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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붕 진시황에서 유방까지
  • 지은이 | 리카이위안
  • 옮긴이 | 이유진
  • 발행일 | 2021년 08월 11일
  • 쪽   수 | 664p
  • 책   값 | 28,000 원
  • 판   형 | 145*217 | 무선
  • ISBN  | 978-89-6735-933-1 03910
책소개 목차 미리보기 지은이/옮긴이
책소개

의 붕괴 뒤엔 초인楚人들이 있었다

서초패왕은 어떻게 멸망의 길을 걸었는가

 

현장답사로 진한 교체기의 역사를 다시 읽는다

중국 삼련출판 40년 역사에서 ‘50대 호서好書선정

 

진秦 제국은 진승·항우·유방이라는

세 명의 초楚나라 사람에게 붕괴되었다

종이 위에 생생하게 부활시킨 포스트 전국 시대

 

팽성대전, 형양 대치, 해하 결전 등 현장 답사 고증

항우의 실패에 대한 치밀한 고찰

 

우리에게 『초한지楚漢誌』의 배경으로 잘 알려진 중국 진한秦漢 교체기에 대한 육중한 역사서 두 권이 출간되었다. 리카이위안李開元의 『진붕秦崩: 진시황에서 유방까지』와 『초망楚亡: 항우에서 한신까지』가 그것이다. 저자 리카이위안은 중국 베이징대 역사학과에서 톈위칭 교수에게 사사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대에서 역사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일본 슈지쓰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 두 나라의 학계를 모두 경험한 그는 30년 넘게 진한사秦漢史를 연구하며 현장답사로 사료의 빈틈을 메우고 추리소설 같은 글쓰기로 독자를 사로잡아왔다. 이번에 펴낸 『진붕』과 그 후속편 『초망』은 중국 진나라 제국이 붕괴하고 초나라가 멸망하는 격동기의 역사와 전쟁, 영웅들의 흥망성쇠를 웅장하게 그려낸 그의 대표작이다. 2005년 중국 중화서국에서 처음 출판되었고 2010년 타이완판이 나왔으며, 2015년 중국 삼련서점에서 학술주석판이 출간될 정도로 큰 인기를 모았다. 저자는 학술주석판에서 초판에는 없던 주석과 지도를 넣었으며 새로운 내용을 보강하는 등 공들여서 완성도를 높였다. 삼련출판은 지난 40년 동안 자신들이 펴낸 수천 권의 책 중에서 50대 호서好書를 선정하여 발표했는데, 『진붕』과 『초망』이 그 목록에 포함되었다. 이 시기를 다룬 수없이 많은 책 중에서도 중화권에서 독자들의 가장 폭넓은 사랑을 받은 책이라 할 수 있다. 이번에 나온 한국어판은 삼련서점의 학술주석판을 한국어로 완역한 것이다.

 

목차

진붕秦崩차례

 

서문을 대신하여: 역사의 착각

 

1장 전국 시대의 유방

  1. 평민 출신 | 2. 출생 신화 | 3. 풍현 용무교를 찾아가다 | 4. 기원전 256년을 전후한 전국 시대의 세계 | 5. 패현의 산천지리 | 6. 모범 소년에서 방탕한 유협으로 | 7. 전국 시대의 유협 기풍 | 8. 신릉군이 병부를 훔쳐 조나라를 구하다 | 9. 문객 후영·주해·장이 | 10. 우상을 좇던 유방의 발자취 | 11. 진퇴양난의 불신

 

2장 진 제국의 민간에 흐르는 암류

  1. 패현, 진나라에 귀속되다 | 2. 사수정 정장과 그의 형제들 | 3. 주색가가 결혼하여 새 생활을 하게 되다 | 4. 한나라의 귀족 장량 | 5. 박랑사에서의 일격 | 6. 지자智者 황석공 | 7. 유방이 진시황을 보다 | 8. 정장이 도망자가 되다 | 9. 망탕산이 징강산과 감응하여 통하다

 

3장 높은 건물이 무너지기 전날 밤

  1. 진시황이 갑자기 죽다 | 2. 조고에게 기회가 찾아오다 | 3. 조고는 환관이 아니라 만능인이었다 | 4. 쥐의 철학을 신봉한 승상 이사 | 5. 조고와 이사의 게임 | 6. 사구의 음모 배후에 도사린 갈등 | 7. 제국의 계승자 부소의 죽음 | 8. 몽염과 몽의 | 9. 진나라 마지막 왕의 신비한 내력 | 10. 몽씨 형제를 죽이다 | 11. 골육지친을 죽이다 | 12. 무덤에서 전해온 먼 옛날의 정보

 

4장 천하대란

  1. 아방궁과 시황제릉 | 2. 치도와 직도 | 3. 망국의 전조 | 4. 귀족의 후예 진승 | 5. 진승과 오광이 반기를 들다 | 6. 장초 정권의 건립 | 7. 항씨 집안의 숙부와 조카가 강동에서 군사를 일으키다 | 8. 유방이 패현에서 군사를 일으키다 | 9. “진나라를 멸망시킬 것은 반드시 초나라”라는 말의 참된 의미

 

5장 장함이 위험한 국면을 버텨내다

  1. 균형을 잃은 제국의 방위 업무 | 2. 영웅 주문 | 3. 희수 전투의 비밀 | 4. 부활한 군단 | 5. 소부 장함 | 6. 진나라 군대의 반격 | 7. 항량이 장강을 건너 북상하다 | 8. 초 회왕이 된 목동 | 9. 장함이 위나라를 멸망시키다 | 10. 항량의 패망

 

6장 항우의 굴기

  1. 연나라와 조나라의 복국 운동 | 2. 변사 괴통의 등장 | 3. 배반한 장수 이량 | 4. 거록을 포위하다 | 5. 초 회왕이 권력을 잡다 | 6. 송의의 부상 | 7. 제나라와 초나라의 갈등 | 8. 항우가 송의를 죽이다 | 9. 거록 전투 | 10. 유유히 흐르는 장하에서 영령을 제사지내다

 

7장 유방이 서진하다

  1. 이사와 장함의 협력 | 2. 2세 황제의 고뇌 | 3. 이사가 『한비자』를 다시 읽다 | 4. 이사의 사악한 미문 | 5. 조고의 승리 | 6. 이사의 죽음 | 7. 유방의 첫 번째 큰 좌절 | 8. 장량과 우연히 마주치다 | 9. 유방과 항우가 한 배를 타다 | 10. 팽월을 만나게 되다 | 11. 역씨 형제를 끌어들이다 | 12. 남양에서 진나라 군대를 재편하다 | 13. 개봉에서 사라진 진류의 자취

 

8장 진 제국의 멸망

  1. 장함이 투항하다 | 2. 은허와 한단을 추억하다 | 3. 조고와 유방의 비밀 모의 | 4. 진 제국의 폐막 | 5. 항우가 항복한 병사를 생매장하다 | 6. 항백이 유방을 구하다 | 7. 조마조마하긴 했으나 위험은 없었던 홍문연 | 8. 항우가 회왕의 약조를 폐기하다 | 9. 진황이 되지 않고 패왕이 되다 | 10. 진나라 멸망의 역사 교훈

 

맺음말을 대신하여: 나는 역사의 여행자

싼롄판 후기

부록

  1. 주요 연표
  2. 진나라 말 칠국 대사大事 월표月表

참고 자료

옮긴이의 말: 종이 위에 생생하게 부활시킨 포스트 전국 시대

찾아보기

미리보기

 

진붕秦崩에 대하여

 

육국을 통일한 진시황 영정과 한 제국의 창건자 유방은 마치 세대를 달리한 개국 군주인 듯하지만 사실 두 인물의 나이 차는 겨우 세 살이다. 그들은 전국 시대가 쇠락할 때 등장한 동시대 사람이다. 유방과 영정이 공존한 47년 동안 역사는 전국 시대와 제국의 두 시대를 거쳤으며, 칠국이 패권을 다투었던 여파가 30여 년 동안 이어지다가 통일로 인해 종결되었고, 10여 년에 걸친 진 제국의 난폭한 전횡은 붕괴를 맞았다. 유방이 48세에 진나라에 맞서 군사를 일으켰을 때는 이미 그의 인생 절반이 지나간 상태였다. 그는 전반생을 전국 시대에서 보냈던 것이다. 그의 인격과 사상은 그의 동시대인과 마찬가지로 전국 시대 말의 풍토와 인정과 시대정신이 빚어낸 것이다. 진나라가 들어선 이래로 제국 시대의 시대풍조가 변화함에 따라 그 세대의 생활 배경과 정신 풍모 역시 바뀌기는 했지만, 진나라 말에 난이 폭발하면서 사람들 뇌리에 간직되어 있던 전국 시대 역사의 기억이 부활했다. 유방은 동시대의 영웅호걸들과 함께 전국 시대를 회복하고 왕정을 부흥하며, 지나간 것을 이어받아 미래를 열고 옛것을 회복하고 혁신했다. 그들은 함께 포스트 전국 시대의 역사 국면을 열었다.

이 책은 역사에 대한 사람들의 착각을 되짚는 데서 시작한다. 그리고 사람들의 흥미를 가장 잘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진 제국이 붕괴하는 과정 및 유방·항우 등의 영웅호걸이 굴기하는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다.

진시황릉 병마용의 발굴과 진간秦簡의 대량 출토를 비롯해 최근 50년 동안 진나라와 관련한 중요한 고고학 성과가 상당하다. 덕분에 우리는 진 제국과 진시황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이 책은 역사서의 기록을 문물·간독簡牘·현지 조사와 결합해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냄으로써 진 제국의 시말을 완전히 새롭게 이야기하고 있다.

 

진나라를 멸망시킬 것은 반드시 초나라라는 말의 참된 의미

 

진승은 대택향에서 기병하고, 항씨는 회계산에서 기병하고, 유방은 패현에서 기병했다. 이는 진·초·한의 역사 동향을 결정짓는 세 가지 대사였다. 이후 역사의 흐름은 대체로 진승·항우·유방, 세 영웅이 주도했다. 이들은 모두 초나라와 긴밀한 관련이 있다. 전국 시대 말에 한동안 세상에 유행한, “초나라에 삼호三戶가 남는다 할지라도 진나라를 멸망시킬 것은 반드시 초나라다”라는 참언讖言 역시 여기서 해답을 구할 수 있다.

진승은 장초 정권을 세움으로써 포악한 진나라를 멸망시킬 대업을 열었다. 항우는 진나라 주력군을 소멸시키고 진나라 멸망의 운명을 결정했으며, 천하 분할의 기초를 마련했다. 유방은 관중을 공격해 진나라 정부가 투항하게 함으로써 최종의 제업을 성취했다.

진승은 진군 양성 사람이고, 오광은 진군 양하 사람으로, 대택향에서 기의했다. 이 지역들은 모두 전국 시대 말에 초나라 영토였으며, 진승과 오광을 따라 기병한 900명의 수졸 역시 초나라 지역 출신의 빈민이었다. 진승이 세운 정권을 장초라고 칭한 것은 ‘초나라를 확장한다’는 의미다.

항씨는 초나라의 명문 귀족으로 봉지는 진군 항현에 있었으나 나중에 사수군 하상현으로 옮겨갔다. 항량과 항우는 회계군 오현에서 기병했는데, 이곳들 역시 초나라의 옛 땅이다. 항씨를 따랐던 8000명의 강동 자제병 역시 죄다 초나라 사람이다. 항량은 이후 회왕을 옹립하고 초나라 왕정을 부흥시켰다. 항우는 초나라 군대를 이끌고 진나라 주력군을 섬멸했으며, 스스로 서초패왕西楚霸王이 되어 천하를 분할했다. 어디든 시시각각 초나라 사람과 초나라 땅이었다.

유방은 사수군 패현 사람이다. 전국 시대 말 패현은 초나라 영토였고, 패현의 관리와 백성들은 유방을 따라 패현에서 기병했다. 이 역시 초나라 사람이 초나라의 옛 땅에서 일어선 것이다. 유방은 기병한 뒤 패공으로 추대되었는데, 이는 초나라 제도에 따른 패현 장관이다. 유방은 시종일관 초나라의 기치 아래 부단히 활동했는데, 관중으로 들어가 진왕의 항복을 받았을 때는 초나라 회왕의 탕군장碭郡長이었다.

하지만 후한의 역사가 반고班固의 『한서漢書』 이래로 진승과 항우는 열전으로 강등 편입되었고, 「진초지제월표」는 「이성제후왕표異姓諸侯王表」로 대체되었으며, 진·초·한 시기의 역사는 진·한 시기의 역사로 간주되었다. 이러한 역사의 수정으로 일찍이 천하의 정국을 주도했던 초나라의 존재는 말소되었고, 장초왕 진승과 서초패왕 항우는 희석되었다. 유방이 일찍이 초나라의 신민이었으며 한나라가 초나라에서 나왔다는 역사 역시 은폐되었다.

역사를 읽는 데 가장 미묘한 것은 시대정신을 파악하는 일이다. 저자는 자신이 사학에 입문한 이래로 오랫동안 선입견에 오도되어 진·한 시기에서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수시로 헤맸다고 털어놓는다. 진나라와 한나라 사이에 초나라가 있는지도 몰랐으니, 한―초―진을 전국 시대와 연결할 생각을 못했다는 것. 1982년에 그는 베이징대에서 톈위칭田餘慶 선생의 진한사秦漢史 강의를 들으면서 눈앞이 확 트이고 식견이 명확해졌다고 한다. 1989년에 톈위칭 선생은 「장초를 말하다: “진나라를 멸망시킬 것은 반드시 초나라다”라는 문제에 관한 연구」라는 글을 정식으로 발표했다.

톈 선생은 창사長沙 마왕두이馬王堆 한묘漢墓에 남아 있는 흔적에 착안해, 출토된 역서曆書에 나오는 장초의 연호에서부터 착수하여 전한 초 진승 장초의 정통성을 밝혀냈고, 나아가 탐색과 고증을 통해 진·한 사이에 말소된 초나라와 초나라 사람을 재현했다. 또한 숨겨진 사실을 탐색해 이 시기를 전국 시대와 연결했다. 또한 전국 시대 말에 진·초 관계를 중심으로 한 열국 관계의 재연과 발전이 진·초·한 시기의 역사적 특징이며, 이러한 재연과 발전은 새로운 역사 조건 아래서 초나라가 진나라를 계승해 다시 통일로 나아가는 것이었음을 지적했다.

종합해 말하자면, 전국 시대 이래 진나라와 초나라의 각축전에서 최후의 승리자는 초나라 사람이고 최후의 승리를 성취한 세 명의 초나라 사람은 진승·항우·유방이다. 이것이 바로 “초나라에 삼호三戶가 남는다 할지라도 진나라를 멸망시킬 것은 반드시 초나라다”라는 말의 진정한 의미다. 저자는 이것을 계승 발전시켜 진·초·한 시기 역사의 연속성에 착안하여 포스트 전국 시대론을 내놓았다. 진나라 말 역사가 전국 시대로 돌아가 진나라 말부터 전한 초에 이르기까지, 역사는 포스트 전국 시대로 접어들어 열국이 병립해 분쟁하고, 제자백가와 유협 호걸이 다시 출현하고, 왕업—패업霸業—제업으로 이동하는 갖가지 역사적 특징이 약 60년 동안이나 변천하며 지속되었다. 한 무제武帝가 즉위한 뒤에 제2차 통일이 완성되어 역사는 다시금 새로운 통일 제국의 시대로 접어들게 된다. 이처럼 『진붕』을 읽는 묘미는 진한秦漢이라는 이름 사이에 은폐되어 있는 초楚의 재발굴이다. 진나라 말, 전국 시대의 육국이 복국하여 진나라와 육국이 대항하다가 최종적으로 항우와 유방에게 역사의 주도권이 넘어가는 ‘포스트 전국 시대’라는 개념은 진 제국의 멸망과 한 제국의 성립 사이에 존재하는 복잡미묘한 추세를 이해하는 데 탁월한 시각을 제시해준다.

 

현장 답사로 주요 전투의 재구성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것은 진나라 말기 진승·오광의 난으로 세워진 장초의 깃발 아래 모인 유방, 항우 등의 군대와 장함章邯이 이끄는 진나라 정규군과의 전투에 대한 저자의 상세한 해설이다. 특히 반란군인 장초 진영의 장수 주문周文의 군대가 진나라 장함 군대와 벌인 ‘희수 전투’는 여러모로 흥미진진하다. 그때까지 파죽지세로 휘몰아치던 주문의 군대는 함곡관까지 뚫고 관중 평원에 진입해 승리감에 도취했지만 희수戲水에 이르러 그곳을 지키던 장함 군대에 막혀 연전연패했으며 결국 주문은 자결했다. 저자는 직접 그곳 지형을 둘러본 다음 당시 수도를 경비하던 진나라 정예군이 펼친 진법 등을 상세히 추적하면서 그 패배의 원인을 분석한다. 가장 첫 번째 원인은 지형이다. 당시 장함의 군대가 주둔하고 있던 곳은 동으로는 희수를 해자로 삼고 서로는 파수를 둑으로 삼으며, 북으로는 위하에 의지하고 남으로는 여산을 등지고 있었다. 이곳은 함곡관의 방어선이 뚫린 상황에서 수도 함양을 지켜주는 최후의 장벽이자 진나라 주둔병의 요충지였다. 수도를 방위하는 진 제국의 중위군 주력은 마땅히 이 일대에 주둔했다. 두 번째 원인은 전력의 뛰어남이다. 중위군은 진 제국 군대의 정예 중의 정예로, 수도 함양의 경비를 담당했을 뿐만 아니라 국가의 중대한 의식·의례 역시 중위군이 출동하여 담당했다. 진·한 시대에 황제를 매장할 때면 중위군 전사가 검은 갑옷을 입고 대오를 이루어 황궁에서부터 능침까지 배열하여 장송葬送했는데, 이것이 바로 병마용 군진의 원본이다. 이로써 가늠해보면, 희수 기슭에서 주문 군대의 서진을 저지한 역량은 아마도 진 제국의 경사 중위군이었을 것이라고 저자는 가늠한다.

 

후안무치한 영웅 시대

 

저자는 진나라 말의 역사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당시가 후안무치한 영웅 시대였다는 점을 느꼈다. 그 시대에는 모두 이익만을 추구했으며 눈앞의 성공에 급급했다. 세상살이는 생사의 고투였고 서로 속고 속이는 행위가 만연했다. 이긴 자는 왕이 되고 진 자는 역적이 됐다. 공훈을 세우고 업적을 쌓고자 하는 영웅호걸에게 윤리도덕을 돌아볼 여유가 있었겠는가. 이사는 진왕 정에게 동문인 한비를 추천했다가 나중에는 참언을 올려 옛날의 동문을 독살했다. 이후 그는 조고와 손잡고 유조를 위조해 정적인 부소와 몽염·몽의 형제를 제거했다.(저자는 이 과정에서 조고가 환관이 아니라 정통 문관이었다는 점을 고증했다.) 조고가 2세와 친밀해지고 이사 자신은 외면당하게 되자 그는 노신들과 손잡고 조고를 죽이려 했으나 도리어 조고의 덫에 걸려 모해를 당했다. 모든 것에서 오직 이익만 꾀할 뿐 인의도덕은 전혀 없었다. 항우는 안양에서 20만 진나라 군대의 투항을 받아들이기로 장함에게 약속했지만 석 달 뒤 신안에서 진나라 군대를 깡그리 생매장했다. 여기에 무슨 신의가 있단 말인가? 오직 눈앞의 계산만을 따졌다. 유방은 조고와 공모해 진2세를 죽이고 함께 관중의 왕이 되기로 하고 진나라 군대의 투항을 받아들이기로 했으면서도 느닷없이 공격을 가했다. 여기에 무슨 신의가 있단 말인가? 모두 음모와 모략뿐이었다.

이익이 있는 곳이 바로 행동이 있는 곳이었다. 이익은 도덕과 무관했고, 이익이 도덕과 충돌할 때는 도덕을 버렸다. 윤리도덕의 규범이 세워진 건 한 왕조가 들어서고도 100년이 지나서다.

윤리도덕은 국가의 운명에 영향을 미친다. 저자는 진나라 말의 역사를 정리하면서 아방궁 건설에 대해 쓰고, 북쪽으로 흉노를 격파해 장성을 쌓고 남쪽으로 홍구鴻溝라는 운하를 만들고 남월을 정벌한 것에 대해 쓰다가, 덮어놓고 진취와 발전만 추구한 게 사회의 불안을 초래했으며 그것이 바로 진 제국이 멸망한 원인 가운데 하나였음을 절감했다. 또한 조고가 올가미를 놓아 이사를 모해한 일과 정변을 일으켜 2세를 자살로 몰고 간 일에 대해 쓰다가 또 절감했다. 진나라가 오랫동안 공리주의를 받들어 실행한 반면 윤리도덕의 규범 및 인문교육 체계의 건설을 홀시한 탓에, 끝내 극단으로 치달아 도덕의 마지노선이 소멸해버리고 위아래 사람들 모두의 마음이 흩어진 것 역시 진 제국 멸망의 원인 가운데 하나였음을.

진나라 멸망에 담긴 역사 교훈은 준엄하고도 현실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지은이/옮긴이

지은이 리카이위안李開元

쓰촨성四川省 청두成都 출신으로 어릴 때는 과학을 꿈꾸는 소년이었다. 1982년에 베이징대 역사학과를 졸업한 뒤 학교에 남아 톈위칭田餘慶 교수의 조교를 지냈다. 톈위칭 교수로부터는 정밀하고 깊이 있게 고찰·논증하는 것 외에도 현지조사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이후 일본으로 건너가 1989년에 도쿄대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일본 슈지쓰대 인문과학부 종합역사학과 교수 및 베이징대 중국고대사연구센터 겸임연구원으로 있다.

지금까지 30년 넘게 진한사秦漢史를 연구하면서 저자는 사마천을 흠모하고 러셀에 탄복하는 자세로 문사철에 통달하는 풍격을 추구해왔다. 1980년대에 황런위黃仁宇의 『만력萬曆 15년』이 참신한 문체로 사학·문학·사상을 버무려서 시대의 새로운 기풍을 연 것에 큰 충격을 받은 그는 대중적인 역사 저술에 뜻을 두고 두루 견문을 넓혀왔으며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흥망사』를 읽으면서 사학자로서의 박학다식함과 탁월한 표현 기교에 감격했고,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에서는 진·한 제국의 웅대한 역사를 화폭에 담으려면 시리즈 형식의 저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분명히 알게 되었다. 이러한 바탕 위에서 철저한 현지 조사, 문헌의 고증·고찰, 추리기법이 어우러진 잘 읽히는 서사로 빚어낸 작품이 바로 『진붕秦崩: 진시황에서 유방까지』과 『초망楚亡: 항우에서 한신까지』이다. 후기에서 그는 “나는 역사의 여행자다. 내가 역사 속을 돌아다닐 때 역사가 내 마음속에서 부활한다. 나는 부활한 역사를 종이 위에 정지시켜 이 책에 담아냈다”라고 마침표를 찍고 있다. 그 외에 『한 제국의 건립과 유방 집단: 군공 수익 계층 연구』(2000), 『진나라의 수수께끼: 진시황을 새롭게 발견하다』(2015) 등의 저서가 있다.

 

옮긴이 이유진

연세대학교 중국연구원 연구교수. 연세대 중어중문학 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중국신화의 역사화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오늘날 우리 시각으로 중국 역사와 문화를 읽어주는 인문학자로, 복잡한 중국 역사를 대중적인 언어로 소개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 신화의 상징성 및 신화와 역사의 얽힘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중국 문화와 역사와 문학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SERICEO에서 「도읍지로 중국 읽기」를 강연하고 있으며, 계간지 『보보담』의 필진이다. 지은 책으로는 『중국을 빚어낸 여섯 도읍지 이야기』 『상식과 교양으로 읽는 중국의 역사』 『한손엔 공자 한손엔 황제: 중국의 문화 굴기를 읽는다』 『차이나 인사이트 2018』(공저)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신세계사』 『고대 도시로 떠나는 여행』 『미의 역정』 『중국철학은 어떻게 등장할 것인가?』 『중국신화사』(공역) 『동양고전과 푸코의 웃음소리』 등 다수가 있다. EBS 「클래스 e」에서 ‘여섯 도읍지로 보는 중국’을 강연했으며, EBS 「세계테마기행」 ‘신선의 땅 인간의 마을: 중국 무릉도원’의 큐레이터로 출연했고, EBS 라디오 「니하오 차이나」의 ‘중국 신화전설’ 코너를 진행했으며, 『주간경향』에 「이유진의 중국 도읍지 기행」을 연재했다.

cluestick@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