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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자유주의의 좌파적 기원 냉전시대 경제학 교류의 숨겨진 역사
  • 지은이 | 조하나 보크만
  • 옮긴이 | 홍기빈
  • 발행일 | 2015년 03월 09일
  • 쪽   수 | 588p
  • 책   값 | 28,000 원
  • 판   형 | 152*228
  • ISBN  | 9788967351847
책소개 목차 미리보기 지은이/옮긴이
책소개

정치적 패권주의와 엘리트들의 권력욕에 가려지기 이전,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막론하고 ‘자유 시장경제’를 꿈꿨던 이들의 해방적 아이디어들을 복원한다

– 수많은 경제학자와의 인터뷰 및 동유럽 서적과 문서고 속 희귀자료들에 풍부하게 기반하여 밝히는 냉전시대 경제학사
– 유고슬라비아의 노동자 자주관리 사회주의, 헝가리의 시장사회주의, 이탈리아 우익 싱크탱크에서 이루어진 초국적 논의들
– ‘자유시장=자본주의’ vs ‘사회주의=반反시장적 국가주의’라는 그릇된 양분법을 전복하는 20세기 신고전파 경제학의 재발견

사회주의는 반反시장적 국가주의 이념인가? 이 책에 따르면 이는 근거 없는 낙인이다. 신고전파 경제학은 ‘자유 시장’을 신봉했으며, 현재는 자본주의 서방의 주류경제학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패권이 전 세계적으로 공고해지기 전까지 이들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라는 이분법적 대립을 넘어서 각 사회 안에서 실질적으로 자유 시장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논의를 진행했고, 그 가운데 20세기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의 여러 정치 실험은 그 영감의 중추였다. 이 책에서 저자는 냉전시대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에서 이루어진 정치경제적 논의들을 제시하고 이 시기에 동서 대립을 넘어 열정적으로 교류했던 신고전파 경제학자들의 활동을 촘촘히 복원한다. 이것이 신자유주의와 엘리트 패권주의에 의해 협소하게 이해되기 이전의 신고전파 경제학으로서, 체제와 상관없이 꾸려졌던 자유 시장에 관한 실질적 논의다. 그리고 이들은 전쟁과 혁명, 정치적 견제로 점철된 20세기 중반의 역사 속에서 세상을 해방적인 방식으로 변혁하고자 투쟁한 이들과 여러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소실되어버린 ‘간극적 공간’을 드러내다
저자는 헝가리에서 교환학생으로 체류한 시절, 본래 갖고 있던 사회주의 동유럽 국가라는 이미지와는 달리 자유 시장경제에 더없이 긍정적인 교수의 말과 사람들의 태도에 의문을 품게 되었다고 밝힌다. 이때의 경험에서 출발하여 그는 이들에게 있어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라는 것이 실제로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새로운 이해를 구하기에 나섰다. 저자는 헝가리, 유고슬라비아, 이탈리아의 수많은 경제학자들을 인터뷰하고 동유럽 문서고의 다양한 문헌을 직접 검토하고 번역하였으며, 이들의 연구를 이해하기 위해 신고전파 경제학과 경제사상사의 까다로운 맥락들을 소화해냈다. 이 오랜 세월에 걸친 방대한 연구 및 질적 조사가 아니었다면 신자유주의 이후의 세계가 선전하는 선입관들을 넘어서서 냉전시대 경제학 교류의 역사를 복원하기란 불가능했을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1953년 스탈린이 사망하고 매카시즘이 종식되면서 냉전의 긴장이 완화되었고, 이때부터 단계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한 동-서의 초국가적 대화는 신고전파 경제학에서 근본적 중요성을 갖는 여러 기여를 가져왔다. 이념 대립을 이유로 한 국가적 통제로 인해 학술적 교류에 어려움이 컸던 당시에 기묘한 동력으로 활성화된 이러한 교류의 장은, 냉전 기류 속에서 ‘간극적liminal’ 공간을 형성했다. 이 공간을 지배한 것은 마오쩌둥주의자들, 트로츠키주의자들, 시장사회주의자들, 자유지상주의적 사회주의자들 그리고 여러 다른 형태의 좌파들이었다. 이 공간에서 학자들은 새로운 형태의 사회과학적, 역사적, 철학적 지식을 창출하고자 했으며 사실상 신자유주의는 여기서 발전해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공간을 저자는 “경계 없는 은하계”라 부른다. 이 ‘은하계’의 성원들은 어떤 주의라는 사고를 떠나 스스로를 개방하고, 그 열린 공간을 계속 유지하고자 했다.
1989년이라는 해는 많은 동유럽인이 오랫동안 추구했던 민주적이며 탈중앙집권화된 사회주의가 실현될 가능성이 열린 해였다. 하지만 1989년 이후의 기간에 전 세계적으로 정치적 지형과 선택지가 근본적으로 바뀌어버리고 말았다. 학자들은 곧 엘리트들이 사회주의를 선택지로 여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국제적 엘리트들 그리고 각국의 권위자들은 권위주의적 형태의 협소한 신고전파 경제학을 통해 신자유주의라는 체제를 만들었다.
이러한 정치 지형의 변화로 사회주의 체제는 역사적 실패를 짊어졌고 ‘경계 없는 은하계’는 소실되었다. 이후 전 지구적 이념이 된 신자유주의는 신고전파 경제학자들이 추구했던 ‘자유 시장경제’의 이상을 정치적·권위적 이유로 제한하여 협소하게 이해한 버전에 불과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동유럽과 이탈리아, 미국을 건너다니며 언어의 제약을 뛰어넘어 독실하게 실행된 이 연구는 자유 시장의 이상이 발달하던 시기 그 중심에 자리했던 사회주의 체제의 존재를, 현 신자유주의의 한 기원으로서 가감 없이 드러내 보여준다.

유고슬라비아의 노동자 자주관리 사회주의 실험
20세기 중반의 체제 실험 가운데 세계적 경제학자들에게 ‘현존하는 가장 우월한 경제체제’라 일컬어졌던 것은 유고슬라비아의 사회주의 모델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유고슬라비아 공산당은 본래 소비에트식 사회주의 체제 건설을 시작했다. 이들은 다른 동유럽 지역과 마찬가지로 ‘스탈린의 가장 좋은 동지’가 되고자 했으며, 마르크스주의 정치경제학과 반대되는 부르주아적 경제학이라며 신고전파 경제학을 배척했다. 그러나 1948년 소련 지도부가 유고슬라비아를 코민포름에서 영구 축출해버린 것을 계기로 유고슬라비아는 새로운 종류의 사회주의 실험에 나서게 된다. 유고슬라비아 당-국가 지도부는 1949년 노동자 평의회를 도입해 노동자 자주관리 체제를 실행했다. 또한 생산수단의 국가 소유를 ‘보편적 인민 소유’로 전환해 국가를 사멸시키고자 했다. 이러한 경제민주주의 정책은 노동자 자주관리 체제와 맞물려 사적 소유도 국가 소유도 아닌 ‘사회적 소유’라는 관념을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만들었다.
탈중앙집중적 사회주의를 지향한 이들의 실험은 새로운 사회주의경제학의 가능성을 제공했다. 유고슬라비아 경제학자들은 연구여행, 서적 교류, 국제 학술회의 등을 통해 당시 막 출현하고 있던 신고전파 경제학의 대화에 재빨리 참여했다. 이들과 대화하면서 미국의 경제학자들은 유고슬라비아 체제를 재해석하여 이를 신고전파 경제학의 핵심 자리에 놓게 되었다. 이후 전 세계 학자들의 주목을 받는 가운데 유고슬라비아는 수십 년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을 자랑한 나라의 하나였다. 세계은행은 공식적으로 유고슬라비아 체제를 하나의 성공으로 보았다. 1980년 경제가 위기에 처하면서 유고슬라비아 모델은 좌절을 겪게 되지만, 이때에도 유고슬라비아 모델의 추상적 버전은 여전히 신고전파 경제학에서 중심적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유고슬라비아는 노동자 자주관리, 탈중앙집중화, 시장, 생산수단의 사회적 소유 등에 기초한 혁신적인 사회주의 실험을 이루었다. 유고슬라비아라는 작은 나라가 소련 국가사회주의와 서방의 자본주의 모두로부터 독립한다는 실험에는 무수한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유고슬라비아는 이에 대응하여 국제적인 여러 동맹세력과 기구에 의지했다. 이때 신고전파 경제학은 유고슬라비아 경제를 묘사하고 발전시키는 도구이기도 했지만, 이는 또한 유고슬라비아와 다른 나라들에 사회주의를 도입하고 또 개혁하기 위한 청사진의 역할도 했다. 어떤 의미에서 유고슬라비아의 경제학자들은 정책 입안가들에게 영향력을 미침으로써 전 세계를 자신들의 이론에 맞추어 변화시킨 셈이다.

이항 대립의 세계를 넘어서
저자가 책 전체를 통해 보여주듯, [신고전파 경제학 시장 지지 자본주의] vs [마르크스 레닌주의 경제학 국가 지지 사회주의]라는 양분법은 세계를 설명하는 데 근본적 한계를 갖는다. 신고전파 경제학의 창시자들은 전체 경제를 다룬 수리 모델들을 만들었고 이를 통해서 자유로운 경쟁적 시장은 생산, 분배, 소비에 있어 최적의 결과들을 낳게 되어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이들은 곧 경쟁적 시장경제가 중앙계획경제와 수학적으로 동일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이에 경제학자들은 새로운 신고전파 이론과 분석 도구 개발을 위해 모종의 ‘사회주의국가’ 모델들을 발전시켰고 그 결과 순수한 시장경제와 중앙계획 사회주의는 신고전파 경제학의 중심에 나란히 존재하게 되었다.
오늘날에도 신고전파 경제학자들은 그들의 이론을 발전시키는 데 여전히 사회주의국가 모델을 사용하고 있다. 현대에도 자주 쓰이는 주류경제학자들의 방법론 가운데 ‘전능한 사회 계획가’라는 것이 있다. 이 전능한 사회 계획가란 사회 전체를 대표하는 선의를 가진 가상의 인물을 말한다. 이 계획가는 모든 비용과 모든 이의 선호에 대해 완벽한 정보를 가지고 있어서, 확실성을 갖고 사회 제도를 선택할 수가 있다. 경제학자들은 새로운 정책이나 제도가 가져올 결과를 평가할 때에 이 전능한 사회 계획가라면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와 비교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저자는 이 전능한 사회 계획가라는 존재가 다름 아닌 1890년대의 사람들이 상상했던 사회주의국가임을 이 책에서 보여주고 있다. 주류경제학자들은 개인의 정치 신조와 무관하게 모든 종류의 경제 시스템을 연구하는 데 있어서 국가사회주의 모델을 동원해 쓰고 있는 것이다.
현재 온 세계가 신봉하고 있는 신자유주의는 시장을 이상화하는 한편으로 국가나 사회주의는 물론이고 심지어 사회 정의와 같은 집단적 이상까지 비난하는 정치경제 이데올로기다. 신자유주의는 다음 네 가지를 열성적으로 지지한다. 1) 경쟁적 시장 2) 더 작고 권위주의적인 국가 3) 경영진과 주주들이 통제하는 위계적 기업 4) 자본주의. 이렇게 네 가지 기준으로 신자유주의를 정의함으로써 저자는 엘리트들이 짜 맞춘 이분법적 틀을 넘어설 수 있다고 말한다. 경제학자들을 모두 국가 편 아니면 시장 편으로 나누는 그릇된 통념은 경제학의 성격과 엘리트 권력의 성격을 애매하게 은폐한다. 신고전파 경제학자들은 시장, 중앙계획, 사회주의 모두를 분석적 도구로 사용한다. 이들이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자본주의를 통한 시장의 승리가 아니라, 위계질서냐 민주주의냐라는 전혀 다른 축이다. 이들은 경제민주주의와 공산주의를 지향하면서 시장을 옹호하고 국가 계획을 거부하는가 하면, 위계적 국가사회주의부터 국가자본주의와 대기업을 모두 비판하기도 하는 것이다. 신자유주의는 노동자를 착취하는 위계적 기업과 작고 권위주의적인 국가를 지지한다. 그러므로 신자유주의는 신고전파 경제학자들이 다수를 차지했기 때문에 승리를 거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리를 거둔 것이라 말해야 한다.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대립이라는 거대서사를 넘어서 20세기의 세계 그리고 현재를 바라보아야만, 현재 세계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바로 볼 수 있다. 이 책의 진귀한 시도는 이를 위한 훌륭한 도움닫기다.

목차

서문
감사의 말
서론 경제학자들과 사회주의

 

1장 / 신고전파 경제학과 사회주의: 시초부터 1953년까지
2장 / 1950년대 경제학자들의 새로운 초국가적 대화
3장 / 신고전파 경제학과 유고슬라비아 사회주의
4장 / 구야시 공산주의와 헝가리의 신고전파 경제학
5장 / 국제적 좌파와 국제적 우파 그리고 이탈리아에서의 사회주의 연구
6장 / 시장사회주의냐 자본주의냐?
7장 / 1989년 이후

 

결론

인터뷰에 응한 사람들
참고문헌
역자 후기
찾아보기

미리보기

나는 수많은 경제학자와 오랜 세월 함께 앉아 수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러지 않았더라면 나는 그들의 생각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 경제학자들은 간혹 나의 인터뷰가 혼란스럽고 도무지 방향을 종잡을 수 없다는 것을 눈치 채곤 했다. 도대체 당신이 알고 싶은 것이 뭐요? 내가 알고 싶었던 것은 그들의 아이디어, 그들이 받았던 훈련, 그들을 일하게 만드는 동기, 그들의 정치적 관점, 그들의 생활 일반 등 실로 포괄적이었다. 나는 이 모든 것이 이들의 생각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임을 알게 되었다. 이 경제학자들이 내게 그렇게 많은 시간을 내어주었던 이유도 따지고 보면 그들 또한 이 질문들에 대해 일정한 대답을 찾고 싶어했기 때문이라고 나는 믿는다. _「서문」

 

지은이/옮긴이

지은이

조하나 보크만Johanna Bockman

조지메이슨대 사회인류학과 부교수. 1988∼1989년에 동유럽 사회주의국가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했고, 2000년 캘리포니아대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크로아티아, 헝가리, 이탈리아, 세르비아, 슬로베니아, 미국의 경제학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했고 헝가리, 이탈리아, 세르비아, 미국에서 문헌 연구를 했다. 현재 사회주의와 비자본주의적 세계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옮긴이

홍기빈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외교학과 석사과정을 마쳤으며, 캐나다 요크대학 대학원 정치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금융경제연구소 연구 위원을 거쳐 현재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KPIA) 연구위원장과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팟캐스트 ‘홍기빈의 이야기로 풀어보는 거대한 전환’을 진행했으며, 온?오프라인의 여러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살림/살이 경제학을 위하여』 『비그포르스, 복지국가와 잠정적 유토피아』 『소유는 춤춘다』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차가운 계산기』 『경제인류학 특강』 『돈의 본성』 『거대한 전환』 『카를 마르크스』(제59회 한국출판문화상 번역 부문 수상)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