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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야기와 주역 가장 오래된 서사적 상상력
  • 지은이 | 심의용
  • 옮긴이 |
  • 발행일 | 2021년 04월 30일
  • 쪽   수 | 368p
  • 책   값 | 18,000 원
  • 판   형 | 140*210 | 무선
  • ISBN  | 978-89-6735-894-5 03140
책소개 목차 미리보기 지은이/옮긴이
책소개

대표적인 의리역 연구자 심의용 숭실대 교수의 『주역』에 대한 새로운 인문학적 접근!

‘이야기’와 ‘서사적 상상력’으로 읽는 주역

 

그간 저술과 번역으로 대표적인 『주역』 연구자로 자리매김한 심의용 숭실대 교수가 『주역』에 대한 새로운 인문학적 접근을 내놓았다. 신간 『이야기와 주역: 가장 오래된 서사적 상상력』이다. 저자는 『주역』에 숨어 있는 ‘이야기’ 구조를 발견하고 ‘서사적 상상력’을 동원해 이를 해석했는데, 유방과 한우를 비롯해 『사기』에 등장하는 여러 역사인물의 흥망성쇠가 우리가 전혀 몰랐던 또 다른 해석의 렌즈를 통해 입체적으로 살펴지고 있다. 평소 『주역』은 시적 상상력, 서사적 상상력, 상징적 상상력, 회화적 상상력, 수數적 상상력 등으로 다채롭게 해석될 여지가 많다고 말해온 저자는 지난 2016년 『시적 상상력으로 주역을 읽다』 이후 이번에 서사적 상상력으로 『주역』을 읽은 『이야기와 주역』을 펴냄으로써 주역에 대한 심층적인 인문학적 탐색을 이어가고 있어 상당한 주목을 요한다.

목차

머리말

  1. 프롤로그
  2. 이야기와 『주역』
  3. 왜 유방劉邦은 장례를 공표했을까 —둔屯괘
  4. 왜 항우項羽는 오강을 건너지 않았을까 —대장大壯괘
  5. 왜 전횡田橫은 항복하지 않고 자결했을까 —비比괘
  6. 왜 장량張良은 적송자赤松子를 따르려 했을까 —이履괘
  7. 왜 한신韓信은 괴통蒯通의 말을 듣지 않았을까 —점漸괘
  8. 왜 소하蕭何는 한신을 천거했을까 —대과大過괘
  9. 왜 진평陳平은 주색에 빠졌을까 —감坎괘
  10. 왜 주발周勃은 잠시 시간을 내달라고 했을까 —소과小過괘
  11. 왜 조참曹參은 법률을 바꾸지 않았을까 —고蠱괘
  12. 왜 조조晁錯는 목이 베였을까 —혁革괘
  13. 왜 두영竇嬰은 소송을 멈추지 않았을까 —송訟괘
  14. 왜 가의賈誼는 기다리지 못했을까 —비賁괘
  15. 왜 급암汲黯은 창고의 곡식을 함부로 꺼냈을까 —익益괘
  16. 왜 공손홍公孫弘은 베 이불을 덮었을까 —절節괘
  17. 왜 장석지張釋之는 도필리를 싫어했을까 —간艮괘
  18. 왜 오왕吳王 비濞는 반란에 실패했을까 —익益괘
  19. 왜 역기酈寄는 친구를 팔았을까 —점漸괘
  20. 왜 장이張耳는 진여陳餘와 멀어졌을까 —비比괘
  21. 처세와 의리義理

 

주 |참고문헌

미리보기

사기의 인물들 주역괘효사로 해석

 

『주역』은 넓고도 크다. 말 그대로 “천지 사이에 모든 것이 완비되어 있다以言乎天地之間則備矣.” 그래서인지 중국 문화의 모든 영역에 걸쳐 활용되었다. 역학을 논하는 많은 사람은 『주역』의 괘효사에 담긴 구체적인 의미를 얘기하지 않는다. 음양오행론과 관련하여 『주역』을 빌려 추상적인 헛소리를 하고 있다. 저자는 과연 이런 논의들이 현대적 학문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밝힌다.

그러나 『주역』의 괘효사에 담긴 의미를 해석하려고 했던 의리역학은 현대적 의미를 충분히 가지고 있다. 인간과 삶의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경전의 본질이다. 『주역』에는 서사 구조 혹은 이야기 구조가 담겨 있다. 의미 맥락 구조다. 이러한 측면은 현대의 다양한 방면과 관련해서 연구될 수 있다. 정치학, 사회학, 행동경제학, 행동윤리학, 문화과학, 서사 담론 분석, 심리학, 윤리학, 미학 등등 현대 학문과 만나 다양한 담론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 책은 서사적 상상력으로 『주역』의 괘효사를 읽으려는 시도다. 『사기』의 인물들을 『주역』의 괘효사와 연결해서 해석했다.

 

이사징역以史徵易이 드러내는 풍부한 삶의 이야기

 

『주역』은 전혀 구체적이지 않다. 오직 상징과 기호, 모호한 말이 있을 뿐이다. 그것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수학 공식이 있다고 치자. 함수 공식이다. 그 함수 공식에 구체적인 수를 넣으면 답이 나온다. 마찬가지다. 『주역』의 텅 빈 기호에 구체적인 이야기를 넣고 독해하는 것이다.

상상력이 필요하다. 이를 서사적 상상력narrative imagination이라고 부를 수 있다. 서사적 상상력을 통해 모호한 뼈대에 살을 붙여 구체적인 형체를 드러나게 하는 것과도 같다. 『주역』의 상징과 기호가 담긴 괘와 효를 독해하는 방식이다. 『주역』은 모호한 상징으로 말한다. 그것을 독해하는 사람은 각자의 인생을 투사하여 이해한다. 각자의 머릿속에서는 각자의 인생 이야기와 의미가 이해되고 해석된다. 우물효과다.

역사적 사실과 인물로 『역』을 해설하는 것을 ‘이사징역以史徵易’이라 한다. 역사적 사건으로 역을 증험한다는 뜻이다. 대표적인 인물은 남송 시대 학자인 양만리다. 양만리의 『성재역전誠齋易傳』은 역사적 인물과 삶의 이야기를 통해 괘와 효를 설명한다. 은밀하게 감춰진 구조를 가지고 상상력을 발휘한다면 풍부한 삶의 이야기와 만날 수 있다. 『주역』에는 서사적 구조가 감춰져 있다.

 

과 양은 한 인간의 자질과 능력보여줘

 

서사학에서는 시공간적 배경과 사건, 인물의 성격과 행위, 인물의 정신 상태 등을 분석하면서 서사물을 독해한다. 『주역』에도 이러한 데이터의 요소들이 있다. 『주역』 64괘의 각 괘는 단절적이지 않다.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어 있다. 시간적인 흐름이며 형세 변화의 흐름이다. 시세時勢의 변화라고 할 만하다.

『주역』은 흥망성쇠의 연속이다. 다시 건과 곤으로 돌아가 새로운 창조와 실천으로 끊임없이 혁신해야 한다. 완성과 종말은 없다. 끊임없이 생성하고 다시 살아내려는 역동적인 과정만이 있을 뿐이다. 역사는 끝없이 이어지고 사건은 끊임없이 일어난다. 거기서 인간은 살아내야 한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각각의 괘는 하나의 상황과 사건 즉 때時를 상징한다. 이 각각의 괘가 상징하는 상황 속에 한 개인이 처해 있다. 음陰󰁌과 양陽—은 이 개인을 상징한다. 음과 양이 섞여서 괘를 구성하면

서 다른 위치에 처해 있다.

각각의 음과 양은 한 인간이 가진 인간의 자질才과 능력德을 보여준다. 음은 수동적이며 소극적이고 양은 능동적이며 적극적이다. 강직하거나 유약하며 강퍅하거나 유연하다. 영리하거나 우둔하며 순종적이거나 지배적이다. 사람마다 자질과 능력에서 차이가 있다.

이런 다양한 개인들이 각기 다른 위치와 지위에 처해 있다. 권력 관계다. 어떤 사람은 높은 지위에 어떤 사람은 낮은 지위에 어떤 사람은 지배적인 위치에 어떤 사람은 복종하는 위치에 처해 있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사람이 복종하는 위치에 올 수도 있고 수동적이며 소극적인 사람이 지배적인 위치에 올 수도 있다. 각기 다른 사람들이 각기 다른 상황에 처해 있다.

 

음효와 양효가 관계맺는 방식, 권력

 

이러한 개인들은 고립되어 있지 않다. 얽혀 있는 것이다. 권력 관계 속에 있다. 각각 음효와 양효들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관계를 맺고 있다. 그것을 응應과 비比라고 한다. 호응과 접촉이다. 강직한 윗사람이 강직한 아랫사람과 관계할 수 있고 유연한 윗사람이 강직한 아랫사람과 관계할 수도 있다. 현명한 자가 윗자리에 있고 어리석은 자가 아래에 있을 수도 있고 어리석은 자가 윗자리에 있을 수도 있고 현명한 자가 아랫자리에 있을 수도 있다.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어떤 상황과 위치에 처한 어떤 자질과 능력을 가진 사람이 어떤 위치에 있는 어떤 자질과 능력을 가진 사람과 호응하고 관계하면서 어떤 일에 대처한다. 이러할 때 전체 상황 변화를 파악하고 변화의 낌새를 파악한다. 또한 마음의 변화와 기미幾를 포착하면서 시의적절한 타이밍時에 올바른 원칙에 맞게 행동한다.

정이천은 『주역』의 핵심을 ‘지시식세知時識勢’와 ‘지기知幾’라는 말로 요약했다. ‘시세時勢’를 알고 ‘기미幾’를 파악하는 일이다. 시세는 지속적인 흐름과 변화다. 전체적 형세 변화를 파악하는 일이다. 기미는 시그널signal이다. 변화의 낌새와 마음의 낌새다.

이러한 흐름과 낌새 속에는 수많은 갈림길이 있고 역동성들이 잠재해 있다. 따라서 시세를 파악하고 순간의 기미와 기회를 포착하는 일, 자신이 어떤 상황과 위치에 있고 자신에게 적절하고 가장 좋은 방향이 무엇인지를 아는 일, 어떻게 실천하는 것이 의미 있는지를 아는 일, 이런 것들이 담긴 매뉴얼과 같은 것이 『주역』이다.

 

결국 주역이란 진퇴와 거취의 문제

 

결국 『주역』이란 진퇴에 관한 문제이고 거취에 관한 문제다. 처신과 처세의 문제이다. 스탠스를 어떻게 취할지를 결정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애티튜드attitude의 문제다. 여기서 핵심은 타이밍이다. 시중時中이라고 한다. 변화의 흐름 속에서 타이밍에 맞는 처신이다.

『주역』에는 이야기 구조와 인물에 대한 평가 방식이 담겨 있다. 역사적 사건과 개별 인간에 대한 품평이 담긴 문헌으로 읽을 수 있다. 이런 사고방식은 서양과는 다른 시각을 제공하여 우리 삶의 이야기를 볼 수 있는 관점을 제공해줄 수 있다.

벤야민은 두 가지의 이야기꾼을 말한다. 하나는 이곳저곳을 여행하면서 많은 경험을 가진 이야기꾼과 하나는 한곳에 오래 정착하면서 그곳의 많은 지혜를 가진 이야기꾼이다. 하나는 폭넓은 경험에서 나온 새로운 이야기이고 하나는 오랜 시간을 농축한 깊은 지혜를 말한다. 전자는 풍문만을 얘기하고 후자는 깊은 지혜를 말한다. 벤야민의 구분법을 빌린다면 『주역』은 오랜 시간을 농축한 깊은 지혜를 말하는 이야기꾼들이 만들어낸 문헌이다. 벤야민에 따르면 이제 이런 이야기꾼은 사라졌다.

 

항우는 왜 오강을 건너지 않았을까

 

본문에서 저자는 총 18명의 인물을 다루고 있다. 모두 『사기』에 나오는 인물들이며 유방劉邦, 항우項羽, 전횡田橫, 장량張良, 한신韓信, 소하蕭何, 진평陳平, 주발周勃, 조참曹參, 조조晁錯, 두영竇嬰, 가의賈誼, 급암汲黯, 공손홍公孫弘, 장석지張釋之, 오왕吳王 비濞, 역기酈寄, 장이張耳의 순이다. ‘왜 유방은 장례를 공표했을까’ ‘왜 항우는 오강을 건너지 않았을까’ 등 모든 챕터가 ‘왜 ~그랬을까’라는 행위에 초점을 맞춘 의문문으로 되어 있다는 것이 특색이다. 이는 그 인물에 해당하는 괘사와 관련해 그 인물의 행위를 문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두 번째로 다뤄진 항우의 경우를 보자. 왜 항우는 막판에 몰려 오강에 이르렀을 때 강을 건너 도망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자결했을까. 항우가 오강을 건너지 않고 자결한 이유에 대해 여러 가지 견해가 있다. 첫째는 우희虞姬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우희는 미모가 빼어났기 때문에 우미인虞美人이라고도 불린다. 항우는 우희가 자결하는 것을 볼 수 없었다는 게 이유다. 둘째는 항우의 고결한 품성에서 이유를 찾기도 한다. 자신의 실패와 백성의 고통 때문에 전쟁을 빨리 끝내려는 생각이었다는 것이다. 자신의 희생으로 전쟁을 빨리 종결시켜 천하를 안정시키려는 생각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보는 견해는 항우를 도덕적 성인으로 과장하고 있다. 지나친 미화다. 저자는 항우가 오강을 건널 수 있었는데도 건너지 않았던 것은 강동으로 갔을 때의 이해관계를 따져보고 나서 그보다 더 좋은 선택을 한 것이 아니라, 오직 그것만을 할 수밖에 없는 그 필연성을 따랐을 뿐이다라고 말한다.

항우의 삶에 유비시켜볼 『주역』의 괘는 34번째의 대장大壯䷡괘다. 33번째 괘는 돈遯䷠괘다. 돈괘는 은둔을 상징한다. 은둔이란 세상에서 물러나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것도 끝까지 물러나지만은 않는다. 다시 세상으로 나온다. 대장大壯괘에서 ‘대大’는 강함, 즉 양陽이다. 대장이란 강함이 장성하게 자라나는 괘다. 은둔을 상징하는 돈괘 뒤에 강함의 성장을 상징하는 대장괘가 이어지는 것이다. 항우의 삶과도 유사하다. 강함이 꺾이지 않고 강하게 전진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대장괘의 마지막 여섯 번째 효는 무모한 돌진을 경계하고 있다. 그 풀이는 “숫양이 울타리를 들이받아 물러날 수도 없고 나아갈 수도 없다. 이로울 것이 없다. 어려움을 알고 신중하면 길하다上六, 羝羊觸藩, 不能退, 不能遂, 无攸利, 艱則吉”는 것이다.

항우가 왕성한 힘을 펼치며 파죽지세로 나가다가 사면초가를 당한 형세와 유사한 상황을 상징하고 있다. 물러날 수도 없다. 수치심과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하늘을 찌를 듯한 자존감이 허락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능력을 과장되게 과시하는 태도를 보이게 된다. 물론 나아갈 수도 없다. 형세는 기울어졌고 하늘도 도와주지 않는 어찌할 수 없는 궁지에 빠졌다.

상육효의 「상전象傳」에서는 “물러가지도 못하고, 나아가지도 못하는 것은 신중하게 헤아리지 못했기 때문不能退, 不能遂, 不詳也”이라고 했다. 진퇴양난에 몰렸을 경우 자신의 허물을 인정하고 물러서야 한다. 상육효가 말하듯이 항우도 진퇴양난 속에서 어려운 현실을 냉정하게 알고 신중하게 처신했더라면 더 좋은 결과를 맺었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패배와 잘못을 인정하고 오강을 건너 스스로 자초한 추악한 결과에 대한 응분의 대가를 치르고 다시 후일을 신중하게 도모하는 것. 두목이 말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나 왜 신중하게 헤아리지 못했을까. 냉정하고 강한 의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스스로 서초패왕이라고 생각했던 항우의 오만은 그렇게 자신의 나약함에 무의식적으로 직면했던 것이다. 자신의 나약함을 의식한 주체는 자신이 나약하다는 것 자체를 부정하려는 과장된 행위를 하게 된다. 시혜를 베풀듯이 자신의 시체를 유방에게 팔라고 소리치며 스스로 목을 찔러 죽었던 것은 드러내고 싶지 않았던 자신의 나약함을 감추려는 과장된 행위라는 게 저자의 평가다.

지은이/옮긴이

숭실대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정이천의 『주역』 해석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국 고전을 현대적으로 해석하여 지금, 여기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에 관심을 두고 있다. 고전번역연수원 연수과정을 수료했고, 충북대 인문연구원을 지냈다. 국사편찬위원회에서 『비변사등록』 번역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성신여대 연구교수를 역임했고 현재 숭실대 HK+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시적 상상력으로 주역을 읽다』 『마흔의 단어들』 『주역, 마음속에 마르지 않는 우물을 파라』 『주역과 운명』 『귀곡자 교양강의』 『세상과 소통하는 힘』 등이 있고, 공저로 『못말리는 아인슈타인에게 말 걸기』 『문화, 세상을 콜라주하다』 등이 있다. 정이천의 『주역』, 성이심의 『인역人易』, 『성리대전』(공역), 『주역절중』(공역), 피터 K. 볼의 『중국 지식인들과 정체성』, 카린 라이의 『케임브리지 중국철학 입문』, 푸페이룽의 『장자 교양강의』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