의 성기를 생선칼로 절단한 사건)과 에이미 피셔 사건(10대 소녀가 자신과 내연에 관계에 있던 남자의 집으로 가 그의 부인 얼굴에 총을 쏜 사건)이 대표적인데, 부인에게 성기를 잘린 존 웨인 보빗을 희화화하는 한편 에이미 피셔를 위협적 악녀로서 전국민의 비난 아래 묶어두면서 여성의 섹슈얼리티는 위험하며 관리되어야 한다는 논조를 반복한 당시 언론의 보도들은 ‘거세불안’에 의거한 마녀사냥의 양상을 띠었다. 이것이 진화된 성차별의 등장을 뒷받침한 또 다른 줄기, 바로 남성 지배에 가해진 위협에 대한 인식이라고 저자는 분석한다.

이제 ‘걸 파워’가 달성된 시대임을 주지시키면서도 여성을 ‘여성의 자리’에 머무르게 만드는 것, 이것이 대중매체 속 진화된 성차별이 섬세하게 겨냥한 목표였다. 검사 출신으로 빌 클린턴 정권의 법무장관이 되었던 재닛 리노는 185의 키에 악어와도 씨름을 한다고 알려진 거친 여성이었다. 그녀는 일련의 커다란 국가적 사건에 대한 책임 있는 태도와 훌륭한 직무 수행으로 국민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았다. 그런데 그녀는 적절한 여성성을 드러내는 외모 꾸미기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고, 말할 때 웃음을 짓거나 공손하게 머리를 숙이는 등 여성들이 일상에서 습득하는 몸짓언어를 전혀 갖고 있지 않았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리노는 언론에 의해 ‘레즈비언’ 의혹에 지속적으로 시달렸고, 각종 쇼에서는 그녀에 대한 희롱과 농담이 잇달았다. 유능한 국가 고위직 공무원이 사근사근하게 웃지 않는다고 해서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 콩트의 단골 소재가 되는 것은 확실히 고위직 남성들은 당하지 않는 일이었다. 재닛 리노의 얼굴에 TV쇼의 섹시한 여전사의 몸을 합성하는 등의 비하 섞인 조롱은, 사회가 지정한 여성성의 범주에 개의치 않고 활약하는 여자들이 어떤 식으로 ‘관리’ 및 ‘처벌’될 수 있는가에 대한 명백한 본보기였다.

 

배드 걸 굿 걸: 위태로운 줄타기
진화된 성차별은 페미니즘이 사실상 사상된 가운데, ‘걸 파워’를 앞세워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를 ‘농담’으로 만들고 새롭고도 집요한 여성성의 틀을 만들어 강요한다. 1990년대, ‘이제 여자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시대의 주체적 문화소비자로 떠올랐던 소녀들은 어느덧 대중매체가 선전하는 아름다움과 섹시함에 대한 강박에 시달리며 갈등하는 사회인이 되었다. 여성이 모든 것을 이룰 수 있지만 여성답게 존재하는 것이 또한 사회가 요구하는 성취라면, 여성들은 사회 모든 분야에서 직무 능력으로 존중을 받아야 하는 동시에 여성스러운 외모와 말씨, 상냥함과 배려를 잊어서는 안 된다. 또한 기존 남성의 영역을 위협하거나 기존 여성의 영역(출산, 육아, 가사 등)을 도외시해서는 안 된다는 언론과 대중매체의 지속적인 메시지를 받아들인다면, 여성들은 섹시함과 애교와 눈웃음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섹슈얼리티로 남성을 위협하고 이용하는 ‘창녀’가 되어서는 안 되며, 때가 되면 커리어에 대한 ‘욕심’을 접고 아이를 낳고 내조에 힘써야 한다. 아이를 낳음으로써 여성은 “진정한 여자”가 된다.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을까? 잘 관리된 몸매에 유행과 개성을 적절히 유념해 옷을 입고 적절한 화장을 한 채 직장과 가정을 건사하면서 남편의 사랑도 놓치지 않는 “슈퍼우먼”이 되면 될까? 진화된 성차별의 무리한 요구 속에서 현대의 젊은 여성들은 어떻게 하면 존중과 사랑을 얻고 성취와 대인관계를 유지하며 일과 가족을 다 얻을 수 있을지 여전히 고군분투하고, 대중매체는 계속해서 그들에게 모순적인 답을 주고 있다. 섹시한 여자를 소비하면서 한편으로 손가락질하고, 모성을 찬양하는 한편으로 아줌마들을 비하하는 사회에서 여성의 외모와 말투, 태도에 대한 금기를 범하지 않으려고 조심 또 조심하며 생존하는 것이 과연 정답일까?

 

왜 지금 페미니즘이 필요한가
이 책에서 저자가 분석한 미국의 대중문화와 진화된 성차별이라는 현실은 우리 사회와 소름끼치도록 닮았다. 실제로 저자가 분석한 많은 TV쇼의 유사 버전이 국내에서 제작되었으며, 국내 개그 프로그램의 여성 비하나 여자 연예인에 대한 과도한 외모 지적이 위험수위인 것도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여성이 피해자인 범죄 사건을 ‘OO녀 사건’이라 부르고 성폭력 가해자 남성에게 동정적인 기사가 한가득인 국내 기사들을 보면 저자가 분석한 언론의 남성 편향이나 ‘여성성’에 대한 징벌 및 대상화가 우리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임을 알 수 있다. 명절 특선 프로그램 등 온가족이 함께 시청할 수 있는 공중파 예능에서 젊고 예쁜 여성을 모아놓고 몸개그와 섹시댄스, 애교를 시키는 것 등은 여러 차례 비판을 받았지만 여전히 하나의 ‘문화’처럼 건재하다. 이를 소비하는 사람들은, 책에서 저자가 지적한 것과 마찬가지로, “웃자고 하는 일에 죽자고 덤비지 말자”는 태도를 취한다.

물론 수많은 사람이 대중매체의 여성 소비 방식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줄 안다. 그러나 이를 비판하는 것과 그 효과를 분리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진화된 성차별의 온상과도 같은 ‘대중문화’는 비판보다 커다란 ‘묵인’이 있기에 존속하는 것이며, 그런 가운데 내면화된다. 남성들은 여성을 ‘그러한’ 존재라고 느끼게 되며, 여성들 스스로는 성적 대상화와 페미니즘 정치 사이에서, 여자들 간의 유대감 형성과 남성으로부터 인정받는 일 사이에서, 자아 존중과 자기 과시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는다. 이들은 최대한 예쁘게 보이려 애쓰면서도 권리에 대한 목소리를 내려고 노력하지만, 예쁨받아야 하는 이들의 권리 투쟁에는 근본적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현대의 진화된 성차별 속에서 여자들은 여성들에게 부과된 역할 기대와 제약, 사회적 유리천장과 범죄 실태 같은 문제들에 연대해 맞서고 권리를 주장하기보다, 자괴감에 빠져 1, 2킬로그램을 더 빼려 애쓰거나 모든 것을 이룬 (듯 보이는) 슈퍼우먼들을 우러러보는 동시에 질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쉽다.

저자는 바로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 자리에서 매체가 조롱하고 희화화한 페미니즘을 부활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여자들이 아이디어, 사회적 변화, 정치보다는 얼굴, 옷, 몸매에 더 많은 정신적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대중매체의 이미지들을 역으로 비웃고 조롱해야 한다. 지금의 젊은 여성들은 외모의 중요성 혹은 절대성을 강조하지 않는 대중매체 환경을 경험한 적이 없다. 여기서 여성들은 그 결과와 해악, 부당함 및 현실과의 괴리를 지적하며 대중매체에 반박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우리는 여성혐오를 재생산하는 각종 제품과 활동을 불매하고, 성적으로 적극적인 여성은 난잡하지만 성적으로 적극적인 남성은 멋지다는 식의 각종 이중 잣대를 끊임없이 공격해야 한다. 육아, 임금 평등, 여성의 빈곤, 여성에 대한 폭력, 성차별주의의 용인 및 찬양과 같은 산재한 문제에 맞서, 여성운동은 다시금 거세게 시작되어야 한다. 물론 대중매체라는 광범위한 이미지의 홍수에 반박하는 것은 끝내 헛된 발길질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핵심은 당장의 성과보다, 우리 자신, 그리고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우리의 모습을 변화시키는 일이다. 슈퍼우먼이 되지 못해 홀로 자책하거나 거울 앞에서 자신의 몸을 저주하는 대신 모순된 요구, 권리의 박탈, 사회의 부당함 앞에 다시 뭉쳐서 목소리를 내는 일이, 요청되고 있는 것이다.

목차

서문 힘의 환상

제1장 소녀 문화의 부상
제2장 언론 속 거세불안
제3장 T팬티를 입은 여전사
제4장 ‘여성성’의 강요
제5장 멋진 여자들
제6장 섹스에 빠진 나라
제7장 리얼리티 쇼와 섹슈얼리티
제8장 더 날씬하게, 더 악랄하게
제9장 레드카펫 마니아
제10장 여성들, 최고의 자리에 오르다?

마무리하며 지금, 페미니즘이 필요하다


옮긴이의 말
찾아보기

미리보기

진화된 성차별과 기존의 페미니즘은 패션, 화장법, 아기, 대인관계 등 과거에 사소한 것으로 치부되던 여성 위주의 지식을 종종 찬양하고 이러한 지식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진화된 성차별은 독립과 힘과 존중, 남성의 사랑과 인정, 그리고 여성들 특유의 소비주의적인 탐닉을 어떠한 대가도 치르지 않고 한꺼번에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더욱더 큰 힘을 지닌 위풍당당하며 독립적인 여성들의 이미지가 우린 아직도 날씬하지 않고 가슴도 풍만하지 않으며 아름답지 않고 여자들이 가장 부러워할 만한 상표가 박힌 상품을 갖지 못했다는 끊임없는 하소연과 함께 배회한다.

_「서문 」

 

새천년의 시작은 진화된 성차별의 분수령이 된 시기였다. 모든 TV 프로그램, 영화, 책에서 여성의 성취, 소녀다움, 반페미니즘을 시선을 뗄 수 없게 조합해 보여주었다. TV 화면 속 여성들은 하버드를 졸업한 변호사이거나 홍보 전문가 또는 FBI 요원이었으나, 그들의 직업은 남자로부터 받는 사랑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작은 만족감이나 성취감만을 안겨주었다. 이러한 관점을 취한 것은 일부 성차별주의자 남성이나 보수적인 우익 여성이 아니었다. 오히려 이는 무서운 페미니스트들에 의한 검열에서 살아남은, 이른바 여성 내면의 솔직한 목소리처럼 보였다. 1990년대 중반에 ‘걸 파워’가 등장해 여성들의 자존감을 강화하고 소녀 문화를 확립한 이래(그리고 음반과 화장품과 브래지어를 판매한 이래), 이제 ‘파워’는 시들해지고 ‘걸’이라는 부분만 확대되어 새로운 여성성으로 자리 잡았다.

_「여성성’의 강요 」

 

1995년 영국에서 탄생한 남성용 잡지 『맥심』은 1997년 4월에 대서양을 건너와 ‘여자 다음으로 남자에게 생겨난 가장 좋은 것’이라는 자랑스러운 홍보 문구를 앞세웠다. 맥심은 곧 진화된 성차별의 모선母船이 되었다. 이 잡지는 뻔뻔하게도 여성을 대상화하며 여성을 신체 부위별로 전락시켰고(특히 가슴), 그 결과, 상당한 비난과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악의 없는 재미’를 추구하는 남자들의 불손한 태도는 남자들 이 생식샘의 노예이기 때문이며, 남자들이 끈 비키니를 입은 여자를 보고 유혹하지 못해 안달하는 이유는 그들이 성차별주의자여서가 아니라 어쩔 수 없는 본능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 진화된 성차별에 보호막을 제공한 것은 바로 이러한, ‘그건 모두 농담이야’라는 태도다.

_「섹스에 빠진 나라 」

 

만약 우리가 믿어야 하는 것처럼 완전한 평등이 실현되었다면, 여성들은 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주부가 되는 편이 낫다는 말을 듣는 것일까? 한쪽 편에는 ‘새로운 마미즘momism’이 있다. 이는 결코 실현하기 불가능한 완벽한 어머니가 되기 위한, 매우 낭만적으로 묘사되었으나 상당히 엄격한 일련의 기준이다. ‘마미 트랙mommy track’이 생겨나고 난 뒤부터, 미국의 여성들은 빛을 보고 난 뒤 아이를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한다는 이야기가 들리게 되었다. 그 내용은 거의 항상 같다. 예일대학, 하버드 경영대학원 등에 진학한 다섯 명의 여성이 월마트의 운영 예산에 해당하는 급여를 받는 남성과 결혼한 다음, 아이를 갖기로 결심하고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여성들이 직장뿐만 아니라 페미니즘 역시 포기하는 국가적인 ‘움직임’이 있었다.

_「여성들 최고의 자리에 오르다? 」

지은이/옮긴이

지은이

수전 J. 더글러스 Susan J. Douglas

여성학자, 문화비평가, 칼럼니스트. 『뉴욕타임스』로부터 ‘도발적이고 불손하며, 무척 재미있는 이야기꾼’이라는 평을 얻었다. 성 문제와 대중문화 비평, 미국 정치에 관한 글을 쓴다. 미국의 역사에 관한 다섯 권의 책을 펴냈고 현재 미시간대 언론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1994년 출간한 책 『소녀들은 어디에 있는가Where the Girls Are』가 미국 공영 라디오NPR가 선정한 ‘올해의 책’ 10위 안에 들면서 큰 성공을 거두었고 1999년에 펴낸 미국의 라디오 문화에 관한 책 『리스닝 인Listening In』으로 샐리 해커 상을 받았다.

 

옮긴이

이은경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번역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히스토리카 세계사 8』, 『왜 나는 엄마처럼 살아갈까』, 『내 인생의 의미 있는 사물들』, 『권태』, 『내 귀에 바벨 피시』(공역), 『배드 걸, 굿 걸』, 『편집의 정석』, 『좋은 산문의 길, 스타일』 등을 번역했다.

추천의 글

“대중문화를 예리하게 꿰뚫어 보면서, 날씬하고 아름다우며 강한 여자들의 이미지와 걸 파워라는 환상이 여성에게 어떤 굴레를 씌우는지 파헤친다. 냉정한 현실을 독자들에게 전달해야 하면서도 유쾌하고 따뜻한 어조를 유지하는 어려운 임무를 잘 완수해냈다. 수전 더글러스는 우리 시대의 가장 호탕하면서도 똑똑한 매체 비평가다.”

―카사 폴릿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본 해방 아닌 해방의 역사다. 늘 우리 곁에 존재했던 차별의 이미지가 이 책에서 신선하고 획기적인 것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더글러스는 유쾌함과 멋과 발군의 유머 감각으로 대중문화의 가짜 페미니즘을 대해부한다.”

―토머스 프랭크

 

“미디어가 장악한 우리 문화 속에서 ‘기정사실’로 간주되는 성 평등, 여성의 꿈, 여성성을 둘러싼 온갖 신화를 신랄하고도 유쾌하게 비판하는 책이다. 오늘날 많은 여성이 경험하고 있는 모순된 메시지와 곤경에 해결책을 제시한다. 행동을 촉구하고 자극을 주는 책.”

―수전 제인 길먼

 

“여성과 페미니즘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는 대중매체를 기지 넘치고도 날카롭게 비판한 책. 논지가 탄탄하고 근거가 풍부하다.”

―『퍼블리셔스위클리』

 

“올해의 가장 중요한 책이다. 서평에서 ‘중요한’이라는 수식어는 대개 무겁고 지루한 책에 갖다 붙이는 말이지만, 이번은 예외다. 이 책은 매우 통쾌하고 도전적이다.”

―『라스베이거스위클리』

 

“읽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한편 생각에 잠기도록 만든다. ‘진화된 성차별’이라는 개념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오늘날 젊은 여성들에게 혼란스러운 메시지를 주입시키는 대중문화를 심도 있게 조명하며, 여성과 페미니즘을 둘러싼 그릇된 신화의 베일을 벗긴다.”

―『데일리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