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우정
2020.10.21
상처투성이 세계에 대한 응답, 우카이 사토시의 『응답하는 힘』

일본의 잘못된 행태를 바로잡으려 애쓰는 일본인들을 볼 때면 이상하게 마음이 뭉클해지곤 합니다.

과거에 국가가 잘못한 점은 인정하고 사과할 것은 사과하는 게 당연한 일일 텐데,

그렇게 하는 사람에게 마음이 흔들린다는 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겠죠?

이 책을 통해 또 한 명의 존경할 만한 일본인을 만났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리고자 하는 책 <응답하는 힘>의 저자 우카이 사토시는 일본의 지식인으로,

도쿄에 위치한 히토쓰바시대 명예교수입니다.

이 책을 편집하면서 저자에게 많은 관심이 갔습니다.

그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는 그의 활동 때문입니다.

그는 여러 사회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입장을 밝힙니다.

특히 작년에는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는 일본 정부의 대응에 대해

“역사적 수치를 부인한 폭력적 행태”라며 날선 비난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https://www.yna.co.kr/view/AKR20190809145800005?input=1195m

 

이러한 그의 행보와 더불어 이 책을 살펴보니,

그가 왜 소수자의 편에서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이 책에는 상처가 가득한 세계를 살피고 그들에게 따뜻한 답을 들려주는 그의 목소리가 담겨 있습니다.

여러 매체에 실었던 비평 글을 모은 이 책은, 저자가 프랑스 문학 및 사상을 공부했기 때문인지

앞부분에서는 유럽 철학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룹니다.

뒤로 갈수록 일본으로 돌아와 일본을 논하고 또 9·11 테러와 같은 시대의 아픔까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특히 흥미로웠던 지점은 재일조선인 작가들과 그 작품에 대해 쓴 글들이었습니다.

이정화, 양석일, 김시종 등 재일조선인 작가들이 일본어로 쓴 산문, 소설, 시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두 가지 글 「김시종의 시와 일본어의 ‘미래’」 「시간의 탈식민지화」에서는 재일조선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일본어로 작품 활동을 했던 시인 김시종이 어떻게 자신의 내부에 서식하는 일본어와 대치했는지를 탐색합니다.

특히 제가 인상적으로 읽은 글은,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숨죽이며 살 수밖에 없었던 종군위안부 할머니들의 증언을,

그들의 슬픔을 줄곧 두려운 마음으로 응시하는 이정화의 글을,

저자는 우리가 이 텍스트를 통해 ‘기억 암살자’ 역사수정주의자들과 공범이 되지 않고

자유주의사관과 역사수정주의에 맞서기 위한 의미를 발견하기를 바랍니다.

 

증언의 현재, 그것은 기억과 망각의 모든 힘들이 맞붙어 싸우는 삶의 현장이다. ‘이 일’을 말하지 않았던, 말하지 않은 채 살아왔던, 경우에 따라서는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껏 살아올 수 있었던 그 과거의 시간과 결별하는 순간이다. 남은 삶을, 장래의 시간을, ‘이 일’을 말한 자로서 살아가겠다는 결단의 순간이다. 그것은 ‘특수한 체험’의 당사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생존에 관련되는 사태다. (「어떤 ‘시선’의 경험」, 207~208쪽)

 

이 책에 실린 글들이 쓰인 건 1990년대 후반에서부터 2000년대 초반입니다.

20년 된 오래된 글들이지만, 그의 글이 전하는 메시지는 2020년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합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전 세계적인 확산으로 사회가 폐쇄되고 자국중심주의가 더욱 강해지는 오늘,

흑백, 선악을 멋대로 단정하는 어리석고 태만한 결정론자에게 저항하기 위해

‘목소리 없는’ 자의 절규에 응답하기 위해

상처투성이 세계를 다시 읽기 위해!

20여 년이 가까운 시차를 뛰어넘어 찾아온 저자의 메시지를 읽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